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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4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꿀꺽.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긴장감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두 사람다 특별히 기세를 일으키지 않는데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 느낌은 뭘까. 당장이라도 도망치라는 본능의 외침을 무시하며 중재에 들어가려는 찰나.

         

       “후후,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여일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딱히 그게 순리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괜찮습니다. 사문이라면 제가 은혜를 갚는 길을 응원해 주실 테니까요.”

         

       “…칫.”

         

       흑묘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흑묘를 잠시 바라보던 여일예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소문으로는 대사형께서도 황실에 불려 가셨다고 들었습니다만…혹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오…그렇구려.”

         

       그러고보니 여일예는 혁기린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내가 망설이고 있자니 여일예가 먼저 기를 일으켜 기막을 형성했다.

         

       “두분께서는 대사형의 성별을 알고 계셨지요. 이번에 낙양에도 함께 동행했다 들었는데 그때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여일예 소저께서도 혁기린 대협의 신분을 알고 계셨소?”

         

       “예. 결국 두분께서도 대사형의 신분을 알게 되신 모양입니다.”

         

       여일예가 혁기린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니 참 다행이군.

         

       “그렇다면 혁기린 대협과 낙양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군!”

         

       낙양썰을 풀다보면 흑묘와 혁기린이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일예에게 알릴 수 있을 터. 흑묘가 날카로운 태도를 보이더라도 혁기린과 우애가 싶은 여일예가 혁기린의 얼굴을 봐서 넘어가주지 않을까.

         

       아니 아예 점창파에서 수련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선사님들이나 애들 돌봐준것부터 이야기해보자.

         

       “우선은 그래, 점창파에서 수련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소.”

         

       “후후. 기대되는군요.”

         

       *** ***

         

       여일예의 연무를 바라보았다.

         

       낭인객잔의 연무장임을 의식했는지 문파의 비전이라 할 수 있는 무공 대신 말 그대로 몸을 푸는 기본공을 펼치고 있음에도 절로 감탄이 나왔다.

         

       과연 초절정의 무인이라고 해야 할까.

         

       몸을 푸는 부드러운 동작이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느린 동작.

         

       산보라도 하는 양 가볍게 걷고 있음에도 그 결과는 여일예의 신형은 단번에 폭발적으로 나아간다. 마치 여일예의 발 아래에만 무빙워크라도 깔려 있는 것처럼 느린 걸음으로 빠르게 연무장을 누비는 모습은 직접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

         

       여일예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보았다.

         

       여일예가 검을 움직이는 일 없이 검을 뻗고만 있어도 나 같은 것은 몇 수면 제압될 것만 같은 신묘한 움직임.

         

       내가 마지막으로 여일예의 실력을 확인한 것은 이성을 잃고 황금가에 들이닥쳤을 때였다. 혁기린이 여일예를 막아서며 합을 나누던 때.

         

       그때 보았던 여일예의 검격과는 수준이 다른 모습. 복수를 하며 성장한 것인지 아니면 그때 이성을 잃었기에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일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수준 높은 초절정 무인이었던 모양이다.

         

       여일예가 낭인객잔에서 몸을 풀고 있는 이유는 어제 여일예가 이 낭인객잔에서 묵었기 때문이다.

         

       점창파에서 수련한 이야기에 낙양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나니 이미 늦은 밤이 되었고 돌아가려던 여일예를 유사연이 붙잡았다.

         

       “굳이 다른 객잔을 찾을 필요가 있나요? 여기도 객잔인데.”

         

       “하지만…”

       

       “묵고 가요. 뭐라 하는 놈들이 있으면 내가 다 쥐어 박아 버릴 테니까!”

         

       유사연이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여일예를 붙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덕에 오늘 새벽, 데면데면한 낭인들과 여일예가 한 연무장에서 몸을 풀게 되었다.

         

       낭인들과 여일예의 앙금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여일예의 사연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고 당연히 사천낭인들도 그 소문을 들어 보았겠지.

         

       여일예가 왜 낭인들을 증오했는지 이해하게 된 사천낭인들. 그러나 이유를 알았다지만 여일예와의 원한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여일예와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이다.

         

       영지후열은 개인적으로 여일예와 인사를 하며 대화는 나누는 것 같던데 딱히 낭인들과 여일예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 모양.

         

       그러니 나라도 다가가야지.

         

       “역시 점창파의 후예십시 다운 실력이구려.”

         

       “과찬이십니다. 그저 보잘것없는 재주일 뿐이지요.”

         

       여일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잠시 은공의 실력을 견식해도 되겠습니까? 기도가 꽤 안정된 것이 실력이 궁금해지는군요.”

         

       “음. 그럼 한번 검술을 펼쳐 보겠소.”

         

       사실 기다리고 있던 말인지라 냉큼 검을 뽑아들었다. 여일예 역시 점창파의 대표 중 한명인 후예십시. 혁기린이나 선사님들에 미치지 못할 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일타강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절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지 모르니 검을 들고 전력으로 일휘청운검의 초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냈다.

         

       “허어, 호 형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군.”

         

       “낙양에서 좋은 걸 잔뜩 집어먹은 모양이지…! 에잉.”

         

       낭인들의 놀라움 섞인 목소리와 투덜거림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흥 녀석들. 내가 도착했을때는 흑묘한테만 관심을 두더니 이제와서 감탄해봐야 아무렇지도 않다고.

         

       의식적으로 올라가려는 어깨를 내리 누르며 여일예의 감상을 기다렸다.

         

       “일류의 경지를 담은 검술을 대성하셨으니 이제 절정이라는 화두에 신경 쓰실 때로군요.”

         

       역시 일타강사. 단번에 문제의 핵심을 짚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도가 상승했다.

         

       “그렇소. 내 수준이 아직 절정이라는 경지에 오를 정도로 높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미리미리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절정의 경지를 체험해 보시겠습니까?”

         

       “…체험?”

         

       “잠시 검을 뽑아들고 중단세를 취해 주시겠습니까?”

         

       여일예의 지시에 따라 중단세를 취했다. 양손으로 검을 잡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은 모습. 여일예 역시 검을 뽑아 중단세를 취하고는 내 검과 가볍게 접촉했다. 한 발자국 밀고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검력을 겨루는 상태가 되었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선에서 힘을 주고 받는 상황. 내 전력의 2할에서 3할 정도로 받아칠 수 있는 가벼운 압력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 여일예의 입이 열렸다.

         

       “은공께서 실전을 경험할 때 이런 상황을 많이 겪으셨을 겁니다. 검과 검이 맞닿아 힘이 길항하는 상태 말입니다.”

         

       “음.”

         

       “그럼 지금부터는 어떨까요.”

         

       여일예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검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황급히 힘을 끌어 올려 보았지만 내 팔힘을 거의 다 끌어 올렸음에도 한번 밀린 검은 돌아갈 생각을 하질 않았다.

         

       부르르르!!

         

       팔이 크게 떨릴 정도의 힘을 주어도 부드럽게 밀어 붙이고 있는 여일예를 당해내지 못하는 상황.

         

       “조금 더 끌어 올리겠습니다.”

         

       “후욱!”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숨쉬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과음한 다음날 눈을 뜬 것마냥 속이 울렁거리며 토기가 밀려올 때 여일예가 검을 거두었다.

         

       “이것이 절정의 경지. 발기(發氣)의 묘리를 완전히 다룰 때의 현상입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나를 보며 여일예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은공께서는 분명 모든 힘을 다 끌어올리시며 제 검을 밀어내려 하셨겠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으셨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소.”

         

       “제 검에서 발산된 기가 은공의 팔에 침투했기 때문에 은공은 팔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충기로 팔의 힘을 강화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평상시에 흐르던 기마저 막혀버렸으니 팔의 근력마저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감각을 확인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손쉽게 팔에 힘이 들어갔다.

         

       “추가로 끌어 올린다 말씀 드렸을 때, 숨을 쉬기 어려움을 느끼셨거나 속이 거북해짐을 느끼셨겠지요. 그것은 제 기가 팔을 타고 몸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더 오래 기가 침투하거나 더 큰 기가 침투한다면 내상으로 이어지겠지요.”

         

       여일예가 설명하는 부분은 나 역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은공께서 방금 경험하신 것이 절정무사들의 기술이자, 절정 무사가 되어 새로이 맞이해야만 하는 기의 영역입니다. 발기, 본인의 몸 안에서만 돌리던 기라는 것을 외부의 영역으로 뿌리면서 적에게 직,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여일예는 주먹을 쥐어 나에게 천천히 뻗었다. 아까와는 달리 강렬한 기의 흐름이 여일예의 주먹을 감싸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그것이 나에게 천천히 뻗어나가다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 역시 느껴졌다.

         

       “상대를 해하거나 제압하고자 흩뿌리는 내공의 흐름을 경(勁)이라 칭합니다. 기를 내뿜고 외부에서 상대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의 영향력, 즉 경을 다룰 줄 알아야 진정한 절정지경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은공께서는 이 화두를 염두에 두시며 수련에 집중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음….가르침 고맙소.”

         

       “후후. 별말씀을요. 아직은 거리가 있는 절정의 경지보다는 조금 자세를 봐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염치불고하고…”

         

       그렇게 여일예에게 가르침을 받으려는 찰나.

         

       “선배, 밥 먹어요!”

         

       뒤에서 심기가 불편한 듯 팔짱을 끼고 있는 흑묘가 나를 불렀다.

         

       “미안한데, 조금만 기다려줄래?”

         

       “흥! 싫은데요! 지금 먹을 건데요! 빨리 와요!”

         

       “먼저 먹고 있어. 수련을 좀더 해야 할 것 같으니까.”

         

       흑묘가 발을 쾅쾅 굴렀다.

         

       “이잇..! 바보! 멍청이!”

         

       “아니….”

         

       “됐어요! 먼저 먹을 거니까!”

         

       씩씩거리며 낭인객잔 안으로 사라지는 흑묘. 그런 흑묘를 보면서 여일예가 언짢음을 느끼지 않을까 살짝 눈치를 봤는데.

         

       “후후.”

         

       놀랍게도 여일예는 웃고 있었다. 내 놀라움을 눈치챘는지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여일예.

         

       “이런, 부끄럽습니다.”

         

       “음. 미안하오. 그런데 흑묘와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껄끄럽게 생각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 용모로 얼굴을 내놓고 다니면 이런저런 말썽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거부감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은공에게 위해를 끼칠 것 같다는 생각도 머리를 맴돌았지요. 그 이후로도 제 복수를 위해 정보까지 제공해 주었음에도 어쩐지 탐탁치 않은 기분이 들었습니다만…”

         

       여일예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제부터 보니 어쩐지 밉지 않고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아름다운 용모에 호감이라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복수를 마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까요. 저 흑묘라는 소저의 매력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흑묘가 태음기를 제어하게 되면서 흑묘를 바라보는 여일예의 시선도 바뀌게 된 것일까.

         

       어쩌면 혁기린과 마찬가지로 여일예도 흑묘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려나.

         

       “음…귀엽게 봐 주시구려.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입은 아이이니.”

         

       “예. 저런 미모를 지니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친하게 지내 주기를 부탁드리고 싶소만. 비슷한 나잇대에 같은 경지에 도달한 이들끼리 친구로 지내서 나쁠 것 없지 않겠소?”

         

       “친구…라.”

         

       여일예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은공께서도 참 짓궂으시군요.”

         

       “….?”

         

       “후후후. 아닙니다. 흑묘 소저께서도 참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여일예가 가볍게 내 소매를 잡으며 웃었다.

         

       “수련은 식사를 마친 뒤에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흑묘 소저와 함께 밥을 먹으며 친해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부탁드리겠소.”

         

       그렇게 나와 흑묘 그리고 여일예의 기묘한 아침식사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묘랑 친구…해주지 않을래?

    초큼 늦었습니다!

    *

    [미공개]님 [20코인]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평소와 다른 +10코인 후원! 이거슨 200화 축전입니꽈? 아마 그렇겠지요? 코로롱을 겪으며 더욱더 스트롱해진 검은주사위는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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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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