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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올림포스의 사자. 빠른 발의 헤르메스는 어두컴컴한 숲 속을 나아가며 속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뭐 이런 곳에 살고 있는거람?’

       

       

       짙은 녹음이 태양의 빛을 모두 가려버릴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

       

       그 중심에,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현자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인지, 신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그 정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인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정체 불명의 상대였지만, 한가지 흥미로운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존재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다. 라는 소문.

       

       

       ‘그 지혜로운 오딘이 현자의 예언으 듣고, 미래를 알게된 후 절망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과연 정말일까?’

       

       

       오딘이라 하면, 하늘 아래의 모든 지혜를 손에 넣어, 신들 중 가장 지혜롭다고 말해지는 신.

       

       두 까마귀의 눈을 빌어, 이 세상을 지켜보며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있다고 말해질 정도로 격이 높은 신이건만, 그런 수상한 존재의 말에 절망할리가 없지 않는가.

       

       헤르메스 자신도 일 때문에 오딘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 끝 모를 지혜를 담고 있던 하나뿐인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동자였으니까.

       

       

       ‘뭐, 잔꾀라면 나도 지지 않지만. 그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문제란 말이지.’

       

       

       신이란 인간이 우러러 보는 존재여야만 한다.

       

       신이란 인간을 이끄는 존재여야만 한다.

       

       신이란 인간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여야만 한다.

       

       인간은, 신을 위해 존재해야만 한다.

       

       

       그런 우월한 신이 절망했다니. 헤르메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저 소문을 부풀리기 좋아하는 신들이 과장한 것이 틀림 없으리라.

       

       그렇게 헤르메스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서 현자가 있다고 하는 깊은 숲 속의 작은 돌집으로 향했다.

       

       올림포스의 왕,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소문의 진위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 – – – – – – – – – – – – – – – – – – –

       

       

       “어서오십시오. 올림포스의 사자시여.”

       

       

       돌을 대충 쌓아올려 만든 듯한 허름한 돌집.

       

       생활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을씨년한 집의 한가운데에, 그것이 있었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

       

       두꺼운 천을 뒤집어쓰고서, 스스로의 모습을 가린 존재.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가…. 아니, 당신이 깊은 숲의 현자인가?”

       

       “네. 과분한 호칭이지만, 모두에게 그렇게 불리우고 있습니다.”

       

       

       깊은 숲의 현자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넌…. 도대체 뭐지?”

       

       

       헤르메스는 눈 앞의 존재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저것은 생물이 아니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아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움직이고 있다.

       

       모순된 존재.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존재.

       

       올림포스의 사자로서, 세상 곳곳을 돌아다녀본 자신도, 이러한 것을 본 적은 없었다.

       

       그나마 유사한 것을 고르자면, 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 탈로스와 흡사할까.

       

       하지만 탈로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저 지시받은 것만을 수행하는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었다.

       

       저렇게, 자아를 가진 생물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저는 저입니다. 그 외에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지요. 그저, 알지 못할 것을 알고, 듣지 못할 것을 듣고, 보지 못할 것을 본 끝에 이렇게 변했을 뿐.”

       

       

       모호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현자를 보며, 헤르메스는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이 현자의 정체가 아닐 것이다.

       

       

       “그래. 네가 무엇이든, 나와는 상관 없지. 중요한 것은 소문의 진위여부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찾아온 이유도.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도. 제가 해야할 말도.”

       

       “그러면 말해다오. 그 소문은 진실인가?”

       

       

       조급한 목소리로 말한 헤르메스에게, 현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신들의 시대는 끝을 맞이할 것입니다.”

       

       “어째서지? 예전에 존재했던 하늘의 신은 그저 각 신들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조율할 뿐인데. 오히려 여러 신들의 세력이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고서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이 더욱 더 안정되어 있을텐데?”

       

       

       현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신들의 왕. 이 세계에 인정받은 신들의 왕. 그 자리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신들의 왕. 그저 신좌에 앉아서 다른 신들을 조율하는데 바빴던 바알.

       

       사라지더라도 세상이 유지되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그런 신들의 왕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다고.

       

       

       “신들의 왕은. 신들이 존재하는 것을 허락받은 증명이며, 신들을 보호하는 방벽이었습니다.”

       

       “보호해? 신들을? 무엇으로부터?”

       

       “생명으로부터.”

       

       

       현자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신이란 존재는, 신앙을 가지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믿는 이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들은 점점 콧대가 높아졌습니다. 스스로에 취해 자만하고 오만해져서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현자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생명은 생각했습니다. 생명에게 의존하여 존재할 수 있는 저 하찮은 신이, 어찌하여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단 말인가.”

       

       “생명이라니…. 생명의 여신을 말하는 것인가?”

       

       

       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은, 다른 신과는 달리.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신들 중 하나였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킨 존재였으니, 세상의 시작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생명의 여신이…?”

       

       

       헤르메스의 머리 속에는, 언제나 생명의 신전에 틀어박혀 다른 생명들의 기도를 들어주는 신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신들은 일절 만나지 않고, 그저 기도만을 들어주는. 무기질적인 신을.

       

       소문에 따르면 300년 전쯤에 갑자기, 신전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던 신을.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강대했던 신앙의 주인을.

       

       

       “생명의 신은…. 지금은 그저 쇠락해가는 신이 아니었나?”

       

       “그럴리가 없지요.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한. 아니, 생명이 사라지더라도,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그녀는 이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인데.”

       

       

       헤르메스는 현자의 말을 부정했다.

       

       그럴리가. 군림하지 않고, 그저 인간들의 기도를 들어주기만 하는 신이, 그렇게 강대한 존재일리가 없다고.

       

       

       “혹시, 지금의 생명의 신은…. 예전에 존재했던 생명의 신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신의…. 분신…?”

       

       “아무래도 모르셨던 모양이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자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진심으로 안타깝다는듯이.

       

       

       “그, 그렇다면…. 신들의 시대가 끝난다는 이야기는….”

       

       “네. 생명이 모든 신들의 명단을 만들어, 살려둘 신과 죽여야 할 신. 그리고 신의 자리에서 쫓아낼 신들을 정리할…. 음. 지금이면 이미 끝났겠군요.”

       

       

       무척이나 평온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현자.

       

       그에 반해, 헤르메스는 이마에서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거, 거짓말이지? 네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좋을대로 생각하시길. 진실이라 생각하셔도 좋고, 거짓이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명의 자식들이라 할 수 있는 여섯 고대신들은, 이미 다른 신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겠지요.”

       

       

       그 말에, 헤르메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자의 말에 짐작가는 바가 있었으니까.

       

       올림포스와 가깝게 지내던…. 빛의 신과 바람의 신이, 요즘 들어 올림포스에 일절 다가오지 않던 것을.

       

       특히 바람의 신은…. 자신과의 경주를 즐길 정도로 친한 신이었건만. 요 몇달동안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외에 여러 고대신들의 소식이, 만신전에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현자의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그,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면 생명의 여신의, 그녀의 뜻을 꺾을 수 있는가?”

       

       “꺾지 못합니다.”

       

       “뭐?”

       

       “이미 늦었습니다. 바알이 되돌아 오지 않는 한. 그녀의 뜻은 꺾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약속했던 신들의 왕이 되돌아 오지 않는 한.”

       

       “그, 그렇다면…. 모든 신들이 힘을 합쳐서 생명의 여신을 쓰러트린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현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은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야기지만.

       

       먼 옛날에, 모든 인간들은 생명의 여신을, 생명의 어머니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신 중의 신. 신들의 왕.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생명의 여신이었을 것이라고.

       

       지금은 쇠락했다고 말해지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저 분신을 내세우고 잠자코 있었을 뿐이라면?

       

       그리고 때가 되어, 신들을 모두 처형하려 든다면?

       

       신들은 그녀를 막을 수 있을까?

       

       다른 신들과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고대신들을 자식처럼 키울 정도로 강대한 신을, 막을 수 있을까?

       

       헤르메스의 등을 타고 차갑게 식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불가능하다.

       

       생명의 여신이 쥐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신들의 숫자가 끝없이 늘어난 지금에도, 같은 권능을 가진 신이 여럿이 되곤 했던 지금에도, 그녀와 같은 생명의 신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으니.

       

       오직 그녀만이 모든 생명을 쥐고 있었으니.

       

       그녀가 원한다면. 다른 신을 믿는 생명을 모두 거두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울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와는 싸울 수 없다.

       

       그녀와 싸우는 것 자체가 신으로서의 자살 행위와 다름 없을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우… 뜌땨아… 우따얏… 아부부부부….

    글 고수가 되고싶어…!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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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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