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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자신의 사장님인 엔리가 플레이하는 FPS의 영상을 보던 하늘은 사장님에게 치과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닐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엔리의 플레이는 끔찍했다.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데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튀어 나가서 죽어 버리거나.

       

       기습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유저의 테두리를 따다가 역습을 당해서 죽거나.

       

       대기하다 상대 유저가 나타난 순간 깜짝 놀라서 총을 못 쏘고 죽어버리거나.

       

       이제 아피스는 충분히 잘해졌으니까 FPS에 도전하겠습니다! 라고 엔리가 선언을 했을 때 하늘은 조금이나마 기대를 가졌다.

       

       확실히 지금의 엔리는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아피스를 하는 것만 보면 게임 좀 잘한다는 스트리머들과 비슷할 정도로.

       

       그 때문에 총겜을 할 때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고 하늘은 기대했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아피스에서 엔리가 바뀐 것은 어디까지나 화령이 그녀를 개조했기 때문이었다.

       

       화령의 영향이 없다시피한 총게임에서의 엔리는 과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실버와 브론즈 사이를 헤매면서 자신은 골드종자라고 외치고 다니는 엔리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것이다.

       

       쓰레기 같은 모습이 쏟아지는 덕에 편집할 거리가 많아지긴 했지만 하늘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적당히 쓰레기 같아야 사람들이 웃고 넘기지.

       

       슬슬 이를 악물고 그르케 하는 거 아닌데 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총겜 강점기 끝내고 다른 게임 좀 하자고 말을 해봐야 하나.

       

       요새 좀비겜 하나 괜찮은 거 나왔던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하늘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엔리에게서 온 전화였다.

       

       “네. 사장님.”

       <하늘 씨. 지금 뭐 하고 있어요?>

       “지난번에 사장님이 플레이하신 쓰레기 같은 FPS 플레이 편집 중입니다.”

       <하늘 씨. 월급 받기 싫으면 싫다 그래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화령 씨가 마이 튜브를 열 예정인데요.>

       “그건 저도 들어서 압니다.”

       

       화령님이 마이튜브 영상을 편집해 줄 사람을 구한단 소식은 이쪽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용주가 고용주였으니까.

       

       화령.

       

       자신의 압도적이고도 기상천외한 플레이로 매일 같이 화제몰이를 하는 사람.

       

       그녀가 방송을 킬 때마다 커뮤니티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해진다.

       

       오죽하면 그녀의 별명이 장작의 여왕이 되었을까.

       

       영상의 원본이 되는 물건의 퀄리티와 화제성이 확실한 만큼 그녀의 마이튜브가 성공은 확실했다.

       

       화령의 편집자가 식탁을 뒤엎을 정도로 무능하지 않은 한은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여유가 있는 편집자들이 모두 다 화령의 마이 튜브 편집자가 되겠다고 지원을 했을 터.

       

       그 중에서 쓸만한 사람을 뽑아내는 것도 일이겠네.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하늘은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사장님이 왜 전화를 걸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사장님.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화령님이 편집자 구하는 걸 도우려는 생각이십니까?”

       <역시 하늘 씨! 눈치가 빠르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하늘이 스마트폰을 닫았다.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에 달할 편집자들의 지원서를 하나하나 검토하라고?

       

       지금 편집할 영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사장님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야.

       

       하늘이 전화를 끊기 무섭게 다시금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도저히 이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그의 고용주였다.

       

       저 사람의 손에 그의 월급이 걸려 있는 한 하늘은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늘 씨. 왜 전화를 끊어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손가락이 미끄러졌습니다.”

       <그쵸? 일부러 끊은 거 아니죠?>

       

       하늘은 태연스레 되묻는 엔리가 가증스러웠다.

       

       이 블랙 기업의 사장 같으니! 나중에 반드시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말테다!

       

       <왜 그래요. 자주 하던 일이잖아요.>

       “그건 저희 팀원들을 뽑을 때의 일이죠. 이건 다른 분의 일이잖습니까.”

       <보너스 챙겨드릴게요.>

       “…얼마나요?”

       <대충 생각해둔 건.>

       

       엔리의 입에서 흘러나온 숫자는 그야말로 최면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통장에 액수가 꽂히는 걸 상상한 하늘은 즉시 의자에서 일어나 전화기 너머에 있을 엔리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언제부터 일하면 될까요?!”

       <지금이요.>

       “네?”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

       

       *

       

       “제가 이 분들을 평가해도 괜찮은 걸까요?”

       

       엔리가 불러 온 하늘이란 남자가 내게 지원서를 보낸 이들을 확인하고서 처음으로 뱉은 말은 이러했다.

       

       “이분은 아피스 한국 리그 하이라이트 편집자 하시던 분이고, 또 이 분은 방송국에서 활약하시던 분이잖아요. 거기에 이 사람은.”

       

       그가 이야기를 하길 지원자들의 스펙이 너무 화려하다고 했다.

       

       자신도 이 업계에서 오래 일을 한 사람이지만 내 편집자가 되겠다 지원을 한 이들은 그보다 더 하다고.

       

       자신은 이들을 평가할 자신이 없다고.

       

       남자가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자 엔리가 그의 등을 퍽하고 두드리며 소리쳤다.

       

       “뭘 기죽고 있어요! 하늘 씨는 백만 마이 튜버의 편집자라고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 엔리가 이야기 하길 그대는 엔리가 백만 마이튜버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 하지 않았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그대도 충분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만 이들은 더하단 것인가.

       

       “그렇게 대단한 분들이 많나요?”

       

       쉬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물음을 던졌더니 하늘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그는 가만 내 얼굴을 살피다 헛기침을 하더니 다급히 노트북 화면 쪽으로 눈을 돌렸다.

       

       “네. 무척이나.”

       “그래도 차이는 있을 텐데요?”

       

       아무리 명성이 드높은 이라 하여도 그 안에서 높낮이가 나뉠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는 것은 본디 계단을 세우기를 좋아하는 생물인지라 지식이 있다면 저 안에서 높고 낮음을 평할 수 있을 터.

       

       “있죠. 대단한 분들이 많은 만큼 지뢰도 많고, 화령님과 성향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여럿 있어요.”

       “성향이요?”

       “정확히는 편집의 스타일이라고 해야겠죠.”

       

       하늘은 그리 이야기를 하면서 한 지원자의 영상을 틀어 주었다.

       

       그 영상은 무덤덤하고 잔잔하게 풍경을 소개해 주는 영상이었다.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영상을 만들어 낸 이의 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은 이런 류의 영상을 주력으로 하시는 분이에요. 분명 실력이 엄청 좋으시고, 영상도 잘 뽑아내시는 분이지만 화령님과는 어울리지 않죠.”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는 구나.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저 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상충된다는 소리 아니더냐.

       

       “일단은 도와드리기로 했으니까 이 중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분위기에 안 맞는 사람은 구분해 드릴게요. 그래도 마지막 결정은 화령님이 하셔야 할 거에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본인을 위해 일해줄 이를 뽑는 것인데 마지막은 내가 해야지.

       

       *

       

       엔리의 편집자는 일처리가 빠른 사내였다.

       

       부탁을 한 지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이거늘 지원자를 걸러내 목록을 내게 보내 주었다.

       

       ‘이 중에서 누구를 뽑아도 만족하실 거에요.’

       

       그럼 이제 이 열 댓 중에서 본인의 편집자가 되어 줄 이를 뽑으면 되는 것인가.

       

       가만 목록을 살펴보던 중에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박설아라면 내가 아는 그 설아인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서 박설아가 보낸 지원서를 확인했다.

       

       경력 란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본인의 팬 마이 튜브를 운영하고 있다고?

       

       흐음. 그렇다면 본인의 방송을 가지고서 편집한 영상들이 있겠구나.

       

       어디 가서 한 번 확인을 해보도록 할까.

       

       박설아라는 이가 운영하는 채널은 상당히 잘 운영되고 있었다.

       

       조회수가 높은 것은 물론이요 그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비슷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가 낮은 것이 보통이거늘.

       

       어찌 영상을 뽑아내기에 이런 게 나오는 것일까.

       

       그것이 신기해 제일 조회수가 높은 것을 찾아보았다.

       

       그것은 본인이 하늘의 끝이라는 게임에서 용을 떨어트렸을 때의 일이었다.

       

       본인이 처음으로 방송을 켰을 때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것.

       

       기대했던 것보다 시시한 싸움이었던지라 참으로 아쉬웠지.

       

       영상의 시작은 저 먼 하늘에서 용이 날아오는 것으로 시작됐다.

       

       확실히 용의 겉모습 자체는 박력이 넘치는 구나.

       

       갑옷과 같은 검은 비늘에 사나온 눈동자.

       

       거대한 육신.

       

       날개를 펼친 채 구름을 흩으며 날아오는 게 멋있긴 해.

       

       저 안에 든 게 없어서 문제지.

       

       위엄 있게 날아든 용이 땅에 착지를 하고 주변의 대지가 흔들림과 동시에 화면이 뒤흔들린다.

       

       그리고는 잠시간 본인과 용의 대치가 이어지다가 싸움이 시작됐다.

       

       전투는 영상으로 보기엔 대등한 것처럼 보였다.

       

       신경을 많이 썼구나.

       

       결국에는 저 용이 부족하여 본인을 건드리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다 패했을 뿐이거늘.

       

       용이 휘두르는 공격을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덕분에 박진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냐.

       

       그 절정은 불리를 느낀 용이 하늘로 도망을 치는 순간이었다.

       

       박설아라는 이의 영상 속에서 카메라는 본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향하는 용을 따라갔다.

       

       용이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마다 본인은 점차 자그마해졌고 결국 태양의 위치에 섰을 때 본인은 바닥에 늘어선 여느 미물과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이윽고 용이 펼치는 마법들이 대지에 휘몰아치니 그 모습은 꼭 용의 모습을 한 초월자가 세상을 심판하는 것처럼 비쳤다.

       

       그러다가 용이 잠시 공세를 멈추니 그제서야 카메라가 다시금 아래로 향한다.

       

       저 용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라는 미물이 선 곳까지 빠르게 낙하한다.

       

       대지는 참혹했다. 건물이 무너지고, 대지는 불타고 있었으며, 그 옆에 쓰러진 무수한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허나 그 가운데에 본인만큼은 멀쩡히 서서 무덤덤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본인이 쓰는 검은 낙일검이라 한다.’

       

       카메라는 본인이 설명을 읊는 동안 천천히 본인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 순간 내가 검을 치켜들었고 아래로 내리침과 동시에 태양과 같은 위치에 서 있던 용이 베이며 낙하한다.

       

       초월적인 것처럼 존재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 시체 앞에 선 본인을 배경으로 영상이 마무리 된다.

       

       공을 많이 들였구나.

       

       저 싸움에 존재하지도 않던 긴박감을 창조하여 만들어내다니 말이야.

       

       꼭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것이 영상편집이라는 것인가.

       

       흥미가 생겨 박설아가 만든 다른 영상들도 살펴보았다.

       

       본인이 외신을 상대하던 것.

       

       검선을 상대한 것.

       

       이전에 화산에서 혈교주와 싸운 것.

       

       마지맊으로 전 화산문주를 박살 낸 것.

       

       영상의 업로드는 그 때를 기점으로 멈춰 있었다.

       

       그러한 영상들을 보며 느낀 건 영상을 만들어 낸 자가 무라는 것에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본인을 일종의 초월자라 여기고 동경하고 있다는 것.

       

       아니. 동경과는 좀 거리가 있군.

       

       그보다 더 나아가서 믿음?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확신?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듯 하구나.

       

       이 자는 높은 확률로 설아가 맞겠지.

       

       뭐어. 그녀가 어떤 생각과 사고를 가지고 있던 간에 영상 자체는 매력적이니 그것 만을 기억해 두고서 다른 이들을 살펴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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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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