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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깊은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쿵쿵쿵쿵.

     

    그 소리가 어째서인지 낯설지 않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놀랍지도 않았다.

     

    언제나 날카롭게 신경을 갈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피로가 쌓이는 상황이었지만…나름의 대응은 해나갈수가 있다.

     

     

    나는 네르의 곁에 앉아있다 눈을 떴다.

     

    오늘은 그녀와 함께 침상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네르는 그걸 원했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건강해질수록 몸도 싸움을 벌이는 듯 했다.

     

    아직 완전한 안정이 필요한 그녀였다.

     

     

    그러니 대신 그녀의 손을 붙잡아 주기만을 했다.

     

    그녀가 제대로 기운을 차릴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것만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이번에는 또 무슨일이 벌어진걸까 싶었다.

     

     

    여전히 이 위치는 내게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매 순간 이토록 긴장하며 살고 싶지 않았으니.

     

    하지만 당연히도, 당장은 내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네르는 열이 피어오르는만큼 이 소란을 듣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약간은 가쁜숨을 내쉬고 들이쉬길 반복한다.

     

     

    나는 그녀의 안색을 살피다,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서자, 어둠속에서 아르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색한 자세로 네르의 방에서 나오는 나를 지켜보았다.

     

     

    “…”

     

    아르윈에게는 이 영지를 떠나라고 한 상황이었다.

     

    스탁핀은 현재 다가오는 위협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수명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그녀가 이곳에 있을 이유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 나를 깊이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는 아르윈을 마찬가지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어떠한 선택을 내렸는지 내게 알려준 바가 없었다.

     

     

    그만큼,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나는 이내 그녀를 지나쳐 집의 대문을 열었다.

     

    앞에 바란이 서 있었다.

     

    “…바란. 무슨 일이야.”

     

    “단장.”

     

    바란은 언제나 그렇듯, 아닌밤중에 내게 힘겨운 소식을 전했다.

     

    그도 그만큼 힘들텐데 언제나 고마웠다.

     

    미안한 일을 부탁하는것만 같은 마음이 있었다.

     

     

     

    “…난민이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사스린 가문의 영지에서 온 리자드맨들이고요.”

     

    “…”

     

     

    나는 금세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스린 가문이라면 크룬드가 스탁핀에 도착하기 전 무조건적으로 거쳐야하는 영지였다.

     

     

    그러니, 그 영지에 있던 주민이 크룬드를 피해 피신한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나는 이기적이게도 우리의 마을 상황부터 생각을 해보았다.

     

    간절한 상태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그들이었겠지만…우리도 그리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바란에게 물었다.

     

     

    “…몇 명.”

     

    “쉰 명쯤 됩니다.”

     

    “…하아.”

     

    나는 힘겨운 한숨을 내쉬며 굳어있었다.

     

    그들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차라리 도적단처럼 악하다는게 정해져있다면 쳐낼수라도 있다.

     

    하지만 난민은 그리 쉽게 쳐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베르그.”

     

    그때 뒤에서 아르윈이 나의 팔을 잡았다.

     

    그녀를 바라보니, 아르윈은 어려운 표정으로 내게 말을 해왔다.

     

     

    “…어차피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잖아요.”

     

    “…?”

     

    “…난민들을 들여서…잠시 일손을 보충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대로 스탁핀은 여전히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병자들도 많았고, 도적들도 돌아다녔다.

     

    잡초를 뽑아내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기도 했다.

     

     

    “…또 평판도…”

     

    “…”

     

    어쩌면 난민을 그저 들여보내주는 것보다 그게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한 아르윈이 말했듯, 우리는 우리의 평판도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내 가장 주요한 고민중 하나가 바로 아담 형의 유언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말하는 듯 했다.

     

     

    “…”

     

    어느정도 라이커 가문이 인족을 대표하게 되는 가문이 된만큼 우리만큼은 더 똑바로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오래 고민해봤자 달라질건 없었다.

     

    결국 내가 바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여보내.”

     

    “…네.”

     

    “바란, 난민이 휴식을 취할 곳은 따로 없을거야.”

     

    우리들은 이미 환자를 치료하느라 마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바란도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도 그저 마을 안으로만 들여보내주길 바라더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아이들도 있어?”

     

    원래도 아이들을 자주 생각하려 했지만, 시엔과 내 아이가 생긴 이후로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바란은 내 말을 긍정했다.

     

    “있습니다.”

     

    그런 바란에게 내가 말했다.

     

    “….애들이 배고프다하면 음식 좀 내어주고.”

     

    “물론이죠, 단장.”

     

    나는 바란에게 모든 명령을 마친 뒤,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떠나보냈다.

     

    바란도 고개를 숙이고는 떠나갔다.

     

     

    나는 다시 대문을 닫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르윈이 아직도 그곳에 서 있었다.

     

     

    “…잘 선택한거에요.”

     

    그녀가 말했다.

     

     

    나 또한, 그녀의 말이 옳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

     

     

    이튿날, 나는 왕가에서부터 편지를 하나 전달받았다.

     

    지난밤의 난민부터 오늘 아침의 편지까지.

     

     

    무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받는다.

     

     

    왕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는 소식에 놀란 아르윈도 내 곁에 함께하고 있었다.

     

     

    국왕이 내게 명령을 부과하려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국왕으로부터 날아온 편지는 그보다 산뜻했다.

     

    명령이 아닌 권고.

     

     

    그것도, 우리를 위한 권고였다.

     

     

    ‘홍염단은 안전을 위해, 스탁핀에서 후퇴하여 수도로 합류하길 권고한다.’

     

     

    라이커 가문이 아닌, ‘홍염단’.

     

     

    우리를 지칭하는 단어부터 우리로부터 무력을 바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소문처럼 그는 군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가서 크룬드와 싸우고 오라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르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게일도 그 이야기에 공감했다.

     

    “국왕폐하도 아예 생각이 없으신 분은 아니니 당연한 것이겠지. 혼자 싸우는것보다, 같이 싸우는게 승산이 높으니까.”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국왕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오로지 나만이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뿐이었다.

     

     

    “…”

     

     

    이 제안을 하는 것이 게일이 주체였든, 국왕이 주체였든 달라질건 하나 없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중증환자가 많았고, 그들을 운반할 수단 또한 없었다.

     

    스탁핀을 떠난다면 내년도 걱정이다. 땅에 묻힌 동료들도 내다버린채 도망쳐야 한다.

     

    이게 옳은 일일까.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내 생각을 모르는 아르윈이 말한다.

     

    “…베르그. 그나마 나은 선택지인 듯 해요.”

     

    “…”

     

     

    나는 그녀에게 대답을 돌려주지 못했다.

     

    한참동안 편지만 붙잡고 있게 된다.

     

     

    “…베르그?”

     

    하지만 아직까지 선택을 시원하게 내리지 못하는 내 상황에 그녀는 놀라는 듯 했다.

     

    마치 당연한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다는 듯.

     

     

    -턱.

     

    아르윈이 내 팔을 붙잡았다.

     

    재촉을 하듯, 눈을 깜빡이며 내게 제안한다.

     

     

    “…베르그. 도망치셔야죠. 저보고는 스탁핀이 위험하다고…떠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

     

    “…같이 떠나요. 같이 수도로 가서…크룬드를 토벌할 힘을 빌려요. 난민들도 같이 데리고요. 국왕폐하도 제안하시는걸요…?”

     

     

    “…”

     

     

    침묵하는 내게 게일이 속삭인다.

     

     

    “베르그. 자네 아직도…선택을 내리지 못했나.”

     

    아르윈이 그 말에 놀라 물었다.

     

     

    “….네?”

     

    “…”

     

    “다…달리 어떤 선택지가 있다고 그러세요?”

     

     

    나는 눈을 감으며 편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압박이 심해질수록 나는 계속해서 시간이 필요해졌다.

     

     

    정말 그토록 간단한 선택이었을까.

     

    왜 나는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말처럼 쉽게 고를 수 없는걸까.

     

     

    도망을 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살아만 있으면 끝나는 일일까.

     

     

    이 땅에 묻은 우리의 동료들도 모두 버리고, 터전을 등져야하는 걸까.

     

     

    내가 이상한것인지, 혹은 종족이 달라 생각을 달리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망친다는 선택지가, 옳지 않은 선택지로 느껴진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

     

     

    아르윈은 베르그를 멀리서부터 따라갔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채, 한숨을 내쉬며 걷는 그를 바라보았다.

     

     

    베르그가 고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고뇌를 할수록 아르윈은 조마조마하기만 할 뿐이었다.

     

    대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걸까.

     

     

    이곳에 남아있으면 모두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너무나도 확실한 사실이었다.

     

     

    당장은 그 누구도 전쟁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룬드가 이토록 갑작스레 나타나 모든걸 어지럽힐거라고는 누구하나 생각하지 못했다.

     

    크룬드가 왕국을 모두 뒤엎을만한 힘은 내지 못하겠지만…일정 영지들에 치명적인 흉터는 남길 수 있을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크룬드의 목표에는 스탁핀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르윈도 알았다.

     

    이 땅을 떠나보내는게 베르그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선택일지.

     

     

    하지만 목숨을 잃는것보다는 모든게 더 나은 상황이었다.

     

     

    베르그는 걸음을 옮겨 아담 단장의 묘비를 찾아갔다.

     

    그가 어떠한 선택지를 두고 고뇌할때마다 찾아가는 장소였다.

     

     

    2년간 파랑새를 통해 그를 지켜본 아르윈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베르그는 한숨을 내쉬며 아담 단장의 묘비석 위에 내려앉은 꽃가루를 털어냈다.

     

    베르그는 아직도 아담 단장을 떠나보내지 못한 듯, 그의 묘비명조차 채워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까, 형.’

      

    베르그가 그런 아담 단장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아르윈은 결국 참지 못하고 베르그 곁으로 다가갔다.

     

    그를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할 듯 했다.

     

     

    아르윈은 베르그와 어떻게든 수백년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그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었다.

     

     

    “…”

     

    아르윈은 베르그가 안전하기만을 기원했다.

     

    차라리 어디 숲속에 박혀 조용한 삶을 구가하는게 좋을것만 같았다.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누구와도 싸우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조차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지 않던가.

     

     

    “…베르그.”

     

    아르윈이 베르그의 등에 대고 말했다.

     

     

    “…도망쳐요, 우리.”

     

    “…”

     

    “…아직…전혀 준비가 안됐잖아요.”

     

    베르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아르윈은 그럴수록 마음이 답답해져 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왜 당연한 선택을 내리시지 못한거죠? 수도로 가서 왕가와 합류-”

     

    “-동료들을 두고 떠나라고?”

     

    베르그는 아르윈에게 툭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아르윈이 가늠할 수 없는 깊이가 담겨있었다.

     

     

    “…”

     

    한때 실프리엔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나기 시작한 아르윈이었다.

     

     

    용사였던 펠릭스는 겁이 많지만…용기를 내야하는 시련에 놓여있는것이고.

     

    실프리엔 본인은 분쟁을 싫어하지만, 그 혼란속에서 조화를 지켜야한다 해야했다.

     

    성녀였던 시엔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도 마음을 참아야만 했고….

     

    …고독의 투사는,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어하지만 지속적인 이별을 맛보고 있는걸지도 모른다고.

     

     

    “…”

     

    물론 아르윈은 베르그가 고독의 투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하기 싫었다.

     

     

    고독의 투사는 대부분 전쟁이 끝난 이후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그리고 만약 베르그가 고독의 투사라고 한다면.

     

    크룬드가 아직 전쟁을 이끌고 있는것이라 한다면.

     

    …베르그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게 아닐까.

     

     

    그런 미칠듯한 가정이 피어났기에, 아르윈은 억지로라도 베르그가 고독의 투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베르그가 싸움을 피하지 않을때마다 이 불안함이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드레이고 가문과 힘을 합쳐야지만 생존률이 높다는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베르그는 동료들을 두고가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도망을 치지 않고 있었다.

     

     

    “…”

     

    아르윈이 베르그의 반응에 굳어있다 질문했다.

     

     

    “…목숨보다 중요한게 어디있어요?”

     

    “…”

     

    “베르그. 세상에는 아름다운게 이렇게나 많잖아요. 죽으면 그 무엇도…경험하지 못한다고요. 왜 자꾸 그 사실을 잊는것만 같죠?”

     

     

    아르윈은 대답없는 베르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치 꽃과도 같은 그의 존재.

     

    아름답게 피었지만, 언제라도 저버릴 것 같다.

     

    그 찬란함에 더 매료되는 걸지도 몰랐다.

     

     

    “…아니야, 아르윈.”

    “…네?”

    “아니까…지키려고 이러는거야.”

    너무나도 베르그다운 대답.

    그럴수록 아르윈은 제 손에 담기지 않은 그를 원하게 된다.

    그의 아름다움을 보다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그와 함께 살아가지 못할까 두렵다.

     

     

    “…아르윈. 말했듯, 넌 먼저 스탁핀을 떠나. 네 말대로 안전하지는 못할테니까.”

    그런 그녀에게 베르그가 말했다.

    아르윈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명분이라고 할게 하나도 없었다.

    “…”

    크룬드가 아니었다면 아르윈도 말없이 떠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더라도 그의 곁에서만을 맴돌며 다음을 기약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시간이 없는게 아닐까?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을까?

    그 고민에 아르윈의 마음이 흘러나왔다.

    완벽한 순간을 위해 남겨두려 했던 부탁이었지만…어쩌면, 그도 이 부탁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몰랐다.

     

    아르윈은 눈을 조용히 깜빡이며 말했다.

       

    “…베르그. 농지에 새싹이 나면 드리려고 했던 부탁…지금 말할게요.”

     

    “…”

     

     

    아르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네르와 함께하는 베르그를 보며 더 버틸 수 없는 마음도 있었다.

     

    자신은 밀어내며 네르는 안아주는게 버티기 힘들다.

     

    견디고자 했던 현실이었지만…그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었다.

     

     

    부탁이라는 말에 베르그도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그도 아르윈이 그 동안 해주었던 것들에 대한 댓가를 치루려는것처럼.

     

    아르윈은 베르그의 눈을 보며 속삭인다.

     

     

    “…선물을 드릴게요.”

     

    “…?”

     

    “그리고 그 선물을…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주셨으면 해요. 제가 드릴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니까…”

     

    베르그는 아르윈에게 물었다.

    “…그게 뭔데?”

     

    아르윈은 결심을 한 이후 베르그를 곧게 바라보았다.

    이미 2년전부터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수명이요.”

    아르윈의 말에 베르그가 굳었다.

    그는 제 귀를 의심하고 있는듯했다.

    “…수명?”

    그는 그 말을 반복한다.

    “…그 어떠한 경험도, 감정도 시간이 없으면 느낄수 없는 것들이에요. 제가 당신에게 시간을 드릴게요. 끝없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원을 드릴게요.”

    “…아르윈.”

     

    베르그가 끼어드려했지만, 아르윈은 그가 말하지 못하게 말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지금처럼 살아주세요. 시엔님이랑, 혹은 네르랑…또 태어날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언제나 제 수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베르그 당신도 장생종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말고….목숨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더는 위험한 짓은 말아주세요. 그렇게 사시다, 모든 행복을 누리다…단명종으로서의 시간이 끝난다면 그때는…”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는 자신과 함께해달라는 말이 말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베르그의 표정을 보면, 그도 이미 이어질 말을 예상한듯 했다.

    아르윈은 베르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아있는 베르그 옆에 무릎을 꿇었다.

     

    제안을 시작하면서부터 떨리기 시작한 손으로 그를 붙잡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도망쳐주세요. 저는 당신이 살아남는게 그 무엇보다 중요해요.”

     

     

    베르그는 아르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조용한 말투로 물어왔다.

     

    그 어떠한 질문 이전에, 그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왜 이렇게까지 하려는거야..?”

     

     

    “…정말 모르겠어요?”

     

    아르윈이 반문했다.

    “….”

     

    베르그의 표정에 잠시 금이 갔다.

     

    그 표정을 보며 아르윈도 끝내 참아내지 못한 마음을 밝힌다.

    “숨겨서 죄송해요. 하지만 당신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계셨잖아요.”

     

    “…하지만 넌 날…”

     

    그녀가 베르그의 말을 끊으며 답했다.

     

    “그 따위 말을 믿으셨어요…?”

     

    “…”

     

    동요가 피어나는 베르그에게, 아르윈이 그 어느때보다 선명히 속삭였다.

     

    짙은 마음을 가장 원치 못한 순간에 이야기한다 

     

    “…어떻게…당신에 대한 마음을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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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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