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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불똥은 끔찍한 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정치인이 직접 나와서 도게자를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부정을 저지르고 말았다’라고 읍소를 했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기자들은 특종이 나왔다면서 눈이 돌아가서 열심히 기사를 써재끼기 시작하였으며, 정치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지간하면 커트하거나 수정을 거치게 하는 윗선에서도 그런 기자들의 폭주를 슬쩍 눈감아주었다.

         

       아니, 눈 감아 주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적극적으로 후려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이봐, 겨우 그것밖에 못써? 좀 더 자극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죽일 놈으로 만들란 말이야. 당장 할복해도 용서받지 못할 사람으로 만들라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

       “편집장님! 그러다가 고소당합니다!”

       “고소? 익명으로 기사를 쓰는데 고소는 무슨 고소! 그리고 고소할 거면 해 보라고 해봐. 제까짓 놈들이 배경을 가지고 있어봤자 우리 뒤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할까? 위에 계시는 분들이 지금 화가 많이 나 있어. 감히 한낱 칼 주제에 어디 주인에게 끝을 돌려서 해치려고 했느냐 이거지.”

       “아.”

       “이제 네가 할 일을 알겠냐? 윗분들의 비호도 받고 있겠다, 그냥 거침없이 쓰라고. 뭐 아예 죄가 없는 놈 후려치라는 것도 아니고 범죄 저지른 놈들 마음껏 후려치라는 건데 거리낄 것이 뭐 있어?”

        “예.”

         

       혹시 문제가 생길까 봐 애매모호하게 적으면 어설프다며 욕을 했고, 나중에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료스케에 대한 잘못을 부각하려고 하면 때릴 사람은 안 때리고 이상한 짓을 한다면서 욕을 했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감히 칼밖에 쓰지 못하는 주제에 윗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 무인과 공사 업체를 조지기 위해서 온갖 힘을 쏟아부었다. 자신의 인맥, 가문의 힘, 돈 등을 아낌없이 부어서 그들을 조지기 위해 똘똘 뭉쳤으며, 자민당이니 민주당이니 공산당이니 하는 소속과 관계없이 손을 잡았다.

         

       료스케가 정치인들에게 기피되는 것?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것?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료스케가 아무리 그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고 한들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일본을 이끌어가는 현대의 귀족, ‘정치인’에게 감히 도구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무인이 칼을 들이미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기득권이라는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며, 나라를 이끄는 사람의 격은 결코 아랫사람이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법. 정치인들은 감히 기득권을 침범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한 이를 징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칼질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수많은 기사가 범람하고 경찰과 검사가 죄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쿠로츠루기미네 태양광 시설 조사, 충격! 최악의 횡령 사건! 』

       『 ㅇㅇ건설 사장 구속….』

       『 끊임없이 이어지는 뿌리, 국민 경악. 』

       『 이노스케 법무대신”있을 수 없는 일. 철저히 조사해서 뿌리를 뽑아낼 것” 』

         

       혐의가 있어 보인다?

       일단 잡아들이고 시작했다.

         

       태양광 시설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잡아들였고, 태양광 시설 건설 당시 자재를 관리했던 모든 사람도 잡았고, 경리도 잡고, 관리자급도 모조리 잡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잡아들인 사람의 입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그 사람도 잡아들였고, 그렇게 잡아들인 사람의 입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그 사람도 잡아들였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협조에 응하지 않는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부는 게 좋을걸? 재판까지 가면 당신 무조건 유죄야. 범죄자 꼬리표 달고, 고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가는 곳마다 무라하치부(村八分)를 당할 거라고.”

       “어디 보자, 아들이 하나에 딸 하나? 이야. 참 화목한 가정이네. 그런데 말이야. 이런 생각 해봤나? 자네가 범죄자 꼬리표를 달면, 이 화목한 가정이 어떻게 산산조각이 날지를 말이야.”

       “아버지가 범죄자라. 고향의 수치고, 마을의 수치네? 가업을 잇겠다고 당신 아래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아들은 당연히 가업을 잇기는커녕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지 못할 거고. 당신 딸은 뭐…. 어디 시집 보내려고 해도 갈 수 있는 데가 없겠지. 응? 왜 그렇게 봐? 내가 무슨 협박이라도 하는 것 같아? 나는 그냥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친척에 범죄자가 있어도 괴롭힘을 당하는 게 우리 사회야. 알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범죄자다? 이야. 어디 제대로 된 곳에 시집이나 갈 수 있겠어? 아니, 시집은 고사하고 먹고 살길도 없어질 것 같은데. 자네 딸 보니까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종업원으로 쓰려고 해도 아버지가 범죄자면 그걸 누가 써주겠냐고. 그러면 당연하게도 여자 몸뚱이로 할 수 있는 일은 뭐…. 알지?”

       “안타깝네! 안타까워! 가업 이으면서 땀방울 흘려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 꾸려서 잘 살아갈 아들내미 인생도 막고, 어디 좋은데 시집가서 집에서 남편 맞이하고 아이 키우면서 주부로 살아갈 딸내미 인생도 시궁창으로 떨어지고. 아, 그리고 자네 부인은 뭐….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네? 그런데 당신이 범죄자로 잡히고 난 다음에도 그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쯧쯧쯧.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아버지 하나 때문에 가족 전체가 박살이 나겠네.”

         

       검사의 끔찍하기 짝이 없는 협박은 도저히 그들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원죄(寃罪, えんざい)라는 것이 있다.

         

       단순하게 풀어보자면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

       그리고…기소되는 순간 무죄가 되기 힘든 일본의 마법 같은 사법 체계를 나타내는 시사용어이기도 했다.

         

       일본의 엘리트 관료주의가 기묘하게 뒤틀리면서 만들어진 이 ‘원죄’는 기소당한 사람은 악, 검찰은 선이라는 논리하에 일단 편견의 시선으로 재판을 진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재판 중에 죄가 없음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쉽게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엘리트 관료들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성향과 책임을 회피하는 성향이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소한 사건이 무죄로 판결이 나면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기까지 하니, 원죄라는 개념이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리라.

         

       “우리 좋게 좋게 갑시다. 지금 이 일에 매달린 높으신 분들이 잔뜩이고, 눈에 불을 켜고 자료를 조사하는 엘리트들이 셀 수가 없을 정도야. 알아들어? 당신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순간 당신 같은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오직 당신만 조지기 위해서 달려들 거라는 이야기야. 당신이 했던 모든 범죄 행위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당신이 더러운 인생을 살아왔다며 난도질하고, 일본에 필요가 없는 비국민이라고 낙인을 찍을 거라고. 진짜 그걸 원해?”

         

       그리고 이 원죄는 기소된 순간부터 적용이 된다.

         

       검사가 이 사람이 유죄랍시고 재판장에 끌고 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돌이킬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검사는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 반드시 죄를 찾아서 유죄 판결을 내리게 할 것이며, 증거가 불충분했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나올 것 같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죄로 만들리라.

         

       그리고 그렇게 유죄가 된다면?

         

       끝이다.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와도 검찰과 사법부의 외면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며, 재심은 기각될 것이고, 재심을 개시하려고 하더라도 시간을 질질 끌면서 최대한 늦게 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열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검찰 항고로 취소를 할 수도 있다.

         

       한 번 유죄로 낙인이 찍히면 벗어날 수 없다.

       설령 운이 좋아서 벗어난다고 할지라도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명예는 난도질 되고, 돈과 기반을 모조리 잃어버린 채 하류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말하겠습니다. 공사 현장에 경비라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유파 출신이라고 했는데….”

       “유명한 유파? 이름은 기억나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이랑은 좀 데면데면한 사이였거든요. 솔직히 무인 얼굴이랑 몸 보면 쉽게 접근하기도 좀 그렇고….”

       “왜? 건설 쪽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거 아닌가?”

       “그…. 우리가 아무리 험한 일을 하고 깡도 강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 죽이려고 칼 휘두르는 법 배운 사람들과 얽히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게다가 뭐, 그쪽에서 붙임성있게 우리에게 말이라도 걸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딱히 그러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대화를 나눈 적은 딱히 없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 유파도 모르겠네?”

       “그렇습니다만….”

       “그래? 그 사람들이 시현류와 관련이 있는 유파라는 것을 모르겠다는 거지?”

       “네? 아니 모릅…아. 그렇지요. 그 사람들이 시현류와 관련이 있는, 네. 시현류와 관련이 있는 유파의 사람들이었지요. 네! 이제 기억이 납니다! 검사님의 말을 들으니까 이제 제대로 기억이 나는군요.”

       “그래. 이제 기억이 나니까 다행이고. 시현류와 관련이 있는 유파인 것까지는 기억했지? 그럼 그 사람이 쓰는 에너지의 색은 본 적이 있나?”

       “아뇨, 본 적 없…아니, 아닙니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얀…색은 아니고. 빨간…색도 아니었고! 파란…네! 파란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파란색이 확실합니다! 하하하….”

         

       그렇기에 잡혀 온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가 은근히 주는 눈치와 내뱉는 말에 동조하면서 증언을 만들어내었으며, 자신이 협박에 못 이겨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검사의 손에서 칼처럼 이용될 것임을 알면서도 제 한 몸 구하기 위해 검사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검사가 휘두르기에 충분한 칼이 완성이 되었다.

         

       증인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자백’들이 손잡이가 되었고, 원죄 때문에 비참하게 인생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수많은 ‘증인’들이 칼날이 되었다.

         

       『 야태도아랑류 당주, 히라모토 미치시게. 각종 범죄 혐의로 체포장 심사! 』

         

       야태도아랑류를 토막 내기 위한 날카로운 칼날이 말이다.

         

         

         

        * * *

         

         

         

       “우리는 죄가 없습니다!”

         

       야태도아랑류(野太刀餓狼流)의 당주, 히라모토 미치시게(平本道成)는 무죄를 부르짖었다.

         

       “그래?”

         

       하지만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검사는 당주가 억울함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아무리 호소하고 읍소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도축될 가축을 보는 듯한 무기질적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기 온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

       “저는 진짜 무죄이지 않습니까!”

         

       검사는 무죄를 부르짖는 미치시게를 보며 피식 웃었다.

         

       “참 뻔뻔하기도 하지. 이봐, 당주. 당신은 시치고산(七五三) 끝낸 5살 남자애가 봐도 유죄야. 아무리 무죄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유죄라고 유죄.”

       “무슨 증거로 그러는 겁니까!”

       “증거? 증언이 여기 한가득 있는데…. 보자. 태양광 시설 공사에 야태도아랑류의 무인을 경비로 썼던데?”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 지역의 경비회사에 우리 야태도아랑류의 무인들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아! 부실 공사에, 정치인 협박에, 횡령에! 온갖 범죄가 가득 얽혀있는 현장에 당신 유파의 무인이 경비로 들어가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당연한 거야!”

       “그 무인이 죄에 가담했다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증언이 있다니까! 오밤중에 으슥한 곳에서 건설사 간부랑 만나는 것을 본 사람이 있어!”

       “그게 무슨…. 아니. 그, 그냥 밤중에 만나서 대화를 한 것 아닙니까?”

       “혹시 들킬 수도 있으니까 경비 철저히 하라고 당부를 하는 것을 들은 사람도 있어!”

       “예?”

         

       미치시게는 얼빠진 얼굴로 검사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말해줘? 증언과 증인이 잔뜩이야. 그러니까…. 마나를 이용해서 뭔 짓을 저질렀는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전부 다 자백하라고. 그러면 죄라도 가벼워지니까 살길이 나오지 않겠어?”

       “마, 마나로 내가 뭘 어쨌다는 겁니까!”

         

       검사는 마나라는 단어가 나오자 화를 버럭 내는 미치시게를 보더니 피식 웃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영상통화가 걸리자 화면을 미치시게 쪽으로 돌렸다.

         

       “갑자기 웬 통…화. 어?”

         

       화면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가 익히 알던 시현류의 사범과.

       신사의 신관이나 입을법한 옷을 입은 젊은 남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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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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