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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5

    <205 – 내일이 두려운 사람들>

     

    오크노디의 골인선 바꿔치기술이 펼쳐지기 전에 골인에 성공한 1학년들은 <제네거의 전술학> 강의 선배들의 중계를 엿들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오크노디. 정말 무서운 아이네요.”

    “그러게. 설마 골인선을 바꿔치기 할 줄이야. 하마터면 우리가 꼴지를 할 뻔했어.”

     

    자신들과 스콜라의 기록차이는 불과 10분 남짓.

    그 10분 차이에 골인선이 오크노디의 곁으로 뿅 사라지고 말았다.

    그녀는 앞서 계약까지 했었다.

    100명의 학생들을 통과시키기 전에 기승구간에 도전하지 않을 거라고.

    대신 용사님은 이대로 결승선을 통과하러 가고 해코지를 하러 다시 돌아오지도 말라고.

     

    다른 학생들은 오크노디의 곁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불가능했다.

    계약에 발이 묶였으니까.

    규칙을 위반하면 <참수의 골고다>에게 신언으로 건 계약내용에 의거하여 오크노디에게 입는 <절단> 데미지를 10배 크게 받게 된다.

    용사에 필적하는 재능과 실력을 감춘 무서운 아이에게 그런 페널티를 입었다가는 가까운 시일에든 먼 미래에든 크게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처음부터 우릴 노린 걸까?”

    “처음부터 곧바로 바꿔치기를 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텐데 어느 정도 텀을 두었다는 것은 경고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무슨 경고?”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언제든지 그녀가 원하면 시험에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만 콕 집어서 꼴찌로 만들 방법이 자신에게는 있다고요.”

    “…그러네. 정말 무서운 아이야.”

     

    두 사람은 중계수정구슬을 보며 기가 잔뜩 질렸다.

    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면과 평판.

    체면과 평판이 나락인 용사파티에는 누구도 쉽게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죄인출신.

    범죄자출신.

    비주류학파출신.

    파티원으로 등용할 수 있는 이들의 폭이 크게 한정된다.

    그들과 한 파티에서 부대끼며 겪을 다양한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다.

     

    “…오크노디를 대놓고 적대하는 행위는 그만두자.”

    “저 아이의 뜻에 놀아나려고요?”

    “한 번에 끝낼 수 없다면 부수적 피해가 너무 심해.”

     

    교수가 지켜보지 않을 때 손을 쓴다면 물리적으로 오크노디를 죽일 수 있지만, 교수가 지켜보는 도중에도 오크노디는 사회적으로 그들을 죽일 수 있다.

     

    [중간고사 시험에서 꼴찌를 한 용사파티. 나란히 최하위권에 이름이 실리다.]

    [역대 최악의 망신. 용사 이슈타르, 그녀에게 용사의 자질은 있는가?]

     

    제국일간지 헤드라인에 들어갈 문구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무엇보다도 상대는 11살에 133cm인 어린아이다.

    단숨에 끝내지 못하면 괴롭힘으로 그치고, 남들이 보기에도 좋지 못한 광경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오크노디도 아카데미를 벗어날 때가 생기겠지. 그때가 우리 기회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거든요. 저 아이가 이 아카데미에서 어디까지 강해질지. 곁에는 또 얼마나 위험한 사람들이 모여들지.”

     

    지나가는 학생들을 쥐어패서 자기 탑승물을 찾도록 부려먹는 싱과 피 묻은 명찰을 돌려주며 감사와 함께 두려움을 사는 즈앙.

    그들의 뒤에서 쿵쿵 걷는 골렘의 어깨에 앉아 발을 앞뒤로 흔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오크노디.

    저런 광경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

    용사와 성녀의 가슴속에 결심과 각오가 굳었다.

     

    “어…?”

     

    근데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성녀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왜 그래? 다리에 쥐라도 났어?”

    “잠깐만요. 우리… 어쩌면 실수했을지도 몰라요.”

    “실수라면 많이 했지. 너무 섣불리 공격을…”

    “그 문제가 아니라고요. 저희 둘만 1등이랑 2등으로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오크노디는 누가 봐도 1등을 할 수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을 챙기고 집단의 순위를 컨트롤 하면서 골인을 하고 있지 않고요.”

    “…당했네.”

     

    이슈타르의 얼굴에 후회의 감정이 어렸다.

     

    “용사파티는 자기들 앞가림만 신경 쓰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존재이다. 재단의 아이와 용사의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용사가 재단만도 못하다.”

    “그런 평판이 틀림없이 나올 거예요. 한 번의 행동에 도대체 몇 개나 되는 심계를 꾸미는 걸까요. 저 아이의 악마적인 지혜… 저희 둘로는 당해낼 수 없어요.”

     

    현자가 필요했다.

    오크노디의 악마적인 지혜에도 맞설 현자가.

    힘캐만을 고집해온 용사파티의 한계.

    용사 이슈타르의 예정된 한계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의식하고 보니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C그룹 학생들과 선배들의 시선이었다.

     

    -역시 용사는 대단하네.

    -참 대단도 하지. 자기들 앞가림만 챙기니까.

    -다크프린세스라고 불리길래 오크노디보다 용사를 응원했는데 다음부턴 반대로 될 것 같아.

    -애도 귀여워, 사탕 먹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발뒤꿈치에 맞을 때마다 골렘이 뀽뀽 거리는 것도 그렇고 응원하는 맛이 나.

    -자기 사람들 챙기는 것이 똑같아도 인덕은 다크프린세스가 더 높나본데?

    -힘과 매력의 차이인가. 이번대의 용사는 다크프린세스를 넘어서려면 꽤나 힘들겠어.

     

    그들을 향한 수군거림과 손가락질.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을 견딜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끝내 구경을 중단하고 힐난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자리를 피했다.

     

     

    * *

     

     

    승리요건이 모두 내 손에 들어왔는데 이후의 시험에서 애를 먹을 리가 없었다.

    결과는 대승리.

    결승선을 이리저리 원하는 곳에 이동시키며 사람들을 모아 줄을 세우고 순서대로 합격했다.

     

    “디도 참. 그런 짓을 할 거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제가 결승선을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고생을 한지 알아요?”

    “에헤헤. 미안해요, 언니. 화난 거 아니죠?”

    “화난 건 아니고 얄밉다 정도?”

     

    5분간 볼따구를 찹쌀떡마냥 마구 주무름 형에 처해 언니의 품에 안겨 괴롭힘 당하는 사이, 철인삼종경기가 끝나고 마구 떠오른 보상들을 확인했다.

     

    [당신은 중간고사에서 자신의 힘과 권력과 무시무시함을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철인삼종경기 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완료보상으로 1000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스위치 경험치+20]

    [행동예측 경험치+20]

    [작전수립 경험치+20]

    [협박 경험치+10]

    [겁주기 경험치+10]

    [카리스마 경험치+10]

    [공포유발 경험치+10]

    [채집 경험치+5]

    [나쁜아이 경험치+5]

     

    기능 경험치가 엄청나게 쌓였다는 느낌이 든다.

    슬슬 상태창을 한 번 열어볼 때도 됐다.

    그런데 굳이 이걸 내 돈 주고 열어야하나?

     

    ‘적성평가모자를 쓰면 모자가 상태창을 대신 열어줄 수 있잖아?’

     

    <재능감별><적성평가><상태창열람>기능을 지닌 적성평가모자!

    전에는 강의 도중이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상태창을 까기가 그래서 열람요청을 안했지만 모자와 단 둘이 있으면 충분히 열람요청을 할 수 있다.

    브론즈 교수님이 재단에서 빼낸 모자는 아카데미 측 모자와 달리 사용허가를 따로 받을 필요도 없고.

    애초에 나도 재단 사람이잖아.

    장학생이 재단 물건을 돌려주기 전에 잠시 보관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그럼 내 모자라고 할 수 있지?

    그럼 교수님한테 내 모자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기적의 논리가 완성됐다.

    난 정말 똑똑해!

     

    “저기, 오크노디. 같이 밥이라도 먹지 않을래? 오늘 일에 대한 답례로…”

    “아앗, 치사하다냐. 내가 먼저 먹고 싶었다냐!”

    “교단에서 좋은 메이스가 들어왔는데 그립감이 좋습니다. 오크노디라면 특별히 한 번 잡게 허락해드리겠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부쩍 말을 거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들 미안해요.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아…”

     

    품에서 와다다 달아나는 내게로 뻗던 손을 아카디아가 도로 거두었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보니 괜히 미안해지네.

    나중에 다과회를 다시 하면 특별히 볼을 만질 수 있게 허락해주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 *

     

     

    브론즈 교수님은 생각보다 훨씬 쿨하게 허락했다.

     

    “그러렴. 돌려주러 가기 귀찮아서 가지고 있다가 방학되면 돌려주려고 했는데 잘됐네.”

     

    브론즈 교수님이 연구실 구석에서 덜덜 돌아가는 기계를 끄고 장치 안에서 톱니바퀴에 마구 씹힌 참혹한 몰골의 적성평가모자를 꺼냈다.

     

    “으아아아! 모자씨가 너덜너덜해졌어요!”

    “주, 죽여줘…”

    “모자씨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비난어린 시선을 던지자 교수가 수줍어하거나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이 빤히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저놈이 나한테 노처녀라고 꼴 받게 하잖아.”

    “아. 그럼 씹힐만하죠.”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아주 고약한 모자야. 처녀감별기능은 왜 달려있는지 원.”

     

    재단이 만든 암흑의 적성평가모자.

    과연 암흑가에서 쓰이는 모자답게 무시무시한 기능이 달려있었다.

     

    “…잠깐. 오크노디. 그 모자 써보지 않을래?”

    “큭큭. 그렇게 괴롭혀놓고도 결국 너도 이 기능의 유용함을 인정하는 건가, 의적?”

     

    헉. 교수님이 지금 내 처녀성을 알고 싶어 한건가?

     

    “이거 성희롱이에요!”

    “미안하다.”

    “그래도 교수님한테라면 허락할게요…”

     

    예쁜 여자한테 약한 나.

    매우 허접해.

     

    “이얍!”

     

    모자를 푹 눌러쓰자 따끔따끔한 느낌이 머리를 간질간질하게 만든다.

    마치 마력스캐너가 머릿속을 훑는 기분!

    기묘한 파장이 목 뒤에서 등골을 타고 내려가더니 아랫배가 큥 하고 작게 진동했다.

    모자씨가 말했다.

     

    “처녀다. 애초에 11살이고. 당연한 결과지만.”

     

    교수님은 조금 안도한 기색이었다.

     

    “재단도 선을 넘지는 않은 건가.”

    “넹?”

    “그만 돌아가도 좋다. 안목키우기 시험은 내일이니 잊지 말도록.”

     

    …이런. 철인삼종경기를 너무 열심히 치르느라 이쪽 시험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심지어 밤에는…

     

    ‘사다코 교수님의 시험까지 겹쳤잖아!?’

     

    두려워진다.

    목요일이,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 너무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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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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