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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3

        두 번째 아이디어의 설명은 단 한 줄.

        심지어 그것도 내가 잘 모르는 단어로 쓰여져 있었다.

        청류와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채팅창은 다시 한번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앜ㅋㅋㅋㅋ

        – 그럴 줄 알았닼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게 나오넼ㅋㅋㅋㅋ

        – 아하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저게 뭔데?

        결국, 나는 본체의 힘을 빌려, 이 아이디어를 보낸 사람의 기억을 읽어보았다.

       

        기본적으로 내 천룡안은 대상의 ‘기억’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장면을 읽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억 자체를 읽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대상의 ‘허락’이 있다면 가능하기는 하다.

        그리고 나는 아이디어 모집을 할 때 미리 ‘허락’을 구해 놓은 상황!

       

        “…….”

       

        그런데 기억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일단 이 ‘사사키 엔마리’라는 캐릭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엔젤리코’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은데?

       

        “도화야.”

       

        “네.”

       

        내 말에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은 도화가 옆으로 달려간다.

        그러고는 커다란 홀로그램 화면을 열어 주었다.

       

        – 가만 보면 뜻밖에 SF가 있단 말이지.

        – ㅋㅋㅋㅋㅋㅋ

        – 솔직히 저 기술 특허료만 받아먹어도 라나님 개 부자일 듯.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보자…… 엔젤리코…… 사사키 엔마리…… 검색……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뜻밖에 쉽게 이미지가 떠올랐다.

       

        ‘엔젤리코’라는 애니메이션은 남자 주인공과 여러 여자 캐릭터가 출연하는 이능력 배틀물 애니메이션…… 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사키 엔마리’라는 캐릭터는 이 애니메이션에 출현하는 여자 캐릭터 중 하나였다.

        은발의 생머리를 가진 쿨데레? 대충 그런 캐릭터라고 한다.

        능력은 얼음 생성이라고 하는데…….

       

        “이게 전투복이라는 것인가?”

       

        “어머 어머!”

       

        내 뒤에서 함께 화면을 바라보던 청류가 비명을 지르며 자기 눈을 가린다.

        ……그래 봤자 눈이 6개라서 다 가려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사사키 엔마리’라는 캐릭터의 ‘전투복’은 인간들의 ‘해군’들이 입는다는 ‘해군복’을 닮은 의상이었다.

        다만 짧은 주름진 치마와 검은색 스타킹, 구두를 신었다.

        그 위에는 탄띠로 보이는 것이 채워져 있었는데, 기묘하게 가슴을 강조하는 형태였다.

       

        – 아닠ㅋㅋㅋ

        – 저거 교복이에욬ㅋㅋㅋ

        – 정보 : 세일러복은 뜻밖에 해군복이 시초다.

        – ㅋㅋㅋㅋㅋㅋ

       

        “아, 교복이었느냐?”

       

        몰랐네?

        그러고 보니 이 캐릭터의 나이는 17세 정도였다.

        이 차원의 인간들은 성인(만 19세 이상)이어야만 군인이 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군복’보다는 ‘교복’이라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군.

        뭐, 투쟁이라는 것은 나이를 가리고 찾아오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사사키 엔마리’라는 캐릭터의 복장은 전체적으로 ‘교복’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다만 ‘탄띠’와 ‘군용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권총으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이게 전투복?’

       

        전혀 ‘전투복’으로서의 기능이 작동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저렇게 팔다리가 훤히 드러나 있는데, 과연 저 복장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착용자를 지켜 줄 수 있는 것인가?

       

        – 원래 노출도와 방어력은 반비례 합니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냥 애니메이션 캐릭터구나 하시면 됩니다.

        – 문화 충곀ㅋㅋㅋㅋ

        – 라나님 문화 충격 씨게 오셨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으음…….”

       

        뭔가 할 말은 많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인 데다, 실제로 저것과 비슷한 전투복을 사용하는 세계도 있었던…… 가?

       

        – 있어?!

        – 저런 복장을 입고 싸우는 세계도 있었다고요?!

        – 아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진짜 없는 게 없으시넼ㅋㅋㅋㅋㅋㅋ

       

        “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기억도 잘 안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문제는 이 캐릭터의 의상인데…….

       

        “이건 좀 문제가 있겠구나.”

       

        첫 번째 아이디어로 나왔던 ‘정장’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간들의 법대로라면, 이미 주인이 없는 ‘오픈소스’로 풀려난 평균적인 정장의 도안이었기 때문이다.

        주인이 없기에, 누구나 허락 없이 쓸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형태.

       

        그렇기에 아이디어의 제공자가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는 괘씸함만을 문제 삼았을 뿐, 아이디어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한 ‘개인의 창작물’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복장이다.

        즉, 주인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반려…….”

       

        ……하려고 했다.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이 다시 채팅을 쓰기 전까지는 말이다.

       

        – [저작권 소유자 맞습니다.]

       

        “……응?”

       

        – [안녕하세요. 엔젤리코 원작 작가인 시무라 히로 라고 합니다.]

       

        – 헐?

        – ㅎㄷㄷ?

        – ???

        – ??

        – ?????

        – ?

        – ???

        – 본인 등판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작자의 등장에, 나와 시청자들은 모두 벙찔 수밖에 없었다.

        ……진짜 원작자인가?

       

        “……한글이 익숙해 보이는구나?”

       

        – [케이팝 좋아합니다.]

        – [한국어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아하.”

       

        – 엌ㅋㅋㅋㅋ

        – 대단하다 K-POP!

        – 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나날이 레전드 경신하시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코스프레… 해야겠죠?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본체의 힘을 빌려 다시 한번 더 상대를 살펴보았는데, 전부 사실이었다.

       

        ‘시무라 히로’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으로서, ‘엔젤리코’라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소설… 일본에서는 ‘라이트 노벨’이라고 부르던가? 그것을 집필한 원작자였다.

        즉, 사실상 주인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복장이지 않으냐? 너는 원작 소설의 작가이고. 저작권은 괜찮은 것이냐?”

       

        – [OK입니다.]

        – [저작권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 엔마리의 매력을 잘 부탁드립니다.]

       

        “음. 그래.”

       

        원작자가 맞다면, 나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주인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이 이상 시간을 버릴 필요는 없겠지.

       

        “청류. 할 수 있겠느냐?”

       

        “네?”

       

        옷의 제작을 위해 청류를 불렀다.

        그리고 청류는 이미 거의 완성된 ‘사사키 엔마리’ 캐릭터의 ‘전투복’을 살피다 말고 나를 바라본다.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언제 만들었댘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ㅋㅋ

       

        “…….”

       

        이 아이가 이렇게 성질이 급한 아이였던가?

        내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청류를 바라보자, 청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헤프게 미소 지었다.

       

        “어……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는 ‘저작권’이니 뭐니 같은 인간의 법률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

        이 아이와 함께 내 권속들 중 ‘의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는 ‘레이첼’은…… 비유하자면 ‘사업가’에 더 가까운 아이이다.

        굉장히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그러면서도 예술가스러운 기질을 가진 아이다.

       

        반면에 ‘청류’는 순수한 ‘예술가’에 더 가까운 아이다.

        본성이 착해서 다른 이들의 의복을 만들어 주고 입히는 것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순수한 옷의 탐구’에 푹 빠진 아이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이들은, 그 한 가지를 제외하곤 다른 부분에서 엉성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아이도 그랬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완성된답니다.”

       

        “그래.”

       

        휘리리리릭!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 만들기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하는 청류.

        저것이 그렇게 좋을까…… 싶다가도, 저렇게 행복한 얼굴로 옷을 만드는 것을 바라보면 나 역시 웃음이 나오고 만다.

        정말이지…… 귀여운 아이다.

       

        – 진짜 즐거우신듯?

        – 저게 바로 일과 취미가 같은 사람인가?

        – 진짜 즐겁게 일하시넼ㅋㅋㅋ

        – ㅋㅋㅋ

        – 눈나! 넘 예뻐요!

        – 헤으응!

        – ㅋㅋㅋㅋㅋㅋ

       

        “자! 완성되었습니다!”

       

        어느새 완성된 의상을 양손으로 든 청류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거미 다리가 따닥거리며 바닥을 긁었다.

        그 정도로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럼 입어볼까?”

       

        “그래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청류와 함께 탈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입고 있던 정장을 벗고, 청류가 만들어 준 ‘전투복’이라는 것을 입었다.

       

        – 와.

        – 와씨.

        – 예뻐요!

        – ㅎㄷㄷ

        – ㅋㅋㅋㅋㅋ

        – 진짜 예쁘시네.

        – ㅋㅋㅋㅋㅋㅋㅋ

       

        “흠. 괜찮으냐?”

       

        “어머 어머. 좋아용~! 오호호!”

       

        사실 이번에는 의상을 ‘입는’다기보다는, ‘분장’하기에 좀 더 가까웠다.

        때마침 원본 캐릭터가 ‘은발’이었고, 나 역시 절반쯤은 ‘은발’이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이왕 똑같은 의상을 입는 것, 헤어스타일부터 화장까지 원본 캐릭터를 따라 해보았다.

       

        참고로 화장은 도화가 해주었다.

        자예에게 맞아가면서 이것저것 배우더니, 이제는 어지간한 것은 잘하는 만능 시녀가 되었다.

       

        용금을 뽑아서 만들어 낸 ‘모형 권총’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에는 간단한 마법으로 만들어 낸 얼음을 띄운다.

        그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에 나온 자세를 따라 해보았다.

        대충…… 이런 자세였던가?

       

        – 오오오옷?!

        – 키타아아아아아!!

        – 와아ㅏㅏㅏㅏㅏ

        – 최고오오오오오!!!

        – 끼에에에에에엑!! (너무 좋다는 뜻)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라나님 방송은 전설이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흠.”

       

        굉장히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나는 가슴을 쭉 폈다.

       

        – 그런데 원본보다 미드갘ㅋㅋㅋ

        – ㅋㅋㅋㅋㅋ

        – 도맠ㅋㅋㅋ

        – 마나이타!!

        – 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

        – 상대적 마나이타!!

       

        “…….”

       

        이 고얀 놈들!

        나는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유는 아닌 드래곤님.

    하지만 아름다우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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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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