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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저 물고기는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이 할애비가 잘 처리할 테니까.”

    “으, 으음……. 그래, 내 부탁하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루크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소리드는 아직 그 물고기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는 듯 하지만, 루크는 그것이 티갈로돈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마 전문가가 와서 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에 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일단 가장 먼저 추측해보자면, 티갈로돈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이유는 모든 생물종이 새겨진 ‘세계수의 대문’에 티갈로돈의 조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그것은 생물의 멸종을 확인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니까.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티갈로돈은 지금 이렇게 있다.

    우연히 정말 똑같은 형태로 돌연변이가 새롭게 어디선가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멸종했지만 몇 개체가 어떤 일을 계기로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자연스럽게 복원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멸종은 하지 않았는데, 세계수의 시스템에 무언가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어떻게 봐도 큰일이 분명하다.’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지 분명한 사실은, 반드시 거대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꼭 벌을 받는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루크는 그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았다.

    고작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계기로 시선을 자신에게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몸의 회복과 연구, 그리고 성장에 신경을 써야 할 때이지, 남들의 시선을 받을 때가 아니다.

     

    불필요한 관심과 논란은 바라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라스 상도 미루고 있는 것인데…….

     

    만약 티갈로돈이 그토록 귀중한 생물이 된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에 그런 걸 낚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티갈로돈이 멸종한 것을 대체 어떻게 알았겠는가, 5000년 전의 티갈로돈은 항해를 나가면 뱃사람들 대부분이 흔히 겪고들 하는 재해였거늘.

     

    “…….”

    “…….”

    루크와 시루드는 또 한번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다시 시선을 피했다.

     

    막막하고 답답했다.

     

    이 답답한 분위기를 참을 수 없어진 루크는 빠르게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 생각한 루크는 소리드에게 빌렸던 수건을 건네주며 공연히 시간을 확인하고는 바쁜 듯 몸을 일으켰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그럼, 예르나가 기다릴 것 같으니 이만 실례하지.”

    “벌써 가려고? 이왕 반 친구와 만난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지 그러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도 좀 나누고.”

    “으음, 이야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도록 하겠네. 그리고 배 또한 별로 고프지 않아서 이만…….”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시루드, 친구가 돌아가는데 인사해야지.”

    “……잘가.”

    “잘 있거라, 시루드.”

     

    루크가 바라본 시루드의 표정은 어쩐지 좋지 않아 보였다.

    마치 부모님이 아끼던 꽃병을 깨트린 어린아이의 표정이었다.

    비록 티갈로돈은 깨진 꽃병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였지만.

     

    아마 자신의 표정도 그리 다르지 않을 듯 해서 이내 도망치듯 장소에서 벗어나 예르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렇게 시루드와 헤어진 루크가 잠시 길가에 앉아 거뭇거뭇해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 있었던 우여곡절들을 곱씹고 있던 때.

    저 멀리에서 익숙한 얼굴이 둘 보이고 있었기에 루크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루크, 괜찮아?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흐음, 확실히. 피곤하긴 하구나.”

    “어머, 그런데 지팡이는 어쨌니?”

     

    위태롭게 일어서 있는 루크를 바라본 예르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그건 시루드와 놀다가 바다에 빠트렸다네.”

    “저런, 조심하지…….”

     

    실수로 떨어트린 것이 아니긴 하지만, 오늘 시루드와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설명하기도 지쳤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던 루크는 그냥 적당히 둘러댔다.

     

    정말 시루드와 ‘놀다가’ 바다에 ‘빠트린’것 만큼은 완벽한 사실이기 때문에.

    결국 더 이상 지팡이로서의 기능을 할 수는 없게 된 지팡이는 이미 바닷 속 어딘가에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예르나는 걱정스럽게 묻는다.

     

    “혹시 지팡이가 없어서 걷기 힘든거야?”

    “하하. 괜찮아, 지팡이 없이도 이제 걸을 수 있으니까. 그냥, 지금은 많이 피곤해서 그럴 뿐이야.”

     

    실제로 그렇다.

     

    서클이란 것은 본래 흐름을 지닌다.

    본래 쌓아올린 마나를 일정하게 계속 흘리며 심장에 지니고 있다가 필요할 때 인위적인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을 이용해 외부의 마나에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서클을 돌린다’라고 표현되는 행위다.

     

    하지만 과도하고 거칠게 사용하면 결국 그 흐름을 쉽게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서클 폭주’또는 ‘서클 과부하’라고 불리우는 현상.

     

    그리고 여기서 마나에 대한 특성 한가지.

    마나는 스스로 안정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서클의 마나 역시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된다.

    그동안 루크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에 시루드의 서클을 공유하며 그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시루드의 서클은 자신이 생각하던 가장 완벽한 서클을 기초로 재구축해주었기 때문에, 시루드의 서클은 자연히 자신과 가장 완벽하게 공명하는 서클이기도 했다.

    마나는 동일한 성질에 더욱 이끌리는 성향이 있고, 정순하게 정제된 3서클의 안정적인 흐름은 자신의 서클을 안정화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것만 보면 시루드를 이용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시루드에게도 도움이 될 마법을 여럿 가르쳐 주었으니 별 상관은 없으리라.

    원래 마법사들이란 새로운 마법을 얻기 위해 불길이라도 뛰어드는 것이 보통이니까.

     

    그렇다고해서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시루드의 서클을 이용해 먹을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루크는 우연히 시루드를 만난 순간부터 마법을 대가로 그의 서클을 이용해 자신의 서클을 안정화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시루드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꺼리고 있었을 뿐.

    본래 서클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정의해서 충분한 자격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아까 전의 루크처럼 대놓고 곁에서 답을 말해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본래는 스스로 할 수 있게 가만히 지켜보며, 도움이 될 법한 조언을 건네는 것이 보통의 방식이니.

     

    하지만 티갈로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이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아기새를 돕겠다고 알 껍질을 대신 깨버리면, 결국 아기새는 죽는다.

     

    ‘그래, 스스로 깨트릴 수 있도록……. 말이지.’

     

    시가르마타는 용이기에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래 태어나는 순간부터 9서클의 권한을 부여받는 용은, 알의 껍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파르바티가 정말로 깨어나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자신을 깨야 할 것이다.

     

    그러니 파르바티를 위해서라도 시가르마타는 막아야만 한다.

     

    알의 껍데기가 부숴지는 순간, 준비되지 않은 알은 태어나지 못하고 그저 바닥에 흘러버릴 뿐이니까.

     

     

    곧 생각을 마친 루크는 기지개를 켜며 피곤한 기색으로 다이튼을 바라보며 악동처럼 웃었다.

     

    “다이튼?”

     

    그러자 다이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하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다이튼이 곧 몸을 숙여 루크를 한팔로 들어 안았다.

    이제는 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다이튼의 몸은 남자중에서도 꽤 넓은 편인지라, 고개를 기대어 힘을 빼고 있으면 몸도 편했지만 심리적으로도 크게 안정되곤 했다.

     

    ‘그러고보니, 예르나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

     

    굳이 입을 열어 질문을 건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다이튼의 다른 손은 이미 예르나의 손을 잡고 있었으니까.

     

    ‘꽤 행복해 보이는 구나.’

     

    그런 다이튼의 표정을 올려다보니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사랑이 이뤄진다는 건, 과연 어떤 기분이련지.

     

    루크는 고개를 들어 다이튼의 붉은 머리카락와 하늘의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레니에는 과연 나의 묘지에도 꽃을 놓아주었을까?’

     

    과연 묘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자, 이제 돌아가자꾸나.”

    “우응…….”

     

    수박을 먹고 기다리다 졸려 잠들었던 모양인지, 파이리스는 루크가 깨우자 그제서야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루크, 언……니?”

     

    초점을 맞추는 중인지, 눈을 끔뻑거리며 묻는 파이리스.

     

    “그래, 그래. 언니다. 아무튼 얼른 일어나거라. 텐트를 철거해야 하니.”

    “응…….”

     

    그러자 파이리스는 한바탕 크게 하품을 한 뒤에, 루크의 몸에 얼굴을 박고 부빈다.

    마치 한동안 외출했던 주인을 반기는 반려견 같은 모습에, 루크는 그저 피식 웃으며 그런 파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곧 파이리스가 얼굴을 부비던 행동을 멈추곤 루크를 올려다보았다.

     

    “파랑이 냄새나…….”

    “뭐?”

    “언니, 파랑이 만났구나?”

    “…….”

     

    아뿔사, 정령은 코도 좋단 말인가?

    대체 그건 어떻게 알아차린 것인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굳어버린 루크의 품에서 벗어난 파이리스는 해맑게 웃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마침 생각났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럼 집에 가기 전에, 파랑이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순간, 루크의 등줄기로 식은 땀이 한줄기 주륵 흐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파이리스의 인사는 닿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야, 파랑이는 이미…….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손을 잡고 바닷가로 걸어가는 파이리스.

     

    비극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루크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저토록 해맑은 아이에게, 어떻게 친구의 죽음을 알릴 수 있겠느냔 말이다.

    자신은 다른 어른들처럼 ‘먼 곳으로 갔다’라느니, ‘좋은 곳으로 갔다’라는 등의 둘러대는 식의 덕담이라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침묵이 최선…….

     

    “안녕! 파랑아! 나중에 또 봐!”

    “…….”

     

    왜일까, 어째서 가슴이 이토록 저린 것일까.

    분명 행복한 장면이고, 파이리스 역시 행복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데, 어째서…….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루크는 자신의 심장을 이토록 먹먹하게 하는 감정에도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언니, 왜 울어? 언니도 헤어지는 게 슬퍼서 그래?”

    “……아아, 그런 것 같구나.”

    “울지마, 언니도 나중에 또 만나면 되지!”

     

    더 이상 정령의 순수한 미소를 바라보기가 고통스러웠던 루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분명 거짓말이 될 테니까…….

     

    “……바닷바람이 차다, 이제 돌아가자꾸나.”

    “응!”

     

    루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그런 말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자신의 발치를 적시는 차가운 감촉.

     

    파도인가?

     

    하지만 그 파도의 흐름은, 분명 자신을 한번 뒤집어놓았던 그 느낌과 어쩐지 닮아있었다.

     

    ‘착각이겠지.’

     

    그렇게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다시 한번 더 더욱 강한 파도가 들이닥쳐온다.

     

    “……?”

     

    미리 대비하지 못한 루크는 자신의 치마 끝자락을 뒤늦게 들어올렸으나 바닷물에 살짝 적시고 말았다.

    파이리스는 그 파도를 보더니 곧 더욱 해맑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파랑이도 인사해! 안녕!”

    “뭐?”

    루크는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어떻게?”

    “파랑이, 나랑 똑같애!”

    “똑같다고? 설마…….”

     

    루크는 경악하며 외쳤다.

     

    “설마, 파랑이가 정령이라는 말이냐?”

    “응, 맞아! 그거야! 정령!”

     

    맙소사, 정령이라니?

    “파랑이가, 정말로 정령이었다고?”

    루크가 혼란스러워보이자, 파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명했다.

    “근데 걔는 변신하면 있지, 바다에서 밖에 못 돌아다녀. 나 같은 몸이 부럽대. 그래서 친구해서 내가 많이 알려줬어!”

    “하지만, 그 아이는 정령어 같은 건 전혀…….”

    “일어난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나봐. 정령어는 어려워.”

    “…….”

     

    정령어는 정령들 에게도 꽤 난이도가 있는 언어인 모양이다.

    설마 그럼 그 일각고래는 네임드도 뭣도 아닌…….

     

    “그냥 정령의 아바타였단 말이냐?”

     

    루크는 이마를 짚은 채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엉망진창인 하루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파랑이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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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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