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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 ***

         

       낭인객잔의 모두가 날 반겨 주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흑묘 소저! 초절정에 오르셨소?”

         

       “오! 눈을 드러내니 그 미모가 훨씬 사는구려!”

         

       “아무래도 그 거무튀튀한 기운을 뿜고 있을 때는 영 인상이 그랬는데…경지가 오른 것을 축하하오!”

         

       “다들, 고마워요.”

         

       그래도 경지 상승을 이루며 눈을 내놓은 흑묘에게만 집중할 줄은 몰랐지.

         

       모든 당인들이 흑묘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것을 보며 나는 유사연 앞의 자리에 앉았다.

         

       유사연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다 큰 남정네가 그렇게 골난 표정 짓지 말라고.”

         

       “남이사.”

         

       “그래, 낙양에서 돈 소문은 잘 들었어. 금의위 외부고문 호천안 씨~”

         

       “쓰읍.”

         

       외부에서야 이름 모를 어느 낭인이 금의위 외부고문이 되었다지만 낭인들 사이에서 그 소문의 주인공을 유추하는건 일도 아니었겠지.

         

       “그러게 잘좀하지 그랬어. 잘만 했으면 금의위 외부고문이 되어서 떵떵거리고 살았을 텐데.”

         

       유사연은 내가 타인에게 깨달음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유사연에게 나는 7년차 사천낭인에 불과하니까.

         

       아니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8년차인가.

         

       “겨울 내내 쥐죽은 듯이 수련이나 했나 보네.”

         

       “훗, 느껴지는가? 이몸 호천안의 기도가.”

         

       “하여간 주접은…! 무슨 칭찬을 못 해!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성장세긴 하네.”

         

       그건 그래.

         

       온갖 영약을 다 먹고 독의 어르신의 처방도 있었고 점창파의 가르침에 천여미리환영진까지 겪었다지만 고작해야 1년 사이에 이류 말미에 머무르던 내 경지는 단번에 일류의 완숙에 도달해 절정이라는 관문을 진지하게 봐야 할 수준이 되었다.

         

       “막혔던 혈이 뚫렸으니까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웃겨 정말.”

         

       말 그대로 불순물로 막혔던 혈관이 뚫렸다는 뜻이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유사연은 비유의 의미로 받아들이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사천낭인으로 복귀할 셈?”

         

       “한동안은.”

         

       사실 본래 계획은 사천성에 들려 낭인객잔과 사마염에게 인사나 하고 바로 당가로 향하려고 했는데…아무래도 랭겜, 아니 개인순위전이 눈에 밟혔다.

         

       “그러보니 개인순위전 운영회 회주라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유사연은 흑묘를 둘러싸고 있는 낭인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개인순위전이 생겨나기 전, 산적 토벌의 공헌도로만 문파의 급이 나뉘던 시기에 사천낭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지.”

         

       “음?”

         

       “그만큼 네가 생각해낸 토벌전 문파기여도가 사천성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거야. 사천낭인에게 습격 당해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을지라도 황금 문파의 무인의 위상은 변하지 않았거든. 낭인들이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게 되었달까.”

         

       “…그런가.”

         

       티어가 절대적인 기준선으로 자리잡으니 사람의 막연한 인식에 기반한 장사를 하던 사천낭인들도 깡통을 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뭐 그래서 나도 살고, 낭인들도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궁리를 거듭하다가 사마염 태수님과 함께 개인순위전을 발의하게 되고 어쩌다 공정성과 발의 공로를 인정받아서 운영회도 발족하게 되었달까?”

         

       개인순위전은 사천낭인과 유사연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을까. 아니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천성 전체가 개인순위전의 등장을 바라지 않았다면 이렇게 자리잡을 수 없었겠지.

         

       개인순위전이라.

         

       일휘청운검을 대성하면서 내 실력을 발산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 오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현재 내 실력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달까.

         

       내 표정을 본 유사연이 슬쩍 웃었다.

         

       “사천개인순위전을 얕보지 않은 게 좋을 걸? 순위전의 세계는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치열해. 대체 광물패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들을 홀리는지.”

         

       “후. 너야말로 긴장하라고. 느슨해진 개인순위전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줄 테니까.”

         

       이몸 호천안.

         

       개인순위전의 참전을 결심했다.

         

       *** ***

         

       “와…여기가 이렇게 바뀌었네요.”

         

       “그러게 말이다.”

         

       황금가의 부지는 완전히 탈바꿈 되어 있었다. 사람을 거절하던 높고 두터운 벽은 완전히 철거되었고 황금가 내부를 잇던 길과 조경수들을 최대한 살려 현대의 공원과 같이 바뀐 상황.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정식 비무대가 열 개가 넘게 모여있는 비무지대였다.

         

       아침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도 현재 여러 비무대에서 치열하게 시합이 오고 가고 있는 상황.

         

       기념비 때와는 다른 사천의 변화가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뭐랄까 하나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듯한 느낌?

         

       여러 비무대에서 펼쳐치는 비무를 구경하는 일반인. 경쟁자를 살피는 눈으로 비무대를 관찰하고 있는 무인. 같은 문파의 문인을 응원하고 있는 문파원들. 주전부리를 파는 장사꾼들과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인순위전 관계자들까지.

         

       “유독 저쪽 비무장에만 사람이 많네요.”

         

       “그러네.”

         

       다른 비무대들과 다르게 설비부터 호화로운 비무대가 있었다. 그냥 서서 구경해야 하는 다른 비무대들과 달리 좌석까지 제대로 완비된 곳.

         

       구경꾼들의 숫자도 다른 비무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 있는 상황.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니 이놈들이 왜 다 저기에 있는거야.”

         

       적지 않은 숫자의 흑립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었다. 흑묘와 시선을 교환한 뒤 곧바로 특별비무대로 다가갔다. 나는 익숙한 뒷모습의 두 사람을 발견했다.

         

       “이보게들.”

         

       “오, 자네들도 왔나.”

         

       정삼과 여진상이었다.

         

       “여기는 뭐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지? 그리고 자네들은 여기서 뭘 하는 거고?”

         

       “음….이곳은 특별비무대라네. 금은동 등급의 비무는 아무 비무대에서나 열리지만 백금등급의 비무는 이곳에서만 열리지.”

         

       “백금등급은 절정의 경지에 이른 무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일류 고수들에게는 비무만 관람해도 공부가 되기 마련일세. 자네도 몇 경기 보고 가게나.”

         

       과연.

         

       이곳에서 죽치고 있으면 절정무인간의 비무를 손쉽게 관람할 수 있다는 건가. 뭔가 한심한 건지 영리한 건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나는 비무를 하려고 온 쪽인지라…”

         

       “호, 자네도 개인전에 도전하기로 했나.”

         

       그러고보니 이 두 사람도 개인전 경험자로군.

         

       “그렇다면 저쪽 접수처로 가서 도전비를 내고 기다리면 되네.”

         

       “…도전비?”

         

       “본인보다 등급이 높은 이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도전비를 지급해야 하네. 그렇지 않다면 상대가 도전을 받아줘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두 사람의 설명은 간단했다.

         

       광물패가 없는 자들은 개인전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하고 동패를 가진 자들을 상대로 3승을 올리면 동패를 지급받는다. 마찬가지로 패를 가진 자들은 3연패를 당하면 강등당한다.

         

       “도전료를 받고 도전을 수락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방어전을 치루어야 하는 것이 규칙일세.”

         

       “그렇구만.”

         

       “어제 신년을 맞이하여 새로이 패 지급이 이루어졌으니 도전료만 내면 상대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걸세.”

         

       “음. 전적이 초기화되었으니까. 한 번 져도 상관없으니 도전료를 받으려는 녀석들이 넘쳐나겠지.”

         

       “자네는 갓 도착해서 잘 모르겠지만 요새 패 없는 무인들은 괄시의 대상일세. 빨리 동패라도 획득하러 가게나.”

         

       그렇게 두 사람에게 떠밀려 도착한 접수처에는…

         

       익숙한 중개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허허허.”

         

       “자네도 복귀했는가?”

         

       “중개인 분들이 다 어디에 가셨나 했더니…다 운영회로 이적하셨습니까.”

         

       “뭐 그렇네. 유사연 회주를 도와서 이렇게 운영회 일을 돕고 있지. 그래 자네도 개인비무전에 참여할 생각이겠지?”

         

       “그렇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익명일 테니….자네는 사천낭인 28번이 되겠구만.”

         

       “씁.”

         

       어쩐지 사천낭인 중에서 28위가 된 것 같아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내가 입맛을 다시는 이유를 알고 있는 중개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자네는 사천낭인 28번일세. 그래 곧바로 대전을 신청할 텐가?”

         

       “그러려고 합니다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일세. 지금 도전희망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판국이거든. 도전료인 은 10냥만 지급한다면 곧바로 비무를 치를 수 있을 걸세.”

         

       “비싸군요.”

         

       요새 금 백 냥 단위로 벌어들여서 그렇지 은 10냥이면 상당한 금액이다.

         

       “도전료가 들지 않는 도전도 있다네. 다만 의무방어전 대상자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말일세.”

         

       “쩝. 그렇군요. 그냥 돈 내고 도전하겠습니다.”

         

       “좋네. 현재 대기실에 도전자를 기다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 십 번 비무장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게나.”

         

       돈을 지급하고 십 번 비무장에 홀로 올라가 있자니 몇몇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내 비무장 쪽으로 이동했다.

         

       “저쪽은 동패 비무장인데…어째서 사천낭인이 올라가 있지?”

         

       “신입 사천낭인인가?”

         

       “저 흑립을 쓴 여낭인…과거에 투견 당도경과 홍죽군협 여일예와 함께 맞수를 이루었다는 그 여낭인인가?”

         

       아무래도 동패 비무장에 나타난 나와 그리고 그런 나를 지켜보는 흑묘 때문에 시선이 주목되는 것 같았다. 저쪽 특설비무장에 비하면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인원이었지만…내 비무를 관전하기 위해 사람이 모인다니 뭔가 가슴이 간질간질하네.

         

       나의 패배만을 바라는 적대적인 시선이 아니라 내 실력을 궁금해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나를 쫒고 있었다.

         

       사천성에서 흑립을 쓰고 있음에도 이런 대접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단번에 사천성의 변화가 피부로 와닿았다.

         

       아직까지 사천낭인에 대한 적대적인 시선은 남아 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사천성에서 낭인객잔에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으니까.

         

       그러나 그 시선은 점차 변화할 것이다. 사천성에서 가장 격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이곳 개인 비무장에서는 사천낭인 역시 한 사람의 무인으로 취급받고 있었으니까.

         

       사천낭인이 한 명의 무인으로 존중받는 사천성이라.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최신화]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지금 사천성에는 랭겜이라는 변혁의 바람이 분다! 그대의 광물은 무엇인가? 백금? 금?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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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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