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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4

       본인이 도술을 배운다는 게 그리 기이한 일인가?

       

       왜 꼬리로 날아다니는 고양이를 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군.

       

       “자네가 왜?”

       “배움에 이유가 필요한가?”

       “자네 정도 되는 사람에게 도술은 필요치 않을 터인데.”

       “그건 본인이 판단할 일이다. 그대가 아니라.”

       “그건 그렇다만.”

       

       종선은 무언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선계는 기운이 충만한 곳이니 도술을 수련하기에 적격이긴 하지.”

       “그래서 온 것이다.”

       “그래. 좋네. 어디까지 배움을 얻었는가. 내 기꺼이 그를 보고서 조언을 해주겠네.”

       “정말이십니까?!”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 근엄한 목소리를 내는 종선에게 답을 해준 것은 내가 아닌 바루였다.

       

       분명 신이 나서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을 터인데 어느새 우리의 곁으로 온 것인가.

       

       “저어. 그렇다면 저도.”

       “제가 도움이 될 진 모르겠습니다만 신령님께서 바라신다면 그리 하지요.”

       “감사합니다! 자! 민가야! 어서 조언을 듣거라!”

       

       빨리 이야기를 듣고 나서 비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만 기분 탓이겠지?

       

       “그래서 자네는 어디까지 배움을 얻었는가.”

       “오늘 막 시작했다만.”

       “…허? 오늘 시작했다고?”

       “그래.”

       

       한 도술가에게 조언을 얻어 나 같은 사람은 흐름을 보는 것부터 시작을 하는 게 옳다 하여 기운이 강한 선계로 왔다 대답을 해주었더니 종선의 얼굴이 굳었다.

       

       “문제가 있나?”

       “그렇지는 않다만. 아니 문제가 있긴 하지. 있긴 한데.”

       

       할 말이 참으로 많아 보이는 것을 보아 지금 본인이 저지른 행동은 도술사로서 쉬이 수용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것 같구나.

       

       “실로 불경한 행위지.”

       “신령님의 말이 옳습니다.”

       

       옆에 있던 바루가 팔짱을 끼며 그리 말하자 종선이 옳다구나 하며 그 위에 올라탔다.

       

       이 놈이 진정 대단한 신선이 맞는가?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평범한 간신 중 하나로 보인다만.

       

       “무어가 불경하다는 이야기냐.”

       “도술을 배우기 위해 도술이 극에 달해야 도달하는 장소에 왔다는 사실부터가 그러하다.”

       

       그런가? 허나 이 방법이 제일 효율적이니 않은가.

       

       본인이 의아함을 표시하자 바루는 한숨을 내쉬었고 종선은 웃음을 흘렸다.

       

       항아리 같은 배가 넘실거리는 게 참 거슬리는 구나.

       

       “어찌 되었든 이미 온 것은 온 것이니. 그래. 도의 흐름을 보기 위해 왔다 하였느냐?”

       “그래.”

       “그를 익히기에 제일 좋은 것은 바람이 부는 걸 보는 게지.”

       

       종선이 그리 말을 하며 파초선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가 파초선을 움직임에 따라 너무도 선명한 기운이 길을 그려 나갔다.

       

       이윽고 종선이 파초선을 멈춘 순간 머리를 흩날리게 만드는 푸근한 바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보았느냐?”

       “그래. 보았다.”

       “바람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부는 것. 그 사이에서 도가 그려지는 것을 살피거라.”

       

       자신이 보여준 것과 같은 길이 그려지는 것을 보라는 것인가.

       

       – ???

       – 뭘 보라는 거임?

       – 도술 배우는 거 원래 저런 식이야?

       – 이 쪽이 유달리 추상적인 거임. 보정이 없어서 그런가?

       

       채팅창에서는 의문을 표했지만 본인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자는 도술이라는 분야에 있어 극에 이른 자.

       

       도술이라는 부분에서 종선이 이야기하는 것에 틀린 부분이 있을 리가.

       

       바루마저 의아함을 표시하지 않는 걸 보면 이게 옳은 방법인 모양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종선은 웃으며 바루에게로 떠나갔다.

       

       “그대들은 잠시 바루가 즐거워하는 걸 지켜보고 있도록 하라.”

       

       당분간 본인은 바람을 지켜보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할 터이니.

       

       채팅창마저 내려버리고 가만 허공에 부는 바람을 지켜보았다.

       

       흐음. 확실히 막연하기는 하구나.

       

       본인은 바람을 보며 그 이치를 무에 적용시키기 위한 고민은 해본 적이 있어도 바람이 어찌 부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은 없으니까.

       

       그러니 저 안에서 무작정 도를 찾아내려 하여도 그를 살필 수 있을 리가 있나.

       

       생각을 바꾸자.

       

       결국에 도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기운이 움직여 길을 만들어 내는 것.

       

       본인은 여태까지 세상에 기운이 있음은 알았어도 그것이 움직여가며 무언가를 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루가 말해주길 기운은 계속해서 움직임을 그리고 있다 했다.

       

       그것이 너무도 미약하여 본인이 미처 느끼지 못했을 뿐.

       

       눈을 감는다.

       

       몸 안에 흐르는 본인의 내기를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관조한다.

       

       혈류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근육이 어찌 움직이고 있는지.

       

       장기가 어떻게 박동하고 있는지.

       

       내기가 어찌 흐르는지를 본다.

       

       그 모든 것에 익숙해 졌을 때에 관조의 범위를 늘린다.

       

       나의 숨이 바깥으로 향하는 것을 따라 바깥으로.

       

       풀을 뒤흔드는 것으로 만족스럽게 웃을 자그마한 바람이 내 몸에 닿아서 지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가만 그 속에 담긴 기운을 바라본다.

       

       그 안에 담긴 기운은 미세하고도 작다.

       

       거기에 더해 그 자그마한 기운조차도 어딘가에 부딪히는 순간 흩어져 버리니 그를 관찰하기란 고된 일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서 모였다 흩어지는 기운들을 살핀다.

       

       분명 존재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본인이 부족할 뿐이라 생각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바람이 불어왔다 저무는 것을 바라본다.

       

       그러던 어느 순간에 보였다.

       

       바람이 생겨나는 순간이.

       

       기운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한 순간의 착각일까 싶어 환호하지 않고 가만 그를 지켜보았다.

       

       허나 그는 본인이 환상을 본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길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이 어찌 생겨나 어찌 나아가는 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를 깨우치고서 눈을 뜬 순간 저 멀리서 세찬 바람이 불어와 여러 풀과 꽃줄기를 흩어버리며 지나갔다.

       

       평소라면 흩날리는 풀들에 인상을 찌푸렸을 광경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바람이 흩날림에 따라 세상에 도가 그려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풍경은 이토록 다채로웠던 것인가.

       

       “이래서야 인생을 헛살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을 가만 지켜 보다 내 발치에서 무언가가 꾸물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내리니 어느새 여우로 변해 잠을 청하는 바루가 있었다.

       

       본인이 얼마나 이러고 있었기에 바루가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의아하여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글이 올라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 일어났음?

       – 와 이제야 눈을 뜨네.

       – 좌선한 채로 로그아웃 한 줄.

       

       – 하루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지금은 서기…]

       

       “헛소리는 되었고. 본인이 얼마나 이러고 있었느냐.”

       

       – 하루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너무해]

       

       – 반나절 정도?

       

       “그 정도면 얼마 안 되었구나.”

       

       – 이게?

       – 우린 기다리다 숨 넘어 가는 줄 알았는데.

       

       “이런 깨달음을 얻는데 반나절이면 적게 걸린 게 맞느니라.”

       

       본인이 애시당초 기감이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망정이지 본래라면 몇날 아니 몇 년에 걸쳐서 서서히 닿아야 하는 경지였을 터.

       

       “그리고 말이다. 그대들이라 하여 본인이 정좌하고 있는 것을 가만 보고 있진 않았을 것 아니더냐.”

       

       바루가 종선과 함께 수행을 하고 있었을 적에야 그를 구경하며 기다린다 치더라도 그것마저 사라졌을 적엔 풍경을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을 것인데.

       

       그를 견디면서까지 본인을 기다리진 않았을 터.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전 기다렸어요!]

       

       “엔리. 이를 볼 시간에 잠을 잤어야지. 그러다 키가 더 작아지면 어쩌려고.”

       

       – 나도 기다렸어!

       – 바루만 보고 있어도 시간 잘 가던데.

       – 전 다른 걸…

       – 넌 나가라.

       – 바람 계속 부는 게 ASMR 같아서 배경음으로 적당했음.

       – 어차피 밤새야 해서 이거 옆에 틀어놓고 있었음.

       

       생각보다 본인을 기다렸다는 이들이 많아서 당혹스러웠다.

       

       본인이 정좌를 한 채로 언제쯤 일어날 줄 알고 이를 기다리는가.

       

       그럴 시간에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편이 나았을 터인데.

       

       – 천마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도가 지나가는 건 보셨나요?]

       

       “그래.”

       

       아직은 본인이 서툴러 모든 것을 보지는 못한다.

       

       세상에는 도가 그리는 길이 수도 없이 많은지라 본인의 흐릿한 시야에서는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허나 하나. 단 하나만큼은 자신 있게 보았다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손을 들어 거기에 기운을 담아 길을 그려냈다.

       

       그러자 날 선 소리를 내는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본인이 쓰는 도술도 본인이 지닌 기운의 영향을 받는 것인가.

       

       산들바람을 그려낼 생각이었거늘 칼바람이라는 결과가 나올 줄이야.

       

       – ㅋㅋㅋㅋ

       – 천마가 쓰는 도술은 사납네.

       – 종선이 썼던 거랑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님?

       

       “시끄럽다. 처음엔 다 이런 것이다. 이 놈들아.”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있자니 본인의 다리 사이에 있던 바루가 눈을 떴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내 다리 아래의 땅으로 훌쩍 뛰어가더니 앞뒤로 기지개를 펴고 나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깨우침을 얻었느냐?”

       “보시다시피.”

       “본인은 최소한 며칠 간 이 곳에 머무를 각오까지 했었다마는. 재능이 있구나.”

       “만류귀종이라는 것 아니겠느냐.”

       

       내가 웃음을 짓자 그게 거슬린다는 듯 바루가 앞발로 내 무릎을 툭툭 건드렸다.

       

       하하. 그래봐야 부드러울 뿐이다.

       

       “그럼 돌아가자꾸나.”

       “더 구경하지 않고?”

       

       아직 선계에 보지 못한 것들이 차고 넘칠 터이다만?

       

       내가 바루에게 그리 묻자 그녀가 콧바람을 불었다.

       

       “종선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서 결심했다. 그는 나중에 본인이 직접 이 곳에 오르고 나서 구경을 할 일이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들어온 지금은 이것으로 만족할 것이야.”

       “그래?”

       

       그리 결심을 했다면 본인이 무어라 할 것은 아닌 듯 하구나.

       

       그리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니 사람으로 변한 바루가 내게 패를 건네주었다.

       

       “종선이 전해 달라더구나. 다음에 선계에 올 때는 문을 부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들이밀라고. 그럼 알아서 열릴 거라고.”

       “배려심이 넘치는 녀석이구나.”

       

       *

       

       본래라면 이쯤에서 방송을 종료했을 터이나 여태까지 기다려 준 이들의 정성 때문에라도 바로 떠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본인은 바루와 함께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서는 같이 식사를 하며 시청자들과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다만 본인을 끝까지 기다려 준 이들은 천 몇 백에 달하더구나.

       

       대부분은 방송을 켜둔 채 자거나 딴 일을 하고 있었던 듯 하지만 방송을 켜놓고 있었던 게 어디인가.

       

       엔리의 말에 따르면 채팅과 여러 종류의 후원을 가지고서 저들끼리 놀아서 즐거웠다 하던데. 어지간하면 빈말이겠지.

       

       나중에 저들의 정성에 보답할 방법을 찾아야 할 터인데.

       

       역시 제일 좋은 것은 본인이 했던 여러 전투를 마이 튜브에 올려주는 것일까.

       

       하린이 이야기하길 이를 바라는 이들도 많다 했으니 분명 좋아해 주겠지.

       

       나중에 엔리에게 상담을 해봐야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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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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