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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아따먹은 횡액과도 같은 팬덤을 끌고 다니기로 유명한 스트리머였다.

        

       ‘방송 뭣같이 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괴이한 행보를 버텨낸, 기이할 정도의 충성도와 비틀린 문화를 가진 팬 베이스. 거기에 언터처블스 우승, 월드시리즈 낙수, 1등런 성공이라는 세 차례의 부스팅으로 급격하게 부풀어 오른 체급까지.

        

       그야말로 유례없는 팬덤을 형성해놓고, 극도로 부족한 방송 빈도로 이들을 굶기기까지 했으니-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틈만 나면 온갖 커뮤니티를 불태우는 방화범들의 탄생이었다.

        

       그 와중에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그 세를 불린 것에 대한 반대 급부로, 그녀를 질시하는 이들도 많았으니- 커뮤니티에서 그녀가 언급되는 빈도는 상상 이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더랬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따먹은 물어뜯을 요소가 많은 사람이었다.

        

       사실상 중견 스트리머를 저격하며 시작되었던 방송.

        

       그 어떤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않는 뻔뻔함.

        

       얼굴은커녕 이름마저 숨기는 극도의 신비주의.

        

       그런 와중에 첫 방송부터 ‘실수’로 몸매 노출을 하고, 양팔에는 하필 문신 팔토시를 한 채 등장했는데-

        

       그녀와 엮이는 스트리머들은 수상할 정도로 그녀에게 호의적이다.

        

       이 정도면 굳이 억까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저런 더러운 소설을 엮어내기에 최적의 재료만 모인 천국이나 다름없었으니. 딱히 아따먹을 싫어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비난하며 노는 것을 즐기는 무리라면 끼고 볼 싸움이었다.

        

       그리하여, 팬들과 까들의 고지전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정기적인 행사나 다름없게 되었으나- 결국, 각자가 승리하는 주제는 정해져 있었더랬다.

        

       일단, 나오나 실력으로는 프로들로부터도 샤라웃을 받고, 첫 시즌에서 1등을 달성한 그녀를 깎아내릴래야 깎아내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여자 스트리머이기까지 한 그녀에 대해 ‘그래봐야 아마따리죠?’라고 백날 해봐야 추해질 뿐이니.

        

       그러나 외모에 관한 고지전은 달랐다.

        

       오죽하면 시작하자마자 몸부터 까놓고 여태 마스크 캠도 못하냐. 얼굴 보일 뻔할 때마다 아크가 난리를 치는 이유가 뭐겠냐. 보정된 사진조차 못 까는 거 보면 어지간하지 않겠냐.

        

       그리 공격당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나름 매력적인 여성을 상상하던 팬들은 기분이 나쁘면서도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다른 스트리머들이 예쁘다고 했다’는 말 역시, 그간 얼굴을 뒤늦게 공개한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궁색하기 그지없었으니.

        

       결국, 얼마 없었던 캠방에서 드러난 손이나 몸 사진 따위를 올리며, ‘목선만 봐도 예쁜 거 티나죠?’나, ‘이 몸매면 얼굴 평타여도 상위 1%인데?’ 따위의 말이나 할 수밖에.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아따먹의 연관 키워드에는 ‘빨간약’이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곤 했더랬다.

        

       그렇기에,

        

       이예나의 시위가 있었던 날의 밤부터, 그 다음날까지.

        

       나이트 오브 나이츠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각종 인터넷방송 커뮤니티는 ‘아따먹’ 석자에 점령당한 채였다.

        

       별다른 조명이나 보정도 없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에서도 빛이 나는 외모.

        

       피시방에 상주하는 걸걸한 양아치상은커녕, 나른하고 차가운 느낌에- 환호를 맞아 조금 부끄러워하는 표정까지.

        

       유일한 약점이 사실 최강의 강점임이 밝혀지고 말았으니- 기세등등해진 팬들의 터져나오는 화력에 힘입어, 모든 커뮤니티가 이예나에 관한 이야기로 말 그대로 폭발하던 그때.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긴급 방송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오세요]

        

       드디어, 화제의 중심에 선 주인공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어서 도망치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방제와 함께.

        

       * * * *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거나, 애초에 계획이 없으면 어그러질 일도 없다거나.

        

       계획을 세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주워섬기기 좋아하는 그런 말들에 공감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더랬다.

        

       내가 계획적인 편이어서는 결코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계획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나……계획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그러니까, 나는 성실히 계획을 세우고, 자연스럽게 그 모든 계획을 폐기하는 편에 가까웠다.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는 법이다. 침대가 너무 따스하거나……소주가 너무 달달하거나……혹은, 눈꺼풀이 너무 무겁기 전까지는.

        

       자랑스러운 성향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제기한 민원의 8할은 이러한 성향에서 비롯하기도 했고.

        

       하지만, 나름의 항변을 하자면……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그 반대급부로 임기응변과 벼락치기에는 비교적 강한 편이었더랬다.

        

       계획을 세워놓고는 어그러지는 꼴을 감상하며 방치하기를 반복하는 것도 경험은 경험인지라. 무언가 꼬일 것 같을 때는 강렬한 감이 오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가슴속 센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아. 잘 들리시나요.”

        

       『방제 머임??』

       『센세 커뮤 다 뒤집어졌어요』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드디어 수배당하셨군요 놀랍지는 않습니다 센세』

       『카페 ㄱㄱㄱ』

       『팬미팅 진짜였어요????』

       『고소 드가자~ 고소 드가자~ 고소 드가자~ 고소 드가자~』

       『잘 들려요!!』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아따먹 사진 비싸게 팝니다』

       『센세 ㄹㅇ 법수저였음?』

       『후원 켜주세요@@@@@@@@@@@@@@@후원 켜주세요@@@@@@@@@@@@@@』

       『제발 캠켜주세요』

       『도적2ㅈ류 개사기더라 ㄷㄷㄷㄷㄷ』

       『도적주머니를 공개하라! 공개하라! 공개하라!』

       『ㅇㅇ들림』

       『멀 도망가란 거임?』

       『캠이나 까라』

        

       사진, 캠, 시위, 고소, 그리고 다양한……욕망들. 언제나와 같이, 채팅창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물론, 남의 일인 양 지적질을 하기도 뭐한 것이……이거, 우리 방 아닌가. 혼자만 슬쩍 발을 빼서 평가질이나 하는 건, 비양심적인 행태일 터였다.

        

       다만……왜, 그런 거 있잖아.

        

       다같이 놀 때는 별 생각 없었다가도, 부외자가 온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객관적인 시각을 회복하게 되는.

        

       하물며 그 부외자가 변호사……그것도, 이예리인 마당에야.

        

       팬튜브에서 이미 거르고 거른 채팅이 조금 노출된 영상을 보고서도, 노골적으로 심기가 불편한 티를 냈었는데.

        

       생방송의 저……욕망의 항아리를 보면 대체 뭐라고 반응할지. 알고 싶지 않았다.

        

       ‘우린 원래 이렇게 살아요’라고 했다간, ‘이렇게’ 부분이 아니라 ‘살아요’ 부분을 바꿔버릴 것 같아.

        

       그러니,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조금은 청소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남자 넷이서 편하게 쓰던 기숙사방에, 갑자기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황처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없더라도, 조금 쓸고 닦고……무엇보다, 당장 지저분한 것들은 어디 옷장 안이나 침대 밑으로 치워 숨기는- 그런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중에 꺼내주더라도, 일단은.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와 같이 불타오르는 채팅창을 보고 있자니……이거, 정말 가능하려나.

        

       여길 청소한다는 건 누군가 유독 튀는 사람을 밴한다거나, 유입들의 분탕을 막기 위해 팔로우챗을 거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저기 저……아까부터 ‘센세 용안 존나 시퍼런 약이었다 억까 새1끼들 자살 좀’만 4줄씩 도배하고 있는 사람만 해도, 무려 8개월 구독자고.

        

       잡초가 자라난 정원이라면 몇 개 뽑아내고 말겠지만, 이건 애초에 자연 그대로인 들판이다. 어디서 뭐가 자라나고 있는 건지 아무도 모를.

        

       시위 직후인 탓에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온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핑계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솔직히, 원래 이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내 탓도 있겠지. 이런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제때 제때 제지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후회는 없다. 그래도……최소한 이 토양을 조성한 사람의 이름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가 박혀있는 이상,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닐까.

        

       무엇보다,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 않나. 저들에게도 나에 대한 책임이 있겠지만, 나에게도 저들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잘 들린다고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게 조금 기쁘기도 하고.

        

       “먼저……어제 시위, 와주셔서 감사해요. 제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와서 기뻤어요.”

        

       『후 원 켜 후 원 켜 후 원 켜 후 원 켜 후 원 켜』

       『기사 왜 안 나냐』

       『??진짜 했어?』

       『나 아직도 안 믿김 솔직히』

       『제발 캠 켜주세요 7트』

       『너무 예뻤음 ㄹㅇ』

       『나오나 언제 키냐』

       『오늘 무슨 빌드 하나요』

       『시위로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했으면 이젠 진짜 좆적 버리고 광전사 빌드 좀 보여줄 때 돼따 ㄹㅇ루다가』

        

       아, 저 사람은 밴……아니, 아직 아니지.

        

       “원래 시위 후엔 한 일주일……정도, 방송 다이어트를 할 예정이었는데. 급한 컨텐츠가 생겨서……갑자기 오게 되었네요. 양해 부탁드려요.”

        

       -딸깍

        

       제법 사실적인 모닥불이 타오르는 대기화면을 치우고, 미리 준비해둔 메모장을 띄웠다.

        

       [방송 규칙 정하기]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조금, 곤란한 사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우리가 다같이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방송 규칙을 정하는 거예요. 여태까지는……조금, 네. 말하자면, 매일매일이 퍼지 데이였던 시절은 끝났고……이젠 작은 규칙들을 지켜야 할 거예요.”

        

       『???』

       『규칙이 없었어?』

       『이제와서?』

       『정보) 이 방송 규칙은 도적 욕하면 밴 뿐이었다』

       『뭣 성칭찬 피버타임이 끝났다고?』

       『그 도적주머니를 보여줘놓고 성칭찬을 금지하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 센세』

       『뭐무무무머뭐뭣』

       『레반이 시키드나』

       『아니 진짜 규칙이 없었다고?』

       『솔직히 성칭찬은 하루만 더 허용하자 못 참겠어』

       『어차피 별포크가 맘대로 밴했잖아』

       『캠 키면 지켜줌』

       『인정할 수 없다 결투로 승부하자』

        

       상반되는 반응. 확실히, 새로이 유입된 시청자가 많은 티가 나더라. 공식적인 규칙이 없다는 사실도 모른 채, 나름 선을 지켜가며 살아가던……그런 사람들.

        

       이런 사람들만 있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옅은 한숨과 함께, 옆에 2번째 메모장을 띄웠다.

        

       [질서정연하게 도망가기]

        

       “자. 하지만……오늘 만들 규칙은 미래에 관한 것이고. 이미 과거에 벌어진 사태도 해결해야 해요. 시간이 없으니, 모두들 협조를 잘 해주세요.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잘 따라와줘야 할 텐데.

        

       “우선, 제가 미리 예습을 조금 했는데. 보니까……역시, 갤이 제일 심했어서. 1단계로는 클리너를 다운 받으셔야 해요. 여기 일반인도 있다……음. 그렇네요. 그러니까, 글들을 자동으로 지워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인데……여기, 카페 공지에 제가 올려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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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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