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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하긴, 때가 되기는 했지.”

         

       아우렐리아의 안색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진작에 한계였던 의식을, 한 회차 동안 강제로 가라앉게 해서 버텼던 거였으니까. 그래, 갈 때가 되기는 했어…….”

         

       아우렐리아는 일말의 주저 없이 곰방대를 꺼내 물었다.

         

       “……그러면 오늘 떠나는거냐?”

         

       연기와 함께 흘러나오는 옅은 한숨.

         

       [그렇게 되었느니라. 아마 오늘 밤이면 윤회의 길에 들어서겠지.]

         

       황녀는 황제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자신의 역할은 황제의 말을 담담히 입으로 옮기는 것이지, 그녀에게 대답해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되었다고, 아마 오늘 밤이면 윤회의 길에 들어설거라고 하십니다.”

       “후우……밖에 나오기도 버겁다는 말뜻이 그거였냐?”

       

       아우렐리아가 미간을 좁혔다.

         

       아무래도 직접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의식만 전달하는 방식이 싸게 먹힐테니까.

         

       “죽을 때 다 됐네. 이제는 자기 할 말도 다른 사람 입으로 전하는 거 보니까.”

        [후후. 부러우면 너도 하나 구하거라.]

         

       아우렐리아의 눈썹이 조금 더 찡그려졌다.

         

       “내가 미쳤다고 그러겠냐? 나는 누구들이랑 다르게 천수를 누리다가 죽을거거든?”

       [그래. 아마 그러겠지. 너는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

         

       순식간에 이어지던 대화가 멈추고, 잠시 침묵이 일었다.

         

       “사람은 언젠가 죽어.”

         

       아우렐리아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수 있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상이야. 물론 슬프기는 하지만…….”

       

       그리고 슬쩍 황녀를 쳐다본다.

         

       “그렇다고 올리비아가 구해준 목숨을 매순간 슬퍼하면서 살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그러니까 최대한 즐겨야지. 안 그래?”

         

       올리비아도 그러기를 바랄테고.

         

       아우렐리아는 진심이었다.

         

       “나랑, 카인이랑, 에스티랑, 무왕은 잘만 살고 있어. 그러니까 혹시나 환생해서 올리비아를 만나게 되면 전해줘. 우리 잘 살고 있고, 너 없이도 앞으로도 잘 살거라고.”

       [후후. 벌써 내가 올리비아와 만날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 하구나.]

         

       아우렐리아가 피식 웃었다.

         

       “가끔씩,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

        [……시선?]

       “올리비아 이 미련퉁이가,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같다는 소리야.”

       [착각한 것은 아니고?]

         

       평소에 장난기로 가득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이 순간만큼은 한없이 진지했다.

         

       “흐흐. 네 말대로 착각일 수도 있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아우렐리아는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 익숙하기 그지 없는 기시감.

         

       대주술사에 오르고, 영력(靈力)이 한계까지 발달한 순간부터,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우렐리아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느껴진다.

         

       쓸데없이 걱정으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따스한 애정이 담겨있는 이 시선이.

         

       그러니까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올리비아가 모든 미련을 떨쳐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잘 살고 있으니까, 이제 니 인생 살아. 이 빌어먹을 자식아.’

         

       아우렐리아는 그 말을 입 안으로 삼켰다. 올리비아는 더럽게 고집이 세니까,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픽 웃고 그만두겠지.

         

       ‘걔는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절대로 안 그만두는 성격이니까.’

         

       아우렐리아는 다시금 황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너는 이제 어떻게 살거냐? 평생 지금처럼 살 수는 없잖아.”

         

       아직도 바닥에서는 암주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고 한들, 극도로 압축된 시간에 저항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우렐리아는 그런 암주를 발로 툭툭 쳤다. 입에서 미친듯이 쏟아지는 거품들. 항상 무표정을 고수하던 고고한 암살자는 어디가고,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허약한 남정네만 남아 있다.

         

       솔직히, 아우렐리아는 황녀의 이런 행동이 거슬리기보다는 오히려 통쾌했다. 극독이 발린 단검으로 사람을 마구 쑤셔댄 순간부터, 이 정도 쯤은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문제는 그런 게 아니다. 황녀 본인도 스스로를 이들과 똑같은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지.

         

       “저는…….”

         

       황녀가 입을 열었다.

         

       7년 전부터, 어떻게 하면 올리비아에게 사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왔다. 물론 그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이미 죽었으니까.

         

       “세계선을 넘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아니다.

         

       곧바로 황녀의 말뜻을 이해한 아우렐리아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너 미쳤구나.”

         

       황녀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에요. 절대로 올리비아에게 누를 끼치지는 않을겁니다. 치밀하게 계획했고, 무엇보다 저는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올 생각이 없으니까요.”

        “…….”

         

       황녀는 황제와 오랫동안 연구했고, 세계선을 넘더라도 올리비아가 만들어낸 작금의 ‘완벽한’ 결말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오자 아우렐리아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마구 문질렀다.

         

       머리가 아팠다.

         

       ‘세계선을 넘나든다는게 ’미래‘로 간다는 이야기는 아닐테고.’

         

       아무리봐도 황녀의 눈동자는 올리비아를 만날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렇다면 맥락상 ‘과거’로 간다고 봐야 하는데…….

         

       “너희들이 어련히 생각했겠지만, 조금만 삐끗하면 모든게 싸그리 망가진다는 건 알지?”

         

       막말로, 올리비아가 마신을 완전히 소멸시킨 ‘현재’ 회차도 없던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리였다.

         

       [7년 동안 완벽하게 계산했느니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우렐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차마 반대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녀가 작금의 회차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게다가 뭐, 문제도 없을 거라니까.’

       

       “……최소한, 가기 전에 애들한테 인사 정도는 하고 가.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이미 어느 정도 언질은 하고 왔습니다.”

         

       올리비아의 무덤에 들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해 성녀를 만날 수 있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에스티도, 무왕도 몇 달 전에 만났었다. 세계의 비경을 돌아다니는 그들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찾는데만 일주일이 걸렸었지.’

         

       암주의 ‘심판’을 일부러 마지막으로 늦춘 것도, 카인을 만나기 위해서였고 말이다.

         

       “키엘이랑 멜리나한테는 말 안 했을 거 아니야.”

       [말 했느니라.]

       “하긴, 차라리 말 안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 걔들 성격상 당연히 따라간다고 했을……잠깐. 방금 뭐라고 했냐?”

       [키엘과 멜리나에게도 말 해줬다고 했느니라.]

         

       아우렐리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상식적으로는 다른 회귀자들에게는 이야기를 하고 가는 것이 맞았지만, 키엘과 멜리나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그들은 올리비아와 ‘아주 많이’ 친했다.

         

       ‘그래서 그만큼 죄책감도 많이 가지고 있지.’

         

       죽는 그날까지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아니, 그럼 걔들이 곱게 너희를 보내줬어? 당연히 따라간다고 했을텐데……?”

       [후후. 당연히 따라가겠다고 했느니라. 답지않게 아주 난리법석을 떨더군.]

         

       아우렐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옅은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영안(靈眼)을 개안한 그녀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친숙하고 반가운 웃음을 짓고 있는 황제의 모습이.

         

       물론 황제의 눈에는 예전과 같은 총기가 없었다. 하얗다고 착각할 정도로 탁해져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내게 그들을 막을 권리는 없었노라. 그리고 이게 최선의 방법이기도 했고. 그래서 곧 만나기로 했느니라.]

       “진짜로……미쳐버리겠네.”

         

       아우렐리아는 한참동안 입을 달싹거렸다. 불을 꺼뜨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담배가 마려웠다.

         

       “그래서 셋이서 과거로 가기로 했다?”

       [과거로 가는 건 황녀 하나 뿐이느니라.]

         

       황제는 단호하게 말했다. 세계선을 넘어가는 것은 한 명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래야 변수가 생기지 않을테니까.

         

       “그럼 키엘이랑 멜리나는?”

       [비밀이느니라.]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시곗바늘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잠시 후, 황녀의 앞머리가 살짝 흔들렸다.

         

       “때가 왔구나. 이제는 정말로 갈 때가 되었어.”

         

       황제는 더 이상 황녀의 입을 빌려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여태껏 맺어온 인연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플 뿐이지.

         

       바깥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황제의 영혼 또한, 끝에서부터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길어야 10분 정도인가?’

         

       황제는 미리 설치해두었던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이건……?”

       “방금 말했지 않느냐. 키엘과 멜리나를 만나기로 했다고.”

         

       파앗……!

         

       공간이동 마법진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일행의 신형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Citrus_683님 2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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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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