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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그렇게 데비앙이 아몬과 만나고 있을 시간.

         

       오늘도 조이는 루키우스에게 제왕학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오늘따라 조이가 루키우스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는 거랄까?

         

       “그러니까. 제국 정치의 미덕은 제국민에게 모든 권력이 있다는…”

         

       오늘따라 조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루키우스. 그가 최대한 수업에 집중하며 진도를 나가고 있을 때.

         

       조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입을 연다.

         

       “오빠. 저 이제 곧 성년인 거 아세요?”

         

       -움찔.

         

       그녀의 말에 움찔거린 루키우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알고… 있지요.”

         

       루키우스의 반응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조이가 인상을 찌푸린다.

         

       “흥.”

         

       조이의 심정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루키우스에게 마음이 꽤 가지만 루키우스는 조이와 신분 차이 때문에 섣부른 행동을 할 수 없다.

         

       황녀와 신분을 뛰어넘는 넘는 사랑.

         

       그건 길고 긴 제국의 역사 중에서도 초창기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손에 꼽힌다.

         

       뭐 예전에 스트리퍼나 창녀를 황후로 들인 황제가 존재하긴 하지만… 어쨌든.

         

       과거에는 신분에 그리 크게 얽매이지 않았지만 지금 다르다.

         

       제국민의 사랑을 받는 조이에게 루키우스가 고백한다면 어쩌면 몰매 맞아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녀를 끔찍이 아끼는 황제와 황태후의 명으로 사형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루키우스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에 반해서 조이는 루키우스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걸 분명 느끼지만 고백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조이가 소설 속 도라처럼 루키우스가 강제로 무엇인가 하기에는 쉽지도 않다 그러니 조이는 속으로 루키우스를 욕할 뿐이다.

         

       ‘모지리, 바보, 멍청이!’

         

       그렇기에 조이는 답답하다.

         

       ‘차라리 형부처럼 고백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전혀 데비앙은 테오도라에게 고백한 적이 없다. 그냥 정황상 그렇게 꾸민 걸 뿐.

         

       하지만 우리의 조이는 그런 내막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알면 애초에 제왕학을 배우고 있겠나?

         

       어쨌든 조이는 루키우스가 마음에 든다.

         

       훤칠한 외모도 좋고, 거기다가 노력파로 대공의 보좌관에 오를 정도로 능력이 있긴 하니까.

         

       거기다가 항상 조이에게 친절하며 그녀가 도시에서만 파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몰래 사다 주기도 한다.

         

       ‘분명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은데.’

         

       은근히 신발로 루키우스의 종아리를 건드리는 조이.

         

       그 감촉을 느껴서일까? 크게 움찔하는 루키우스.

         

       그가 애써 침착하게 말을 잇는다.

         

       “크흠… 그래서 현 정치체계의 제일 큰 문제점은…”

         

       ‘치. 남자답게 뭐 좀 해보란 말이에요. 루키우스 오빠.’

         

         

         

       ***

         

         

         

       “어머니 찾으셨어요?”

         

       나의 말에 어머니께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 바쁜데 내가 괜히 부른 거 같아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근데 어머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최근 아침에 어머니를 뵐 때마다 어머니의 안색이 파리하다.

         

       “그게 말이지. 후우… 시종장은 그걸 가져오게.”

         

       어머니의 말을 들은 시종장이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커다란 상자를 가져와 의구심이 생긴다.

         

       “이건?”

         

       “조이의 구혼자들이 보낸 편지란다.”

         

       “조이의… 구혼자들이요?”

         

       곧 조이가 성인이 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벌써 결혼이라니?

         

       “조이는 아직 어린걸요?”

         

       물론 나이가 성년이고 보통 성년 때 결혼한다지만 내 눈에는 한없이 귀여운 여동생.

         

       그런 조이에게 구혼자가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시종장이 박스를 계속 꺼내온다.

         

       벌써 대여섯 개의 박스가 쌓여가는 걸 보며 내가 어머니께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래도 편지가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끝없이 늘어서는 편지 상자들을 보며 내가 말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젓는다.

         

       “아직 반도 안 꺼냈단다. 우선 너도 여기 중에서 조이의 남편감으로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 한번 확인했으면 좋겠구나.”

         

       그제야 어머니가 왜 나를 보자고 했는지 감이 올 거 같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어머니께 물어본다.

         

       “혹시 조이의 정략결혼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거예요?”

         

       내 말에 어머니가 살며시 고개를 젓는다.

         

       “내가 염두에 둘 게 아니라 네가 염두에 두어야 한단다. 지금처럼 황권이 낮을 때는 정략결혼으로 타개하는 것도 방법이란다.”

         

       어머니의 말에 내가 당황스러운 감정이 솟구친다.

         

       “어머니? 저는 조이를 정략결혼 시킬 생각이 없어요. 그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시키고 싶어요.”

         

       내 말에 어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네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 거란다. 너는 작게는 아우구스투스 황가의 가주이며 넓게는 제국의 황제란다. 황제의 자리는 필요할 때는 혈육조차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 자리란다.”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말에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이를 팔려 가듯 시집 보낼 수는 없어요.”

         

       내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후우… 나는 어미로서 너한테 알려준 것뿐이야. 선택은 테라 네가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 어미는 걱정이 하나 있단다.”

         

       어머니의 걱정이라니?

         

       처음 듣는 말에 내가 되묻는다.

         

       “걱정이라니요?”

         

       “조이가 과연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어떻게 그런 해괴망측한 소설을 쓸 수가 있는지. 시집갔다가 이혼당해 오는 게 아닐지 걱정되는구나.”

         

       저번에 조이가 쓴 BL 소설.

         

       하긴… 그런 소설을 쓴다면 이혼 사유로 충분하지.

         

       이혼 승인을 안 해주기로 유명한 교황청도 이혼을 승인 할 것이다.

         

       “에이 설마요. 그때 제가 잘 마무리를 지었는걸요?”

         

       하지만 어머니는 불안하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저으시고는 현기증이 난다는 듯 손등으로 이마를 누르신다.

         

       “그래도 혹시라도 소문이 난다면… 이 얼마나 큰 망신이니. 하아… 딸은 둘인데 한 명은 결혼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손주 소식도 없고, 한 명은 해괴망측한 소설이나 쓰고 내가 죽어서 너희 아버지의 얼굴을 어찌 볼까?”

         

       어머니의 말에 내가 난처한 얼굴이 된다.

         

       그도 그럴게 손주를 원하시는 어머니지만 데비앙과 아직 잠자리를 하고 있지 않으니까.

         

       나는 마음의 준비가 다 되었는데. 남자인 데비앙은 아직도 못한걸까?

         

       누가 보면 내가 음탕한 여자라 생각이 들거 같은 상황에 불만을 느끼지만 내가 애써 어머니를 위로 한다.

         

       “하하…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키스도 하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내 손을 마주 잡으신다.

         

       “테라야. 혹…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아직도 처녀니?”

         

       어머니의 물음에 내 볼이 타들어 가는 듯 뜨거워 짐을 느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못살아. 내가 정말 못 살겠구나.”

         

       그리고 고개를 돌리시며 한줄기의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

         

       그 모습에 내가 당황해서 말한다.

         

       “엄마? 왜 우세요?”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엄마라고 불렀지만…

         

       “흐윽… 내가 아무리 봐도 사위를 잘못 들였어. 라이언 가문이라고 해서 손주를 술술 만들어 줄 거라 믿었는데. 흑흑…”

         

       “엄마도 참… 우리 관계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우리의 관계가 느리긴 하지만 천천히 나아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우리 둘은 떨어져서 살 수 없으니까.

         

         

         

       ***

         

         

         

       “그래… 대공이 우리와 손을 잡고 싶다고? 근데 제국은 황제가 다스리는 영토가 아니던가?”

         

       메뚜기의 왕 로커스트가 베타에 묻자, 그가 고개를 조아리며 답한다.

         

       “원래라면 황제가 다스려야 하겠지만 현재는 프란체스코 대공국의 대공이 황제와 결혼하여 통치 중입니다.”

         

       그 말에 로커스트가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다.

         

       “그러면 황제는 처녀가 아닌데 어떻게 마왕의 관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게… 알파의 말로는 대공이 우리와 거래를 하기 위해 황제의 순결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로커스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다 큰 남녀가 결혼하여 성관계하지 않았다니. 이번 황제는 추녀인가 보군. 어찌 됐든 황제를 이용해 마왕님을 부활시킨다면…”

         

       ‘상상하기 힘든 육체를 얻게 되시겠지.’

         

       초대 용사의 직계인 황제의 몸을 이용해 마왕이 부활한다고 생각하니 로커스트는 깊은 벅참을 느낀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입니다.”

         

       베타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로커스트가 고개를 확하고 돌린다.

         

       “왜지?”

         

       “대공과 손잡아서 좋은 일을 당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는 간계가 뛰어난 자입니다.”

         

       베타의 말에 로커스트는 고개를 젓는다.

         

       “그거야 피의 계약을 맺으면 되는 게 아닌가? 거기다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지옥에서 마왕이 로커스트에게 얼마나 신신당부했던가?

         

       그는 마왕의 진노를 하고 싶지 않다.

         

       “혹시나 무슨 수를 쓸지도…”

         

       “됐다. 더 이상 말은 할 필요가 없다. 우선 내가 그 대공을 만나보겠다.”

         

       로커스트의 선언에 베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하오나, 우선 알파에 맡기시는…”

         

       베타의 말에 로커스트가 화를 냈다.

         

       “한시가 급하다 한시가!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라고 할 셈인가?! 지옥에 계시는 마왕님께서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계실 거로 생각하는가?!”

         

       로커스트의 분노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발로랑의 반역이 성공했을 때 이렇게 일이 지연될 거라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아마 지금쯤 마왕은 무언가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난 상황.

         

       로커스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낱 인간 따위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로커스트의 자만은 어쩌면 당연하다.

         

       신이 주지 않는 강렬한 힘.

         

       세상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힘 따위로는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신에 대한 불만.

         

       그 불만을 꺼트릴 수 있는 건 마족밖에 없으니까. 그렇기에 인류는 마족을 숭배하는 자들이 항상 있었다.

         

       신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전임 대공이나 현 대공이나 큰 차이가 없다. 각각 원하는 걸 얻어 가는 것일 뿐.”

         

       거기다가 데비앙이 내건 조건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대륙에서 대공국은 극히 작은 일부이며, 데비앙이 말한 영생은 마왕의 힘으로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현재 로커스트는 이 대륙에서 유일한 고위 마족.

         

       다르게 말하면 마왕의 대리이며 그와 그런 약조를 할 자격이 있는 존재.

         

       “우선 대공에게 일러 만나자고 전달해라.”

         

       그 말에 베타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더 이상 로커스트의 성질을 긁어봤자 좋은 꼴을 못 본다고 생각한 베타.

         

       그가 우선 로커스트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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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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