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04

       고급스러운 횟집의 프라이빗한 룸.

        

       긴밀한 정치 회동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무익한……유해한 이야기를 위해 낭비되고 있었지만.

        

       변호사에 스트리머, 그리고 고등학생까지. 이질적이기 그지 없는 집단이 이어 나가는 대화의 주제는 이곳 저곳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나 줄기를 뻗은 강물은 모두 바다에서 만나듯이, 그 끝은 언제나 같더라.

        

       결국, 방송에 관한 얘기였다. 내가 해온.

        

       그렇게 얘기할 거리가 많을 만한 방송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누가 보다 진정한 팬인지 경쟁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삼총사 탓에, ‘아따먹’의 방송 행적에 관한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별것도 아닌 일조차 과장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던 고로.

        

       거기에 진희나 레반이 한 마디씩 추임새를 얹어대니- 침소봉대된 허위사실은, 은근슬쩍 정사(正史)의 지위를 얻어가고 있었다. 말만 들으면, 논란을 더 큰 논란으로 묻어온 사람인 줄 알겠어.

        

       최근에야 조금……자극적이었지만. 그야 어쩔 수 없는, 정말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탓이고.

        

       패러데이가 이상한 패치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은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한 실력 방송이었을 텐데.

        

       누가 보더라도, 이 방송에서 비범한 건 스트리머가 아니라 시청자들 아니었나. 발화점이 상온에 가까운,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다재다능하고……유독 시간이 많던.

        

       예를 들면, 지금 또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저 친구처럼.

        

       “그래서어- 그땐 진짜, 너무 답답해서……그러면 안 됐는데, 막, 이메일을 보내고……. 진짜, 저 정말……너무 죄송해서…….”

        

       ……저게 정말로 술 한 방울 안 마신 상태가 맞나. 컵 확인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레반이 미성년자 동생이 술을 마시고 있는 꼴을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신뢰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믿기 힘들어.

        

       “……괜찮아요. 정말로. 진짜로, 대회전킥이 뭔지 궁금해서 그런 거였다니까. 그냥 영상이나 하나 보내달라고 했잖아.”

       

       겨우 1시간 사이에 벌써 5번째다. 뭐가 그리도 사과할 일이 많은 건지. 또다시 한참을 웅얼거릴 것이 예상되는 유나의 입이 벌어지는 타이밍을 맞춰, 포도를 한 알 밀어 넣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가, 제가 정말로- 앗. 제, 제가 먹을게요. 아, 감사…….”

         

       이건 씨도 있으니까, 조금 오래 조용하지 않을까. 

        

       과연, 오물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게……이번엔 정말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고 자찬해도 되겠는데.

        

       게임으로 치면, 저스트 캔슬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악질적인 난이도의 패턴을 통과하는 파훼법을 찾아낸 기쁨은, 게임과 현실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에서와 달리, 현실에서는 성공적인 기믹 파훼에도 대가가 따랐다. 어째서인지, 서운함과 기대감이 반씩 섞인 듯한 아리의 시선이 따갑더라.

        

       ……지금은 내가 서운할 타이밍 아니었나. 하나뿐인 제자가, 이럴 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하지만, 지난 뒤풀이에서도 그렇고. 아리를 방치했다가 대가를 치른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타이쿤 게임이려니 생각하고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는 수밖에.

        

       그렇게 아리와 진희의 앞접시에도 과일을 한 점씩 옮겨주고 나면, 문득 이 비싸 보이는 식사를 결제해 놓고는 음식에 손도 잘 안 대는 이예리가 눈에 밟히고…….

        

       또, 내 첫 방송부터 챙겨봤다고 어필하며, 영상으로 남지 않은 부분까지 읊어대는……스스로가 걸어다니는 흑역사 아카이브임을 입증한 저 변호사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 그런 머리를 고작 내 방송 역사를 외우는데 사용하는 건지.

        

       그리 한 바퀴를 돌고 나니, 하나 놓친 사람이- 아, 그래.

        

       -탁!

        

       도움 안 되는 카나리아의 발을 즈려밟기 위해 다리를 힘차게 뻗었으나……322등이라고는 해도, 나름 VR로 챌린저를 달성한 재능이라는 걸까.

        

       허공을 가른 신발이 허탈하게 바닥과 맞닿았다.

        

       그 소리에 맞춰,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그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이럴수록 내 면죄부만 늘어나는 거야.

        

       이젠 정말 나중에 무슨 짓을 해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해. ……동생은 아까도 혼냈고……나중에도 따끔하게 한 소리 할 거야.”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을 드디어 눈치챈 걸까. 레반이 한숨과 함께 엉뚱한 사과를 건네 왔으나- 핀트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사과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동생을 좀 진정시켜 달라고.

        

       그리고 이 자리도 마무리해주고.

        

       체감상으로는, 내 평생 가장 긴 식사였다. 최소한 준비된 코스 자체는 끝났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설마 횟집에서 과일 후에 새로 나오는 코스가 있지는 않겠지.  

        

       옅은 한숨을 내쉬며, 한참 전에 비어버리다 못해 말라버린 소주잔을 손으로 천천히 굴렸다. 단 한 차례 비워진 후 리필을 금지당하고 말았던 비운의 잔이다. 기껏 만병통치약을 주문했는데, 겨우 낮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잔도 슬퍼할 거야.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가라 앉히고, 천장을 향해 고개를 젖힌 채 눈을 감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어느새 이리도 친해진 건지 모를 저들은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더라.

        

       별, 보고 싶네.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천천히 눈을 뜨고, 다시 주변을 둘러 보자니-

        

       조금은 걱정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진희와 레반. 무슨 굿즈가 나오면 제일 좋겠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간 3인방. 그리고…….

        

       얼마 전부터, 조용히 웃기만 하고 있는 이예리까지.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 풍경이, 명료한 시야를 통해 새겨지듯이 뇌리에 또렷이 박히는 감각이……가슴을 가득 메워서.

        

       숨을 쉬는 것조차 아주 잠시 잊어버린 채-

        

       지금, 여기서, 술에 취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더랬다.

        

        

        

        

       “아니, 이건 좀 아니죠. 아따먹 하면 오카리나, 오카리나 하면 아따먹이잖아요? 오카리나보다 상징성 있는 게 어디 있어요. 연주 방송 다 보신 거 맞아요?”

        

       “……네? 그걸 다……아니, 아니. 그건 봐주는 게 더 문제예요. 그리고- 근본이 중요하다니까요? 첫 방제부터가 도적부흥운동이었는데, 당연히 후드나 단검이-”

        

       “잠깐만요. 변호사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설마 해서요. 혹시 오카리나 연주 방송은 안 봤어요? ”

        

       “어, 아니, 저희가……직종 특성상, 근무 시간이 긴 편이다 보니……그, 나중에 녹화본으로, 배속으로-”

        

       “……제명이에요.”

        

       “네?!”

        

        

        

       ……그래도, 빨리 해산은 했으면 좋겠지만.

        

       * * * *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제가 연락드릴게요! 아, 저 너무너무 잘 먹었어요!”

        

       “별 말씀을요.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더 좋은 자리 만들어볼게요. 이렇게……갑작스러운 일 말고.”

        

       “너무 좋아요! 다음에는-”

        

       .

       .

       .

        

       진한 아쉬움이 풀처럼 엉겨 붙는 시간. 계속해서 서로에게 조심히 들어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탓에, 일행이 해산하기까지는 1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이예리와 시훈이 나서서 한 명씩 등을 떠밀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길바닥에서 2차가 진행되었을 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던 사람들마저 결국 떠나간 자리.

       

       빠르게 지는 겨울 해가 아직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길거리에서, 두 자매는 나란히 선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통상, 길거리에서 오래 누릴 수 있는 평화는 아니었다. 2명의 미인은 1명의 미인보다 3배는 시선을 끄는 법이니. 마침 술에 취한 2인조가 용기를 내어 다가오기도 좋은 숫자 아닌가.

        

       그럼에도, 이들로부터 제법 무겁고, 또 진중한 분위기가 풍겨져 나온 탓일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흘끔거리며 저들끼리 감탄할 뿐, 쉬이 접근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조금 더 길게 누린 침묵의 끝. 먼저 입을 연 건, 날카롭던 눈매가 부드럽게 풀린 이예리였다.

        

       “괜찮았어?”

        

       “……응.”

        

       짧은 답변이, 내뱉고 보니 뒤늦게 마음에 걸렸던 걸까. 잠시 망설이던 이예나는, 무거운 입술을 힘겨이 들어 올리듯 말을 이었다.

        

       “미안해.”

        

       맥락 없는 사과였다. 받아들일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그럼에도, 그 의미에 대한 추궁은 뒤따르지 않았다.

        

       싸늘한 바람이 둘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만 울리기를 몇 차례.  

        

       “음- 있잖아. 언니는 오늘 옛날 생각 되게 많이 났어. 옛날에, 네 친구들……친구들인지, 팬클럽인지 모를 지경이긴 했는데. 오늘, 그 때랑 너무 비슷해서. 우리 예나 반응도, 친구들도.”

        

       말을 마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만히 견디기엔 힘겨웠던 걸까. 이예나는 움찔거리며 패딩을 여미고,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해하지마. 그리고……방송, 눈치보지 말고 해. 방송하는 목소리, 듣기 좋았어.”

        

       청량한, 작은 웃음소리가 골목길에 흘렀다.

        

       “그러니까- 언니를 위해서라도, 그래줬으면 좋겠어. 언니도 가끔 방송 볼 테니까. 도울 수 있는 건……도와주고.”

        

       “……어, 방송을, 볼 것까진…….”

        

       “음- 너무 자주 보진 않을게. 나 같아도 부담스러울 테니까. 그래도, 가끔은 보고 싶어. 괜찮지?”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으나- 이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이예리의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부드럽게.

        

       결의에 찬 표정의 동생과,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언니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으로부터 불과 몇 초나 흘렀을까.

       

       조금 전까지 비친 따스한 눈빛이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이예리는 느슨하게 늘어지던 눈꼬리를 매섭게 치켜올리며 단호히 말을 이었다.

        

       “대신, 한 가지. 그 팬카페, 매니저 좀 줘. 공지 하나 써야겠으니까.”

        

       “……공지?”

        

       “응. 뭐, 일종의 연예인이니까……마구잡이로 대하면 안 되겠지만. 선은 좀 그어줘야지.”

        

       “아, 그……그럴 거까지 있을까? 다 같이 노는 거기도 했고…….”

        

       “기회는 줄 거야. 없던 선을 긋는 거니까. 그래도, 또 넘는 사람들은 분명 나올 테니까……그때, 본보기를 몇 개 전시하면 돼. 너무 걱정하지 마. 이미지 안 나빠지게, 잘 해둘 테니까.”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도망치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