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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종선.”

       

       외부에서 온 여인이 저물어 사라진 후에 검선은 오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에는 자그마한 친근함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다그침일 뿐.

       

       종선도 그를 알았기에 평소마냥 웃어넘기지 않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선계문이 부서졌네.”

       “그렇지.”

       “가볍게 웃어넘길 일이 아닐세. 우리에게 이 문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지 않나.”

       

       선계문이라는 것은 단순히 선계로 향하는 문이 아니다.

       

       이 곳은 등선을 상징하는 곳.

       

       신선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평생을 거쳐 열기를 바라는 동경의 장소이자 하늘과 땅의 경계를 가르는 기점이 되는 장소인 것이다.

       

       그런 곳이 외인의 손에 박살났다.

       

       이 사태는 신선의 위엄이 위협받은 사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알지.”

       

       종선이 아무리 행색이 가벼운 이라 하여도 가장 오래된 신선 중의 한 명이다.

       

       신선계의 문이 지니는 의미를 어찌 모르겠는가.

       

       “그럼 왜.”

       “이보게. 검선. 애초에 여인이 문에 접근하는 걸 허한 건 자네이지 않나.”

       “설마 그 자가 그런 상식 밖의 행동을 할 줄은 몰랐지!”

       

       이는 검선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었다.

       

       검선이 생각하는 여인은 일정한 경지에 오른 이였다.

       

       무의 지혜를 가진 이가 그런 미치광이 같은 선택을 할 거라 검선이 어찌 예상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죄가 없다고?”

       “…본인의 죄과가 있음은 인정한다.”

       

       물론 검선은 자신의 죄가 어느 정도 섞여 있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어쨌건 여인이 선계문에 손을 댈 수 있었던 건 검선이 허락했기 때문이었으니까.

       

       “허나 그렇다 하여 여인의 죄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나.”

       

       검선이 나지막히 말을 하자 종선이 웃음을 지었다.

       

       “농일세. 딱히 자네를 질책하려는 게 아니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되물음을 들은 종선이 파초선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말을 잇는다.

       

       “검선. 생각해보게. 방금 그 미치광이 같은 여인에게 우리가 죄과를 물을 수 있겠는가?”

       “…”

       “하나하나 짚어보자고. 그녀는 검선 자네를 이길 정도로 고강한 실력을 지닌 무인이야. 거기에 더해 외부의 사람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육탄 공세를 가할 수 있지.”

       “그래.”

       “검선. 검선. 이 친구야. 우리가 그녀를 막을 수 있겠나? 당장에 그녀가 선계의 문을 넘어 계단을 걸어 선계로 쳐들어 왔을 적에 그녀를 막는 게 가능하냐는 이야기다.”

       

       검선은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죽음을 모르고서 계속해 달려드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한 순간에 말문이 막혀버렸으니까.

       

       불가능하다.

       

       신선들이 아무리 힘을 합쳐 그녀를 막아낸다 하여도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무너지리라.

       

       선계가.

       

       한 사람의 손에 의하여.

       

       더욱이 무서운 것은 지금 여인이 완전히 힘을 회복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그녀가 경지에 걸맞는 육신을 되찾는다면 어찌될까.

       

       지금도 절망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거늘 그 날이 온다면.

       

       “손익계산일세. 선계의 멸망보다야 예외 사례 하나가 생기는 게 낫지.”

       “재앙이 따로 없군.”

       

       인간의 육신에서 초월을 한 신선조차도 막을 수 없는 악몽이라니.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야. 재앙일지언정 말이 통하는 재앙이지 않나.”

       

       종선의 키득거리는 웃음에 검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통한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니.

       

       경지에 이르고 나서 이토록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가.

       

       아직도 본인은 약하군.

       

       너무도 약해.

       

       “그리고 말일세. 내가 처음에 한 말이 마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네.”

       “처음에 한 소리라니.”

       “여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 했던 것 말일세.”

       

       종선은 고개를 돌려서는 한쪽 문짝이 날아가버린 선계문을 쳐다보았다.

       

       “선계문은 부수고 싶다 하여 부술 수 있는 문이 아니지 않나. 이게 부서졌다는 것은 하늘이 그녀에게 자격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무슨 헛소리를. 단순히 그 자가 하늘조차 감당하지 못했을 정도로 포악했을 뿐이다.”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일이잖나.”

       

       검선이 투덜거리는 것을 들은 종선은 자신의 뱃살을 흔들며 거세게 웃었다.

       

       *

       

       [화령 기습 뱅온!]

       

       ㄱㄱ

       

       – 오늘 머리 아파서 쉬러 간다 안했음?

       └ 바루랑 힐링하러 간 거겠지.

       └ 부럽다. 나도 바루 같은 여우 키우고 싶어.

       

       [아닠ㅋㅋㅋㅋㅋ]

       

       도술 수련을 위해서 선계에 간다니. 이게 맞아? 발상이 너무 비범하잖아.

       

       – 누군가에겐 평생 똥꼬쇼를 해 도달하는 곳이 화령님에겐 놀이터일 뿐이군요.

       – 근데 화룡무인 유저 중에 선계 간 사람 있음?

       └ ㅁ?ㄹ

       └ 공식적으론 없음.

        └ 근데 화령이 간다고?

       └ 그 사람한테 상식을 바라지마.

       

       

       [화령님 결국 마법 유기한 거구나]

       

       노보정 마법사가 개같은 캐릭터긴 해.

       

       그거 배우느라 머리 싸맬 바에야 귀여운 바루한테 도술 배우는 게 낫지 ㄹㅇ.

       

       – 마법사 튜토 마법(물리)로 해결할 때부터 정해진 결말이었음.

        – 솔직히 그거 사람 할 게 못됨.

       – 변태들만 하는 캐릭터잖아.

       └ 아닙니다. 보정없이 마법을 다룬다는 건 자신의 손으로 기적을 창조하는…

       └ 전마협 검거

       └ 너무 티 나는 거 아냐?

       

       [검선이 왜 저깄음?]

       

       요새 대나무 숲에서 안 보인다 했더니 도망친 거였음?

       

       – 유저들이 얼마나 귀찮았으면ㅋㅋㅋ

       – 죽어도 다시 찾아가는 데 징그럽지 않았을까.

       – 결국 검선의 제자가 된 사람은 없는 건가.

       

       [리매치다! 리매치!]

       

       천마 VS 검선. 화령 방송에서 시작됩니다!

       

       – 와. 씨. 바로 보러간다.

       – 지난번에도 개 쩔었는데. 이번엔 어떨까.

       – 이번에도 검선이 이기겠지?

       └ 모르지. 화령도 경지 많이 올랐잖아.

       └ 아직 절정도 아닌데 검선이랑 대결이 됨?

       └ 팩트) 튜토 때도 막상막하로 싸웠다.

       └ 그건…

       

       [와…]

       

       진짜 어지간한 아피스 프로급 경기보다 쩌는데?

       

       눈호강 오진다 진짜.

       

       – 너무 수준이 높아서 걍 입 벌리고 있음. 암 것도 이해 안 됨ㅋㅋㅋ

        └ 저거 이해하려면 한서우라도 데려와야 할 걸.

       – 나중에 마이튜버들이 이 싸움 해설해 주겠지?

        └ 당연히 하지. 조회수 치트키 두 개가 모였는데.

        └ 근데 렉카 중에 이거 제대로 해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음?

       └ 있겠냐. 개소리가 절반일걸?

       └ 화령이 직접 해설해 주면 좋겠다.

        └ ㄹㅇ. 지난 번에 해설할 때보면 말도 잘하던데.

       └ 화령님 마이튜브 언제 여시냐!

       

       [천마펀치!]

       

       헤이러들이 화령님을 의심했지만 화령님은 자신의 실력으로 증명하셨죠?

       

       – 역배충 오열.

       └ 검선이 이기는 게 역배일 줄이야.

       └ 검선의 영압이?…

       – 저 사람 왜 인방하는 거야. 프로 데뷔하면 연봉만 수백억 받을 텐데.

       └ 부르는 게 돈이지. 데려가면 우승인데.

        └ 긴장감없어서 노잼이긴 할 듯?

       

       [하지만 열었죠?]

       

       어쨌든 길이 생겼으니까 연 거죠?

       

       – 세상 사람들은 저걸 부쉈다. 라고 말하기로 했어요.

       – 검선 당황한 거봐 ㅋㅋㅋㅋ

       – 고선인가 하는 애는 충격 받아서 기절했네.

       – 신선 앞에서 선계문을 부수는 게 말이 되나 ㅋㅋ

       – 이 사람은 진짜 장작의 신이야.

       

       [그래서 이제 선계 가는 겨?]

       

       *

       

       죽음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니 신선거의 아래로 돌아와 있었다.

       

       이야기도 잘 풀렸으니 이제 바루를 데리고서 신선계로 가면 되겠구나.

       

       일어나서 가벼이 기지개를 켜던 중 문득 지금이 방송 중이었음을 잊었단 걸 깨달았다.

       

       방금 전 검선과의 싸움에 집중을 하느라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구나.

       

       채팅이야 저들끼리 노는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후원에 대답 정도는 해줬어야 했는데.

       

       그리 생각을 하며 채팅을 켜니 난장판이 펼쳐져 있었다.

       

       – 천마펀치!천마펀치!천마펀치!

       – 검선뿌셔!선계문뿌셔!선계뿌셔!

       – 고선이 기절하고 검선이 경악하고 하늘이 놀란 어쩌구 저쩌구.

       – 어라? 내 기억이?

       – 역배충 OUT!역배충 OUT!역배충 OUT!

       

       그래. 이럴 것 같더라니.

       

       그나저나 왜 배팅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가.

       

       본인은 배팅을 열 틈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거늘.

       

       <제가 열었어요.>

       “무어냐. 엔리. 방송을 보고 있었던 게냐?”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이를 보고 있는 것이냐.

       

       바르고 착한 아이라면 잘 시간이거늘.

       

       <또 자라면서 방송 끄기만 해봐요!>

       “안 한다.”

       

       지난번에 그렇게 곤욕을 치르고 또 다시 그럴 것 같으냐.

       

       그 땐 그저 혼자 사색을 즐기고 싶어 그랬을 뿐이다.

       

       지금은 그대들에게 선계구경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왜 방송을 끄겠는가.

       

       엔리에게 대충 대꾸를 하면서 내가 검선과 싸울 동안 날아든 후원을 확인했다.

       

       더럽게 많군. 저걸 다 읽기만 해도 한 세월이 지나가겠어.

       

       “일단 후원을 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마. 지금 이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방송이 끝날 즈음에 다같이 말하마.”

       

       내가 이리 말하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 대답이 돌아왔으나 이는 성의의 문제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후원금이 얼마나 쌓였을까.

       

       따로 확인한 적은 없다만 꽤나 모였을 것 같은데.

       

       나는 그러한 의문을 대충 넘기고서 다시금 바루를 불렀다.

       

       그러자 내 앞에 볼을 잔뜩 부풀린 여우 귀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굳이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서 팔짱을 끼고서 화가 난 채를 하는 걸 보니 내게 항의를 하는 가 보구나.

       

       갑작스레 자신을 돌려보낸 게 불만스러웠던 모양이지.

       

       “바루야.”

       “무어냐. 방해만 되는 짐덩이에게 할 말이 있느냐?”

       

       삐졌군.

       

       그것도 단단히 삐졌어.

       

       “다 그대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이해해다오.”

       “내 이해가 필요한가?”

       “그으. 그러니까.”

       

       다른 이의 기분이 상한 걸 달래기란 여전히 고된 일이구나.

       

       본인은 이런 것을 신경 써 본 역사가 없으니 말이다.

       

       어찌하면 바루의 기분을 풀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자니 바루가 피식하고서 웃음을 터트렸다.

       

       “농이다. 내 어찌 그를 모르겠느냐.”

       “…이 놈이.”

       “그대가 본인을 곤란케 한 일이 그리 많은데 본인도 그대를 곤란케 해봐야 하지 않겠나.”

       

       감히 본인을 놀리려 들었다는 것이 괘씸하여 그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저어 주었으면 바루는 그저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내 후일 이 굴욕을 반드시 갚고야 말겠다.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이겼느냐?”

       “그래. 이겼다. 또한 종선이라는 자에게 선계로 가는 것의 허락도 맡았다.”

       “정말이더냐?!”

       

       바루의 눈빛이 반짝 거린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선계를 한 번쯤 구경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빨리 가자꾸나! 선계라니! 본인이 그 곳에 갈 일이 생길 줄이야!”

       

       그녀는 꼬리를 파닥파닥 거리며 내 쪽으로 뛰어와서는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렸다.

       

       나는 바루를 끌어안고는 허공을 밟아 선계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방금 전처럼 도술로 된 결계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서자 여전히 돌산 위에 머무르고 있는 신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선을 우상시하는 바루이니 그들을 보고서 놀랄 것이라 생각했다만 바루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 민가야.”

       “왜 그러는 것이냐.”

       “저 문이 왜 부서져 있는 게냐?”

       “본인이 부수었다. 감히 본인을 가로 막기에 주제를 알려 주었지.”

       

       내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바루는 툭하고 바닥에 내려와서는 내 앞에 서더니 지팡이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무슨 미친 짓을 저지른 게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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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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