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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3

       그렇게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의 합병은 곰 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마지막 승부의 내용을 듣고, 쑥떡과 명이나물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며 호랑이 부족 쪽에서 반발이 일어나긴 했지만, 어쩌겠어.

       

       이미 끝난 승부고, 본인들도 납득했는걸.

       

       불만을 말한들,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이제야 마무리 된 일을 다시 되집으려 든다고 반발이 일어날 정도였으니.

       

       오죽하면 호랑이 부족 안에서도 다 끝난 일에 계속 투덜거린다고 불평이 쏟아졌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환은 약속대로 나와 동행하게 되었다.

       

       

       “내가, 동행…?”

       

       “그래.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좋은 시선은 받지 못할 것 같은데. 나와 같이 가지 않겠느냐?”

       

       

       나의 말에 환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호랑이 부족의 족장이 한껏 미간을 구긴 채 서 있었고.

       

       

       “나처럼, 인간이 덜 된 것을 필요로 한다는거야?”

       

       

       인간이 덜 되었다라. 피부를 드러내지 않고 털로 뒤덮힌 수인은 그런 취급인건가.

       

       조금 짐승적인 요소가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수인이라는 점은 같을텐데.

       

       외모에서 일어나는 차별은 어쩔 수 없는걸까.

       

       

       “내가 따로 하려는 것이 있어서, 재능이 있는 이들을 모으고 있단다. 마침 너도 이 곳에 있기 힘들어졌으니…. 같이 가지 않겠느냐?”

       

       “나는….”

       

       

       환은 미련이 남은 눈빛으로 호랑이 부족의 족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었는데.”

       

       “아버지라…. 족장을 말하는건가.”

       

       “응…. 일단은, 족장의 딸이었으니까.”

       

       

       나는 아직도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있는 호랑이 부족의 족장을 바라보았다.

       

       딸에게 근심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게 저 작자였구만.

       

       

       “따라 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아버지가 보내주실까?”

       

       “그건 아무런 문제 없단다. 이미 다 이야기가 끝난 상태이니까.”

       

       “이야기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승부에서 진 쪽을 나와 동행시키는 대신, 승자는 원하는 축복을 받기로 했지.”

       

       

       내 말에 환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결국…. 나는 딸 취급을 받지 못하는구나….”

       

       

       고마를 차기 부족장이라고 말했던 곰 부족의 족장과는 달리, 호랑이 부족의 족장은 환을 보고 싸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자식이라 여기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적어도 저 자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나를 따라 오는 쪽이 좀 더 좋을 듯 한데. 어떻느냐?”

       

       

       환은 내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가 필요한거야?”

       

       “그래. 능력이 있는 이들을 모으고 있으니까. 너 정도면 합격이지.”

       

       

       육체적으로 강한 수인들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편이기도 하고. 그 힘을 멋대로 날뛰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조금만 가다듬어서 몸을 움직이는 법을 정리해준다면, 더욱 강해질 것 같고.

       

       호랑이의 힘을 가진 격투가라. 솔직히, 이런건 못참거든.

       

       

       “좋아. 알겠어. 당신을 따라가겠어. 그 길의 끝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기를 바랄게.”

       

       “그래. 잘 생각 했다.”

       

       

       나는 크게 웃으며 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이 아이도, 자신을 근심이라 여기는 부모 밑에 있는 것보다는…. 나와 함께 가는 편이 좋을테니까.

       

       

       “그러면 또 한명의 동행자가 생겼구나. 아스테리오스.”

       

       “응. 기뻐.”

       

       

       덩치 크고 순박한 얼굴의 아스테리오스는 활짝 웃으며 말했고, 그런 아스테리오스의 모습에 환 역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그렇게 환을 설득해서 동행시켰으니….

       

       

       “그러면, 약속한 축복만 내려주면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환. 너도 출발할 준비를 해두거라.”

       

       

       내 말에 환은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는걸. 내 소유의 물건 같은 것도 거의 없고.”

       

       

       한 부족에서 가장 강한 자라면, 그에 걸맞는 가치가 있을 것인데.

       

       그저 생긴 것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정도로 무시받고 차별받는 것인가.

       

       조금은…. 씁쓸하구만.

       

       

       – – – – – – – – – – – – – – – – – – – –

       

       

       “그래서, 어떤 축복을 내려주길 바라지?”

       

       

       나는 떠날 준비를 끝마친 후, 곰 부족의 족장에게 물었고, 곰 부족의 족장은 굳게 결심한 얼굴로 말했다.

       

       

       “그 축복 말입니다만…. 저희들이 아니라 저희들의 후손에게 전해지게 할 수 있습니까?”

       

       “너희들의 후손에게?”

       

       “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 같더군요.”

       

       

       호오. 이것보게. 당장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축복 대신, 미래의 후손들에게 축복을 전하겠다는 말인가.

       

       제법…. 머리를 썼구만.

       

       

       “재밌구만. 그래, 후손들에게 어떤 축복이 내려지길 원하지?”

       

       

       물론, 불로불사라거나, 신과 같은 힘을 바란다거나 한다면 화낼거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곰 부족의 족장은 근처에 있던 고마를 데려온 후 말했다.

       

       

       “앞으로 고마가 다스릴 부족의 후손들이 언제까지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아버지?”

       

       

       갑자기 끌려온 고마는 영문도 모른채 대화에 말려들었지만, 나도, 족장도 그런 고마를 신경쓰지 않았다.

       

       

       “행복?”

       

       “네. 행복을 바랍니다.”

       

       

       행복이라. 음. 흐음. 흐으으음.

       

       행복하다의 기준은 제각각 다른 법인데, 이런 축복을 빌다니. 굉장히 까다롭구만.

       

       그렇다면, 축복이 적용되는 방식을 조금 바꿔야겠지.

       

       

       “까다로운 소원이니, 그 축복의 방식을 약간 바꾸도록 하지.”

       

       “네? 지금 무슨 대화를 하고계신건데요?”

       

       “너의 후손에게 큰 선물을 하려는 것이니 잠자코 있거라.”

       

       

       영문도 모른채 혼이 나는 고마를 외면하며, 나는 마을 뒤에 우뚝 솟아올라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았다.

       

       그 안에서 생겨나고 있는 자그마한 신성까지도.

       

       

       “저 나무. 너희들에게는 신의 나무라 여겨지는 나무. 저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행복해지는 축복을 내려주도록 하마.”

       

       

       저 작은 신성에게 힘을 빌려줘서,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이들이 행복해지도록 해준다면 충분하겠지.

       

       정신적인 결속 같은 것으로 나무 그늘에서 멀어지더라도 행복해지도록 하는 방안도 잠깐 생각했지만, 상위의 존재와 정신적으로 결속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을 것 같고. 또 너무 광범위해지는 축복은 곤란할 것 같고.

       

       그러니, 그늘 아래에 있는 이들이 행복해지는 축복 정도로만 마무리 해야지.

       

       

       “예. 그정도면 충분합니다.”

       

       

       저 나무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인구가 엄청나게 많아지지 않는 한, 그늘의 넓이는 충분할테니까.

       

       그러니까.

       

       

       “저 나무의 그늘 아래에 있는 너희들의 후손은 행복해질 것이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게 될 것이며, 옳은 일을 마땅히 행할 것이니, 그러한 행동을 져버린 이에게는 축복이 떠나갈 것이다.”

       

       

       나는 마력을 나무 속에 스며들게 하였고, 아직 자아를 가지지 못한 어린 신성의 내면에 나의 뜻이 깃들었다.

       

       그늘 아래에 들어온 이들 중, 이 부족의 후손이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이들은 행복해지기를.

       

       뭐, 솔직히 후손이라는 제한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 나무를 두고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행복이라는 모호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제한을 둬야지. 아무나 그늘 아래에 들어오는 것으로 행복해진다면 마약 같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아냐?

       

       나의 마력이 깃든 어린 신성은 조용히 눈을 떴고, 작게 기지개를 펴는 것과 동시에 그 힘을 나뭇가지 하나 하나, 나뭇잎 하나 하나를 통해 뿜어내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부족의 이들의 얼굴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번져나간다.

       

       

       “그러니 너희들은 후손들을 잘 가르치도록 하거라. 언제나 서로를 돕고, 옳은 일을 행하며 살아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에서 오신 손님이시여.”

       

       

       곰 부족의 족장은 입가에 맺힌 미소를 감추지 않은 채,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고, 영문도 모른 고마 역시 그런 족장을 따라 인사를 하였으니.

       

       자. 그러면 여기에서 할 일은 끝난 것 같으니까…. 슬슬 출발하도록 할까.

       

       나는 굽힌 허리를 펼치지 않는 두 곰 수인들을 뒤로 한 채, 아스테리오스와 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디보자. 다음은 어디로 가는게 좋으려나?

       

       

       – – – – – – – – – – – – – – – – – – – –

       

       

       신단수 주변 부지의 독점. 이걸로 괜찮은 것인가?

       

       

       먼 옛날, 우리 민족의 시초가 된 천손의 축복으로 인하여 민족의 피를 이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신단수의 그늘 아래에서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왕이 펼친 정책으로 인해 신단수 인근의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었으며, 이로인해 한평의 땅을 구매하기 위해 너도 나도 많은 돈을 들고 신단수 주변으로 몰려들었으니.

       

       이러한 모습이 우리에게 신단수를 내려준 천손께서 바라신 모습이었을까?

       

       

       아니다! 천손께서는 결코 이러한 행동을 바라지 않으셨을 것이다!

       

       

       천손께서는 신단수를 심으시며, 언제나 서로 돕고 옳은 일을 하는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하셨으나, 지금 이러한 광경이 천손께서 바라시는 광경이겠는가?!

       

       만약 천손께서 이런 추태를 보신다면 크게 경을 치시며 신단수를 거두어 가실 것이니!

       

       우리는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천손의 뜻에 따라 스스로의 품성을 가다듬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 신단수 주변에 뿌려졌던 전단지.

           배포자에 대해서는 추적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탈Solid님 5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신단수 그늘 아래에 있음 (+10)

    사실상 합법 마약이 아닌지?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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