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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VR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어두운 천장을 바라본다.

       

       아니 완전히 어둡지는 않군.

       

       벌써 새볔녘이 찾아온 것인가.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둘러보니 각자의 색으로 길을 그리는 기운들이 눈에 들어왔다.

       

       VR의 세상에서 보던 것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군.

       

       쓰레기 같은 육신을 나의 능력으로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과 더 나아갈 곳이 없을 정도로 완숙해버린 몸을 사용하는 것의 차이인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즐겁다만 조금은 과하군.

       

       미간을 찌푸리며 어느 정도 조정을 해주었더니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 되었다.

       

       이를 완벽히 조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어.

       

       캡슐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곰방대를 들고서 베란다로 향했다.

       

       보랏빛으로 물든 바깥을 보고 있자니 본인이 깨달음을 위해 긴 시간 정좌하고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연기를 피워 올리며 세상에 그려지는 여러 갈래의 길을 보고 있자니 꼭 세상이 실타래 같구나.

       

       가만 실타래가 엉켰다 풀어지는 것을 구경하던 중 하늘이 아래에서부터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해가 뜰 때가 된 것인가 싶어 그를 바라보던 때에 그 사이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그려지는 게 보였다.

       

       저것은 분명 낙일검의 이치이지 않나.

       

       아하. 빌어먹을 검선 그 노친네.

       

       어떻게 검으로 태양을 떨어트렸나 싶었거늘 도술과 무의 결합으로 이루어 낸 것이더냐.

       

       어쩐지. 아무리 이치를 따라가도 되지를 않더라니.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애초에 무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던 것이구나.

       

       헛웃음을 흘리다 지금이라면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낙일검의 이치 자체는 기억하고 있으니 그 위에 도술을 덧씌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더냐.

       

       약간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이 존재할 순 있겠지만 그거야 본인의 경지로 보충하면 될 터.

       

       내기로 검을 만들어서 위로 치켜들려다 이 곳이 현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이 세상에서 위로 떠오르던 태양이 갑작스레 아래로 떨어진다면 무슨 난리가 날지.

       

       무림에서야 잠시 소란이 일고 말겠지만 현대에서는 다르다.

       

       뉴스가 나오고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고 무슨 과학자들이 나와선 호들갑을 떨겠지.

       

       그 난장판이 나는 걸 구경하고 싶진 않으니 이에 대한 검증은 후일 VR세상에서 하도록 할까.

       

       내기를 흩어버린 후에 스마트 폰을 꺼내어 엔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이 튜브를 하고 싶은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라고.

       

       채팅을 치는 걸 보아 밤을 샜던 것 같으니 지금은 자고 있을 터이고 대답이 돌아오려면 저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문자가 도착하기 무섭게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마이 튜브 하실 거에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엔리가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 밤을 새워서 피곤할 터인데 어찌 목소리에 이리 생기가 도는 것인지.

       

       힘이 넘치는 아해로구나.

       

       “한 번 해보려고요.”

       <잘 생각하셨어요! 아라 씨가  마이 튜브 직접 열면 대박이죠! 구독자 숫자 순식간에 올라갈 걸요? 당장 아라 씨가 방송한 것만 편집해서 올리기만 해도 조회수가 얼마나 나올지.>

       

       내가 무어라 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엔리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 나갔다.

       

       <아. 너무 저만 이야기 했네요!>

       “괜찮아요. 어쨌든 그래서 마이 튜브를 열려면 뭘 해야 좋을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전화로 말씀드리긴 좀 긴데. 음. 저희 집으로 오세요!>

       “엔리 지금 자야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아침에 본인을 만났을 때부터 잠에 들지 않았다 치면 지금 그대는 거의 20시간을 넘게 깨어있는 셈인데.

       

       잠에 들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가?

       

       어차피 그리 급한 일도 아니니 그대가 쉰 후에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어도 충분하다마는.

       

       <괜찮아요! 잠은 죽어서 자면 되는 거니까요!>

       

       진짜로 저승으로 보내줌으로써 영원한 잠을 재워주던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직접 찾아가서 재워달라는 것인가?

       

       <어차피 오늘 휴방이라서 내일 방송할 때까지 자면 돼요!>

       “그래도.”

       <어차피 안 잘 거니까 오세요!>

       

       오냐. 알겠다.

       

       재워달라는 것이구나.

       

       아무 깊고도 깊은 잠에 빠트려주마.

       

       *

       

       버스를 타고서 바깥의 풍경에 관심을 두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온갖 것이 신기하야 바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만 결국에 이 또한 예전에 알던 풍경인지라 그 신기함은 순식간에 식어버렸지.

       

       그 후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웠었다.

       

       허나 오늘은 달랐다.

       

       바깥을 보고 있으면 기운들이 자신만의 길을 그려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를 구경하며 저기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을 지를 추측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의 본인은 최소한의 기본조차 배우지 않은 초심자인지라 지금 본인이 하는 추측이 옳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선을 지닐 수 있단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했다.

       

       “어서와요! 빨리 오셨네요!”

       

       문을 열고서 나를 맞이해 준 엔리의 얼굴은 초췌했다.

       

       얼핏 보기에도 피곤에 찌든 상태인데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게 훤히 보일 정도로.

       

       어느 정도 꾸민 상태임에도 저 꼴이라니.

       

       화장을 다 걷어내고 나면 시체나 다름없는 얼굴이겠구나.

       

       그 피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엔리의 주변에 있는 기분들도 하나같이 회색으로 물들어 있구나.

       

       “얼마나 안 잔 거에요?”

       “어제 7시에 일어났고 지금이 7시니까 딱 24시간 동안 깨어 있었네요!”

       

       목소리가 높다 못해 과해서 고장나기 일보직전처럼 보이는 엔리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니 커피 냄새가 진동했다.

       

       아무리 좋은 냄새라도 과하면 좋지 않군.

       

       내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엔리가 내 앞에다 커피를 놓아주었다.

       

       온도가 따뜻한 건지 커피를 타고서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솔직히 저 아라 씨가 마이 튜브를 하겠다는 말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왜요?”

       “조회수가 복사가 될 테니까!”

       

       엔리는 그리 이야기를 하면서 노트북을 펼쳐 간단히 조작을 하고는 내게 한 화면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마이 튜브 채널이었다.

       

       구독자는 10만 가량인 데에 반해 영상들의 조회수는 그의 몇 배에 달할 지경이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구나.

       

       본인이 보는 귀여운 동물들 채널 중에서도 이만한 조회수가 나오는 것이 드물거늘.

       

       “이 채널은 아라 씨의 방송 하이라이트만 모아둔 팬 채널이에요. 편집이 괜찮기는 하지만 아라 씨라는 화제성이 아니었으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겠죠.”

       

       그 후로도 엔리는 몇 개의 마이 튜브 채널을 다 보여줬다.

       

       그것들은 하나 같이 본인의 영상을 업로드 함으로써 화제를 끌어 모으고 있는 곳들이었다.

       

       “다 팬 마이 튜브라고 주장하지만 이 중에선 수익을 내고 있는 곳도 있어요. 괘씸한 녀석이죠.”

       “그게 문제가 되나요?”

       “당연히 문제죠!”

       

       영상의 주인인 내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수입을 낸다는 건 법적인 문제까지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엔리가 열변을 토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열성적이구나.

       

       그대의 본업이 마이 튜브라서 그런 것인가.

       

       “아라 씨가 괜찮은 편집자와 함께 마이 튜브를 연다면 여기서 나오는 것 이상의 수익이 아라 씨의 것이 된다고요. 돈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방송 시작했을 때부터 마이 튜브를 준비했을 걸요.”

       

       금전적인 부분에는 별 관심이 없다만 저 조회수들에는 조금 욕심이 나는구나.

       

       본인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무의 이치를 세상에 널리 떨치는 것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소리이지 않나.

       

       “아라 씨. 제가 추천 드리는 건 총 세 개의 채널을 파는 거에요.”

       “세 개나요?”

       “네. 아라 씨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무만을 보여주는 게임 채널 하나. 아라 씨의 엉뚱하고 막나가는 모습과 바루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상 채널 하나. 그리고 풀영상 채널 하나. 편집자들을 몇 명 고용해서 배럭을 굴리면…”

       

       내게 계획을 설명하는 엔리는 저 혼자 흥분해서는 내 답변도 기다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야기를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끊어주지 않으면 기절할 때까지 저럴 것 같았기에 목소리에 내기를 담아 중간에 끼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뭐죠?”

       “…어. 편집자를 구하는 것부터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공개적으로 모집해야죠. 아라 씨는 매일 같이 화제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니까 편집자를 모집하겠다 그러면 온갖 사람들이 달려들 걸요.

       그 중에서 제일 실력 있는 사람을 뽑으면 돼요. 영상을 평가하는 건 제가 저희 편집자랑 도와드리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공개적인 모집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화산의 인원들을 뽑을 때 느꼈던 서류의 산이 또 다시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만.

       

       저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니 할 말이 없구나.

       

       어쨌든 간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단 게로구나.

       

       “모집 양식을 알려드리자면 이게 예전에 제가 쓰던 건데요…”

       

       말이 모집 양식을 쓰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었지.

       

       엔리는 사실상 내가 모집을 할 때 사용하면 좋을 양식을 만들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거기서 단어 몇 개를 바꾸는 것뿐이었다.

       

       “이걸 올리면 당장 할 일은 끝이네요?”

       “네! 일단은 모집이 오는 걸 기다려 봐야죠!”

       

       고생해주어 고맙다. 엔리.

       

       그럼 이제는 그대가 숙면을 취할 시간이겠구나.

       

       검지 손가락의 엔리의 혈도 중 하나를 지긋이 누르자 그녀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엔리의 자그마한 몸을 받아 들어서 침대에다 고이 눕혔다.

       

       원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서 잠을 재워주고 떠나갈 생각이었지만 이리 보니 건드릴 것이 많구나.

       

       혈도에 독소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가 평소 자세가 좋지 않은 듯 관절도 어긋난 부분이 여러 곳이 있잖나.

       

       흐음. 이것들을 하루 아침만에 모두 다 개선할 수는 없을 것이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할 터인데.

       

       일단은 당장 건드릴 수 있는 부분 몇 곳만 건드리고 나중에 엔리에게 점혈을 해줘도 되겠냔 허락을 받아야 겠구나.

       

       *

       

       엔리의 집에서 빠져나오고서 하루가 지나 아침 해가 떠올랐을 무렵.

       

       엔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드디어 잠에서 깨어난 게냐?

       

       얼마나 피로했으면 24시간을 넘게 자고서야 피로가 사라진단 말인가.

       

       <아라 씨! 죄송해요! 어제 제가…>

       “괜찮습니다. 쓰러지시던데 몸은 괜찮으신가요?”

       <네! 이상할 정도로 몸이 상쾌해요! 하루 종일 자서 그런가봐요!>

       

       목소리에 힘이 가득한 것이 혈도 몇 군데를 눌러준 것이 효과를 발휘했나 보구나.

       

       <그래서 공고문은 올리셨어요?>

       “네. 어제 방송하면서 같이 이야기했어요.”

       <어때요? 지원은 좀 많이 왔어요?>

       “네.”

       

       많이 왔지.

       

       적어도 어제 엔리 그대가 올 것이라 말한 숫자보다도 더 많이.

       

       편집자 중에 실력이 있는 자를 어찌 판별해내는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메일이 날아든 것을 보면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은 아닐 것 같구나.

       

       이번에는 엔리가 도와주기로 했으니 지난 번처럼 며칠 밤을 새워야 하진 않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운이 참 좋으시네요. 를 시전할 수 있게된 천마님.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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