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5

       

       

       

       

       

       205화. 귀환 ( 1 )

       

       

       

       

       

       대륙의 신앙 중심지.

       신의 기적이 내려앉은 땅.

       신화의 재림을 알리고, 신께서 다섯 종족의 번영을 천명하신 곳.

       

       성도 키비타스.

       

       이 거대하고 새하얀 도시는 이제 단어 그대로 성역, 그 자체가 되고 있었다. 

       도시 어느 곳에서도 보이는 성지의 문, 신의 기적을 품은 무기와 룬 문자, 성지에 다녀온 대장장이, 신을 모시는 푸른 용까지…

       

       신실한 자라면 죽기 전에 한 번쯤 순례하는 것이 당연해진 성스러운 땅.

       

       평소에도 신도와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성도였지만, 오늘은 유독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으기이익ㅡ!”

       

       데이지가 힘겹게 사람들의 틈을 비집으며 겨우겨우 앞자리를 차지했다. 원래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의 도시는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색의 꽃송이를 들고 있었고,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데이지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오시는구나!’

       

       제국의 기사들과 함께 출발한 북부 원정대.

       그중 용사님과 사도님들이 오늘 귀환하는 것이다.

       

       그것도 새로운 다섯 종족의 일원과 함께! 

       

       데이지는 품속의 꽃송이를 꼭 끌어안았다. 한스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 참 많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잘 먹기는 했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새로운 요리도 많이 배웠으니까, 꼭…!’

       

       데이지가 작게 각오를 다지며,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 “기억하렴, 데이지. 남자는 결국 혓바닥을 사로잡으면 끝이야. 요리, 요리를 잘하면 된다.”

       

       꾸욱.

       

       ‘기필코!’

       

       이 기쁜 날에 단둘이 데이트를 할 것이다!

       

       데이지가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각오를 다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거대한 환호성이 저 앞에서 울려 퍼졌다.

       

       – 원정대의 귀환이다!

       – 와아아아아ㅡ!

       – 용사님! 용사님 여기 한번 봐주세요!

       – 전능하신 여섯 신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용사님을 축복하소서!

       

       함성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에 비례해서 원정대도 데이지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원정대가 바로 코 앞까지 왔을 때, 데이지는 열심히 고개를 내밀며 한스를 찾아 헤맸다.

       

       “한스 님! 한스 님!!”

       

       애타게 불러봐도 수많은 원정대 사이에서 한스를 찾기란 요원했다.

       

       데이지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는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몰리며 성기사들이 통제하는 선까지 달려들었다. 

       

       “꺄앗!”

       

       가장 앞에 있던 데이지가 인파에 휩쓸려 앞으로 넘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사람들에 깔려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겁에 질린 데이지는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꼭 감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비명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그녀의 영웅.

       

       “하, 한스 님!”

       “데이지!”

       

       파앗!

       

       원정대 사이에서 한 사내가 벼락처럼 뛰쳐나왔다. 그리고, 데이지의 손을 붙잡고 땅을 박차 올랐다.

       

       “어, 어…?”

       

       눈을 꼭 감고 있던 데이지는 뺨을 간지럽히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쩐지 몸이 붕 뜨는 듯한 부유감.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일까?

       

       “큰일 날 뻔했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도, 사람들의 시끄러운 환호성도.

       어떠한 것도 방해가 되지 못했다.

       

       “한스… 님?”

       

       타탓.

       

       높게 뛰어오른 한스가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품에 안고 있던 데이지의 몸 여기저기를 살피며 호들갑 떨었다.

       

       “세상에. 어디 다친 곳 없는 거 맞지?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야? 다음부터는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뒤쪽에서ㅡ”

       “한스 님ㅡ!”

       

       데이지의 커다란 눈에 물방울 아른거리더니, 이내 한스의 품에 와락 달려들었다.

       

       그리움, 안도, 걱정, 반가움, 기쁨… 여러 말 못 할 감정들이 하나로 녹아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왓! 어? 데이지, 지금 울어?”

       “크히잉… 한스, 한스 니임…”

       “왜 울고 그래. 뚝! 울지마 데이지. 옳지, 예쁜 얼굴 다 망가지네.”

       

       데이지는 오래도록 한스의 품에 안겨 얼굴을 문질렀다.

       만나면 예쁘게 웃어주면서 꽃도 전해주고, 의젓하게 반겨주고 싶었는데.

       

       못난 우는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더욱 한스의 품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

       

       

       

       “푸흥… 훌쩍, 이제 정말 크흥, 괜찮아요.”

       “정말로? 아직도 코가 빨간데.”

       “이, 이건! …감기! 감기 걸려서 그래요.”

       “아ㅡ 그래? 난 또 울어서 코가 빨개진 줄 알았지.”

       

       하도 울어서 눈이 팅팅 부은 데이지가 한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고개를 떨궜다.

       오랜만에 만나서 우는 모습 보여준 것도 속상한데, 제 마음도 모르고 자꾸 놀리는 한스가 얄밉기만 하다.

       

       볼을 부풀리던 데이지는 문득 한스가 어떻게 자신을 구했나ㅡ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거? 데이지의 비명이 귀에 확 들어오더라고. 날 부르는 것도 진작에 들었는데, 내가 행렬의 중간에 있어서 갈 수가 없었어.”

       

       한스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그의 예민한 감각은 정말로 함성에 섞인 데이지의 목소리를 잡아낸 것이었고, 데이지의 비명을 듣고 뛰쳐나간 것도 사실이었다.

       

       “에, 앗. 저, 정말로요?”

       

       한창 사랑에 빠져있는 데이지에게는 한스의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

       마치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운명의 왕자님이 아닌가!

       

       실제로 한스는 데이지를 구해준 왕자님이 맞기도 했다.

       

       꽈악.

       

       ‘역시 한스 님은 나를 구원해 주신 나의 용사, 아니 왕자님.’

       

       용사님은 싫다.

       자신에게는 없는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를 앞세우며 자꾸 한스 님에게 접근하는 위험한 여자다.

       

       텁텁.

       

       살짝 봉긋한 가슴.

       용사님의 커다란 가슴에 비하면 평지나 다름없다.

       

       아직 어린 나이임을 감안하면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울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분위기가 이상한데 이거.’

       

       손을 잡는 힘이 강해진 것도 그렇고, 갑자기 우울해진 데이지의 표정도 그렇고.

       한스는 데이지의 기분이 안 좋다는 걸 빠르게 알아챘다.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데이지도 어엿한 여인.

       여심은 너무나 복잡하고 또 갈대 같은 것이라, 한스는 섣불리 데이지를 위로하기보단 화제 돌리는 것을 선택했다.

       

       “아, 아아! 데이지. 우리 같이 성지의 문 쪽으로 갈까? 거기서 새로운 종족이 성지로 들어갈 거거든. 여기에는 안 왔는데 용도 볼 수 있을 거야.”

       

       이베르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건 딱 질색이라며 원정대의 귀환식을 거부했다.

       아마 어디선가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성지의 문으로 돌아오겠지.

       

       “용?! 정말 용인가요?”

       “그럼, 진짜 용이지. 날개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비늘은 하늘처럼 파란빛이야.”

       “우와…”

       

       항상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데이지였지만, 때때로 튀어나오는 아이 같은 모습은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드는 무언가 존재했다. 

       

       “얼른 가자. 늦어서 자리 놓치면 아무것도 안 보일 거야.”

       “네!”

       

       둘은 거리에 가득한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성지의 문으로 향했다.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성지의 문 주변에는 이미 인파가 몰려 바다를 만들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새로운 다섯 종족을 보러 온 이들이었다.

       

       “이리와, 데이지. 잘 안 보이지? 목마 태워줄게.”

       “네!”

       

       한스의 어깨에 올라탄 데이지가 목을 길게 뻗었다. 성지의 문 앞에 모여 있는 이들 중, 하얀 머리의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한스 님, 저 하얀 머리 분들이… 그러니까, 밤의 일족? 맞나요?”

       “맞아. 머리가 하얘서 잘 보일 거야.”

       “네… 그런데 저분들 좀 많이 긴장하신 것 같은데.”

       “원래 그래. 사람들 시선을 좀 많이… 굉장히 많이 싫어하는 분들이라.”

       

       수많은 시선에 노출된 밤의 일족은 한군데 모여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들을 괴롭히던 저주는 사라졌기에 햇볕을 쬐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햇볕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힉! 히이익…! 사, 사사사람이 너너너무! 많아요오…!”

       “욱… 우욱! 우에엑! 토, 토할 것 같아…”

       

       덜덜 떠는 녀석부터 헛구역질하는 녀석까지. 그야말로 대혼돈의 현장.

       밤의 일족을 이끄는 로드는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다섯, 아니 여섯 신이시여. 부디 저희 일족을 어여삐 여기소서…’

       

       부드러운 햇빛을 만끽하며 여섯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일곱 개의 별자리, 신의 눈동자를 향하여.

       

       펄럭ㅡ 펄럭!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꿰뚫고, 거대한 날갯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지상에 가득 드리우는 거대한 존재의 그림자. 하늘에서부터 서서히 그 위용을 뽐내며 내려왔다.

       

       쿵ㅡ!

       

       《…원숭이들이 잔뜩 모였군. 꾸물거릴 시간 없다. 어서 돌아가지.》

       

       한껏 집중된 시선이 기분 나쁘다는 티를 팍팍 내는 이베르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한낱 인간들의 구경거리가 된 기분은 굉장히 불쾌했다. 프리가의 ‘지적인 대화 겸 부탁’이 아니었다면 꼬장 좀 부렸으리라.

       

       《후우.》

       

       허나 그것도 잠시.

       커다란 날개를 등으로 모으고, 고개를 땅에 가깝게 낮춘 경건한 자세로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읊조린다.

       

       《위대하고 또 위대한 분이시여, 그대의 종이자 하수인. 직접 이름을 받은 자, 이베르가 아뢰옵게도 청하오니. 부디 좁디좁은 문을 열어 그대의 땅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소서.》

       

       쿠구구구구ㅡ

       

       육중한 문이 이베르의 청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편 더 올라갑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