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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3

        

       오늘 업무를 조금 일찍 끝냈다.

         

       이유라고 한다면 조이와 잠시 얘기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곧 조이가 성년이 된다면 결혼해야 할 텐데 누구와 결혼 하고 싶은지 의사를 물어볼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게 조이의 방으로 향해 걸어간다.

         

       -똑똑.

         

       -누구세요?

         

       방안에서 조이의 목소리가 들려 내가 답한다.

         

       “처제 안에 있어?”

         

       -아? 형부? 잠깐만요.

         

       방안에서 부산스러운 소리와 함께.

         

       -딸깍.

         

       놀란 표정의 조이가 문을 열며 말한다.

         

       “형부 어쩐 일이에요?”

         

       “응, 할 얘기가 있어서. 안에서 얘기 좀 해도 될까?”

         

       내 말에 조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뭐랄까. 처제의 방은 들어온 적이 별로 없지만 테오도라의 방과 비슷하게 보인다.

         

       “형부, 마실 거 필요해요?”

         

       “아냐 밤인데. 일찍 자야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소파에 앉자 조이가 맞은편에 앉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형부. 무슨 일 있어요?”

         

       내가 고개를 저으며 살며시 미소 짓는다.

         

       “무슨 일은 하하. 그냥 요즘 처제 얼굴 보기도 힘들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서 와봤어.”

         

       겸사겸사 결혼 상대에 대해서 넌지시 물어봐야 하니까.

         

       어차피 나는 처제가 원하는 결혼이 아니면 막을 생각이다.

         

       나만 해도 지금 악처인 테오도라를 만나 고생하고 있지 않나?

         

       사랑으로 결혼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나는 조이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바란다.

         

       그렇게 조이와 얘기가 시작되며 최근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듣는다.

         

       루키우스한테 붙잡혀 공부하고 있다는 얘기와 가끔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는 얘기.

         

       이럴 거면 차라리 아카데미에 다니는 게 좋지 않냐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형부, 저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갇혀 지내야 해요?”

         

       그녀의 말에 내가 머뭇거린다.

         

       당장 조이를 납치할 계획을 세운 집단은 마족 숭배자 정도.

         

       그들은 마기를 다룰 줄 알아서 일반 호위병으로 막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참아 줄래?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곧 그들과 승부수를 띄울 거니까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히잉… 황궁 안에만 있으면 지겨운데.”

         

       입술이 삐쭉 나온 귀여운 처제의 얼굴을 보니 내가 미소 지어진다.

         

       “대신에 가끔 밖에 나가는 건 허락해 줄게.”

         

       너무 황궁에서만 있으면 답답할 거 같긴 하다.

         

       이전에는 메리가 조이를 대리고 황궁 밖으로 나간 적이 있지만 메리 임신하여 대공국으로 돌아갔으니까.

         

       그러고 보니 조카가 태어나면 슬슬 상속 포기 선언해야 하겠네.

         

       조카가 생겼고 아그리파가 라이언 가문에 들어온 지도 1년이 넘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조이의 입술이 튀어나왔다.

         

       “치…”

         

       시무룩해지는 조이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처제는 남자친구나 썸남 같은 것도 없나?

         

       아마 없을 거 같긴 한데. 혹시나 해서 말을 넌지시 꺼내본다.

         

       “크흠… 처제 내가 처제를 보자고 한 거는 말이야. 이제 곧 생일이잖아?”

         

       내 말에 시무룩한 목소리로 조이가 대답한다.

         

       “네에… 그런데요?”

         

       “그… 요즘 내가 구혼자들이 많아서 말이야.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내 말에 조이가 고개를 들어서 눈을 껌뻑껌뻑 뜨며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당황한 기색의 목소리로 말한다.

         

       “구… 구혼자요? 좋아하는 사람이요?”

         

       자기가 곧 결혼할 나이가 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는지 크게 눈에 띄는 목소리로 당황하는 조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저희 언니나 메리 언니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할래요…”

         

       그녀의 말에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흐음…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어. 처제 결혼은 처제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길 바라니까.”

         

       내 말에 조이가 조금 감동한 표정을 짓는다.

         

       “형부 정말요?”

         

       “응. 예전에 장인어른께서도 처제랑 테오도라한테 약속했다며? 정략결혼은 안 해도 된다고.”

         

       테오도라야 내 생존과 제국을 위해 강제로 결혼한 거에 가깝지만 조이는 그럴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정국이 불안정하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형부 고마워요!”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는 조이를 보며 말한다.

         

       “근데. 너무 늦게까지 결혼을 안 하면 그때는 장모님이 직접 사윗감을 데려올지도 모르니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조이가 노처녀가 된다면 아마 장모님이 사윗감을 손수 구해오실 거라 확신한다.

         

       그러면 내가 장모님을 막을 방법이 없다.

         

       애초에 조이가 속한 아우구스투스 가문의 어른이며 나의 장모이시며 황태후이시니.

         

       사윗감에 대한 권한은 일차적으로 장모님이 가지고 계신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이가 헤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알죠! 알고 있어요. 헤헤…”

         

       잘 알고 있는 게 맞겠지?

         

       어쨌든 처제가 저리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

         

         

         

       화창한 아침.

         

       가족들과 단란한 식사를 끝낸 에우리디케, 그녀는 제국의 황태후이다.

         

       -똑똑!

         

       “무슨 일이냐?”

         

       -황태후 마마… 조이 황녀님께 보내온 구혼 편지들이 도착했습니다.

         

       시종장의 말에 그녀는 이마가 지끈거린다.

         

       벌써 수백 장이나 되는 편지를 답을 하다가 팔이 빠질 거 같은 에우리디케.

         

       그 모든 게 그녀의 딸이 아름답고 현 황제가 애지중지하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일 것이다.

         

       “우선 가져오너라.”

         

       이내 시종장과 시녀들이 들고 온 여러 개의 상자를 보며 벌써 골치가 아파진다.

         

       “어쩜… 날이 갈수록 왜 이리 점점 느는지.”

         

       성년식에 가까워질수록 조이에게 구혼을 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답장해야 하는 에우리디케는 절망을 느낀다.

         

       만약 에우리디케 그녀가 데비앙처럼 요령이 있었다면 일일이 편지를 쓰지 않고 하녀들에게 쓰라고 하겠지만…

         

       귀족 예법상 가문의 정식 제의에 대한 답은 손으로 쓰는 것이 예의이기에 그녀가 한 장 한 장 편지를 쓰고 있는 처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에우리디케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다 황녀님이 아름답고 마음씨가 곱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시종장이 마치 자신이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말하는 걸 보며 에우리디케는 이마에 주름이 생길 거 같다.

         

       ‘복잡한 정치 상황을 모르기에 저리 생각하는 것이겠지.’

         

       딸아이가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과거의 에우리디케는 기뻤지만 지금은 단순히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조이의 결혼이라니.”

         

       저들 중에 에렌 왕국이나 사르데냐 왕국의 다음 왕의 구혼장도 포함되어 있다.

         

       즉… 조이가 어느 가문의 남자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제국의 판도가 뒤흔들릴지도 모른다.

         

       막말로 요아네스만 해도 조이와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려 하지 않았나?

         

       ‘지금이야 데비앙이 정국을 꽉 잡고 있으니. 당장은 아니겠지만 분명 현 체제에 불만이 있는 귀족들은 조이를 노릴 가능성이 높은 테지.’

         

       이미 테오도라가 정치적 피해자가 된 모습을 봤던 황태후로서 조이까지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

         

       어느 누가 자식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끌려다니는 걸 바라겠나?

         

       지극히 당연한 에우리디케지만 그녀로서는 간단하지 않다.

         

       ‘우선 조이는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까.’

         

       비밀리에 루키우스과 썸 아닌 썸을 타는 조이이지만 신분의 차이를 알기에 아직 그 어떤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말한 적이 없으니, 조이의 어머니라고 해도 조이의 사정을 알 길이 없다.

         

       ‘대귀족이랑 결혼을 시키는 거보단 세력이 어느 정도 한미한 가문이 더 좋을 거 같은데?’

         

       너무 잘나가는 귀족과 결혼시켰다가 테오도라와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고민하는 에우리디케.

         

       물론 그녀 자신도 대귀족 출신이지만 선황제와 그녀가 결혼할 때는 선황제의 권력이 든든했다.

         

       그렇기에 그 막 나가는 발로랑 조차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조이가 궁핍하게 사는 걸 원치 않는 에우리디케는 하급 귀족은 조금 힘들다는 생각 한다.

         

       남작이나 자작 따위의 귀족과 결혼하면 사교계에서 조이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테니까.

         

       이곳 세계에서는 여자는 남편의 신분을 따라간다.

         

       아무리 출신이 황가라고 해도 남작과 결혼하면 남작 부인이 될 뿐.

         

       거기다가 너무 낮은 귀족이면 황위 계승권까지 뺏기니 뼈대 있는 가문의 최소 백작 작위를 갖고 있는 곳으로 시집을 가야 한다.

         

       “하아… 원래 이런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데.”

         

       어미로서 자식의 결혼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재며 복잡한 현재 상황이 에우리디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테라와 나중에 의논을 해봐야겠지?”

         

       물론 테오도라는 현재 세력 확장을 위해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여동생의 결혼에 관심이 없을 리 없다고 에우리디케는 생각한다.

         

       ‘어쨌든 답은 해야 하겠지?’

         

       에우리디케는 오늘도 팔이 빠질 거로는 생각하며 시종장에게 명령을 내린다.

         

       “시종장 답장을 하게 내 책상 옆에 편지들을 놔주게.”

         

         

         

       ***

         

         

         

       아몬은 로만에 돌아오고 나서 달라진 분위기를 미약하게나마 느낀다.

         

       이전과 다르게 뭐랄까? 분위기가 좋다고 해야 하나?

         

       ‘쳇. 머저리 자식들.’

         

       그 모습에 아몬은 불평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를 곯는 사람들이 제국 곳곳에 퍼져있었다.

         

       특히나 지방은 굶어 죽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제국 곳곳에 풍차와 농지 개척을 시작하며 서서히 배를 곯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 신에 대한 불만.

         

       그게 많을수록 마족 숭배자들의 힘은 강해진다.

         

       굶어 죽는 사람들에게 빵을 주고 챙겨주어 그들을 충실한 마족 숭배자로 이끌 수 있으니까.

         

       이번에 계획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대한 불만.

         

       그중에서 대공이 집권 초기에는 많은 제국민이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서서히 그 불만은 꺼져가기 시작한다.

         

       그 이유가 제국에서 운용하는 기금들 때문이라는 걸 잘 아는 아몬은 데비앙을 생각하면 짜증이 솟구친다.

         

       발로랑을 죽여 거의 다 된 계획을 뒤엎었고, 데비앙에 대한 불만을 이끌고 제국을 뒤엎으려고 했었지만, 그 모든 게 실패했으니까.

         

       “애초에 발로랑이 죽지만 않았어도… 자식한테 죽은 병신같은 새끼.”

         

       그렇게 작게 속삭이며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후원 해주신 분 너무 감사드려요!

    다들 사랑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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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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