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03

       이번에도 장난을 치는 것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바루의 눈에 살기가 등등했다.

       

       내 이 녀석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만 이토록 성이 난 것은 처음으로 보는 듯 하구나.

       

       “선계문이란게 어떤 것인 줄 아느냐?!”

       “선계로 향하는 문이지 않나.”

       “그래! 선계와 지상을 가르는 상징이 되는 곳이란 말이다!”

       “그래봐야 문이지.”

       

       문이라는 것은 사람이 지나갈 때에 의미가 있는 법.

       

       사람을 거부하는 문이 무어가 의미가 있는가. 그래서 내 의미를 만들어 주지 않았는가.

       

       “저게 어디 평범한 문이더냐?!”

       

       아무래도 내 대답이 바루의 신경을 건드린 모양인지 바루의 귀와 꼬리가 바짝 섰다.

       

       “잘 듣거라! 선계문이란…”

       

       바루는 뒤에 신선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나를 세워놓고는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본인이라 하여 바루가 말하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만 중간에 끊으면 알고도 그랬다니 더욱 괘씸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애당초 말이다! 문이 안 열린다고 문을 부순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대는 야만인인가?”

       

       바루가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주변에 서 있는 신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내가 바루에게 꼼짝 못하는 것에 당황을 하던 녀석들이 지금은 바루가 말을 하는 걸 보고서 통쾌해 하고 있다니.

       

       주제를 모르는 구나.

       

       내가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은 바루이지 그대들이 아니거늘.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자 신선놈들이 겁을 먹고서 몸을 뒤로 물렸다.

       

       “민가야.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제발 좀 상식이란 걸 가지고서 살거라.”

       

       한참이나 잔소리를 퍼붓고 나서야 만족을 한 건지 바루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곤 자신을 영웅마냥 쳐다보는 신선들을 발견하곤 당황해서 눈을 둘 곳을 찾질 못했다.

       

       방금 전까지 본인을 상대로 당당하던 바루는 어디에 간 것인지.

       

       격으로만 따지자면 본인이 저들보다 한참은 위에 서 있을 터이거늘.

       

       “아주 당찬 아가씨군.”

       

       그런 바루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은 종선이었다.

       

       그는 웃으며 바루에게 다가와서는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신가. 종선이라는 사람일세. 고귀한 기운을 가진 것으로 보아 평범한 이는 아닌데 소개 좀 해줄 수 있겠나?”

       

       종선이 은근슬쩍 눈을 돌려 내 쪽을 살폈다.

       

       “바루라고 한다. 산신령이지.”

       “바루입니닷!”

       

       자신의 이름을 말하다가 혀를 씹은 건지 바루의 목소리가 튀었다.

       

       얼굴을 붉힌 채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바루의 모습에 종선이 웃음을 터트렸다.

       

       “신령님이라니. 이거야 무례를 저질렀군요.”

       “아닙니다. 저어 종선이시라면 가장 오래된 신선 중 하나이신.”

       “예에. 쓰잘데기 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호칭인데 어느 순간 대단한 사람이란 뜻으로 바뀌었더군요.”

       

       바루의 눈이 반짝거린다.

       

       종선이라는 존재가 그리 동경스러운 존재인 것인가?

       

       본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배불뚝이인 노친네일 뿐이다만.

       

       도술을 다루는 자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여겨지는 것일까?

       

       – 바루가 저렇게 공손한 거 처음 봐.

       – 연예인을 만난 팬 같네.

       – 신선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임?

       – 그니까. 그래봐야 화령한테 처발리는 애들이잖아.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도 감상이 비슷한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쯤 되면 의문에 답해 줄 이가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 띠링.

       

       왔군.

       

       [화룡무인에서 도술다루는 사람으로써 말해보자면…]

       

       시청자가 설명해 준 바는 이랬다.

       

       도술이라는 것은 결국 도교의 이론에 기반을 한다.

       

       이 도교에서 깨달음이 극에 달해 초월을 한 존재가 바로 신선인 것이다.

       

       그러니 신선이라는 것은 도술을 사용하는 자의 입장에서 동경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인 셈이었다.

       

       특히나 이 앞에 있는 종선은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높은 신선 중 하나.

       

       도술을 다루는 바루에겐 동경이자 목표가 되는 사람일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과연. 본인의 입장에서는 무의 길 너머에 서 있는 존재인 셈이겠구나.

       

       그런 존재라면 동경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저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저도 대답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렇담 어쩔 수 없지요.”

       “신선계에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절의 말에 축 늘어졌던 바루의 귀가 신선계라는 말에 다시금 쫑긋 솟았다.

       

       “당신의 동료분께서 문을 열어 보이셨으니 함께 가시죠.”

       “제… 제가 가도 괜찮을지요.”

       “하하. 같이 가지 않으시면 동료 분께서 저희에게 무어라 할 겁니다.”

       

       어허. 이 놈이.

       

       그딴 식으로 말을 하면 본인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다 때려 부수고 보는 무뢰한처럼 들리지 않나.

       

       미간을 찌푸렸지만 종선은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바루의 앞에서 그대에게 소리치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는 게로군.

       

       너구리같은 놈이구나.

       

       종선이 길을 비킴에 따라 선계문으로 가는 길목이 열렸다.

       

       멍하니 선계문을 살피는 바루의 어깨를 툭하고 건드리자 그녀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가자꾸나.”

       “…그래.”

       

       바루를 데리고서 선계의 문을 넘어서자 일순에 주변의 풍광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푸르른 색으로 물든 대지였다.

       

       지평선 저 너머까지 푸르게 물든 광경을 보다 고개를 들면 저 먼 곳에 있는 가파른 산들이 눈에 들어섰다.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란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깨닫게 하는 산의 위용에서 눈을 떼면 구름 한 점 없이 광할한 하늘과 구름을 대신해 그 곳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대지가 보였다.

       

       “자연이 극에 달한 것 같구나.”

       

       바루는 그 풍경을 보고서 그리 말을 하고는 입을 헤 벌리고서 구경을 하기에 바빴다.

       

       – 와아.

        – 개쩐다.

       – 이런 필드 만들어 놓고 안 보여주고 있었다고?

       – 흠. 이게 대단한가?

       – 흠치는 새끼 눈 한 번 교체 받아라.

       – 지대로 긁혔넼ㅋㅋㅋ

       

       선계는 아름다웠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본인도 처음 선계에 발을 들였을 적에 이 풍경에 놀라 잠시나마 굳었었으니. 자연에서 태어난 신령인 바루로써는 이 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으리라.

       

       “바루야.”

       “…”

       “바루야.”

       “…무어냐.”

       

       바루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충 대답을 했다.

       

       “이 곳에서 보는 것보다 위에서 보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바루를 안고서 허공을 밟는다.

       

       이전에 선계를 뒤엎을 적에 이 곳을 한 번 둘러본 적이 있었기에 대략적인 지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선계 전체를 조명하기에 제일 좋은 장소는 맨 위 쪽이었지.

       

       처음에는 높아지는 고도에 즐거워하던 바루였지만 그 높이가 어느새 높디 높은 산을 넘어선 순간부터는 겁에 질린 기색을 보였다.

       

       “민가야. 어디까지 올라 갈 생각이더냐?”

       “제일 높은 곳.”

       “이 쯤이면 되지 않겠느냐?!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 게다!”

       “걱정마라. 안 떨어진다. 설령 떨어지더라도 죽진 않을 테고.”

       “그건 그대만 그런것이지 않나!”

       

       거 신령이라는 녀석이 이 정도 높이가 무어가 무섭다고 그러는 것인지.

       

       떨어질 리도 없고 설령 떨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그보다 빨리가서 구해줄 터이거늘.

       

       애초에 말이다. 바루 그대도 하늘을 나다닐 수 있지 않은가?

       

       중간에 멈춰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선계의 문이 있던 자리가 먼지처럼 자그마했다.

       

       – 와. 씨.

       – 화면 못 보겠다.

       – 고소공포증 오는 느낌이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어디 적당한 데 내려가 주심 안 될까요?!!]

       

       “그대들은 실제로 여기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얼 그리 무서워하는가.”

       

       바루가 무서워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대들이 이를 두려워 할 이유가 있는가?

       

       떨어지더라도 화면 너머의 일일 터인데.

       

       저들의 반응이 신기하다 여기던 중 재미난 생각이 났다.

       

       나는 일부러 발판이 되어주던 내기를 흩어버렸다.

       

       그에 따라서 본인을 지탱해 줄 것이 사라져 버렸으니.

       

       본인과 바루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내던져진 셈이 되어 버렸다.

       

       잠시간의 체공 끝에 중력이 우리를 땅으로 불러 내렸다.

       

       “꺄아아아아아!”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바루의 비명과 함께 낙하가 시작된다.

       

       으음. 가끔 낙하감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니까.

       

       몸이 바람을 뚫는 듯한 느낌이 괜찮지.

       

       적응이 되면 시시할 뿐이니 자주 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 생각을 하던 중에 낙하가 멈췄다.

       

       어느새 지팡이를 꺼낸 바루가 우리 둘의 몸을 띄운 것이다.

       

       “갑자기 무슨 짓이냐!”

       “장난을 좀 쳐보았다만.”

       “장난? 장난?!!!”

       

       이번에 바루는 정말로 화가 난 건지 지팡이에 힘을 실어 본인을 가격했다.

       

       그래 봐야 바루의 힘은 그리 강하지 못한지라 전혀 아프지 아니했지만 말이다.

       

       – 심장 아파.

       – 미리 예고는 해주면 안 됨?!

       – 나는 절대 스카이다이빙 같은 건 못할 거야.

       – 이 인간 담력이 너무 쌘 거 아냐? 왜 무덤덤함?!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를 심장마비로 죽일 생각이신가요?!]

       

       “엔리. 이 정도로 놀라면 어쩌자는 것이야. 좀 용기를 가지도록 하거라.”

       

       – 용기 ㅇㅈㄹ

       – 화령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 언젠가 이 사람이 겁에 질려서 벌벌 떠는 거 보고 싶다.

        – 되겠음? 외신 만나고도 웃던 인간임.

        – 복수할 수단이 없다는 게 너무 빡친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우리의 뒤를 따라 온 것인지 종선이 구름 위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선계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기왕 가려면 제일 위로 가는 게 나으니까.”

       

       뭐어. 솔직히 이 위치만 하더라도 선계를 둘러보기엔 충분하긴 하다만 그래도 더 위가 있지 않나.

       

       기왕에 여기까지 온 김에 조금 더 가서 맨 위를 보는 것이 낫지.

       

       “그것은 좀 자제해줄 수 없겠나?”

       “왜지?”

       “우리에게도 지켜야 할 것이 있어서 말이네.”

       

       지켜야 할 것? 그런 게 있었나?

       

       본인은 이전에 그 곳에 도달해 본 적이 있기에 안다.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커다란 빙하 하나일 뿐이지 않나.

       

       딱히 지켜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은 아닐 터인데.

       

       나야 그리 생각했지만 종선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다른 모양이었다.

       

       답잖게 얼굴이 진지하군.

       

       화룡무인의 세상에선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놓친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무어. 바루도 데려온 마당이 굳이 갈등을 일으킬 이유는 없으니 그 뜻을 따라줄까.

       

       “알겠네. 그럼 그 대신 풍광이 잘 보이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나?”

       “아하하. 물론 가능하지. 따라오게.”

       

       종선이 앞서감에 따라 내기로 바루의 도술을 없앤 후 다시금 허공을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하늘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대지 중에서 거대한 연꽃의 꽃봉오리가 피어있는 곳이었다.

       

       꽃향기가 진할 것이라 생각했거늘 달랐다.

       

       그 주변에서는 은은한 것이 기분 좋은 향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대지에 발을 디딘 바루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미간이 찌푸려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거야. 이는 오래 가겠군.

       

       곤란하다 생각을 하며 주변의 풍광을 살폈다.

       

       구름이 낀 산과 그 위에 신선이 머무르는 듯한 드높은 건물들.

       

       꽃의 색으로 물든 산의 모습. 산의 아래를 가리는 안개 탓에 생기는 신기한 분위기.

       

       과연 이 곳은 멋진 곳이구나.

       

       “그런데 말이다.”

       

       바루와 함께 그를 구경하고 있자니 종선이 말을 걸어왔다.

       

       “그대는 무얼 하러 선계에 온 것인가. 단순히 풍경을 보러 온 것은 아닐 테고.”

       “검선에게 듣지 못했나?”

       “그 친구가 따로 말을 해준 것은 없다만.”

       “도술을 수련하러 왔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그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가 제일 효율이 좋아서 왔는데요.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