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3

        

       통신 상태가 좋지 않은지 간헐적으로 끊기는 영상 속에서 사범은 말했다.

         

       [ 히라모토 미치시게 당주님. ]

         

       분명한 예의를 갖춰서,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묻어나오는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 마지막으로 뵌 것이 작년의 모임이었던가요. ]

         

       사범의 말투에서는 혼란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얼핏 적의로도 보였고, 자조 섞인 말로도 느껴졌으며, 자기 행동에 대한 의문이 섞인 것이기도 했다.

         

       [ 이런 일로 뵙게 되어서 참으로 유감입니다. ]

       “자, 자네가 여긴 왜…?”

         

       미치시게는 갑자기 왜 검사가 자신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를 걸어서 자신에게 보여주는지, 그리고 그 영상통화 안에서 왜 사범의 얼굴이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범은 말을 꺼내기가 힘든지 입술을 달싹거리기만을 반복하다가 깊은 한숨을 후- 하고 내쉬곤 천천히 말했다.

         

       [ 당주님. 혹시 말입니다. ]

         

       그는 이것을 말해도 되나 싶은 마음과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으나, 이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곤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 혹시 마나를 얻기 위해서, 이상한 짓을 하셨습니까? ]

         

       그 물음에 미치시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살짝 벌렸다.

         

       “뭐, 뭐라고?”

       [ 마나를 얻기 위해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짓을 하거나, 어떤 주술적인 행위를 하셨냐 이 말씀입니다. ]

       “아니 지금….”

         

       미치시게는 그의 질문에 눈을 여러 번 깜빡이더니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는 할 말을 고르려는 듯 눈을 슬쩍 굴렸고, 이내 자신이 답을 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되레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질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그보다 자네가 갑자기 왜 나랑 통화를 하는가? 검사랑 무슨 인연이라도 있나? 그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고?”

       [ 미치시게 당주님…. 제 질문에 답을 안 하셨습니다. ]

         

       하지만 사범은 되려 질문을 받았음에도 그것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집요하게 미치시게를 추궁했고, 결국 미치시게는 버럭 화를 내었다.

         

       “이보게! 내가 당주고 자네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인데 어찌 그렇게 말을 버릇없이 하는가! 어찌 죄 있는 사람을 추궁하듯 그렇게 말을 하고 온전히 질문을 받기를 원하냐 이 말이야! 무도의 정신을 기억하지 못하나! 예의, 예절! 존중!”

       [ … ]

       “어찌 무도의 기본조차 잊고 명백히 위에 있는 사람에게 그러는지 모르겠군! 지금 자네의 모습에서는 그런 것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아!”

         

       미치시게는 정말로 화가 난 것처럼 사범에게 훈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처지도,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사범이 대체 왜 자신에게 통화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조차 모조리 잊어버린 채 그는 온전히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목에 핏대마저 세워가며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자네가 그러고도 제대로 된 무술을 익힌 무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범은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훈계를 늘어놓는 미치시게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진성이 손을 올리며 위로하듯 말했다.

         

       [ 신경 쓰지 마십시오. 마나를 사용하는 능력자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성격이 폭력적이면서 급해지고 분노를 참기 힘들어집니다. ]

         

       크지는 않았지만 또렷한 그 말은 훈계를 늘어놓던 미치시게의 귀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뭐? 네놈은 누군데 감히 누구보고…!”

       [ 이는 마나의 성질 때문에 생기는 일인데, 비유하자면 화기(火氣)를 사용하는 무공을 익힌 무인은 대체로 활동적이고, 수기(水氣)를 사용하는 무공을 익힌 무인 중에 성욕이 강한 사람이 많은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나 자체가 생명을 잡아먹으면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힘이기 때문에, 마나를 사용하는 사람의 신체 역시 생명을 죽이기 쉬운 형태로 변질이 되는 것입니다. ]

       [ 그렇군요….]

         

       미치시게는 갑자기 나타나 이상한 말을 하는 진성에게 버럭 화를 내려고 했으나, 진성은 미치시게를 투명 인간 취급하면서 못 본 척, 못 들은 척을 할 뿐이었다. 대신에 사범에게 계속해서 마나에 대해 설명했고, 미치시게를 ‘마나 때문에 분노조절장애가 생겨버린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 뭐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무공이 기를 모으기 편하게 무인의 신체를 바꾸어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저 사람 말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뭐….]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미치시게를 슬쩍 바라보며 비웃음을 피식 흘리기까지 했다.

         

       [ 마나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성격이 저런 건지는 몰라도 대답 듣기는 힘들겠습니다. ]

       “뭐?!”

         

       미치시게는 그 말에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콰앙!

         

       그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스마트폰을 가져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생각으로 손을 뻗었다.

         

       “어이쿠. 이거 왜 이러시나?”

         

       하지만 스마트폰을 잡고 있던 검사는 과장된 몸짓으로 그 손짓을 피하곤 손가락을 튕겨서 마력으로 역장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역장을 거미줄 형태로 바꾸고 끈끈하게 만들어 미치시게의 팔에 얽히게 했고, 그렇게 얽힌 마력을 퍼뜨려서 책상에 설치되어 있는 장치에 연결했다.

         

       “스마트폰을 빼앗아서 뭘 어쩌려고 그러셨나. 어디 연락이라도 해서 증거라도 인멸하라고 하시게? 아니면 뭐, 누구한테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사정이 있나?”

         

       검사는 마력에 팔이 묶인 미치시게를 보며 이죽거렸다.

       명백한 조소였다.

         

       하지만 미치시게는 아까처럼 분노를 터뜨릴 수가 없었다.

         

       눈앞의 검사에게 분노를 터뜨리면 자신만 손해였으니까.

       자신보다 경지도, 위치도 낮은 사범이나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신관이 아닌…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자 지금 자신의 목줄을 잡은 사람이었으니까.

         

       [ …갑시다. ]

         

       사범은 모욕당했음에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만 깨물고 있는 미치시게의 남자답지 못한 모습에 실망한 것인지 슬쩍 한숨을 쉬고는 뒤의 신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신관이 얼굴에 여우 가면을 쓰는 것을 확인한 후 차 문을 열었다.

         

       찰칵.

       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찰칵.

         

       차 문이 열리자마자 사범의 눈을 멀게 하려는 듯 미친 듯이 플래시가 터졌고, 그와 함께 스마트폰의 스피커에서 깨진 소리가 날 정도로 커다란 성량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나왔다! 찍어! 찍어! ]

       [ 카노토 타이시로 사범님! 이쪽을 좀 봐주십쇼! ]

       [ 카즈오 대사범님의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어떤 대처인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

       [ 타이시로 사범님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야태도아랑류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확신이 있어서가 맞습니까! ]

       [ 만약 반항한다면 칼을 뽑으실 생각이 있습니까?! ]

       [ 듣기로는 야태도아랑류가 지역 사회에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위협을 하거나 과도할 정도로 폭력에 대처하거나 했다는데, 그것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

         

       방 안을 가득 메울 듯 울려 퍼지는 소리에 미치시게는 어안이 벙벙해져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치시게의 궁금증을 읽기라도 한 듯 스마트폰의 화면이 돌아갔고….

         

       “뭐, 뭐야?!”

         

       수많은 기자가 보였다.

         

       기자들은 반드시 특종을 잡아내겠다는 듯이, 혹은 반드시 야태도아랑류를 묻어버리겠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사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

         

       하지만 미치시게의 눈에는 그 기자들의 시선이.

       번들거리는 그 눈동자가 마치….

       마치 자신을 묻어버리기 위해서 나타난 맹수의 눈과 같다고 생각했다.

         

         

         

        * * *

         

         

         

       안타깝게도 미치시게의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 여기 영장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

       [ 당신들 뭐야! 여긴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

       [ 찍어! 찍어! 정당한 법 집행을 막아서는 무인이라, 이거 그림 좋겠어! ]

       [ 무력으로 법 집행 거부, 칼끝에서 나오는 오만인가, 폭력배의 소행인가! 키야, 제목 이렇게 뽑으면 딱 좋겠어. ]

       [ 사범님! 저렇게 반항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력으로 제압하는 모습 좀 보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사범과 함께 들어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영장을 보여주며 도장에 흙발을 디뎠고, 그 뒤를 따라 사범과 수많은 기자가 우르르 몰려들며 당황하는 손도장들을 찍었다. 그리고 그들이 죄인이라는 듯 온갖 조리돌림을 하며 조롱하였고, 그에 그치지 않고 도장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무인을 사범에게 제압해달라는 듯 웃음 섞인 목소리로 부탁하기까지 했다.

         

       [ 놔! 놓으라고!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

       [ 마법으로 밀어! 역장 만들고 반탄력 추가해! ]

       [ 1열은 역장에 반탄력 부여, 2열은 역장에 자성 부여, 3열은 금속 가진 놈들한테 자성 부여해! ]

       [ 밀어! ]

       [ 검사님! 무공을 써서 버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

       [ 사범님! 제압 부탁드립니다! ]

         

       방 안을 환히 밝히려는 듯 미친 듯이 터지는 플래시.

       영장을 들이밀며 나가라고 소리치는 검사들.

       마법을 사용하며 무인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사람들.

       마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손수 제압하며 밖에다 집어 던지는 사범.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설 준비를 하는 경찰들.

         

       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 기를 끌어올린 놈들 제압 시작해! ]

       [ 테이저건 쏴! ]

       [ 전기 그물 쏴! ]

       [ 감전 확인! ]

       [ 무력화 덜 됐어! 무인은 저 정도로는 제대로 제압되지도 않아! 사스마타(刺叉)로 제압해! ]

       [ 사스마타로 제압된 놈들한테 다시 테이저건 쏴! 눈 까뒤집은 놈들한테만 다가가서 수갑 채우도록 해! ]

       [ 마취총 들고 있는 놈들 잘 겨누고 있어! 낌새 이상하면 바로 쏴! ]

         

       밖으로 튕겨 나간 무인들은 눈이 돌아가서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려 했으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에 의해 바로 제압되었다. 얌전히 있지 않으면 일단 테이저건을 맞고 시작했으며, 조금 몸이 좋다 싶으면 전기 그물에 당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흉기를 가지고 있거나 마나를 끌어올린 사람들은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Y자 모양의 진압 도구로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후 기절할 때까지 전기로 지져버렸다. 그리곤 수갑을 꼼꼼하게 채운 뒤 붙잡은 짐승을 집어 던지듯 맨바닥에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그 참담한 모습에 미치시게는 눈이 돌아갈 것만 같았다.

         

       [ 이야 때깔 좋네. 이거 좋은 나무로 만든 것 같은데? ]

       [ 일단 찍고 보자고. 이야, 수련 도구들도 꽤 괜찮아 보이고. 돈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네? ]

       [ 돈 나올 곳이야 뭐 뻔하지. 흐흐흐. 이거 기삿거리가 좀 많겠는데. ]

       [ 뭐 의혹 같은 거 있나? 나한테도 소스 좀 줘봐. 우리 서로 돕고 살자고. ]

       [ 소스야 있지. 그러고 보니 자네도 좋은 취재 대상 찾았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그것 좀 알려주면 나도 주지. 어차피 사이즈가 이렇게 큰데 인색할 필요 없잖아? ]

         

       게다가 그를 더 환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의 강화된 청력에 또렷하게 들리는 기자들의 대화.

       밖에서는 그가 가르쳤던 소중한 무인들이 짐승처럼 뒹굴고 있는데, 기자라는 것들은 그것을 보며 희희낙락하며 떠들고 있었다. 게다가 떠드는 내용 역시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두고 품평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그를 더더욱 분노하게 했다.

         

       “이, 이-! 대체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는 거요!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결국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검사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치시게는 분노 때문에 실핏줄이 터져서 빨갛게 변해버린 눈으로 검사를 노려보았고, 금방이라도 자신을 구속하는 마법을 깨뜨리고 검사에게 달려들려는 듯 씩씩거렸다. 하지만 검사는 심드렁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계속 보여주고만 있었다.

         

       너는 욕설을 해라.

       나는 할 일을 하겠다.

         

       검사는 말이 아닌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미치시게가 뭐라고 소리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계속 스마트폰을 들었다.

       

       [ …마나라는 것은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 힘을 얻을 수 있지요. 아니,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것이 올바른 수련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그렇게 해서 폭발적으로 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마나니까요. 물론 거기에 주술을 더하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러니까 분명히 이 부지 안에 있을 겁니다. ]

       [ 뭐가 있을 거라는 겁니까? ]

       [ 당연히 마나를 ‘효율적으로’ 익히기 위한 장소겠지요. 어디 보자…. 분명히 피 냄새가 날 텐데, 아. 저 구석에 있는 곳이로군요. 갑시다. ]

         

       스마트폰 안에서는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진성이 전문가처럼 설명하며 기자들을 도장의 구석진 곳에 있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창고 같은 건물로 이끌고 있었다.

         

       “아, 안 돼. 기자들이 그걸 보면…!”

         

       그것을 보자 미치시게는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분노 대신 다른 감정을 담아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들어가지 마——!”

         

       하지만 진성은 그를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경찰에게 문을 부수게 했고.

         

       [ 이런 미친. ]

       [ 욱, 우웩! ]

       [ 씨발! 이건 대체 무슨 개 같은…!]

       [ 찍어! 이건 욱, 제기랄. 더럽게 역겹네. 그래도 이건 찍어야 해! ]

         

       안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수많은 동물이 잔인하게 토막이 나서 널려있는.

       핏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바닥에 고여있는.

         

       ‘도축장’으로 사용하는 건물의 모습이 말이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