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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4

    <204 – 교관이라 살았다>

     

    싱과 즈앙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렇다고 순위를 한도 끝도 없이 빼앗기기도 싫다.

    우정과 학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은 간단했다.

    남들이 학점을 못 얻게 하면 되지롱!

     

    “저거 결승선 아니야?”

    “뭐 저런 악랄한.”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3학년도 아닌 아이가 저런 인성을 보일 수가 있지?”

    “못 들었어? 저기 1학년들이 하는 소리. 저 애의 클래스가 다크프린세스래.”

    “뭐하는 클래스야 그건?”

    “마왕의 공주?”

    “미쳤네.”

    “마목들 일어나는 모습 보면 맞는 말 같은데.”

     

    1학년 상급반 제국학생들과 2학년 하급반 선배들이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잔말을 해댔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가 너무 무른 마음으로 자비롭게 시험을 치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된다.

    그렇잖아?

    제국학생들을 힘으로 탈락시키지도 않았고.

    명찰을 빼앗지도 않았고.

    강을 건널 100명을 확보하려고 건너편의 학생들을 순순히 방치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3학년이었다면 저렇게 많은 머릿수가 쌓여서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 다 때려눕히고 생각했겠지.’

     

    그거에 비하면 때리지도 않고 맘 놓고 불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얼마나 자비로운 처사인가!

    그래도 시험이 길어지니 슬슬 지치기는 한다.

    빨리 와주지 않으려나.

    서있기도 뭐해서 강가 근처 바위에 등을 기대고 있으려니 쿵쿵 소리가 가까워졌다.

    땅도 울리고 비명소리도 들리는 것이 필시…

     

    ‘싱이 왔나?’

     

    벌떡 일어서서 돌아보니 골렘이 와있었다.

    제 발로 주인을 찾아왔다며 나 잘했지? 하는 기색을 보이는 골렘.

    커다란 머리를 쓰담쓰담 해달라며 들이미는데 머리가 너무 커서 시야가 다 가려진다.

     

    “아이참. 덩치를 생각해야지. 너가 헤스티아가 데리고 다니는 응애골렘 인 줄 알아?”

    “끼구궁.”

     

    시무룩해하는 소리가 귀여워서 한 번 쓰다듬어줬다.

     

    “심심하면 물이나 마시고 있어!”

     

    벌컥벌컥 골렘이 물을 마시며 코어의 열을 식히고 주인인 나도 바위 위에 엎어져서 시간을 보낸다.

    음… 졸리네.

    낮잠이나 잠깐 자둘까.

    꾸벅꾸벅 흔들리는 고개를 따라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의 움직임을 따라오는 강 건너편 학생들의 시선.

     

    “아빠 안잔당!”

     

    눈을 부릅뜨고 소리치자 건너편의 탄식이 커졌다.

     

    “사람 가지고 노네.”

    “아. 조금 귀여울지도.”

    “정신 차려. 그러다 학점이 다 털려도 좋아?”

     

    그렇게 학점을 인질로 삼아 수많은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자니 다시 한 번 쿵쿵 소리가 들렸다.

    또 골렘이겠지.

    이번에는 결승선을 찾아 헤매던 헤스티아의 골렘이려나. 아니면 주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야생골렘?

     

    슬쩍 주변을 돌아보는데 어째 강 건너편 학생들이 기겁하며 강 속으로 마구 들어왔다.

    사람들이 단체로 실성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출현도 0.1%로 등장하는 레어물고기 사이에서도 더욱 낮은 빈도로 등장하는 황금물고기나 보석물고기가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으아악! 미친 살인귀가 나타났다!!”

    “피를 얼마나 뒤집어쓴 거야!?”

    “이, 일단 공격해! 원거리 마법으로 쓰러뜨리자고!!”

     

    총을 쏘면 원형으로 총연이 퍼지듯이 마법발사자들을 중심으로 푸른 마나의 잔흔들이 연이어 피어올랐다.

    폭죽놀이의 현장마냥 격렬하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공기를 가르는 다양한 마법의 굉음.

    그 표적에는 들려야 할 비명소리 대신 무언가가 베고 갈라지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뿌셔지고, 쪼개지고, 갈라지고, 박살나는.

     

    격한 이펙트의 향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자 고인물인 나조차도 입이 벌어졌다.

     

    ‘연속패링? 마법파괴?’

     

    검으로 적의 공격을 다른 방향으로 흘리듯이 마법을 연이어 흘려보내는 연속패링.

    그 사이사이로 흘려낼 수 없는 공격은 마력의 축을 이루는 술식을 베어 마법발현 그 자체를 캔슬한다.

    당연히 1학년이 보일 기술이 아니다.

    기사학부에서도 상당한 큰 비중을 들여 배우는 기술.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상당기간을 연마하고 또 연마한 끝에 실전에서 써먹는 기술이다.

    물리적 공격을 패링하는 것과 마법적 공격을 패링하는 것은 패링유효범위축소 및 마법적 힘의 작용과 이해에 대한 높은 성찰을 요구한다.

    기술발동에 필요한 수련치가 말도 안 되게 높은 재능충 혹은 고인물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마법파괴는 부서도 데미지가 들어갈 텐데!’

     

    총알을 가른다고 날아오는 탄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마법에도 관성에너지가 있다.

    원거리에서 이미 구현을 끝마치고 발사된 마법은 술식이 해제되어도 그 여파로 주변공간에 일정데미지의 피해를 입힌다.

    저 정도로 대량의 캔슬피해가 쌓이면 그것 자체로도 상당한 데미지가 들어간다.

     

    경직.

    현기증.

    시야감소.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려 점점 반응이 둔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마법융단폭격을 맞고 쓰러져야 마땅할 상황임에도 싱은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간격을 좁혀 2학년들을 베기 시작하더니 전열에서부터 선배들이 마구 쓸려나갔다.

     

    “도, 도망쳐!!”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마법을 검으로 쳐내다니, 어디서 저딴 미친놈이 나온 거냐고!!”

    “3학년인가?! 1학년으로 분장한 3학년의 유희에 당하고 있는 건가?!”

    “마목은 운이 좋으면 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저건 요행에 기대어 어찌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강으로, 강으로 도망쳐야해!”

     

    구조에 실패할까봐 팝콘도 내려놓고 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잔뜩 긴장한 교관들.

    아수라장의 끝은 100명이 넘는 선배들이 마목에 붙잡혀 기절하고 교관들의 손에 구출되고, 거의 같은 수만큼의 학생들이 검에 베여 쓰러지며 끝이 났다.

     

    “구경 재밌어?”

    “헉! 즈앙. 언제 왔어?”

    “쟤랑 같이. 합을 맞춰보니 나쁘지 않더라고.”

     

    싱긋 웃는 즈앙의 볼에는 누군가의 피가 튀어있었다.

    손을 들어 닦아주려니 흠칫 놀란 즈앙이 뒷걸음질 쳤다.

    얘도 참.

    볼에 이런 거나 묻혀놓고 뭘 부끄러워한담?

    그대로 간격에 파고들어 볼을 손으로 슥 문질러 피를 닦아주었다.

     

    “이제 깨끗해졌네!”

    “…너무 쉽게 들어오잖아.”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시험은 어쩌고 여기서 구경 중이었는데?”

    “둘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를?”

     

    영문을 모르는 즈앙.

    겁도 없이 싱에게마저 덤벼든 마목의 나뭇가지를 모조리 쳐내고는 몸통만 남은 마목의 핵에 검을 겨누며 보트처럼 써먹어 강을 건넌 싱.

    두 사람에게 그들을 기다린 이유를 설명해주니 어이없다는 시선이 되돌아왔다.

     

    “100명을 보내야 하니 이왕이면 친한 사람부터 앞으로 보내겠다니. 시험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교수님도 나름 열심히 준비했을 텐데.”

    “음… 즈앙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아!”

    “그런가? 하긴 나도 오는 길에 수집품 채우는 기분으로 명함이나 모으고 다녔으니까.”

     

    상의주머니 안에서 피 묻은 명찰이 한 가득 집어져 나왔다.

     

    “우와! 그거만 있으면 변방라인은 다 합격하겠어!”

    “뺏긴 애들한테 돌려달라고?”

    “응!”

    “흐응… 오크노디는 그랬으면 좋겠어?”

    “응응!”

    “내가 왜 줘야 하는데? 오크노디도 궁금하지 않아? 명찰을 뺏기고 받는 페널티가 뭔지. 명찰을 뺏긴 채로 골인하는 애들은 어떻게 되는지.”

     

    지나가다 개미가 보이면 한 번 밟아보고 싶고, 잠자리가 날아다니면 날개를 뜯어보고 싶은 것처럼 나약한 동급생들을 짓밟고 뜯어보고 싶어 하는 즈앙.

    과연 0.1%의 억까 악성향 캐릭터다운 사악한 본능이었다.

     

    “그럼 제국학생으로 시험해보면 되지.”

    “그러네. 그래도 공짜로 돌려주긴 싫어.”

    “그럼 포인트 받고 돌려줘!”

    “거래는 한다고 쳐도 어떻게 만나게? 시험이 한참 진행 중인데.”

    “그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골라인이 여기 있는걸?”

     

    즈앙이 킥킥 웃으며 골라인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다들 바보네.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멀리 헤매고.”

    “즈앙도 가야 할 걸?”

    “내가 왜?”

    “탑승물 보관소를 부섰거든!”

    “상관없어.”

     

    즈앙이 품에서 작은 피리 비슷한 무언가를 꺼내 바람을 불었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박쥐의 초음파를 방불토록 하는 초고음의 음역대를 자극하는 소리에 멀리서부터 호다닥 달려오는 즈앙의 탑승물!

     

    “우와아!”

    “열심히 훈련시켰어. 어때?”

    “굉장해!”

     

    목줄 한 번 채워보겠다고 발톱 세우는 거대혐냥이 상대로 그렇게 애를 먹더니 기어코 피리를 이용해서 테이밍에 성공한 즈앙.

    고인물로서 조금 반성하게 된다.

    물리적 폭력도 마법적 폭력도 쓰지 않고도 애완동물을 피리하나 불러서 소환하다니, 과연 테이밍의 세계는 깊고도 깊다.

     

    “이거 알려줄 테니까 결승선 바꾸는 기술도 나중에 알려줄래? 표적한테 금품을 맡기고 폭탄으로 바꿔서 날리는 암살기술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좋아!”

     

    암살자들의 기술교류 현장을 목격한 교관의 얼굴에 공포심이 어렸다.

     

    “앗, 교관님. 마침 잘됐다. 기절한 선배들 저희가 좀 써도 되죠?”

    “사람을 죽이면 실격이다.”

    “네? 당연하죠. 1학년 중간고사에서 사람을 왜 죽여요.”

    “…사람을 순간이동 시켜서 간접적 수단으로 살해해도 실격이다.”

    “누가 그런 끔찍한 짓을 해요? 그냥 강 건너편에 갖다놓고 성녀님이랑 맺은 계약이나 이행하려고요.”

     

    교관이 진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 내가 너희를 너무 사악하게 생각했나보군. 그 정도는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오크노디. 기절 안한 제국 애들은 어쩌게?”

    “기절시키면 되잖아.”

    “너 은근 성격 나쁜 거 알아?”

    “그것도 즈앙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아!”

     

    혹여나 일어날 불상사에 대비해 주변을 맴돌던 교관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컴컴해졌다.

     

    “기분이 안 좋을 땐 사탕을 먹으면 좋아진대요. 하나 드실래요?”

    “…됐다. 아까 팝콘 충분히 먹었어.”

    “많이 체하셨나보다. 표정이 더 까매졌어요!”

    “그거 먹으면 더 까매지겠지.”

    “더 체해서요?”

    “…그래.”

     

    교관의 눈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렇게 체할 때 뭐 먹는 것이 고통스러운가.

     

    “등 두드려드릴까요?”

    “제발 나 좀 혼자 내버려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테디베어는 주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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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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