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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대륙 동부, 아틸라 산맥.

         

       둘은 한동안 정상에서 대륙을 내려다보았다. 칼바람은 살이 아릴 정도로 차갑고, 공기는 없다시피 할 정도로 희박했지만, 그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키엘은 저 멀리서 저무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이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가족들과 가문원에게는 어느 정도 언질을 해두었다. 먼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붙어 지냈던 날보다 떨어져 살았던 말이 많았기에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거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아파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부 다 털어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키엘은 올리비아를 만날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멜리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황제와 함께 7년 동안 올리비아의 행방을 추적해 왔고, 그녀의 혼이 상위 차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차원을 넘는 것. 그것도 더 상위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

         

       세계선을 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실패한다면 영혼이 산산히 부서질테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긴장되는 것에 가까웠다.

         

       ‘아직 자정이 아닌가?’

         

       왜 이리도 시간이 늦게 흐르는 것인지. 멜리나는 괜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하산했다. 바닥에는 몇 년동안 수고를 들인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왔다.

         

       “……왔다.”

         

       멜리나가 중얼거리기 무섭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황금빛이 번쩍인다. 다음 순간, 빛 사이에서 황제와 그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짐이 늦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툴툴 웃었다. 항상 총기로 가득했던 그녀의 눈은 멀고도 뿌옇게 변해 있었다.

         

       “바로 시작하자꾸나.”

       “예.”

         

       그 순간, 황녀의 머리 위에 황제의 영체가 떠오른다. 순식간에 몸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카인이 황녀의 머리 위로 시선을 던지고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황제의 몸을 중심으로 황금빛 파문이 떠오르며 사방으로 엄청난 마력을 뿜어냈다.

         

       파아아아아앗!

         

       시공간 마법의 진리에 닿은 대마법사가 초월 마법을 퍼뜨릴 때 생겨나는 굉음.

         

       직후 황녀의 육체를 중심으로 황금빛의 마력이 솟아올라, 어두워진 하늘을 눈부시게 비춘다.

         

       츠츠츠츠츳!

       

       직후 황금빛의 마력은 거대한 원을 그리며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하늘에 거대한 시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크기는 과거 황녀가 만들어냈던 모조태양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눈부신 시공의 끝까지 남김없이 들어차 있었으니까.

         

       [……지금!]

         

       황제의 말과 동시에 황금빛 시계를 향해 손을 뻗은 황녀가, 그대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째깍, 째깍……!!

         

       끊임없이 회전하던 시침과 분침이 일순 정지하고, 어느 순간부터 순리를 역행하기 시작한다.

         

       시간의 축을 강제로 비틀어, 공간과 그에 묶여 있는 법칙을 무시하는 기행.

         

       째깍, 째깍.

         

       시계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그 정 가운데에 약간의 틈이 생겨난다.

         

       그 장엄하기 그지없는 풍경에 카인이 순간 움찔거리고.

         

       황녀는 천천히 등을 돌려 일행을 바라보았다.

         

       “관문이 완전히 열린 다음에 이동하시면 됩니다.”

         

       쉴새 없이 울려퍼지는 시계 소리 사이로, 아우렐리아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지었다.

         

       그녀는 곧바로 깨달았다. 이들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7년이라는 세월동안 잠적하고 있었는지.

         

       ‘……환생한 올리비아를 만나려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다.

         

       ‘뭘로 환생했을 줄 알고.’

         

       인간으로 환생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쥐새끼나, 하다못해 벌레로 환생했으면 어쩔려고.’

         

       그리고 설령 인간으로 환생한 올리비아를 만났다고 한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그리고 어떤 세계에서 환생했는지도 알 수 없다.

         

       상위 차원으로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번 가면, 절대로 되돌아오지 못한다. 편도 티켓으로 두 도시를 왕복할 수 없는 것처럼.

         

       아우렐리아는 목구멍까지 치솟은 말을 삼키고, 대신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어련히 잘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어련히.

         

       그리고…….

         

       어쩌면 여태 올리비아의 시선이 느껴졌던 것도, 이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도 따라가면 안 돼?”

         

       아우렐리아는 카인의 말에 대답해주는 대신 눈을 얇게 뜨고서 그를 노려다보았다.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시선이 워낙 노골적이라 카인의 몸이 흠칫 떨렸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왜……왜 그래? 나는 그냥 같이 따라가고 싶다고 한 것 뿐이잖아.”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음……안 가봐서 잘 모르겠는데.”

       “안 가봐서 모르기는. 훤히 보인다. 훤히 보여.”

       “아니. 그래도…….”

       

       대악마들의 기운을 흡수한 순간부터, 살의는 카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어찌어찌 제어는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저들과 같이 보내기에는 위험부담이 꽤 컸다.

         

       “닥치고 있어.”

        “……응.”

       

       카인은 아우렐리아가 시키는 대로 입을 다물었다. 아우렐리아가 제대로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여러번 경험했던 탓이었다.

         

       쿠구구구구……!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가는 차원 관문을 보며, 아우렐리아가 멜리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 사손(師孫)들, 안 보고 가도 괜찮아?”

       “…….”

         

       멜리나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아우렐리아는 그 등을 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앞으로 영영 못 만날 거 아니야.”

         

       공간 계열의 대가인 멜리나에게, 거리는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관문이 완전히 열리기까지 아직 여유가 있기도 했고.

         

       올리비아의 제자들과 멜리나의 유대는 평범하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사라졌던 5년동안, 그들을 키우다시피 했던 사람이 바로 멜리나였으니까.

         

       하지만 지난 7년의 세월 동안,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멜리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리비에게 품었던 수많은 미련들을, 그 아이들을 통해 푼 적도 많았었지.”

        “…….”

       “단순히 함께 했던 시간만 놓고 본다면 리비와 비슷할 정도로 말이야.”

         

       멜리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제국이 있을 방향을 쳐다보았다.

         

       “며칠 전에 몰래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잘 살고 있더구나. 그 때 내 역할은 끝났음을 느꼈다. 이제 제국의 중책들을 맡게 된 만큼, 뒷방 늙은이인 나와 어울리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겠지.”

         

       남아 있는 미련을 이미 전부 털어냈다는 뜻인가.

         

       아우렐리아는 그녀의 결정을 존중했다.

         

       멜리나 스스로도,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일테니까.

         

       키이이이잉……!

         

       아우렐리아가 카인의 뒷덜미를 잡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하늘에서 나타난 거대한 관문이 양 쪽 대문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멜리나가 바닥에 설치해둔 마법진의 마력을 모조리 끌어다 뽑아내기 시작한 그 순간.

         

       후웅……!!

         

       희미한 파동소리와 함께 관문으로 향하는 길이 생겨났다.

         

       [후후. 이걸로 이별이구나.]

         

       황제의 몸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발끝에서부터, 어느새 몸통까지.

         

       마지막 순간, 황제가 아우렐리아를 불렀다.

         

       [친우여.]

         

       한 줌의 미련 없는 얼굴로.

         

       [자네의 삶 또한, 앞으로도 행복하기를.]

         

       은빛 가루로 흩날린 황제의 영체가, 관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후련하고 통쾌한 듯한 그 웃음소리가.

         

       – 네 말은 꼭 올리비아에게 전해주겠노라.

         

       선명한 목소리가 아우렐리아의 귀에 스며들었다. 아우렐리아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임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황제의 혼은 이제 이 세계를 완전히 떠난 것이다.

         

       아우렐리아는 오랫동안 반짝임을 바라보다가, 키엘과 멜리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우렐리아는 아무말 없이 그들의 눈을 마주했다. 과연 저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는 수밖에.’

         

       키엘이 앞장서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멜리나는 한 걸음 뒤에서 그를 뒤따랐다. 그들은 황제의 반짝임을 길잡이 삼아, 망설임 없이 통로 너머로 나아갔다.

         

       그들이 관문을 완전히 넘어가기 무섭게, 하늘이 환한 빛살에 휩싸였다.

         

       츠츠츠…….

         

       다음 순간, 빛이 완전히 사라지며 세계가 다시금 밤으로 물들었다.

         

       성공했을까?

       

       황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이 성공했기를 바랬다.

         

       우우우우…….

         

       황녀는 천천히 양 손을 비틀어, 마법을 해제했다. 일그러졌던 공간이 원래대로 되돌아오며, 엄청난 탈력감이 육체를 덮쳐왔다.

         

       머리가 찌잉 울리고 어지러웠다. 순간 두 발로 서 있는 것이 맞는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후우…….”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었다. 황녀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포션을 들이켰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황녀는 품 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불편하고 무거운 이 시계를 품에 넣고 다녔던 이유는 간단했다. 이 시계 자체가, 세계선을 이동하는 촉매였기 때문이다.

         

       이걸 뒤집는 순간, 세계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망설임은 없었다.

         

       딸깍.

         

       회중시계를 뒤집기 무섭게, 황녀의 시야가 어둠에 먹혀 사라졌다.

       

       영혼이 뒤틀리는 듯한 감각.

         

       다시 눈을 떴을 때, 황녀는 자신이 한없이 익숙한 곳에 내던져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궁.

         

       ‘안 움직여.’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손가락을 까닥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수천 개의 세계선을 한번에 넘어온 반동인 듯 했다.

         

       “화, 황녀 전하……? 어디 아프신가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에서, 어릴 적 자신을 담당했던 시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이 보였다.

         

       황녀는 가까스로 평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네, 말씀하세요.”

       “사람 한 명만 찾아주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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