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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초장부터 전심전력.

   크라슈에게는 특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크학!”

     

   강제로 멸천수라까지 끌어 올린 대가로 비어 버린 세계침식의 틈.

   그 사이로 아우라가 파고들며 또다시 크라슈의 몸을 반쪽 내고자 날뛰었다.

     

   멸천수라를 쓴 대가조차 무시할 만큼 강렬한 통증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악에 뻗친 독종 중의 독종이었다.

     

   빠득!

     

   크라슈는 이를 부딪쳤다.

   동시에 솟구치려던 아우라를 강제로 억눌러 버렸다.

     

   크라슈는 그동안 세계 침식의 힘을 억눌러 온 경험이 있다.

   그러니 그 경험을 살려 오직 정신력만 믿고 강제로 아우라를 밀어 내버렸다.

     

   “하링!”

     

   크라슈의 외침과 함께 하링이 크라슈를 들고 동시에 옆으로 박찼다.

     

   피잉!

     

   날아든 빛줄기가 크라슈가 방금까지 있었던 자리를 일직선으로 훑고 지나갔다.

   하링과 거의 구르다시피 한 크라슈는 멸천월화의 불길이 타들어 가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의 멸천월화를 정면에서 얻어맞은 역야성이 있었다.

   하지만 괜히 9성급 침식종이 아니라 이건가.

     

   놈의 상태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크라슈는 방금전 확실하게 놈에게 상처를 남겼다.

   역야성의 등 쪽이 새까맣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둑- 쿵!

     

   놈의 등에 달려 있던 날개가 결국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처음 일격에 직격 하며 날아간 두 개의 날개와 방금 떨어진 한쪽 날개를 포함해 총 세 개의 날개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부터 목을 노렸으면 좋았겠지만.’

     

   목을 치려 했었다면 오히려 이쪽이 당했을 수 있었다.

   하링의 인비저블을 이용해 최대 거리에 접근했음에도 역야성은 이쪽을 눈치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걸로 도주와 더불어 추가 공격수단을 막았다.’

     

   역야성의 날개는 무척이나 까다롭기 그지없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음은 물론 그 속도가 음속을 돌파할 지경이고, 날개에서 쏟아지는 고열의 빛들은 사람의 육체를 간단히 녹여 버린다.

     

   특히, 하늘 위에서 쏟아 내는 빛의 포화는 그야말로 지옥도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중 날개 세 개나 떨어진 것은 호재 중의 호재였다.

   하나 남은 날개로는 나는 건 불가능 할 테니 말이다.

     

   “하링, 저주다. 숙여.”

     

   그 순간 크라슈는 즉시 하링을 당겨 안으며 자기 몸으로 감쌌다.

   그러자 역야성의 주변에 쏟아나온 빛이 순간적으로 크라슈에게 닿았다.

     

   “크라슈!”

     

   하링이 놀라서 소리쳤지만, 크라슈는 딱히 상관없었다.

   새어 들어오는 저주를 이그니스로 태워 버리면 전부 세계 침식의 힘으로 치환될 뿐이니 말이다.

     

   저주 상성 쪽은 이쪽이 최고다.

     

   “하링, 떨어지지 마.”

     

   단, 이 저주는 하링에게는 치명적이다.

     

   역야성이 지닌 저주는 발화.

   빛이 몸 내부를 투과하고 가면 내부에서 불길을 일으키는 저주다.

     

   당연히 몸 내부에 불이 붙는 만큼 꺼트릴 방법도 없고, 당한 이는 대부분 입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죽는다.

     

   [ 그럼 평소에 너랑 다를 바도 없는 거 아니더냐? ]

     

   이 상황에서도 쓴소리하는 크림슨가든을 보며 크라슈는 숨을 내쉬었다.

   지난 훈련을 통해 크라슈도 멸천수라의 유지 시간을 상당히 많이 늘렸다.

     

   세계 침식이 지닌 광증은 아우라가 생긴 이후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아마 아우라 자체가 지닌 안전성 덕분이겠지.

     

   거기에 천살성의 살의 또한 녹스를 얻고 나서는 폭주를 할 일이 극도로 적어졌다.

   녹스의 밤은 천살성을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 시킬 수 있는 덕분이었다.

     

   그 결과 크라슈의 멸천수라의 응용 시간은 큰 폭으로 늘 수 있었다.

     

   애초에 광증과 살의의 폭주 시점이 10초였기에 제한 시간이 있었을 뿐.

   그 점이 해결되니 자연스럽게 응용 시간이 늘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크라슈가 강해진 것을 드러내듯 이제는 순간 강화 영약 없이도 멸천수라를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후우.”

     

   거기다가 크라슈의 몸에는 저주, 한설아귀가 있다.

   멸천수라의 유지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 함께 응용한 한설아귀가 크라슈의 열을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 시켜 주고 있었다.

     

   이거라면 한계점에 도달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멸천수라의 유지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역야성을 제압 하는 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르르르륵.”

     

   피 끓는 소리를 낸 역야성의 검은 손가락이 또다시 크라슈에게 겨누어졌다.

   크라슈는 하링을 든 채로 엑셀을 발동시키며 날아드는 빛줄기를 회피했다.

     

   엑셀이 없었더라면 분명 이미 몸에 구멍 여러 개가 뚫렸을 것이다.

     

   확실하게 말해 9성급 침식종은 아직도 버겁다.

   여기에 혼자 왔다면 분명 크라슈라도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라슈는 역야성을 처음부터 혼자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아주 내 신세가 끝도 없이 추락하네.”

     

   울려 퍼진 목소리와 함께 핏빛의 도가 빛줄기를 향해 뻗어졌다.

     

   피잉!

     

   그리고 날아든 빛줄기는 웬걸.

   도의 날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튕겨 나가며 하늘을 빛내었다.

     

   10대 천검 중 하나 혈라사도.

   검왕, 라이 발하임이 지녔던 빛의 검조차 뚫지 못했던 검다웠다.

     

   그리고 그 앞에는 같은 핏빛의 머리색을 흩날린 남자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에벨아스크에 의해 움직이는 시체가 된 광도제였다.

     

   에벨아스크의 명령에 따라 역야성을 상대하고자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하링.”

   “괜찮아.”

     

   크라슈는 자신의 옆에 있는 하링을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비수를 콱하니 틀어쥐었다.

     

   광도제 탓에 오빠를 잃은 하링이니 혹시나 하여 물은 것이었으나 어리석은 물음이었는 모양이다.

     

   “복수는 이미 크라슈가 해주었으니까.”

     

   끝난 복수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하링다웠다.

     

   “광도제, 역야성의 진짜 모습을 끌어낼 거다. 저번에 네가 당한 거랑 똑같이 움직일 거니까. 잘 맞춰.”

   “하여튼 기분 나쁜 새끼!”

     

   광도제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역야성을 향해 혈라사도를 내질렀다.

   몸에 점차 붉은빛이 도는 걸 보아하니 어련히 알아서 해줄 듯싶었다.

     

   비록, 죽음 덕에 육체 능력 자체가 꽤 깎여 나갔다고 해도 광도제다.

   괜히 하덴하르츠를 거의 단신으로 위험에 빠트린 게 아니라는 듯 광도제는 능숙하게 역야성과 맞섰다.

     

   저거라면 역야성도 무시할 수 없을 테지.

     

   “크림슨가든.”

   [ 이쪽은 이미 준비 중이다. ]

     

   크라슈는 마지막으로 확인을 마쳤다.

     

   좋다.

   최종 공략은 에벨아스크 쪽에 맡겨 두면 되겠지.

     

   ‘이쪽이 할 일은.’

     

   역야성이 한껏 열받아 결국 진짜 모습을 드러내게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녀석을 쓰러트릴 수 없으니까.

     

     

   * * *

     

     

   역야성은 지금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눈앞에 있는 핏빛 같은 남자는 무척이나 끈질겼다.

   자체 재생 능력이 있는 그는 빛 뿌리기에 당한다고 하더라도 금방 회복되었다.

     

   원래도 지닌 재생 능력에 에벨아스크의 네크로맨서 술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죽지 않는 좀비였다.

     

   “하하, 이미 반쯤 죽어 버렸으니까. 다치는 걸 크게 신경 안 써도 되네!”

     

   거기에 역야성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광도제는 약하지 않았다.

   약삭빠른 그는 역야성의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늘 위협적인 공격을 하였다.

     

   타고난 전투 능력이 육체의 손실을 생각지 않고, 마구잡이로 싸울 수 있으니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진짜 짜증 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하링과 크라슈의 조합이었다.

     

   인비저블을 이용해 인기척을 완전히 지운 후 완전히 틈을 드러냈을 때만 공격해 온다.

     

   첫 공격으로 세 개의 날개를 잃었던 만큼 크라슈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역야성에게도 치명적이었다.

     

   특히, 그가 눈치가 빠르다는 점이 문제였다.

   역야성이 일부러 틈을 보이면 크라슈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았다.

     

   틈이 맞다고 확신할 때만 움직여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종종 달려드는 저주 지네 쪽도 귀찮았다.

     

   그래서일까, 슬슬 역야성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역야성의 몸 주위에 별빛이 이전보다 강해졌다.

     

   흩날리는 별빛들은 밤 여기저기를 빛내며 역야성의 주위를 따라 움직였다.

     

   두둑!

     

   그 순간이었다.

   역야성의 피부가 금이 가며 찢어지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둑!

     

   그러한 금들은 순식간에 몸 전체로 이어져 이내 균열이 되었다.

     

   “광도제, 죽기 싫으면 알아서 피해라.”

     

   그것을 본 크라슈는 즉시 하링을 안아 들고, 그 자리를 박찼다.

   크라슈의 몸에 더해진 엑셀이 순식간에 크라슈를 한계치까지 가속 시켰다.

     

   “야이씨이!”

     

   뒤늦은 광도제의 목소리가 짧게 울려 퍼진 그 순간.

   크라슈의 등 뒤에 빛들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사방으로 퍼져간 빛들이 주변을 한순간에 휩쓸어 버렸다.

     

   빛이 터져 나온 지점에서 한참을 멀리 떨어진 크라슈가 즉시 우뢰성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그 사이로 하링 또한 독기를 잔뜩 흩뿌리며 비수를 들어 올렸다.

     

   ‘뒤로 빠질 때 영약이라도 삼켰었나.’

     

   언제든 준비하고 있었던 하링의 발 빠른 대처에 크라슈는 짧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창공의 세대 또한 똑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갈수록 든든해지고 있음을 느낀 채 크라슈가 우뢰성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하링의 비수와 크라슈의 우뢰성이 빛무리에 닿으며 빛을 찢어발겼다.

   이만한 거리를 벌렸음에도 상당한 충격이 왔지만 둘 다 무사한 채로 빛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런 크라슈의 눈에 빛이 터져 나왔던 장소가 비추었다.

   거기에는 새하얀 색의 무언가가 있었다.

     

   벗겨진 새하얀 피부는 빛무리처럼 일렁거리고 있었고, 날개 머리 또한 빛과 같은 형태가 되어 있었다.

     

   껍데기를 벗어낸 역야성의 진짜 모습.

   그건 별빛과 일체화가 된 모습이었다.

     

   저 모습이 된 역야성에게는 어떠한 물리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녀석은 별빛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링, 빠져 있어.”

     

   저건 더 이상 하링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하링이 아무리 인비저블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인비저블을 푸는 순간 역야성이 먼저 공격에 성공할 것이다.

     

   몸이 저릿저릿하다.

   지금의 역야성과 마주치는 것만으로 몸이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말이다.

     

   크라슈도 이 정도 감각을 느낄 정도다.

   옆에 있는 하링은 몸이 굳는 것만을 간신히 견디고 있었다.

     

   “크라슈…….”

   “괜찮아. 이걸 상대하려고 지금까지 준비한 거니까.”

     

   크라슈는 하링의 머리 위에 텁하니 손을 올린 뒤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피잉!

     

   그 순간 하늘 위로 검은색의 사슬 같은 것이 치솟았다.

     

   파아아앙!

     

   그러자 치솟은 사슬이 사방으로 벌려지며 땅에 박혔다.

     

   땅속에 단단히 박히든 사슬 덕분에 주위는 마치 새장 속에 갇힌 풍경이 되었다.

   이상함을 느낀 역야성이 별빛을 뿌렸다.

     

   그러자 흩뿌려진 별빛이 사슬을 향해 뻗어 나간 순간 사슬과 부딪친 별빛이 되돌아왔다.

     

   콰아아앙!

     

   역야성을 스쳐 지나간 별빛이 주위에 닿으며 폭발했다.

   그것을 본 역야성이 분노하듯 별빛을 일렁거렸다.

     

   자신을 가둬두었음을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9성급 침식종.

   본 모습을 드러낸 만큼 에벨아스크가 준비한 사슬 새장이라도 공격하다 보면 뚫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안 둘 거지만 말이야.”

     

   그 순간 크라슈의 앞에 뼈와 푸른색 빛으로 된 말 한 마리가 나타났다.

   푸른색 화염으로 빛나는 갈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피휴웅.”

     

   투레질을 하는 말을 보며 크라슈는 무척이나 익숙하게 말의 위에 올라탔다.

   크라슈는 이 말의 정체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에벨아스크가 지닌 시체 2호.

     

   아서가 무척이나 자주 타고 다녔던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만큼 성능은 확실했다.

     

   때마침 역야성 쪽도 이쪽을 보았다.

   별빛을 마구잡이로 흘리는 게 단단히 열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 열받은 걸 다 토해내게 해서 식혀 줘야겠지.

     

   “가자. 2호.”

     

   2차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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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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