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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죄송합니다. 저희도 잘 모르겠네요.”

        

       유하늘은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찾으려고 한다면 찾을 수는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저택 아무 곳이나 마구 쑤시고 다니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지만, 사라는 적어도 자신과 함께 지내는 세 친구는 용서해줄 테니까. 아니 그보다,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라와 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라는 이미 이런저런 곳에 부딪히고 있었으니까.

        

       “그런가?”

        

       노인은 하늘이의 말에 대답하더니,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아가씨가 사라와 아주 친하다던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다호 쪽을 흘끗 쳐다봤지만, 유하늘은 윤다호가 정말로 그런 이야기를 자기 할아버지와 화기애애하게 나눴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윤다호도, 자기에게 향하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만약 유하늘의 감이 맞는다면, 윤다호는 저 전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폭행당하고 있다. 지난번에 윤다호를 봤을 때도 소매 쪽에 살짝 나온 멍 자국을 본 적이 있었다.

        

       연민의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하늘은 윤다호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 아니, 싫어했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뒷배경이 어떻건, 과거가 어떻건, 사람을 마구 깔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인 사라를 무슨 역병 취급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저렇게 맞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서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어떤 도움의 손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이 윤다호가 얻어맞지 않는 방향은 아니긴 했지만.

        

       “예, 저는 사라와 아주 친해요.”

        

       그렇다. 친하다.

        

       그리고 더 친해지고 싶다.

        

       기왕이면, 서로에게 서로가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당연히 다른 남자가 있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이 방향에 대해서는 윤다호와 유하늘, 그리고 사라의 생각이 일치했다. 윤다호도, 사라도, 이 약혼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유하늘은 그 파혼에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 집안 문제를 해결해줄 생각은 없어도, 여기서 할 수 있는 도움은 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사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지 않은가? 사라의 하나뿐인 약혼자인데.”

        

       마치 농담이라도 던지듯, 그가 말했다. 약혼자가 하나뿐일 수 밖에 없기는 했다. 하지만 서로가 동의하지 않는 약혼은 약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 누구도 보증하지 않고, 그 어떤 제도에도 등록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유하늘이 반지를 건넬 때 사라의 손에는 어떤 반지도 없었다. 약혼이라는 게 정말로 말뿐이라는 증거였다.

        

       최나경이 사라에게 집착하던 것을 생각하면, 윤다호는 그저 ‘절대로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방패막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사라는 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약혼 관계를 파하고 싶어 한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야 할까?

        

       윤다호 쪽을 슬쩍 보았더니, 그가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자기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약혼자가 옆에서 돌보는 것은 어떻겠나? 꽤 오래 약혼 관계였으니, 슬슬 관계를 진전시킬 때도 되었지.”

        

       솔직히 둘이 정말로 결혼한다고 해도 둘의 관계가 진짜 연인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저 사람은 억지로라도 둘을 이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인 두 사람이 같은 방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뭘, 최나경 회장도 그걸 바라고 있을 텐데.”

        

       “…….”

        

       유하늘은 그를 살짝 노려보았다.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마 사라와 그 주변 관계 정도는 대략 조사한 뒤일 테니까.

        

       “최나경 회장님은, 지금 이 자리에 없는데요…….”

        

       “자리에 없다고 해서 연락이 전혀 안 될 이유도 없지.”

        

       “……네?”

        

       유하늘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옆에 서 있던 수아도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남다운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았다.

        

       “아, 오해하지는 말도록. 나도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니까. 다만 우리가 그쪽으로 연락하는 법은 없어도, 그쪽에서 우리 쪽으로 연락할 방법은 찾아보면 많아.”

        

       “하지만, 회장님은 지금 수배 중이신데…….”

        

       “잡힐 가능성이 있는데도 연락해올 정도로 급한 일이라는 뜻이겠지. 아, 물론 연락 내용은 개인정보니까 함부로 말하고 다닐 수는 없다. 경찰이 우리 쪽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

        

       말이 없어진 유하늘에게, 그 노인은 한 걸음 다가가서 허리를 살짝 숙였다.

        

       “흠.”

        

       딱딱하게 굳은 유하늘의 얼굴을 보고, 그 노인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뭐, 정 모르겠다면 어쩔 수 없다만…… 사라의 유일한 법적인 보호자는 당장은 그 여자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그 여자가 원하는 것도 따로 있고. ‘친한’친구라면,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노인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내 손자와 이 유진 그룹의 상속녀가 결혼하기를 바란다. 내가 원하는 건 딱 거기까지야. 너희들이 무엇을 원하건, 그게 ‘사라’라면 얼마든지 다시 가지고 가도 좋다. 서로가 같이 이기는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싸워야 할 이유가 없지 않냐?”

        

       “……그 연락에도 그렇게 쓰여있던가요?”

        

       “…….”

        

       유하늘의 말에,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최나경이 과연 사라를 유하늘에게 넘기라고 썼을까? 아니, 유하늘은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재산을 넘기고 사라를 받아 가겠다고 했으면 했지.

        

       “이렇게 싸우면 서로만 다치게 된다만? 아니면, 너희들도 돈을 노리고 있는 건가?”

        

       절대 아니다.

        

       다만, 이 재산은 사라의 것이었다.

        

       사라의 것이므로, 설령 포기하고 처분하더라도 사라의 의지로 해야만 했다. 남들이 멋대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안녕하십니까.”

        

       노인이 말을 이어 나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사라의 삼촌, 예인혁이 거기 서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건강은 좀 괜찮아지셨는지요.”

        

       “…….”

        

       바로 조금 전까지 유하늘을 회유하고 있던 그는, 막상 유진 그룹의 진짜 관계자가 말을 거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찬찬히, 그를 훑듯이 시선을 움직였다.

        

       “덕분에 아주 괜찮아졌소.”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그래도 손자와 손주며느리 생일파티에 올 정도는 되었지.”

        

       “이것 참, 제 조카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아직 결혼한 사이는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서로 약혼한 사이니까.”

        

       “하지만 약혼은 결혼이 아니지요. 요즘 시대의 아이들은 금방금방 생각이 바뀌니까요. 혹시라도 20대가 되면 또 생각이 바뀔지 모를 일이 아닙니까?”

        

       “그렇기에 우리 어른들이 최고의 상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어르신.”

        

       예인혁이 허리를 살짝 숙였다.

        

       노인의 얼굴 쪽으로 자기 얼굴을 가지고 간 그는,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윤다호라는 아이는 저희 사라에게 최고의 상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서로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 보이는데요.”

        

       “…….”

        

       “여기가 유진 그룹 상속녀의 생일파티 중인 곳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회장님께도, 저 약혼자라고 주장하는 아이에게도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노인과 말싸움을 하는 와중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주변이 완전히 침묵으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특히,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지 않은 어른들이 그랬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 어른들은, 그 자체로도 이미 어떤 소속감이 보이는 듯했다. 입고 있는 옷의 색깔도, 모양도 모두 다른데도.

        

       “어르신께서 최나경 회장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그저 만만하게만 보고 계셨다면, 그거야말로 큰 오산입니다. 호명 그룹과 유진 그룹이 정말로 정면으로 붙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그랬다간 서로 큰 피해를 볼 텐데.”

        

       “‘서로’라고 하셨습니까? 제 생각은 크게 다릅니다.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한쪽 뿐일 겁니다. 다른 한쪽은 피해를 집계할 인력 하나 남지 않을 테니까.”

        

       “…….”

        

       노인은 한동안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 참, 내가 실례했군. 손주며느리의 몸이 아프다면 당연히 쉬어야겠지. 내가 괜한 억지를 부렸구려. 이해해주시게. 나이를 먹으면 고집이 옹고집이 되는 법이라.”

        

       “아닙니다, 회장님. 그럴 수도 있죠.”

        

       두 사람은 웃으면서 그렇게 대화를 끝마쳤다.

        

       하지만 둘 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유하늘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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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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