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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소리와 냄새.

       

       

       

       빛이 쭉 뻗어 나가며 안개 너머로 파고든다.

       

       주홍색 빛은 참으로 이질적이다.

       

       환하게 빛나냐 하면, 그렇지는 않으면서.

       흐릿한 빛 속에 선명함이 가득하다.

       

       참으로 모순적인 빛이었다.

       

       “왜…그래?”

       

       걸음을 조금씩 움직이려니, 뒤편에서 남궁비아가 내게 물었다.

       

       “왜냐니, 저 앞에….”

       

       물어보려던 입이 멈칫했다.

       저렇게 선명한 빛을 못 볼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제야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비아에게 물었다.

       

       “너, 저거 안 보여?”

       “…?”

       

       내 물음에 남궁비아는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정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한테만 보이는 건가.’

       

       저렇게 대놓고 보이는 빛을 나만 보고 있다는 말이다.

       

       [자꾸 뭘 본다는 게냐]

       ‘노야도 안 보이시나 보네요.’

       

       시야를 공유하듯 같이 있는 노야 조차도 이게 안 보이는 것이라면, 이 또한 구슬의 능력인 걸까.

       그게 맞든 아니든.

       

       ‘우선은, 따라가는 게 맞겠지.’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미친 안개 속에서 길을 찾으려면, 뭐라도 해봐야 했으니 말이다.

       

       ‘기감을 넓히는 게 먹통이 되어버렸으니.’

       

       내기는 멀쩡하게 돌아가지만, 내기를 써서 주변을 살피는 것은 제대로 되지가 않았다.

       아마 지금 주변에 가득 끼고 있는 안개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애당초 수백 년 동안 유지되던 안개가 정상적인 놈일 리 없지.’

       

       이런 꼬락서니니까 흑야궁이 이곳에 본궁을 세웠음도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만약, 무동산맥에 본궁이 있다고 하더라도.

       

       쉬이 찾을 수 없을뿐더러.

       

       이곳에 진법까지 쳐놨다면, 쉽사리 알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나는 뒤편에 있는 남궁비아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

       

       “잘 따라와.”

       “…응”

       

       우선할 수 있는 만큼, 기감을 높였다.

       제대로 느껴지진 않으나,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코앞인 수준이었지만, 지리를 모르는 산맥인 만큼 이 정도라도 상당히 도움이 됐다.

       

       그렇게 남궁비아의 팔을 잡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설명도 없이 냅다 붙잡고 가고 있었지만.

       남궁비아는 이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표하지 않는다.

       

       하도 길치라고 까서 눈치라도 보는 걸까 싶다.

       

       이후, 안개를 뚫고서 한참을 걸었다.

       본래였다면 몇 번의 도약이면 충분했을 거리조차.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하는 통에 진척이 거의 없었다.

       

       [정녕, 지독한 안개구나.]

       ‘예, 징그럽기 그지없지요.’

       [이게 마물의 흔적이라고?]

       ‘예.’

       

       이 특수한 안개는 과거, 백색 등급의 마경문이 열렸을 무렵.

       

       거기서 튀어나온 마물이 죽고 나서 생긴 흔적이었다.

       

       역사적으로 백색 마물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고, 모두 봉인하거나 퇴치하는 데 성공했다지만.

       

       마물의 강함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증명하듯, 놈들은 죽고 나서 이 세상에 흔적을 남겼다.

       

       무동산맥의 안개도 그렇고.

       

       북해에 잠들어 있을 추위도 그런 흔적이었다.

       서쪽에 있는 뜨거운 열기 또한 마찬가지.

       

       죽고 나서도 자연에 영향을 줄 정도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에 신 노야는 쯧쯧 혀를 찬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쯧, 이런 놈들은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 놓아야 하거늘, 일 처리를 해놓는 꼴이 영 아니로구나.]

       

       산맥 하나를 통으로 뒤덮은 안개.

       

       노야는 이를 마물을 퇴치하고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 말하고 있었다.

       

       물론, 백색 마물이라는 하나의 재앙을 퇴치한 정도로 어마어마한 업적임이 분명하나.

       

       노야가 저렇게 말한다면, 내가 이해해야 했다.

       

       [하여튼, 나때는 말이다…. 저런 놈들을 없애고 나면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놓았단 말이야. 한데, 후배라는 놈들은…. 에잉 쯧쯧.]

       

       과거, 신 노야가 혈마와 대항하던 시대.

       

       그 시절엔 특히 튀어나오는 마물의 등급이 워낙 높았던 시대이기도 했다.

       

       노야가 화산선검으로 활동했던 만큼.

       백색 마물과 마주한 전적도 있겠지.

       

       하물며, 정말 그러했다는 증거는 세상에 너무나 많이 퍼져있었다.

       지금의 무동산맥만 봐도 알 수 있다.

       

       ‘맞는 말씀이네요.’

       [응? 어찌한 일이더냐. 애송이 네가 내 말에 공감을….]

       ‘그러게, 뒤처리 좀 잘하시지 그러셨어요.’

       […음?]

       

       노야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의문을 표했다.

       

       산맥을 이 꼴로 만든 마물은 무룡(霧龍)이라 불리던 마물이다.

       

       죽고 나서 산맥에 저주를 내리듯 안개로 뒤덮은 놈이며.

       

       화산선검 신철이 퇴치한 백색 마물이기도 했다.

       

       […]

       

       이런 사실을 내가 전해주니, 신 노야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본인도 쪽팔린 건 아는 모양이었다.

       

       

       

       

       

       ******************

       

       

       

       

       

       빛을 따라 걷길 한참.

       

       조용해진 신 노야와 원래 말이 없는 남궁비아와 같이 걷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랐다.

       

       ‘시간은…. 어느 정도 되었지?’

       

       안개가 워낙 많은 탓에 확신할 수 없었으나, 점차 시야가 어두워지는 걸 보니.

       조금 있으면 밤이 찾아오리라.

       

       ‘야영은….’

       

       하자면 할 수는 있겠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선, 천로의 구슬이 먹통이 되어있었다.

       

       빛은 여전히 제대로 길을 알려주고 있었으나.

       

       구슬에 색이 제대로 돌아왔음에도, 이전처럼 구희비가 겪고 있을 일에 대한 건 알 수 없었다.

       

       시야가 바뀌지 않는다.

       

       이 말은 즉슨.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

       

       구슬에 사용횟수 같은 게 있을지 모르나.

       지금으로 봤을 때 그건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구희비의 신상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지 모를 얘기.

       

       이는 결국, 그럴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불과하나. 

       어찌 되었든 유일하다 싶은 정보를 잃은 상황이다.

       

       그런 만큼 어떻게든 상황을 격파할 방법을 알아내야 했으나.

       지금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안개는 당연히 문제인데, 밤까지 찾아왔으니.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구슬의 빛도 문제가 있어.’

       

       위치를 알려주려는 듯 전방을 비추는 한 줄기 빛.

       

       하나, 어느 순간부터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이른다.

       

       빛이 잘못되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빛은 제대로 된 걸 알려주고 있는 듯 보였지만.

       

       “쯧.”

       

       주변을 둘려보며 인상을 찌푸리니, 남궁비아가 묻는다.

        

       “왜…그래?”

       “진법이 있는 것 같아.”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는 집중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미세했다.

       

       애당초 진법이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던 만큼, 그 미세한 틈을 붙잡을 수 있었다.

       

       다만.

       

       ‘이걸 어떻게 풀고 들어가야 할까.’

       

       그것이 문제였다.

       

       당장, 이곳이 본궁이 맞다면.

       

       진법뿐이 아니라, 주변에 흑야궁의 무인이 있어도 이상할 게 아닌지라.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이기까지 해야 했다.

       

       기감을 먹통으로 만드는 가득한 안개에.

       

       그나마 보이던 시야를 가리게 만드는 어둠.

       

       전진 한가운데 떨어져 있다는 긴장감까지.

       

       ‘최악이네.’

       

       하.

       

       헛웃음이 나올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감정에 이끌려 바닥을 기어 다닐 때는 아니다.

       

       ‘방법을 찾아야지.’

       발버둥 치는 것은 원래 누구보다 잘했으니.

       이런 것쯤은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았다.

       

       ‘어떻게 해볼까.’

       

       앞에 진법이 있다면, 힘으로 부술 수 있을까?

       

       ‘이건 무리고.’

       

       실패했을 경우 괜히 놈들의 눈에 띌지 모르고.

       만약, 아주 만약에 진법을 부숴버린다고 한들.

       

       진법이 무너지는 반동으로 놈들이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진법에 대해선 전문적인 지식이 전무했다.

       

       전생을 떠올리자면.

       

       ‘…그냥 부수고 들어가면 됐는데.’

       

       대다수 해결방식이 무식한 쪽이었으니,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전생에선 적당히 진법을 찢고 들어가서 죄다 태우면 그만이었으니까.

       

       마인이 되기 이전에도, 실상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잠룡이 죄다 처리하고 다녔으니.

       

       이걸 생각하니, 전생에 얼마나 막 나갔었는지 새삼스럽게 떠올라 지끈거렸다.

       

       ‘우선은…. 시간을 둬야 하나?’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지만, 밤이 된 만큼 결국,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냅다 뚫고 들어가서 벌어질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닐뿐더러.

       

       ‘…혼자인 것도 아니니.’

       

       조금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생각을 끝내고, 뒤편에 있을 남궁비아에게 내가 말했다.

       

       “우선은, 안전한 곳을 찾아서 낮이 되길 기다…. 너 뭐하냐?” 

       

       남궁비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코를 킁킁 거리고 있었다.

       

       그 황당한 모습에 내가 이어서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냄새…찾아….”

       “냄새를 찾아? 무슨 냄새.”

       

       얘는 자꾸 왜 이러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남궁비아를 따라 코를 킁킁거려 봤지만,

       

       무슨 특별한 냄새가 나진 않았다.

       

       숲에서 나는 특유의 풀내음만 느껴질 뿐이다.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는 찰나.

       

       스르릉.

       

       갑자기 남궁비아가 검을 뽑아 들었다.

       

       이어서, 검을 움켜쥔 남궁비아의 머리칼이 바람의 스치듯 살짝 살랑이더니.

       

       순식간에 검에 뇌기가 둘리며 저릿한 감각이 주변에 퍼진다.

       

       이에 내가 기겁하며 남궁비아에게 외쳤다.

       

       “야, 뭐 하는 거야!”

       

       뇌기의 특성상 눈에 띄는 것은 물론이고.

       

       기운이 유독 선명한 편이라, 조금만 조절을 잘못해도 주변이 알아보기에 십상이다.

       

       그런 내 외침에도 남궁비아는 덤덤한 얼굴로 한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던 남궁비아가 말한다.

       

       “여기야.”

       “여기고 나발이고, 우선 기운부터 치워, 이러다가 들키면…!”

       

       남궁비아는 그런 내 말은 들리지 않는지, 망설임 없이 뇌기가 담긴 검을 허공에 내리그었다. 

       그러자.

       

       서걱.

       

       “…!”

       

       허공을 그은것 뿐이거늘, 어쩐지 무언가 베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새하얀 막이 서서히 내려앉는다.

       

       “…이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

       

       남궁비아의 검 끝에 투명한 막이 사라지며 미세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마치 문과 같은 모양이다.

       

       “이게 대체…. 이걸 어떻게 안 거야?”

       

       그걸 보며 내가 남궁비아에게 물었다.

       

       “…냄새가 났어.”

       

       남궁비아의 말에 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남궁비아가 한 것은, 진법의 불안정한 틈을 찾아 검기로 베어버린 것이다.

       이는 잘못 휘둘렀다간 역효과가 날뿐더러.

       

       진법의 빈틈이란게 애당초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터인데.

       

       찾아내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베는데 성공했다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잠룡.’

       

       무당이 낳은 세기의 미친놈.

       

       전생의 그놈도 진법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는 했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대충 허공을 잘라버리고서는.

       

       해결됐다고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상당히 재수가 없었던 터라 기억에 남아있었다.

       

       하도 이해가 가질 않아 잠룡 놈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었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말이다.

       

       이에 답해주는 말이 가관이었다.

       

       -소리를 잘 들어. 그럼 들려.

       -뭐가 들리는데, 내 복창 터지는 소리?

       -그건 아까부터 잘 들렸어.

       -이 새끼가…?

       

       잠룡이 내 얼굴을 보며 꺽꺽 거리며 웃는게 떠올라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그건 둘째 치고….’

       

       아무튼, 방금 남궁비아가 했던 말과 비교하자면.

       

       -냄새가 나.

       

       -소리가 들려.

       

       어쩐지 잠룡의 경우와 굉장히 흡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남궁비아는 그런 날 보며 말한다.

       

       “안…들어 갈 거야?”

       

       남궁비아가 만들어낸 빈공간은 천천히 메워지고 있었다.

       

       진법을 파훼한 게 아니라, 빈틈을 잠깐 만들어낸 것이니 아마 다시금 채워지겠지.

       

       전생의 잠룡이 했던 걸 빌리자면, 아마 메워진 다음에는 다시 같은 곳에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저쪽에서 눈치를 대부분 챈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를 봤을 때,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가야지.”

       

       나는 남궁비아를 따라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따라 들어간 곳은.

       

       진법 밖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

       

       

       

       

       우뚝.

       

       시간에 따라, 걸음을 옮기던 궁주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었다.

       

       “궁주님?”

       

       이에 뒤따라 가던 노인, 태절귀가 궁주를 불렀으나.

       

       “음.”

       

       궁주는 대답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절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궁주가 바라보는 시선은, 궁의 벽이 아니라 그 너머임을 말이다.

       

       찰나를 그렇게 바라보던 궁주는, 금방 시선을 거두며 다시금 앞을 바라봤다.

       

       “…태절귀.”

       “예, 궁주님.”

       “나중에 진법을 확인해보도록.”

       “…알겠습니다.”

       

       태절귀는 명을 받들면서도 속으로 의아함이 들었다.

       

       ‘진법이라.’

       

       당장 근래에도 직접 확인해 보았던 터라, 이상한 게 없을 터인데.

       어째서 궁주가 이런 명을 내린것일까.

       

       의중이 궁금하였으나, 그런 이야기는 금방 잊혀졌다.

       노인은 그저 궁주의 말에 따라 시키는대로만 하면 그만이었다.

       

       궁주는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목적지는 당연히, ‘그’ 방일테지.

       

       아니나 다를까, 궁주는 어제 찾아갔던 방을 다시금 찾았다.

       궁주는 문으로 다가가면서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끝나있을 터.’

       

       하루, 그 정도 시간이라면 그분께서 불꽃을 섭취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궁주는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제 가슴이 쿵쿵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보다 완벽한 모습을 보일 자신의 하늘을 떠올리며.

       

       궁주는 열망을 느끼고 있었다.

       

       쿠우웅!

       

       다시금 거대한 문이 작동하고.

       

       궁주는 문을 열고 방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쿵! 

       

       궁주가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히고.

       이에 궁주는 당장 무릎을 꿇고 하늘을 마주했다.

       

       “하늘이시여…. 제가….”

       

       입을 열던 궁주가, 앞서 보이는 광경에 말을 멈추었다.

       동시에 궁주의 얼굴에는 경악이 스민다.

       

       어둠만이 가득해야 할 공간에, 빛이 들어서 있었다.

       

       짙은 자색빛 불꽃이 방안을 밝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불꽃은, 분명 하늘이 피워내던 성화(聖火)였다.

       

       그 불빛의 중심에서 목소리가 들려 온다.

       

       “…뭔 책이 이렇게 어려워, 다른 건 없어?”

       “책.”

       “아니 그러니까, 책이 이거 말고는 없냐고.”

       “없.”

       “…말 한번 더럽게 짧네. 내가 두 글자 이상은 말하라고 그랬지?”

       “없어.”

       “그래, 잘했어.”

       

       진작에 이 세상에서 하늘과 하나 되어 사라졌어야 할 구희비는 방 안에 편하게 앉아 있었고.

       

       그런 구희비의 다리 위에 자신의 하늘이 앉아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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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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