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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힘을 끌어내려 했지만.
    ​
    ​
    [ 크으윽..! ]
    ​
    ​
    개그 신이 남긴 상처로 인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차원 너머에 있는 제 본체에서 더 힘을 끌어온다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개그 신처럼 차원에서 쫓겨날 수 있었다.
    ​
    ​
    그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봉인되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었다.
    ​
    ​
    그렇다고 순순히 봉인된다는 말은 아니었기에, 마신은 거칠게 몸부림쳤다.
    ​
    ​
    개그 신이 떠난 후 한 시간의 시간만 있었어도 마왕의 시도는 재롱잔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
    ​
    천운이 하늘에 닿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상황이었다.
    ​
    ​
    붉은빛이 차츰차츰 그의 몸을 조여들어 아득한 격까지 짓누르기 시작했을 때.
    ​
    ​
    파아앗!
    ​
    ​
    하늘을 가린 먹구름이 갈라지고 눈 부신 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경전에서 묘사되는 천사가 내려오는 듯 찬란하면서도 따스한 빛이 마왕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
    쩌적.
    ​
    ​
    희망과 기적을 상징할 것 같은 찬란한 빛이 사악한 마검에 닿자 작게 금이 갔다.
    ​
    ​
    쨍그랑!
    ​
    ​
    마치 유리그릇이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마검이 두동강이 나고, 하늘을 뒤덮은 붉은 그물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
    ​
    마왕성에는 대가 없이 숨이 끊어져 가는 마왕의 가느다란 숨소리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이들의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
    ​
    마왕은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찬란한 빛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
    [ 아아, 드디어 돌아왔네. ]
    ​
    ​
    영혼을 울리는 아찔한 감각을 통해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
    ​
    그들의 신이 돌아왔다.
    ​
    ​
    수십 개의 새하얀 날개가 찬란하게 펼쳐졌다. 날개 안에는 여러 쌍의 날개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수많은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
    ​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 눈은 격이 낮은 존재들이 감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날개와 몸 곳곳에 박힌 눈은 신비로운 색을 품고 있어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
    ​
    수십 백개는 되어 보이는 눈동자들이 세상 전체를 내려다볼 듯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
    ​
    [ 흐..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
    ​
    ​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대지가 진동하고 하늘이 요동쳤다. 듣는 자의 영혼을 뒤흔들 정도로 아찔한 목소리였다.
    ​
    ​
    마왕성에 있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인 채 공포와 경외심에 젖어 들었다. 
    ​
    ​
    [ 허, 죽고 싶어서 돌아왔나? ]
    ​
    ​
    빠르게 제격을 되찾아가던 마신이 날 선 시선으로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었던 존재를 바라보았다.
    ​
    ​
    개그 신에게서 겨우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그는 즐거운 음색으로 말했다.
    ​
    ​
    [ 이런, 나는 그저 도와주려 했을 뿐이야. ]
    [ 말도 안 되는 소리군. ]
    [ 내가 말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봉인 사태를 말하는 게 아니야. ]
    ​
    ​
    그는 자신이 가진 패를 꺼내 들었다.
    ​
    ​
    [ 조금 전에 네가 상대했던 – … 그놈이 만든 판에서 놀아나고 있는 널 도와주려 했을 뿐이야. ]
    [ 하? 그게 무슨 소리지? ]
    ​
    ​
    펄럭.
    ​
    ​
    그가 가볍게 날갯짓을 하자 마신의 격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간계에 내려앉아 흐릿하게 보이던 형태가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
    ​
    두 신적인 존재들은 필멸자들이 인지할 수 없는 차원의 틈으로 이동했다. 인간으로 치면 영혼으로 변해, 영혼들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수다를 떤다고 보면 된다.
    ​
    ​
    마신은 제격을 꿈틀거리며 당장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키고 싶어 했다. 그도 그럴 게, 힘이 없어 도망친 신이라고 해도 존재 자체를 씹어 삼키면 ‘자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마신이 당장 다크 판타지 신을 집어삼키면 이 세계의 권한은 대부분이 그의 손에 떨어질 터였다.
    ​
    ​
    눈앞에 세계를 집어삼킬 수 있는 키가 반짝거리고 있음에도 얌전히 있는 건 어디까지나 ‘개그 세계의 신’ 때문이었다.
    ​
    ​
    다행히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꺼낸 말은 그가 충동을 참고 들어줄 만큼 가치 있는 이야기였다.
    ​
    ​
    [ 하… ]
    ​
    ​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마신은 헛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
    ​
    눈앞에 있는 신도, 세계를 집어삼키고자 차원의 벽을 뚫고 들어온 외신들도, 가장 격이 높은 자신조차도.
    ​
    ​
    그녀가 말하던 ‘초원’의 일부였음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은 그런 마신을 보며 말했다.
    ​
    ​
    [ 놀아나지 않기 위해선 그것이 애지중지하던 그것을 통째로 집어삼켜야 해. ]
    [ 목적이 뭐지? ]
    ​
    ​
    마신은 상대의 말을 뚝 끊어놓으며 의문을 드러냈다. 그의 의문은 타당했다. 
    ​
    ​
    이에 그는 자신의 진짜 목적을 꺼냈다.
    ​
    ​
    [ 난 주신의 자리를 탐내지 않아.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
    ​
    ​
    주신의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주신 외의 자리를 넘겨달라는 말과 같았다. 
    ​
    ​
    마신을 따르는 외신들 또한 그런 콩고물을 노리고 들러붙은 것이나 다름없기에, 다크 판타지 신의 말은 그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
    ​
    마신이 예상했던 수많은 경우의 수 중 가장 이상적인 대답이었다.
    ​
    ​
    [ 주신의 자리를 걸고 맹세한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
    ​
    ​
    아무런 통보 없이 직장을 그만둔 사수의 자리를 신입이 대신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
    신입이 아무리 경력이 많더라도, 사수가 모든 자료를 남기고 갔다고 해도 헤맬 수밖에 없다.
    ​
    ​
    마신이 다크 판타지 신을 씹어 삼켰을 경우가 사수가 통보 없이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
    ​
    다크 판타지 신이 적극적으로 그가 주신이 되는 걸 돕는다는 말은 곧, 사수가 제대로 인수인계를 해주고 떠나는 것과 같았다.
    ​
    ​
    거기다 개그 신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기까지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마신에겐 더 없이 이득인 제안이었다.
    ​
    ​
    차원과 차원을 헤매는 외신이 될 처지에 놓인 다크 판타지 신에게도 득이 되면 득이 될 계약이었다.
    ​
    ​
    한쪽만 이득이 있는 제안이라면 깊게 의심해볼 법하지만, 서로에게 이득인 제안이라면 말이 달랐다.
    ​
    ​
    그렇게 두 신은 손을 잡았다.
    ​
    ​
    ***
    ​
    ​
    아득한 두 신이 손을 맞잡고 있을 그 시점.
    ​
    ​
    노아는 발 빠르게 제 동료들을 빼돌리고자 릴리를 찾았다. 당장 떠나야 한다는 말에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
    “오빠와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그쪽으로 빠지면 반란으로 잡아들이려 할 거야. 떠나더라도 몇 명은 이곳에 남아있어야 해.”
    ​
    ​
    노아가 여자라는 사실은 극소수의 몇 명만 알고 있기에, 릴리는 단둘이 있지 않고서야 언제나 늘 그녀를 오빠라고 불렀다.
    ​
    ​
    그녀의 말대로 무작정 동료들을 빼돌렸다간 수인들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거나, 인류를 배신하고 마왕쪽에 붙을 거란 말이 나올 수 있었다.
    ​
    ​
    그녀의 말은 타당했기에 위급한 상황에 언제든지 도주가 가능한 이들을 제외한 인원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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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돌린다는 말을 쓰긴 했지만 말없이 동료들을 데려갔다간 어떤 말로 노아를 끌어내릴지 몰랐기에 일시적인 아군이 된 수인들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동료들을 보낸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수인을 말하는 짐승 취급하는 귀족들이 얼씨구나 하고 보내주려 했다.
    ​
    ​
    대다수의 귀족이 조소를 지은 채 즐거워했지만, 동료의 목숨을 저당 잡아 노아를 전쟁 노예로 이용하려던 몇몇 이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티를 냈다.
    ​
    ​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노아의 목줄을 놓아주지 않으려 했지만.
    ​
    ​
    “지, 지휘관님!”
    ​
    ​
    갑작스러운 손님으로 인해 그들의 시도는 불발되었다.
    ​
    ​
    길게 늘어진 새하얀 머리카락과 약간은 탁한 금안, 신이 빚은 듯 아름답기 짝이 없는 외모를 가진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주둔지에 들어섰다.
    ​
    ​
    공작의 두 명의 자식 중 한명인 공녀 아이리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참모진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
    ​
    그도 그럴 게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인 상황이었고, 이곳은 전선 중 한 곳이었다. 귀족 영애가 산책하듯 오갈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
    ​
    그들이 혼란을 느끼든 말든 아이리스는 일절 신경 쓰지 않은 채 빠르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이내 무언가를 감지하기라도 한 건지 어딘가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
    ​
    그녀의 발걸음은 주둔지를 벗어나 망설임 없이 한 곳으로 이어졌다.
    ​
    ​
    낯선 수인들의 모습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검은 머리의 낯선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 또한 아이리스를 발견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
   
   “어..? 아이리스?”
    ​
    ​
    그녀의 심장은 순간적으로 멈추는 듯했고, 숨이 가빠졌다. 하얀 머리카락도 찬란한 금안도 없었지만, 영혼이 쿵 하고 울리는 듯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
    ​
    시간이 멈춘 듯,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리안을 바라보았다.
    ​
    ​
    잠시 후, 그녀의 발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그를 향해 다가갔다.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기쁨,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까지. 
    ​
    ​
    그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이제는 걷는 것이 아닌, 거의 뛰는 듯한 속도로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동안의 두려움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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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아이리스는 리안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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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휴재는 있어도 연중은 없이 완결까지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노아가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는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 없는 튼튼한^^ 집을 얻고 싶기 때문입니다.
멀리 도망칠 수 없는 외진 숲 속에 있는 그런 저택같은…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3다음화 보기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힘을 끌어내려 했지만.

[ 크으윽..! ]

개그 신이 남긴 상처로 인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차원 너머에 있는 제 본체에서 더 힘을 끌어온다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개그 신처럼 차원에서 쫓겨날 수 있었다.

그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봉인되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봉인된다는 말은 아니었기에, 마신은 거칠게 몸부림쳤다.

개그 신이 떠난 후 한 시간의 시간만 있었어도 마왕의 시도는 재롱잔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천운이 하늘에 닿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상황이었다.

붉은빛이 차츰차츰 그의 몸을 조여들어 아득한 격까지 짓누르기 시작했을 때.

파아앗!

하늘을 가린 먹구름이 갈라지고 눈 부신 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경전에서 묘사되는 천사가 내려오는 듯 찬란하면서도 따스한 빛이 마왕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쩌적.

희망과 기적을 상징할 것 같은 찬란한 빛이 사악한 마검에 닿자 작게 금이 갔다.

쨍그랑!

마치 유리그릇이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마검이 두동강이 나고, 하늘을 뒤덮은 붉은 그물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마왕성에는 대가 없이 숨이 끊어져 가는 마왕의 가느다란 숨소리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이들의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마왕은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찬란한 빛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아아, 드디어 돌아왔네. ]

영혼을 울리는 아찔한 감각을 통해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들의 신이 돌아왔다.

수십 개의 새하얀 날개가 찬란하게 펼쳐졌다. 날개 안에는 여러 쌍의 날개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수많은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 눈은 격이 낮은 존재들이 감히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날개와 몸 곳곳에 박힌 눈은 신비로운 색을 품고 있어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수십 백개는 되어 보이는 눈동자들이 세상 전체를 내려다볼 듯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 흐..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대지가 진동하고 하늘이 요동쳤다. 듣는 자의 영혼을 뒤흔들 정도로 아찔한 목소리였다.

마왕성에 있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인 채 공포와 경외심에 젖어 들었다.

[ 허, 죽고 싶어서 돌아왔나? ]

빠르게 제격을 되찾아가던 마신이 날 선 시선으로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었던 존재를 바라보았다.

개그 신에게서 겨우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그는 즐거운 음색으로 말했다.

[ 이런, 나는 그저 도와주려 했을 뿐이야. ]

[ 말도 안 되는 소리군. ]

[ 내가 말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봉인 사태를 말하는 게 아니야. ]

그는 자신이 가진 패를 꺼내 들었다.

[ 조금 전에 네가 상대했던 – … 그놈이 만든 판에서 놀아나고 있는 널 도와주려 했을 뿐이야. ]

[ 하? 그게 무슨 소리지? ]

펄럭.

그가 가볍게 날갯짓을 하자 마신의 격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간계에 내려앉아 흐릿하게 보이던 형태가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두 신적인 존재들은 필멸자들이 인지할 수 없는 차원의 틈으로 이동했다. 인간으로 치면 영혼으로 변해, 영혼들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수다를 떤다고 보면 된다.

마신은 제격을 꿈틀거리며 당장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키고 싶어 했다. 그도 그럴 게, 힘이 없어 도망친 신이라고 해도 존재 자체를 씹어 삼키면 ‘자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신이 당장 다크 판타지 신을 집어삼키면 이 세계의 권한은 대부분이 그의 손에 떨어질 터였다.

눈앞에 세계를 집어삼킬 수 있는 키가 반짝거리고 있음에도 얌전히 있는 건 어디까지나 ‘개그 세계의 신’ 때문이었다.

다행히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이 꺼낸 말은 그가 충동을 참고 들어줄 만큼 가치 있는 이야기였다.

[ 하… ]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마신은 헛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신도, 세계를 집어삼키고자 차원의 벽을 뚫고 들어온 외신들도, 가장 격이 높은 자신조차도.

그녀가 말하던 ‘초원’의 일부였음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은 그런 마신을 보며 말했다.

[ 놀아나지 않기 위해선 그것이 애지중지하던 그것을 통째로 집어삼켜야 해. ]

[ 목적이 뭐지? ]

마신은 상대의 말을 뚝 끊어놓으며 의문을 드러냈다. 그의 의문은 타당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진짜 목적을 꺼냈다.

[ 난 주신의 자리를 탐내지 않아.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

주신의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주신 외의 자리를 넘겨달라는 말과 같았다.

마신을 따르는 외신들 또한 그런 콩고물을 노리고 들러붙은 것이나 다름없기에, 다크 판타지 신의 말은 그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마신이 예상했던 수많은 경우의 수 중 가장 이상적인 대답이었다.

[ 주신의 자리를 걸고 맹세한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

아무런 통보 없이 직장을 그만둔 사수의 자리를 신입이 대신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입이 아무리 경력이 많더라도, 사수가 모든 자료를 남기고 갔다고 해도 헤맬 수밖에 없다.

마신이 다크 판타지 신을 씹어 삼켰을 경우가 사수가 통보 없이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다크 판타지 신이 적극적으로 그가 주신이 되는 걸 돕는다는 말은 곧, 사수가 제대로 인수인계를 해주고 떠나는 것과 같았다.

거기다 개그 신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기까지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마신에겐 더 없이 이득인 제안이었다.

차원과 차원을 헤매는 외신이 될 처지에 놓인 다크 판타지 신에게도 득이 되면 득이 될 계약이었다.

한쪽만 이득이 있는 제안이라면 깊게 의심해볼 법하지만, 서로에게 이득인 제안이라면 말이 달랐다.

그렇게 두 신은 손을 잡았다.

***

아득한 두 신이 손을 맞잡고 있을 그 시점.

노아는 발 빠르게 제 동료들을 빼돌리고자 릴리를 찾았다. 당장 떠나야 한다는 말에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빠와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그쪽으로 빠지면 반란으로 잡아들이려 할 거야. 떠나더라도 몇 명은 이곳에 남아있어야 해.”

노아가 여자라는 사실은 극소수의 몇 명만 알고 있기에, 릴리는 단둘이 있지 않고서야 언제나 늘 그녀를 오빠라고 불렀다.

그녀의 말대로 무작정 동료들을 빼돌렸다간 수인들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거나, 인류를 배신하고 마왕쪽에 붙을 거란 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은 타당했기에 위급한 상황에 언제든지 도주가 가능한 이들을 제외한 인원을 선정했다.

빼돌린다는 말을 쓰긴 했지만 말없이 동료들을 데려갔다간 어떤 말로 노아를 끌어내릴지 몰랐기에 일시적인 아군이 된 수인들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동료들을 보낸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수인을 말하는 짐승 취급하는 귀족들이 얼씨구나 하고 보내주려 했다.

대다수의 귀족이 조소를 지은 채 즐거워했지만, 동료의 목숨을 저당 잡아 노아를 전쟁 노예로 이용하려던 몇몇 이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티를 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노아의 목줄을 놓아주지 않으려 했지만.

“지, 지휘관님!”

갑작스러운 손님으로 인해 그들의 시도는 불발되었다.

길게 늘어진 새하얀 머리카락과 약간은 탁한 금안, 신이 빚은 듯 아름답기 짝이 없는 외모를 가진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주둔지에 들어섰다.

공작의 두 명의 자식 중 한명인 공녀 아이리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참모진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인 상황이었고, 이곳은 전선 중 한 곳이었다. 귀족 영애가 산책하듯 오갈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이 혼란을 느끼든 말든 아이리스는 일절 신경 쓰지 않은 채 빠르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이내 무언가를 감지하기라도 한 건지 어딘가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주둔지를 벗어나 망설임 없이 한 곳으로 이어졌다.

낯선 수인들의 모습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검은 머리의 낯선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 또한 아이리스를 발견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 아이리스?”

그녀의 심장은 순간적으로 멈추는 듯했고, 숨이 가빠졌다. 하얀 머리카락도 찬란한 금안도 없었지만, 영혼이 쿵 하고 울리는 듯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시간이 멈춘 듯,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리안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의 발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그를 향해 다가갔다.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기쁨,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까지.

그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이제는 걷는 것이 아닌, 거의 뛰는 듯한 속도로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동안의 두려움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마침내, 아이리스는 리안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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