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04

       대륙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도시. 자유도시 마키나.

         

       기술력이 발달한 만큼이나 합법과 불법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건들이 많았고, 도시의 지도자들에게는 그런 불법적인 일들을 감당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암주(暗主).

         

       어둠의 주인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그는 사회 고위층은 물론이거니와 암살자들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가 지배하는 조직이 대륙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심지어 그는 암살자면서도 ‘대전쟁’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강했다.

         

       “아저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암주님이 여기 사시나요?”

         

       그러니까, 외곽 지부의 문지기인 그들이 어린 소년에게 이런 질문을 듣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아저씨라는 단어와, 그들이 엄연히 칼밥 좀 먹어본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였지.

         

       “크히히히……! 네가 존나 늙어보이기는 했지.”

       “……씨부럴. 애새끼가 미쳤나.”

         

       근육질의 거한이 짜증난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양 손에 두꺼운 가죽 장갑을 착용한 다음, 망설임 없이 소년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그 모습을 본 동료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뒷처리 잘하고. 애새끼 시체라도 들켰다간 바로 나가리니까.”

         

       거한이 향하는 곳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이었다. 외곽 지역에 사는 꼬마들은 대부분이 연고(緣故)가 없는 부랑아였지만, 혹시 모르니 외진 골목으로 데려온 것이다.

         

       당연히,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왜 소리를 안 지르지?’

         

       거한은 잠시 의문을 품었다. 보통 이쯤 되면 눈물이라도 흘리며 발버둥 쳐야 정상인데, 소년은 발버둥치기는 커녕 겁먹은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소풍가는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뭔가 싸한데.’

         

       하지만 이미 이 버릇없는 꼬마를 조져놓겠다고 말한 후였다. 거한은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가, 곧 소년을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아저씨. 칼은 안 뽑아요?”

       “…….”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거한은 혀를 차며 주먹 관절을 풀었다. 뚜둑거리는 소리가 위협스럽게 골목을 울렸다.

         

       “칼 없으면 안될텐데.”

         

       소년은 킬킬 웃으며 쓰레기통에 걸터 앉았다.

         

       “애새끼가 미쳐가지고……!”

         

       거듭 된 도발. 거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년의 목을 붙잡았다. 아니, 붙잡으려 했다.

         

       ‘……어라?’

         

       분명 소년의 목을 붙잡았었다. 분명, 그렇게 느꼈었다. 하지만 그의 손목은 그런 생각을 부정하듯 깔끔하게 절단되어 있었다.

         

       서걱……!

         

       거한의 손목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정신은 이승을 떠나 있었다.

         

       소년, 아니. 카인은 실실 웃으며 낫을 거두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올리비아를 그 지경으로 만든 인간 중 하나. 암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물론 단순히 이야기나 나누기 위해 만나려는 것은 아니었다.

         

       암주가 잘 숨어 지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자신이 생각 없이 접근한건지. 아무튼 여러 일들이 겹친 탓에 벌써 7년이나 흘러버렸다.

         

       “어? 왜 네가…….”

         

       벽에 등을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던 문지기가 경악했다. 떡대 놈은 어디로 가고 왜 이름모를 꼬맹이 혼자만 돌아온 것일까?

         

       상대가 평범한 소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그의 의식이 길게 늘어졌다.

         

       털썩.

         

       둔탁한 소리가 땅바닥에 울렸다. 남자는 한 마디조차 내뱉지 못하고 얼굴부터 땅에 처박혔다.

         

       카인은 옷소매로 얼굴에 튄 피를 닦았다.

         

       두꺼운 철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못해도 열. 아무래도 또 다른 감시 수단이 있었던 모양이다.

         

       [기왕이면 사람은 죽이지 마.]

         

       순간 올리비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지만, 카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낫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한 번의 베기. 그것만으로 철문이 과자처럼 갈라졌다.

         

       “아, 아아아…….”

         

       팔과 다리가 잘린 채로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

         

       옛날 같았으면.

         

       현장을 목격한 순간 전부 죽여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카인은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학살을 자행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눈빛으로 위협한 다음, 현장 바깥으로 쫓아낼 뿐.

         

       “히, 히익……!”

       “도망가아아악!”

       

       사실 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죽이는 편이 나을텐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이 뜨거워졌다. 이게 양심이라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죄책감?

         

       ‘어려워.’

         

       올리비아가 자신에게 남긴 말은 너무 어려웠다. 어려운 과제였지만, 카인은 그래도 최대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기왕이면 최대한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먼저 친 놈들, 그리고 나쁜 놈들.’

         

       그 외의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살려 보냈다.

         

       카인은 몸을 크게 비틀며 낫을 휘둘렀다. 참격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건물이 미친듯이 진동하고, 그제서야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챈 암살자들이 덮쳐왔다.

         

       ‘너무 어려워. 올리비아.’

         

       죽여도 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연쇄살인마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암살자들을 노려보았다.

         

       놈들의 눈에는 공포란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화가 난 것 같지도 않다. 굳이 따지자면…….

         

       자신과, 같은 부류였다.

         

       서걱……!

         

       복도 전체가 조금씩 핏빛으로 물든다. 가장 앞에 있던 암살자가 양단되는 것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한 명씩 토막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놈들은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엄폐물로 사용하고, 암기와 비도를 던지고, 독안개를 뿌리고, 목에 칼을 들이민다.

         

       하지만 그뿐이다.

         

       “……어느 조직에서 보냈지?”

         

       마지막 놈은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의 공격을 무려 한 번이나 막아낸 실력자였다.

         

       “몰라도 돼.”

       “이곳은 암주께서 기거하시는 장소……곧 그분께서 올라오실 것이다.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한들, 그분의 상대는…….”

         

       카인은 혀를 차며 마지막 암살자의 수급을 베어냈다.

         

       그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최심부로 향했다.

         

       ‘이상하네.’

         

       기감을 최대로 퍼뜨려봐도,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방금 처리한 인원이 전부였을 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나보다 누가 먼저 들어왔다면 모를까.’

         

       띠링.

         

       문이 열린 순간, 카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수십, 못해도 수백 명의 암살자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았다. 그래, 말 그래도 ‘죽지만’ 않았다.

         

       카인이 눈가를 가늘게 좁히고 주변을 살펴보려던 순간.

         

       쿠우웅!

         

       거대한 굉음이 지하를 흔든다. 카인은 흠칫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주변으로 오러를 퍼뜨려, 이 굉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정면 복도 끝 방.’

         

       순식간에 방문 앞에 도달한 카인은, 문고리를 앞에 두고 머뭇거렸다. 기감을 최대로 퍼뜨리고 있는데도, 방 너머에 누가 있는지 감지할 수 없었다.

         

       누가 이랬을까?

         

       카인은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황녀?”

       

       황녀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 아니 그 전에, 암주는 어디갔지? 카인은 눈동자를 살살 굴려 어딘가 있을 암주를 탐색했다.

         

       암주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난장판이 된 집무실 바닥. 그 한가운데에 반송장과 다름 없는 꼴로 엎드려 있는 남성.

         

       “크륵……크르륵…….”

         

       종종 거품을 흘리는 암주의 모습에, 카인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어……어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카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동자만 뒤굴뒤굴 굴렸다. 차라리 황녀가 자신에게 살의를 품었다면 상황이 명료해졌을텐데, 그런것도 아니니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냥 고통스러운 기억을 심은 것 뿐이에요.”

       “……나한테도 할거야?”

       “아니요.”

         

       아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이런거야?”

         

       골똘히 생각하던 아리아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죄를 지었는데도 뉘우치지 않았으니까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하지는 않았으니까.

         

       “…….”

         

       그래서 침묵했다. 아리아는 온 몸을 부르르 떠는 암주를 힐긋 보았다. 특별히 더 큰 굴욕을 줄 궁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집행’이 끝났음을, 암주를 보며 다시 한 번 실감한 것 뿐이다.

         

       에리야스, 드루이드, 카르시안, 혁명가, 악마사냥꾼……그리고 암주까지.

         

       모두가 암주나 에리야스처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으리라.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 넣은 것은 자신이다. 올리비아가 아니라.

         

       [……자책하는 자의 말로는 결국 파멸 뿐이느니라.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결국 망가져버리지. 너는 그걸 모르지 않을텐데도 이러는구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망가질 생각은 없었다.

         

       아리아는 몸부림치는 암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죽이실 건가요?”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싹 사라졌어.”

         

       카인은 진심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아리아가 암주에게 무슨 기억을 집어넣은지는 몰라도,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설령 떨쳐낸다고 한들, 평생동안 고통받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면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아마 사는 것이 더 고통일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거하게도 저질렀네. 혹시나 해서 와봤더니……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복도에서 들리는 목소리. 문제는, 그 목소리가 카인에게 매우 익숙한 음성이라는 것.

         

       “……!!”

         

       카인이 두 눈을 쉴새없이 끔뻑였다. 낫을 들고 있던 손은 정처 없이 허공을 맴돌았다.

         

       벌컥……!

         

       “야! 내가 언제까지 네 뒤치닥거리를 해야……음?”

         

       잠시간의 정적. 문을 열고 들어온 아우렐리아나 아리아나 서로를 빤히 바라볼 뿐 말이 없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건 카인이었다. 매우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내가 한 거 아니야. 진짜야.”

       “……그래 보이기는 하네.”

         

       순간, 아우렐리아의 미간이 미세히 꿈틀거렸다. 그리고 약간 힘 빠진 한숨을 내뱉었다.

         

       “……황녀 네가 한거야?”

       “네.”

         

       아우렐리아는 심각한 눈빛으로 아리아의 눈동자를 살폈다.

         

       몇 번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황녀가 맞다.

         

       ‘이 새끼는 황녀가 이런 짓을 하면 막지는 못할망정……!’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우렐리아는 황녀의 속에서 지켜보고 있을 황제를 향해 말했다.

         

       “야, 나와봐. 잠깐 얘기 좀 하자.”

       “……지금은 저를 통해 이야기하셔야 될겁니다.”

        “왜? 지금은 나랑 얘기하기 싫다니?

         

       잠시 머뭇거리던 아리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곧 떠날 때가 되셨거든요.”

       “…….”

         

       아우렐리아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홀나붐은 온다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당!
    ^^7

    -블랙베리0님 1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만쉐이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