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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4

   쿠구구구구구-

     

   움직이는 저주 지네 위.

   원래는 벨투아만 있었던 자리에는 어느새 세 사람과 한 마리가 더 추가되어 있었다.

     

   그 세 사람과 한 마리의 정체는 당연히 크라슈의 일행이었다.

     

   “으으, 벌레가 아니다. 아니야…….”

     

   그중 에벨아스크는 저주 지네의 징그러움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녀는 저주 지네의 더듬이가 머리 위로 올라올 때마다 비명을 꾹 참았다.

     

   그러면서 스리슬쩍 크라슈의 등 뒤에 붙어 그의 등에 고개를 파묻었다.

   자꾸 뒤에서 뭐가 닿는 게 불편하니 그쯤 했으면 좋겠지만 본인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니 크라슈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머리가 괜찮아졌어.”

     

   그러는 사이 하링이 한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벨투아의 등불 아래에 있으니 악몽으로 고통받으며 오던 두통이 사라진 것이다.

     

   “이쪽 아가씨도 저주를 다루고 있군?”

     

   그러자 벨투아도 크라슈에 이어 또 저주를 다루는 이를 보고, 신기한 얼굴을 했다.

   그야, 저주라는 건 대부분의 인식 속에서 사람의 몸을 갉아 먹는 병 취급이었으니까.

     

   그것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이들은 해주사 말고는 없는 게 당연했다.

     

   “하링 라그렌입니다.”

   “라그렌이라. 독과 관련된 가문이니 저주에도 좀 더 쉽게 익숙해진 모양이야.”

   “다 크라슈 덕이에요.”

     

   실제로 크라슈가 순간 강화 영약을 연구하는 것을 도운 게 컸으니 말이다.

     

   “끌끌, 인망이 두텁구먼?”

     

   벨투아는 크라슈를 놀리듯 말을 건넸다.

     

   “사계는 마침, 멈추지 않는 밤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크라슈는 빠르게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은근히 장난기가 많은 이 영감은 한 번 꽂히면 그걸로만 한 시간 넘게 장난치는 인간이니 말이다.

     

   “그 말마따나 사계는 확실히 멈추지 않는 밤에 존재하긴 하지.”

     

   돌아온 대답은 살짝 두루뭉술했다.

   확신이 없는 그 이야기에 크라슈가 의문을 보이자 벨투아는 입맛을 다셨다.

     

   “문제는 현재 지금 사계는 어느 한 침식종에게 걸려 있다는 점인 게야.”

   “침식종에게 말입니까?”

     

   이쪽은 크라슈도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야, 크라슈가 사계를 보았을 때는 이미 사람에게 옮겨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리고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침식종이기도 하지.”

     

   벨투아는 수많은 저주를 다룬다.

   실제로 지금 그가 켜고 있는 등불마저도 흑종귀를 쫓는 저주이며 저주를 이용한 전투 또한 남들 못지않다.

     

   그런 그가 상대하기 꺼림칙하다는 것은 상대도 어지간한 놈이란 거였다.

     

   ‘멈추지 않는 밤에서 그만한 침식종이라면.’

     

   크라슈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10성급 침식종들 탓에 눈을 찌푸렸다.

   아무리 크라슈라도 아직까지는 그놈들을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0성급은 못 해도 마스터 완숙의 기사단이 와야 상대할 수 있다.

   그마저도 마스터 완숙의 기사단이 최소치일 뿐이다.

     

   ‘나야 오러만을 쓰는 게 아니니. 오러의 경지만을 따질 필요는 없어지긴 했지만.’

     

   크라슈는 자신이 오러와 세계 침식의 힘이 더해지면 자신이 마스터 상급쯤이라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크라슈는 얼마 전 오러가 마스터 중급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세계 침식의 흡수 제한이 없어지는 금역이라는 점에 육체를 혹사하면 어떻게든 최상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겠지.’

     

   크라슈에게는 멸천수라가 있다.

   모든 걸 다 쏟아 부어야 하긴 하지만 순간적인 화력만큼은 분명 최상급에도 닿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한 최상급조차 침식종을 상대로는 9성급이 턱걸이다.

   10성급, 혹은 그 이상으로 간다면 크라슈는 상대조차 될 리 없었다.

     

   “……10성급 침식종입니까?”

     

   그러니 크라슈는 자신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선인지 물었다.

   그러자 벨투아는 고개를 저었다.

     

   “9성급이지.”

     

   그나마 다행히 10성급 침식종은 아니었다.

     

   “……9성급.”

     

   옆에 있던 하링 또한 얼굴이 굳었다.

   그녀가 최대로 만나본 것은 중간 평가 때 만났던 7성급인 가짜 라바도스와 7성급 초입에 데카라비아 정도다.

     

   거기서 두 단계나 더 건너뛴 9성급이 언급되자 숨이 턱 하니 막힌 것이다.

   그녀도 새삼 금역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깨달았겠지.

     

   “해보기도 전에 겁먹을 필요는 없어.”

     

   크라슈는 하링의 걱정을 덜어 주었다.

     

   “에벨아스크, 너도 좀 도와줘야겠다.”

   “후우, 애초에 이거 도우려고 온 거니까.”

     

   이래 보여도 제국의 비밀 병기로서 이름을 날리던 에벨아스크다.

   그녀의 네크로맨서 술은 다수를 상대하는 데 적합하긴 하나 그녀에게도 비장의 카드는 있다.

     

   그녀의 시체 중 앞 번대의 이들을 꺼내려는 거겠지.

   거기에 미덥지 않지만, 광도제 놈 또한 있기는 하다.

     

   그놈이라면 고기 방패 역할 정도야 해줄 수 있겠지.

     

   ‘어떻게든 해볼 만해.’

     

   몸 성히 돌아갈 자신은 없어도 물리치지 못할 자신은 없었다.

   하물며 벨투아 또한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을 터.

     

   승산은 있었다.

     

   “그래서 사계를 가지고 있는 놈이 어느 놈이랍니까.”

     

   크라슈가 질문하자 벨투아는 때마침 잘됐다는 듯이 장대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등불이 빛나며 밤하늘 위를 가리켰다.

     

   “때마침 저기 보이는군.”

     

   크라슈의 시선이 등불을 따라 밤하늘에 닿았다.

   거기에는 새까만 구름 사이로, 별빛이 한차례 쭈욱 뿌려졌다가 사라졌다.

     

   크라슈는 그것을 본 순간 곧 인상을 서서히 찌푸려야 했다.

   왜냐하면 크라슈 또한 침식종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사계가 저놈에게 있단 말입니까?”

   “그래, 그래서 이 할아비도 손도 못 대고 있지.”

     

   크라슈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서 크라슈를 돕겠다고 호언장담한 에벨아스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는 멈추지 않는 밤의 정보를 거의 몰랐기 때문이었다.

     

   “뭔데, 저 별빛이 뭔데 그러는데?”

   “……저건 한 침식종이 하늘을 향해 뿌리는 별빛이야.”

     

   멈추지 않는 밤을 밝히기 위해 별빛을 뿌리고 다니는 침식종.

     

   역야성(逆夜星)

     

   놈의 목적은 멈추지 않는 밤을 완전히 밝히는 것이다.

   놈이 그런 목적을 가진 이유는 크라슈도 알지 못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역야성은 앞에서 말했듯 별빛을 뿌리고 다니는 녀석이다.

     

   이런 역야성이 죽는 순간 멈추지 않는 밤은 정말 말 그대로 밤만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밤 아래에서 기생하고 있는 침식종들은 더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역야성의 별빛은 멈추지 않는 밤을 억제하는 힘이니까.’

     

   그러니 멈추지 않는 밤에서 역야성을 죽이는 것은 일종의 금기와도 같았다.

   원래도 세 마리밖에 없었던 역야성 중, 한 마리를 죽인 뒤로 멈추지 않는 밤의 영역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왜 벨투아 이 영감이 사계를 어찌 못했는지 알겠네.’

     

   역야성을 건드렸다간 자칫하면 멈추지 않는 밤이 더 커질 위험이 있었다.

   그러니 사계 쪽은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던 거겠지.

     

   [ 네놈이면 가능하지 않으냐? ]

     

   그러는 순간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채 물어왔다.

   블랙 후드로 사계를 빼앗으면 되지 않겠냐는 의미였다.

     

   “……그것도 마냥 쉽지 않아.”

     

   사계는 앞에서 말했듯 몸의 한 부분을 삼켜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놈이 제 의지로 몸의 일부분을 토해내지 않는 이상 사계를 빼앗았다간 역야성이 죽을 거다.”

     

   죽이는 것이 오히려 곤란한 침식종이라니.

   참, 기막힐 노릇이다.

     

   “흐음, 보아하니 사계를 꺼낼 방법이 있는 모양이지?”

     

   그러는 순간 별빛을 보고 있던 벨투아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사계가 몸의 일부분을 토해내게 하는 건 내게 방법이 있다.”

   “정말입니까?”

   “역야성이 발버둥 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지.”

     

   결국 역야성의 제압이 제일 먼저 우선시 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사계가 꼭 필요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틈은 없었다.

     

   “해보죠.”

     

   크라슈의 고개가 밤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

     

   역야성에게서 사계 빼앗기.

   시작이다.

     

     

   * * *

     

     

   역야성.

   그 이름답게 매일 같이 밤하늘을 밝히는 놈의 정체에 관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저, 밤하늘을 매일 같이 밝히려고 한다.

   그것뿐.

     

   그러나 한 가지 알려진 것은 있다.

   역야성은 9성급 침식종이다.

     

   거기에 관해 부정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멈추지 않는 밤하늘 아래.

     

   쭉 뻗어진 흰색의 두 다리 위,

   검은색의 솜털이 송송히 달려 있었다.

   더불어 그 위에는 나방과도 같은 샛노란 색의 날개 넉 장이 달린 채 별빛 가루 같은 것을 뿌려 내었다.

     

   특히, 머리 부분이 무척이나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날개가 여러 장씩 겹쳐 만들어진 머리.

   그러한 머리에 붙어 있는 다수의 눈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보다 대략 두 배가량 더 큰 그 존재의 이름이 바로 역야성이었다.

   역야성의 새까만 팔이 들어 올려졌다.

     

   그러자 그 팔을 따라 뻗어진 별빛 가루가 또 한 번 멈추지 않는 밤하늘 위에 흩뿌려졌다.

     

   역야성은 그저 그렇게 별빛을 뿌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자기 몸에 어느새 스며든 사계의 존재조차 모른 채 말이다.

     

   우뚝-

     

   그 순간 밤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던 역야성이 몸을 굳혔다.

   왜냐하면 역야성 또한 기척을 하나 느꼈기 때문이었다.

     

   역야성은 분명 코가 없지만, 자신의 후각을 간질이는 달콤한 향을 느꼈다.

   한입에 베어 문다면 전에 없을 환희를 느낄 법한 달콤한 향.

     

   이 향을 쫓아 고개를 돌린 놈의 눈에 지평선 끝자락이 닿았다.

   밤하늘이 닿아 있는 지평선 끝자락.

     

   자신의 별빛만큼이나 밝게 빛나고 있는 등불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등불 아래에는 한 노인이 장대를 짊어진 채 이쪽을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 움직여라.”

     

   그리고 곧 노인은 장대를 바닥에 쿠웅 하니 찍었다.

   그러자 장대 아래에서 새까만 지네 수십 마리가 일제히 치솟아 올랐다.

     

   지네들은 순식간에 일대를 뒤덮을 만큼 거대해져 그대로 역야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역야성은 검은 손가락 끝을 천천히 올렸다.

     

   그리고 놈의 손끝에서 빛무리가 모였다고 생각한 그 순간.

     

   피잉!

     

   빛이 질주하는 소리와 함께 지네들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하지만 지네들도 일반 지네가 아니었다.

     

   놈들은 빛으로 산산조각이 난 순간 오히려 그 수가 몇 배로 불어났다.

   불어난 지네는 또다시 몸을 부풀려 나가며 득달같이 역야성에게 달려들었다.

     

   조금 귀찮음을 느낀 역야성이 날개를 촤악 펼쳤다.

   그 순간 날개의 주위에 아까 전 역야성이 흩뿌린 빛무리가 일제히 몰려들었다.

     

   멈추지 않는 밤하늘 아래 때아닌 섬광이 번진 순간.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지평선 끝자락까지 뻗어진 빛에 의해 지네들은 한 줌의 잿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전부 소거되었다.

     

   “과연, 9성급이구만.”

     

   그 광경을 보며 벨투아는 혀 차는 소리를 내었다.

   괜히 9성급 침식종이 아니라는 듯 역야성은 급이 다른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몇 개 정돈 떨어트리겠어.”

     

   하지만 그도 일부러 저주 지네를 소모한 게 아니었다.

     

   역야성은 뒤늦게 방금전에 느꼈던 달콤한 향이 자신의 아래쪽에서 느껴짐을 깨달았다.

     

   역야성의 머리 날개에 달린 눈 하나가 그쪽으로 향한 순간.

   역야성은 짙은 향과 함께 역야성마저도 뜨겁다고 느낄만한 열기를 느꼈다.

     

   일순간 평생을 본 적 없는 태양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그 강렬한 열기 속.

   검은색으로 물든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과 검 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보였다.

     

   어느새?

     

   역야성이 의문을 가졌다.

   분명 방금까지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느새 소년이 역야성의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의 눈은 어느 때보다 붉은색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그의 몸속에 드리운 밤하늘 위, 일곱 개의 별이 일제히 붉은 빛을 쏟아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밤 속에 붉은 달이 드리웠다.

     

   오싹!

     

   역야성조차 순간 위압감을 느낄 만큼 소년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커졌다.

     

   위험하다.

     

   역야성이 급하게 손을 뻗었다.

   손에 서린 빛무리로 곧장 소년을 찢어발길 속셈이었다.

     

   하지만 역야성이 손을 올리는 속도는 소년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의 검에 서린 스킬, 엑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가속이 그에게 이미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피이이이이이잉!

     

   역야성이 쏟아내었던 빛과 같이 일순간 소년의 검 또한 빛과 같이 내질러졌다.

     

   역야성은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눈앞이 환하게 불타오름을 깨달았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오식(五式)

   멸천월화(滅天月火)

     

   붉은 달의 화염이 역야성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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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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