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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4

       

        

        

        

        

       “으에에….”

        

        

        

        하기 싫다.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사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더욱 격렬하게 아무런 일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10월의 중순을 넘어 중후반에 접어드는 어느 날, SSM Entertainment 소속 프로게이머이자 본선으로 향하는 다섯 개의 티켓 중 하나를 거머쥔 다이스는 침대와 한 몸이 되려는 절차를 아주 빠르게 밟고 있었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은 후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하루 종일 누워있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낮잠을 때린 다음 일어나 또다시 오만가지 컨텐츠 즐기기. 그러다가 저녁 전 간단히 유산소 운동을 한 후, VR에 접속하여 감이 녹슬지 않도록 연습.

        

        할 일은 한다고 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 시점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나태의 끝판왕. 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지 고작해야 3일 만에 다이스는 자신의 몸무게가 백 그램 단위로 조금씩 불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러면 안 되는데에….”

        

        

        

        휴식이라는 말은 기묘한 마력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침대에 자석처럼 끌려들어가는 그런 반강제적인 힘이었다. 누군가 약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사슬을 몸에 달아놓고 천천히 당기는 듯한 감각. 물론 종착지는 아까도 말했듯 침대였고.

        

        물론, 그 외의 가장 큰 이유를 대자면 – 그냥 번아웃이었다.

        

        예선 랭크와 대회 랭크, KSM, 그리고 아시아 예선전. 이 모든 것들을 고작해야 두 달여만에 전부 소화해낸 후, 남은 것은 오직 본선인 파이널 챔피언십. 그러나 앞으로 남은 기간은 이전의 자신이 달려왔던 기간과 동일한 2개월.

        

        말 그대로 브레이크가 걸려버렸다.

        

        

        

       ‘나름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네….’

        

        

        

        물론,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은 작년의 그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1년 전의 기억들을 더듬어봤을 때, 그 당시의 자신이 아시아 예선전을 위해 이번 년도만큼 열심히 노력했냐고 – 물론, 이번에는 노력했다기보단 노력당한 것에 가까웠지만 – 자문해본다면 그렇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이 차분하게 가라앉자 기억이 방울처럼 떠올라 터진다. 작년의 자신은 이 즈음 무얼 했을까에 대한 대답. 아마 당시에는 본선에 처음으로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저 너무나도 막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고민해봐야 나오지 않는 대답을 얻기 위해 꽤나 계속 방황했었지.

        

        아무튼, 이래저래 계속 돌려 말했지만, 이번 년도는 작년과 다르다. 이전의 기억에 비추어보면 안 되겠지.

        

        

        

       ───부스럭.

        

        

        

        잠은 이미 많이 잤다.

        

        운동할 때를 제외하면 방에서 딱히 나갈 일이 없었기에 이제는 누워있어도 졸리기는커녕 눈은 말똥말똥하다. 눈동자를 도로록 굴려보니 이제는 지겹디 지겨운 휴대폰이 보였다. 불과 십몇 분 전까지 만지고 있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차라리 유진한테 물어보는 게 편하려나.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라면 나름의 대답을 줄 것 같았다. 혹여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

        

        남은 건 전화를 걸까 문자를 보낼까의 고민.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정도였다. 사실 이제서야 말하는 거지만 낮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도 하고, 상당히 정신이 몽롱했다.

        

        그렇기에 선택은 전자.

        

        

        공중에 손을 휘젓자 휴대폰 화면이 번쩍였다.

        

        비프음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여보세-”

        

       “유진 씨, 저 심심해요.”

        

       “그동안 여러 번 통화했지만, 듣자마자 정신나갈 것 같은 적은 또 처음이네요.”

        

        

        

        물론, 허허로이 웃은 유진의 말에 진짜 웃음은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크게 당황하지 않은 채 다이스의 말에 반응했다.

        

        

       

       “그래서, 다이스는 오늘 뭐가 심심해서 연락했을까요?”

        

       “아이, 뭐어…언제 우리가 그런 이유까지 따져가면서 연락했어요? 그냥 번아웃이 좀 와서, 유진 씨는 어떻게 극복하나 궁금해서 그런 것도 있고. 그냥 쉬다보니 할 게 너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죠.”

        

       “번아웃이라. 할 일을 만들어드릴까요?”

        

       “으악, 그런 게 아니라아!”

        

        

        

        정말, 뭐라고 해야 하나. 전화를 건 지 불과 몇십 초만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휴식의 중요성을 즉각 일깨워주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아무튼 유진 씨는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그 후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그건 번아웃이 아니라 요 며칠 간 이불 속에만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사실 그게 맞긴 한데…그렇다고 마땅히 나가서 뭘 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네요. 나간다고 해도 딱히 할 것도 없고. 맛집 탐방 같은 거라도 해볼까. 유진 씨는 어떻게 해결했어요?”

        

       “글쎼요. 저는 최근에는 방송하면서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는 편이라, 번아웃이 올 만한 여지는 그리 없는 듯해서…충분한 답변이 되긴 어렵겠네요.”

        

       “방송? 방송이라….”

        

        

        

        확실한 건, 그녀로서도 크게 고려해보지 않았던 답변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고 해야 하나. 비록 지난 번에 유진의 집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걸 제대로 된 방송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터.

        

        게다가 방송은 고려해야 할 게 훨씬 많을 거고, 다이스의 본업은 프로게이머였다. 둘 다를 양립시키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럴 생각도 없을 뿐더러 설령 생각이 있어도 감독에게 방송을 해도 되는지 허락을 맡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건 논외.

        

        

        

       “지금은 유진 씨 방송 게스트로만 만족할래요.”

        

       “하하. 그런 김에, 안 그래도 조금 있으면 방송할 건데. 올래요?”

        

       “앗, 너무 갑작스러운데.”

        

       “어차피 숙소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할 거잖아요? 와서 연습이라도 해요.”

        

       “어….”

        

        

        

        잠깐 이어지는 간단한 계산.

        

        유진의 집에는 이미 가본 적이 있었다.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강남과 강북. 대략 편도로 30분 정도는 잡아야만 했다. 이동 거리는 사실 그리 신경쓰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가면 올 때는 퇴근 시간과 겹친다.

        

        …어차피 아시아 예선전도 끝났고, 본선 진출권도 거머쥐었다. 하루 정도는 외박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집에 가면 재워주나요?”

        

       “못할 것도 없죠.”

        

       “그러면 지난 번 언박싱 방송 때 못 했던 유진 씨의 집 탐방을 지금이라도 해보러 가야겠네요. 야식 서비스 없으면 별점 깎아도 되죠?”

        

       “먹는 대신 그만큼 맨몸운동 시킬 거라 상관없어요.”

        

       “와, 어떻게든 악착같이 운동시키려고.”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말과는 관계없이 몸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나갈 때가 되었다. 이불을 걷고 간단한 몸단장을 시작했다. 눌린 머리에 볼륨을 집어넣으며 무엇을 입고 나갈지를 고민했다. 바깥을 계속해서 싸돌아다닐 건 물론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10월 중순. 날이 서늘할 수밖에 없었다.

        

        적당한 바지와 옷, 그리고 그 위에 간단히 가디건을 걸친다. 유진 씨가 있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편히 가면 좋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감독에게 유진의 집에서 하루 외박하고 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다이스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우리 구단도 근처에 공원 좀 있으면 좋겠네….”

        

        

        

        아시아 예선전 때문에 용산공원 근처에서 며칠 정도 지내서 그런지, 숙소로 복귀한 후에는 상당한 역체감이 있었다. 파릇파릇하기도 하고, 눈이 좀 쉴 수 있는 공원과는 다르게 나오자마자 여러 건물들이 반긴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와중 보이는 광경도 마찬가지.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창 밖을 바라본다. 수평선 아래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하는 햇빛을 받으며 전철은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렇게 강남에서 강북으로, 그리고 3호선으로 향한다.

        

        홍제역에서 내린 후 기억을 더듬어 익숙한 길로 나아갔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후로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익숙한 동 하나를 앞에 둔 후, 호출 버튼을 누른다.

        

        

        

       “자, 그럼….”

        

        

        

        유진 씨를 보러 가볼까.

        

        

        

        

        

        

        

        

        

        

        

        

        

       “감시 인원이 단지 내로 돌입합니다. 바이퍼와의 접촉까지 앞으로 5분. 위험 등급 분류 – 극소. 임무 진행에는 지장 없습니다.”

        

       “확인. 장관과의 화상회의가 막바지에 돌입했다. 계속 주시해.”

        

        

        

        한편, 상황실.

        

        당직 개념에 가까운 최소 근무 인원 두 명이, 다이스가 유진의 집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서 개인으로서 확답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 점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유진, 귀관이 미국에 오면 분명히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

        

        

        

        ….

        

        자넷 장관, 과거에 비해 훨씬 인상이 나아졌네.

        

        과거 임시 국방부 청사가 폭탄 테러를 당해 배에 철근이 박힌 후에도 살아났고, 그 후에도 직접 위험지역까지 시찰 등을 나오며 우스갯소리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지니게 된 당사자였지만, 지금은 당연하게도 과거의 어떠한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특유의 완고하고도 단호한 말투는 여전했지만.

        

        적응되지 않았거나, 그녀와 자주 말을 섞지 않은 사람들의 시야에는 그야말로 냉혈한으로 비춰질 터였으나, 그 당시 국방장관과 수십 번 이상 독대하며 앞으로의 마일스톤을 듣고, 의견을 조율했던 태스크포스 대거 소속으로서는 이미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다니.”

        

        

        

        감동이라는 차원 이전에, 현실감이 없었다.

        

        국방부 장관이 내게 이런 말을 꺼냈을 정도면, 그녀 단독으로만 이런 일을 벌이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겠지. 세상에는 엄연히 체계라는 게 있었으며, 국방부의 정점에 자리한 그녀가 비공식적으로라지만 나와 접촉했다는 건 이미….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것까진 물어볼 수 없었다. 미국 행정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장은 직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테니까. 한 달여에 걸쳐 아시아를 순회하고 난 뒤, 고작해야 얼마 전에 본토에 다시 도착한 당사자가 내게 먼저 화상회의를 걸었단 사실은…그야말로 없는 시간을 간신히 짜낸 거겠지.

        

        그렇기에, 고작해야 수 분. 문답은커녕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하기도 벅찬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보좌관이 아닌 본인이 직접 작성한 간략한 설명만을 들었다. 질문할 기회는 없었다.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 통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개월이라.”

        

        

        

        당장이라도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직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 작은 박스 상자. 그것을 잡아 흔들어보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숨길 생각조차 없는 예고. 대놓고 택배로 보낸 위치추적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악취미였다. 당사자를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다니, 추후 누가 집에 찾아올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내 수많은 질문들을 받아내야만 할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 본업에 집중해야겠지.

        

        밖에서 대기 중인 다이스를 위해 문을 열어줄 시간이었다.

        

        

        

       ───삐이익!

        

        

        

        고전적인 비프음과 함께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유리문이 열렸다.

        

        오후 6시가 되기 전 다이스를 위해 VR을 세팅해놓고,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지는 못했고, 옆으로 누웠다. 언제나 그렇듯 꼬리는 취침에 있어서 방해의 산물이기 때문이었다.

        

        다이스를 인식할 시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세팅해놓은 뒤,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내고 다크 존에 접속했다. 눈을 감고 초커의 버튼을 누르자 시야가 명멸하며 이제는 익숙한 접속창이 보인다. UI 한쪽으로 하모니 및 그녀의 작전팀이 접속 중임을 알리는 초록 불빛이 떠있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하기도 전 눈 앞으로 날아드는 초대 메시지.

        

        그것을 수락하자, 순식간에 시야가 전환된다.

        

        그리고-

        

        

        

       “아, 오셨다.”

        

       “와, 드디어 오셨다아-!”

        

       “오랜만입니다, 유진 선생님! 그동안 잘 쉬셨습니까!”

        

       “아니, 다들 무슨.”

        

        

        

        다들 영혼까지 끌어모은 공손함으로 나를 응대했다.

        

        혹시 몰라 다들 방송을 진행 중인지를 확인했으나,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오늘은 이들과 공식적인 합방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 요컨대 플레이를 보고 평가하는 것에 가까웠다. 게임 자체는 같이 하게 되겠지만.

        

        그것을 증명하듯, 하모니와 일행들은 오늘 모이게 된 취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게임은 같이 하더라도 최대한 간접적인 도움만을 주었으면 하며, 디브리핑에 조금 더 초점을 둬달라는 것.

        

        게다가 게임 모드도 도미네이션이었기에, 12명이 3개의 조로 나눠지는 특성 상 내가 하모니의 분대에 비집고 들어갈 수도 없었고.

        

        

        그렇게 6시까지 고작해야 1분여만을 남겨두자, 다들 사전 세팅을 시작했다. 나 역시도 간단하게 몇 가지를 조정했다 – 오늘 내 방송에는 나만이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난 번 언박싱 영상 때 설정해두었던 마이크 세팅을 그대로 가져온 뒤, 아직 오지 않은 내 방송 게스트에 미리 적용해두었다.

        

        그걸 힐끔 본 하모니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먼저 선수를 친다.

        

        

        

       “저 혼자서 전부 정리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니, 오늘은 이를 도와줄 게스트 한 명을 더 데려왔습니다.”

        

       “게스트요?”

        

        

        

       ───파앗.

        

        

        

        그와 동시에, 바로 옆에서 빛무리가 몰아친다.

        

        찰랑이는 금발 사이로 들어오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 그녀의 손을 꼬리로 살짝 감아 이쪽으로 당겨왔다.

        

        당황을 무시하며 덧붙였다.

        

        

        

       “오늘은 타인의 교전을 자세히 분석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죠.”

        

       “네!?”

        

        

        

        흡사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다이스를 뒤로 하고, 나는 작게 웃었다.

        

        어떤 연습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으니, 어쨌든 세이프가 아닐까.

        

        아마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연스럽게 방송에 납치당하는 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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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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