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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쿠구구구구.

       

       “사, 사람 살려!”

       “꺄아아악!”

       “이게 대체 무슨….”

       

       사람들의 비명을 듣고 망설일 것 없이 뛰쳐나온 우리들은 곧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저건….”

       “자이언트 앤트…?”

       “왜 자이언트 앤트가 마을에…!”

       

       자이언트 앤트.

       말 그대로 거대한 개미의 모습을 한 마물.

       

       한 마리 한 마리가 오우거보다도 큰 매우 강력한 마물로, 기사고 용병이고 간에 웬만한 사람은 토벌할 엄두를 내기 힘든 걸로 유명하다.

       

       ‘나도 게임 중후반에나 좀 잡으러 다녔지, 그전엔 웬만하면 건드릴 생각도 안 했었지.’

       

       다만 자이언트 앤트는 주로 자신의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고 나름 조용하게 사는 마물이어서 보통 사람들은 거의 평생 볼 일이 없는 마물이기도 했다.

       

       의외로 마물 생태계도 교란하지 않고 개체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조금 신기한 마물에 속하는 편이었다.

       

       ‘그런 자이언트 앤트가 이렇게 마을을 대놓고 습격한다고? 그것도 떼거지로?’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지만,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 눈앞에서 놈들은 시꺼멓게 몰려들어 마을의 건물들을 부수고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었으니까.

       

       콰르르르.

       푸욱.

       콰직.

       

       “끄아아아악!”

       “커억!”

       

       해가 저물며 노을이 하늘을 적셨고, 사람들의 비명과 피가 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두 전투 개시! 주민들의 구제를 최우선으로 한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도록 해야 한다!”

       

       전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레키온은 재빨리 이성을 되찾고 지시를 내렸다. 

       

       “확인.”

       “저희가 우측을 맡겠습니다.”

       “제가 정면으로 가지요.”

       

       경험이 풍부한 황실 기사단도 이미 준비를 마쳤고, 레키온의 지시를 듣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저희도 가죠.”

       “좋아요.”

       “삐유우웃!”

       

       아르는 자신의 디저트 타임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이 평화로운 마을을 부수고 사람들을 해치는 나쁜 마물들을 어서 막자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타다닷.

       

       벌써 저 멀리 앞서 나간 레키온은 자신의 덩치보다 몇 배는 커다란 마물을 향해 용사답게, 용맹하게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

       

       용사의 상징과도 같은 황금빛 오러가 태양처럼 타올랐다. 

       

       촤아악!

       

       “케에엑!!”

       

       암석보다도 단단한 자이언트 앤트의 다리가 금빛 오러에 동강났다.

       

       자이언트 앤트는 분노해 다른 다리를 레키온에게 휘둘렀지만.

       

       “하아압!”

       

       여전히 레키온은 금빛 오러를 휘둘렀고, 휘두르는 대로 자이언트 앤트의 다리가 잘려 나갔다. 

       

       쿠웅.

       

       다리가 순식간에 절반 이상 날아간 자이언트 앤트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바닥에 쓰러졌고.

       

       촤아악!

       

       “케에엑….”

       

       자이언트 앤트는 다음 일격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숨을 거두었다. 

       

       “여러분은 어서 대피하세요! 자이언트 앤트는 저희가 막겠습니다!”

       

       자이언트 앤트 하나를 물리친 레키온은 혼비백산해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외치며, 그들을 쫓는 자이언트 앤트 한 마리를 순식간에 처리했다.

       

       “요, 용사님…! 여긴 어떻게….”

       “용사님이 구하러 와 주셨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감사 인사를 하며 전력을 다해 레키온이 가리킨 쪽으로 달아났다.

       

       그 옆으로 달려간 데보라 역시 푸른 오러를 두른 채 굉장히 민첩하고 현란한 움직임으로 자이언트 앤트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며 유효타를 누적시켰다.

       

       “하아아압!”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오는 다리 위로 뛰어올라, 그 다리를 타고 자이언트의 앤트의 머리 위로 단숨에 도약해 검끝을 정수리에 박아 넣었다. 

       

       “케에엑…!”

       

       그 상태로 마나를 폭발시키듯 주입하자 자이언트 앤트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나이스!”

       

       역시 레데 커플!

       

       “우리도 가자, 아르야!”

       “삐유웃!”

       

       실비아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을 재빨리 구하면서 알아서 자이언트 앤트를 도륙내고 있었고.

       

       우리도 얼른 합류해 자이언트 앤트에게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플레임 버스터!”

       “쀼우웃!”

       

       이번 전투에서 나와 아르의 작전은 간단했다. 

       

       ‘나랑 아르랑 번갈아서 마법을 쏜다.’

       

       어차피 나는 아르만큼 마력을 잘 운용하지 못하고 마나 최대치도 적기 때문에 무한정 마법을 난사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법을 쉬는 사이에 아르가 영창을 해서 나에게 걸리는 마력 부담을 현저하게 덜어 주기로 한 것.

       

       물론 나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아르가 쓰는 마법을 영창하는 척을 해야 한다. 

       

       “쀼—.”

       “윈드 캐논!”

       

       다만 여전히 조심해야 할 건 내가 현재 공유 받고 있지 않은 스킬을 아르가 써야 헛영창이 가능하다는 것.

       

       애초에 나는 영창을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힘을 빌려 스킬을 쓰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규칙을 만들었다.

       나는 화염 마법만 쓰고, 아르는 다른 속성의 마법을 쓰기로.

       

       “플레어 샷!”

       

       이렇게 화염 마법을 한 번 쓰면.

       

       “쀼—.”

       “라이트닝 체인!”

       

       아르가 다른 속성 마법을 한 번 쓴다.

       

       어쩌다 내가 놓친 시야에서 새로운 자이언트 앤트가 등장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아르가 발견하는 대로 마법을 쏘았다.

       

       “쀼웃!”

       “앗, 그…. 플라즈마 캐논!”

       

       그래서 가끔 내가 반응이 좀 느려 영창을 더듬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어차피 이렇게 정신 없는 전장에서 한두 번쯤 실수한다고 해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근처에서 황실 기사단이 더없이 깔끔한 검술로 자이언트 앤트를 상대하고 있긴 했지만, 그들도 눈앞에 있는 자이언트 앤트에게 집중하고 있을 거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어긋남을 알아차리기는 힘들 것이다. 

       

       여튼, 그렇게 나와 아르는 환상의 궁합으로 마법을 퍼부으며 자이언트 앤트를 하나씩 쓰러뜨려 나갔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쀼—.”

       “쀼로스트, 아니 프로스트 레이!”

       

       ***

       

       커트 브륀은 황실 기사단원들과 함께 지형을 갖추어 민간인들이 대피할 길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자이언트 앤트가 빠져나갈 경로를 전부 차단했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민간인까지 신경 쓰면서 자이언트 앤트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황실 직속 기사단원들은 그걸 해낼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그들의 조직력은 어떤 면에서는 레키온과 데보라, 그리고 레온과 실비아가 각개전투를 펼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다른 쪽의 동향을 살필 만한 작은 여유가 있었다. 

       

       ‘용사 쪽은 말할 것도 없군. 흠잡을 데 없이 빠른 속도로 자이언트 앤트를 잡으면서도 민간인 구출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레키온이야 익히 실력을 들어 알고 있었고, 말로만 듣던 황금빛 오러를 눈앞에서 보니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궁금한 건 용병들 쪽인데.’

       

       슬쩍 최전방에서 싸우는 실비아 쪽을 바라본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술이…. 굉장히 정교하고 움직임에는 여유가 묻어 있어.’

       

       낭비되는 움직임이 하나도 없는, 적보다 최소 두 단계 이상은 위에 있어야 가능한 전투를 실비아는 펼치고 있었다. 

       

       실력자는 실력자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황실 직속 기사단의 소대장인 그는 실비아의 실력을 곧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테이머 쪽은….’

       

       얼핏 듣기로 단검과 마법을 둘 다 쓸 수 있다고 하던데….

       

       보통 이렇게 여러 가지 잡기술을 익히는 사람들은 한 우물만 판 사람보다 둘 다 뒤처지는,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뭐지? 저 다중 속성 마법들은?’

       

       커트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레온은 자이언트 앤트들을 향해 여러 가지 속성 마법을 번갈아 가면서 퍼붓고 있었다. 

       

       정확히는 화염 마법을 주로 쓰되, 다른 속성 마법을 중간 중간 끼워 넣어 사용하고 있었다.

       

       평생을 검을 사용하며 살아 와서 마법에 대해 심도 있게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저렇게 여러 가지 속성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게 말도 안 되게 어렵다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아니, 보통 마법사들은 한 가지 속성만 파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검사로 따지면 양손검, 한손검, 사슬낫, 배틀 액스, 메이스 같은 무기를 전부 비슷한 숙련도로 바꿔 가면서 쓰는 거나 다름 없는 일.

       

       ‘아니, 자세히 보니 오히려 화염 마법보다 다른 마법을 쓸 때 더 강한 것 같기도 하고…?’

       

       화염 마법을 더 많이 쓰기에 당연히 화염 마법을 주로 수련한 줄 알았는데….

       

       ‘저 정도면 화염 마법이 다른 모든 마법들 중 가장 숙련도가 떨어져서 연습을 하려고 더 많이 쓰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그간 마차에서 하품을 하고 간식을 먹으며 귀여움만 받던, 말랑콩떡 같은 와이번이 열심히 레온에게 뭔가를 브리핑해 주는 것처럼 눈을 날카롭게 뜨고 쀼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이언트 앤트 같은 강한 마물 앞에서 저렇게 용맹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정말 의외로군.’

       

       아르는 레온의 어깨에 올라탄 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짧뚱한 팔을 뻗어 다음 타깃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비록 전투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지 몰라도 저렇게 테이머와 소통하면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주는 걸 본 커트 브륀은 자신이 아르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건 전투에 임하는 태도지. 훌륭하군.’

       

       아르가 다음 공격할 곳을 가리키며 쀼 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레온의 영창이 이어졌고.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위력의 마법은 그대로 날아가 자이언트 앤트를 강타했다. 

       

       “쀼—.”

       “어엇, 그…. 어스 스매시!”

       

       …?

       

       방금 뭔가 영창보다 마법이 조금 더 일찍 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저게 가능한 건가?

       

       “케에에에!!”

       “이런. 잠시 한눈을 팔았군.”

       

       커트 브륀은 잠시 지나간 의문을 거두고, 다시 눈앞의 자이언트 앤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네마틱님의 200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Koe12님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00화 축하해 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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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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