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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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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짝 – ! 쿵 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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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쪽도, 마왕쪽도 진지한 이때 경박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 한 군데 있었으니.
    ​
    ​
    “아가씨, 오늘 나랑 쌍화차 한잔 어때?”
    ​
    ​
    개그 신이 만들어낸 기이한 공간 안, 과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다방 안에 노인이 나이대에 비해 젊어 보이는 예쁜 노파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
    ​
    “어허, 향이는 오늘 나랑 놀기로 했어. 그치?”
    ​
    ​
    뒤늦게 나타난 다른 노인이 질투를 불태우며 노파에게 치근덕거렸다.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 칸 정도 떨어진 장소에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체크무늬 셔츠를 팔뚝까지 걷어 올렸다.
    ​
    ​
    “흡!”
    “어머..”
    ​
    ​
    농사로 단련된 근육이 고개를 내밀자 노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노인을 향했다.
    ​
    ​
    “어험, 어허험!”
    ​
    ​
    이에 다른 노인이 셔츠를 벗어 제 근육을 자랑했다. 하얀 민소매 옆으로 탄탄한 근육이 모습을 드러내자 노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
    ​
    “어헛, 어허헛!”
    ​
    ​
    그녀의 옆에 있던 노인이 노파의 시선을 끌고자 냅다 테이블 위로 올라가 그랜절을 박아버렸다.
    ​
    ​
    “허잇차! 어잇차!”
    ​
    ​
    잔잔하던 다방의 음악이 전통적인 음악으로 바뀌더니, 벽과 벽 사이에 굵고 하얀 줄이 생겨났다. 그 위로 새하얀 전통 복장을 한 노인이 줄타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
    ​
    화르륵!
    ​
    ​
    다른 한쪽에선 서커스에서나 볼법한 타오르는 링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
    ​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
    ​
    그런 난장판 한쪽 구석 자리에 아득한 격을 가진 두 존재가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
    ​
    “목적이 뭐지?”
    ​
    ​
    개그 신에 의해 격이 낮아져 인간과 똑같은 투로 말을 하게 된 ‘그분’혹은 ‘마신’이라 불리는 외신은 서늘한 시선으로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는 개그 신을 바라보았다. (편의를 위해 앞으로 마신이라 칭하겠다.)
    ​
    ​
    “으응? 뭐더라?”
    ​
    ​
    그녀는 상대를 화나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휴대폰 게임에 몰입한 채 대충대충 대답해 주었다.
    ​
    ​
    “내 마음이 더 뜨겁소!”
    ​
    ​
    와장창!
    ​
    ​
    그러는 사이 노인들의 장기자랑은 최고조에 이뤄,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는 이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
    ​
    “앗싸! 이겼다!”
    ​
    ​
    개그 신은 기분 좋게 웃음 지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리곤 눈앞에 놓인 음료를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콜라였다.
    ​
    ​
    “캬 -..! 너도 마셔보는 게 어때? 응? 응?”
    ​
    ​
    그녀는 ‘중세 판타지 세계의 주민은 콜라를 먹고 경악하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며 콜라를 마신에게 밀어주었다. 
    ​
    ​
    마신은 팔짱을 낀 채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이런 식으로 거대한 힘을 썼다간 차원에서 쫓겨날 텐데?”
    ​
    ​
    그의 말대로 아무리 거대한 격과 많은 인과율을 가지고 있어도 지금처럼 차원을 비틀 정도의 힘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면, 세계가 생존을 위해 거대한 격을 밖으로 쫓아낸다.
    ​
    ​
    제대로 된 신도 없는 세계가 어떻게 아득한 격을 가진 존재를 쫓아내나 싶겠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컵에 물을 가득 부으면 넘쳐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
    ​
    마신의 예상대로라면 현실 시간으로 하루가 흐르기 전에 개그 신은 이곳에서 쫓겨나게 될 터였다. 
    ​
    ​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 자유를 얻을 수 있기에 굳이 힘을 낭비하지 않고 수다나 떨고 있는 것이었다.
    ​
    ​
    개그 신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마신이 밀어둔 콜라를 가져오며 말했다.
    ​
    ​
    “알려주고 싶지 않지만… 같이 놀아줬으니까 대답 정도는 해줄게!”
    ​
    ​
    그 말에 마신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격을 강제로 낮춰버린 개그 신은 그를 끌고, 노래방이니 PC방이니 하는 장소로 끌고 가 의미 없는 짓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
    ​
    아득한 격을 가진 마신에겐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십 개의 세계를 파괴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 정도였다.
    ​
    ​
    아득한 격을 가진 존재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분노하고 짜증을 낼 정도로 격이 낮아졌다는 건, 개그 신의 격이 마신보다 월등히 높다는 말과 같았다.
    ​
    ​
    이를 알고 있었기에 마신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개그 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
    “우선 -.. 왜 이렇게 힘을 낭비하냐고 했었지? 간단하게 말해서 난 이 세계에 별 관심이 없거든.”
    “그렇다면 왜 나를 공격한 거지?”
   “에이, 공격한 건 아니지. 소멸하진 않았잖아?”
    ​
    ​
    태연한 얼굴로 오싹한 말을 뱉어낸 개그 신은 무엇을 상상하는지 잔뜩 풀어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
    “그런 거 있잖아. 키즈 카페에서 신나게 뛰어놀라고 아이를 풀어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다가도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다른 아이와 싸움이 일어날 거 같으면 후다닥 달려가게 되는 부모의 모습 같은 거랄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아, 판타지 세계적인 비유를 들어야겠구나? 으음 -..아! 가축이 배를 잔뜩 채울 수 있도록 초원에 풀어놓은 양치기가 가축을 잡아먹으려는 짐승을 보며 달려와서 쫓아내는 거랑 비슷해! 아니면 꿀 법 집을 털려는 말벌을 쫓아내려는 것과 비슷…”
    ​
    ​
    이해할 수 없는 설명에 마신의 미간이 더더욱 구겨지던 그때.
    ​
    ​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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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오, 이런..”
    ​
    ​
    노파에게 힘 자랑을 하던 노인 중 한명이 개그 신의 공간을 깨부순 채 웃음 짓고 있었다.
    ​
    ​
    그녀에게서 비롯된 존재들답게 답이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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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길 거 다 즐겼으니까. 슬슬 돌아가야겠다! 재미있었어!”
    “…!”
    ​
    ​
    그녀는 그리 말한 후 공간을 찢어발겼다. 마신은 순식간에 격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환희의 감정을 느꼈다.
    ​
    ​
    “아, 가기 전에 깜빡할 뻔했네!”
    ​
    ​
    그녀는 휙 몸을 돌려 격을 찾아감에 따라 육체를 잃고 형체 조차 없어져 가는 외신을 바라보았다.
    ​
    ​
    “같이 놀았으니까 돈도 반반 내야지?”
    ​
    ​
    그녀는 고양이가 무언가를 할퀴는 것처럼 손가락을 구부려 허공을 할퀴었다. 
    ​
    ​
    [ 크아아악! ]
    ​
    ​
    마신의 격의 일부와 인과율이 강제로 뜯겨나가 개그 신에게 흡수되었다. 
    ​
    ​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봐줄게! 그럼 바이바이!”
    ​
    ​
    마신에게 삥을 뜯은 개그 신은 그대로 뿅하고 사라져버렸다.
    ​
    ​
    [ 끄윽… ]
    ​
    ​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끔찍한 고통에 마신은 신음을 삼켰다. 그 순간.
    ​
    ​
    우우웅!
    팟, 파바밧!
    ​
    ​
    마왕성 전체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몇 겹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마법진이 푸르게 빛나고, 어디서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눈 부신 빛이 대낮처럼 마왕성을 밝혔다.
    ​
    ​
    그의 시선이 성의 깊숙한 곳에서 일렁이는 마법진과 알 수 없는 빛을 향했다. 처음에는 그저 필멸자들의 발악이란 생각에 코웃음이 나왔다. 
    ​
    ​
    이리저리 튀는 감정을 통해 제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자각했을 때, 결연한 표정을 한 마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뭘 하려는 거지?’ ]
    ​
    ​
    격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라 그런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
    ​
    거대한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복잡한 문양과 룬 문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이 빛나며 허공을 채워나갔다.
    ​
    ​
    마왕성 깊은 곳에 자리하던 성물들이 눈부시게 빛을 내뿜으며 마법진에 힘을 더해주었다. 마신은 이 빛이 단순한 빛이 아니라, 그를 속박하고 봉인하는 용도임을 알아차렸다.
    ​
    ​
    [ ‘감히..’ ]
    ​
    ​
    마신은 자신에게 ‘감히’ 도전하려는 필멸자들의 모습에 깊은 모멸감을 느꼈다. 격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 감정이 선명하게 그를 흔들었다.
    ​
    ​
    그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의 존재가 흔들려 희끄무레한 형체를 내보이고 있었다. 마왕은 고개를 들어 오로라처럼 하늘을 가득 채운 마신을 올려다보았다.
    ​
    ​
    ‘그래, 이거면 된 거야.’
    ​
    ​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단검을 들어 올렸다. 
    ​
    ​
    검의 손잡이 부분에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붉은 루비가 깊게 박혀 있었는데, 그 보석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은은하게 불길한 빛을 내뿜었다.
    ​
    검신은 어두운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칼날은 날렵하면서도 무거웠다. 검신을 따라 새겨진 하얀 룬어는 마치 뱀의 비늘처럼 빛을 반사하며 불길한 기운을 더했다. 
    ​
    ​
    검 전체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가까이 다가가는 이들로 하여금 공포와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
    ​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 마검들 중에 하나로, 리안의 파트너인 마검과 마찬가지로 대가에 따라 거대한 기적이나 힘을 돌려주는 존재였다.
    ​
    ​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단검을 들어 올렸다. 바람조차 베어낼 것 같은 날 선 칼날의 끝이 하늘을 가득 채운 마신을 향했다.
    ​
    ​
    ‘…나를 대신해서 더 많은 세상을 겪고, 더 많은 것을 사랑해줘.’
    ​
    ​
    칼날의 끝이 천천히 움직여 이내 그녀의 가슴 위를 향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검을 제 심장에 꽂아 넣었다.
    ​
    ​
    푸욱!
    ​
    ​
    “끅…!”
    ​
    ​
    작은 신음과 함께 마검이 불길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
    그녀가 내건 대가는 ‘그녀의 전부’였고, 마검은 그녀가 소망하던 것을 대가로 돌려주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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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길한 붉은 빛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면 간지럽지도 않을 힘이 그물처럼 뻗어와 마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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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짝 – ! 쿵 짝 !

제국쪽도, 마왕쪽도 진지한 이때 경박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 한 군데 있었으니.

“아가씨, 오늘 나랑 쌍화차 한잔 어때?”

개그 신이 만들어낸 기이한 공간 안, 과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다방 안에 노인이 나이대에 비해 젊어 보이는 예쁜 노파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어허, 향이는 오늘 나랑 놀기로 했어. 그치?”

뒤늦게 나타난 다른 노인이 질투를 불태우며 노파에게 치근덕거렸다.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 칸 정도 떨어진 장소에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체크무늬 셔츠를 팔뚝까지 걷어 올렸다.

“흡!”

“어머..”

농사로 단련된 근육이 고개를 내밀자 노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노인을 향했다.

“어험, 어허험!”

이에 다른 노인이 셔츠를 벗어 제 근육을 자랑했다. 하얀 민소매 옆으로 탄탄한 근육이 모습을 드러내자 노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어헛, 어허헛!”

그녀의 옆에 있던 노인이 노파의 시선을 끌고자 냅다 테이블 위로 올라가 그랜절을 박아버렸다.

“허잇차! 어잇차!”

잔잔하던 다방의 음악이 전통적인 음악으로 바뀌더니, 벽과 벽 사이에 굵고 하얀 줄이 생겨났다. 그 위로 새하얀 전통 복장을 한 노인이 줄타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화르륵!

다른 한쪽에선 서커스에서나 볼법한 타오르는 링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그런 난장판 한쪽 구석 자리에 아득한 격을 가진 두 존재가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목적이 뭐지?”

개그 신에 의해 격이 낮아져 인간과 똑같은 투로 말을 하게 된 ‘그분’혹은 ‘마신’이라 불리는 외신은 서늘한 시선으로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는 개그 신을 바라보았다. (편의를 위해 앞으로 마신이라 칭하겠다.)

“으응? 뭐더라?”

그녀는 상대를 화나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휴대폰 게임에 몰입한 채 대충대충 대답해 주었다.

“내 마음이 더 뜨겁소!”

와장창!

그러는 사이 노인들의 장기자랑은 최고조에 이뤄,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는 이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앗싸! 이겼다!”

개그 신은 기분 좋게 웃음 지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리곤 눈앞에 놓인 음료를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콜라였다.

“캬 -..! 너도 마셔보는 게 어때? 응? 응?”

그녀는 ‘중세 판타지 세계의 주민은 콜라를 먹고 경악하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며 콜라를 마신에게 밀어주었다.

마신은 팔짱을 낀 채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이런 식으로 거대한 힘을 썼다간 차원에서 쫓겨날 텐데?”

그의 말대로 아무리 거대한 격과 많은 인과율을 가지고 있어도 지금처럼 차원을 비틀 정도의 힘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면, 세계가 생존을 위해 거대한 격을 밖으로 쫓아낸다.

제대로 된 신도 없는 세계가 어떻게 아득한 격을 가진 존재를 쫓아내나 싶겠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컵에 물을 가득 부으면 넘쳐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마신의 예상대로라면 현실 시간으로 하루가 흐르기 전에 개그 신은 이곳에서 쫓겨나게 될 터였다.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 자유를 얻을 수 있기에 굳이 힘을 낭비하지 않고 수다나 떨고 있는 것이었다.

개그 신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마신이 밀어둔 콜라를 가져오며 말했다.

“알려주고 싶지 않지만… 같이 놀아줬으니까 대답 정도는 해줄게!”

그 말에 마신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격을 강제로 낮춰버린 개그 신은 그를 끌고, 노래방이니 PC방이니 하는 장소로 끌고 가 의미 없는 짓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아득한 격을 가진 마신에겐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십 개의 세계를 파괴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 정도였다.

아득한 격을 가진 존재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분노하고 짜증을 낼 정도로 격이 낮아졌다는 건, 개그 신의 격이 마신보다 월등히 높다는 말과 같았다.

이를 알고 있었기에 마신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개그 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 -.. 왜 이렇게 힘을 낭비하냐고 했었지? 간단하게 말해서 난 이 세계에 별 관심이 없거든.”

“그렇다면 왜 나를 공격한 거지?”

“에이, 공격한 건 아니지. 소멸하진 않았잖아?”

태연한 얼굴로 오싹한 말을 뱉어낸 개그 신은 무엇을 상상하는지 잔뜩 풀어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거 있잖아. 키즈 카페에서 신나게 뛰어놀라고 아이를 풀어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다가도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다른 아이와 싸움이 일어날 거 같으면 후다닥 달려가게 되는 부모의 모습 같은 거랄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아, 판타지 세계적인 비유를 들어야겠구나? 으음 -..아! 가축이 배를 잔뜩 채울 수 있도록 초원에 풀어놓은 양치기가 가축을 잡아먹으려는 짐승을 보며 달려와서 쫓아내는 거랑 비슷해! 아니면 꿀 법 집을 털려는 말벌을 쫓아내려는 것과 비슷…”

이해할 수 없는 설명에 마신의 미간이 더더욱 구겨지던 그때.

쨍그랑!

“하하!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오, 이런..”

노파에게 힘 자랑을 하던 노인 중 한명이 개그 신의 공간을 깨부순 채 웃음 짓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비롯된 존재들답게 답이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즐길 거 다 즐겼으니까. 슬슬 돌아가야겠다! 재미있었어!”

“…!”

그녀는 그리 말한 후 공간을 찢어발겼다. 마신은 순식간에 격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환희의 감정을 느꼈다.

“아, 가기 전에 깜빡할 뻔했네!”

그녀는 휙 몸을 돌려 격을 찾아감에 따라 육체를 잃고 형체 조차 없어져 가는 외신을 바라보았다.

“같이 놀았으니까 돈도 반반 내야지?”

그녀는 고양이가 무언가를 할퀴는 것처럼 손가락을 구부려 허공을 할퀴었다.

[ 크아아악! ]

마신의 격의 일부와 인과율이 강제로 뜯겨나가 개그 신에게 흡수되었다.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봐줄게! 그럼 바이바이!”

마신에게 삥을 뜯은 개그 신은 그대로 뿅하고 사라져버렸다.

[ 끄윽… ]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끔찍한 고통에 마신은 신음을 삼켰다. 그 순간.

우우웅!

팟, 파바밧!

마왕성 전체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몇 겹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마법진이 푸르게 빛나고, 어디서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눈 부신 빛이 대낮처럼 마왕성을 밝혔다.

그의 시선이 성의 깊숙한 곳에서 일렁이는 마법진과 알 수 없는 빛을 향했다. 처음에는 그저 필멸자들의 발악이란 생각에 코웃음이 나왔다.

이리저리 튀는 감정을 통해 제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자각했을 때, 결연한 표정을 한 마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 ‘뭘 하려는 거지?’ ]

격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라 그런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복잡한 문양과 룬 문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이 빛나며 허공을 채워나갔다.

마왕성 깊은 곳에 자리하던 성물들이 눈부시게 빛을 내뿜으며 마법진에 힘을 더해주었다. 마신은 이 빛이 단순한 빛이 아니라, 그를 속박하고 봉인하는 용도임을 알아차렸다.

[ ‘감히..’ ]

마신은 자신에게 ‘감히’ 도전하려는 필멸자들의 모습에 깊은 모멸감을 느꼈다. 격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 감정이 선명하게 그를 흔들었다.

그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의 존재가 흔들려 희끄무레한 형체를 내보이고 있었다. 마왕은 고개를 들어 오로라처럼 하늘을 가득 채운 마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이거면 된 거야.’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단검을 들어 올렸다.

검의 손잡이 부분에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붉은 루비가 깊게 박혀 있었는데, 그 보석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은은하게 불길한 빛을 내뿜었다.

검신은 어두운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칼날은 날렵하면서도 무거웠다. 검신을 따라 새겨진 하얀 룬어는 마치 뱀의 비늘처럼 빛을 반사하며 불길한 기운을 더했다.

검 전체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가까이 다가가는 이들로 하여금 공포와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 마검들 중에 하나로, 리안의 파트너인 마검과 마찬가지로 대가에 따라 거대한 기적이나 힘을 돌려주는 존재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단검을 들어 올렸다. 바람조차 베어낼 것 같은 날 선 칼날의 끝이 하늘을 가득 채운 마신을 향했다.

‘…나를 대신해서 더 많은 세상을 겪고, 더 많은 것을 사랑해줘.’

칼날의 끝이 천천히 움직여 이내 그녀의 가슴 위를 향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검을 제 심장에 꽂아 넣었다.

푸욱!

“끅…!”

작은 신음과 함께 마검이 불길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건 대가는 ‘그녀의 전부’였고, 마검은 그녀가 소망하던 것을 대가로 돌려주었다.

[ …! ]

불길한 붉은 빛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면 간지럽지도 않을 힘이 그물처럼 뻗어와 마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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