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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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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
    ​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숨을 삼켰다.
    ​
    ​
    “흡,흐윽…”
    “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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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뜬 채 바짝 굳어버렸다. 손은 습관적으로 떨리는 몸을 토닥였지만, 정신은 마치 꿈속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 당혹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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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아이리스의 온기에 천천히 정신을 차린 리안은 천천히 아이리스를 끌어안아 주었다. 그러자 아이리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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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들은 미리 제스에게 아이리스를 비롯한 그녀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둔 상태라 갑작스럽게 야영지 앞으로 침투한 아이리스를 막아서지 않았다.
    ​
    ​
    미약한 경계를 하긴 했지만, 감동적인 가족 상봉을 보곤 눈치껏 슬슬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덕분에 아이리스는 마음 놓고 한껏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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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흘러 아이리스가 어느 정도 진정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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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붉게 짓무른 얼굴로 리안의 옷자락을 꾹 잡은 채 졸졸 리안의 뒤를 따라다녔다. 겉모습이 달라졌음에도 자신을 오빠라 부르며 따르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리안은 진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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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수인들의 야영지에 머무르자 참모진 쪽에선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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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승들이나 지내는 곳에 영애를 머물게 할 순 없습니다!”
    “어서 이곳으로 모셔 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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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입만 나불거릴 줄 아는 귀족들은 외모면 외모, 집안이면 집안 모든 게 빼어난 아이리스를 어떻게든 꼬셔보고자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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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머리가 있는 이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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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녀가 이곳에 왔다는 건, 공작의 귀에 하얀 가면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거겠지.’
    ‘쯧, 아직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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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몸을 이용해 개수작을 준비하던 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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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준비한 굉장하고 엄청난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망해버렸기 때문에 원대한 계획은 서술되지도 못한 채 생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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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을 두고 (본처 자리를)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고는 하나, 아이리스는 제스는 물론 노아까지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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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노아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 제국의 참모들은 말도 안 되는 말로 노아를 건드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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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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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놔.”
    “하… 하지만..”
    “내 오빠의 몸인데 하지만이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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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분위기가 워낙 서늘해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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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판타지의 신이 세계를 떠남과 동시에 많은 힘을 잃은 신전은 세력도, 힘도 약해진 상태였다. 그 탓에 전장의 영웅이라 불리는 공작의 여식을 막아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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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떨떨할 정도로 쉽게 몸을 돌려받게 되자 제스는 진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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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권력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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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하게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봐선, 이번 일이 그녀를 각성시킨 듯했다. 앞으로 제스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순진하고 귀여운 방향은 아닐 것 같았다. 좀 더 능글맞으면서 섹시한 -… 까지 생각을 이어가다 리안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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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귀가 옅게 붉어졌지만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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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쉽게 몸을 얻은 리안은 재차 제 몸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리안이 쉽게 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천막 안에는 그의 몸과 리안 단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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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관들이 어떠한 처리를 해둔 건지 그도 아니면 개그 필터 때문인지 리안의 몸은 여전히 조금 전에 쓰러진 것처럼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시체 특유의 사취조차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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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손을 내밀어 제 몸 위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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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거야. 마검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고, 개그 필터도 제대로 작동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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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땅한 해피엔딩이 눈앞에 놓였음에도 이상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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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영혼 상태로 검은 남자의 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몸이 멈칫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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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손과 입술이 파르르 떨렸으며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인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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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러지? 분명…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모든 일이 더 쉽게 진행될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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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제 불안을 더듬어 혼란의 시작 지점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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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뭔가를 잃게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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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는 직감과 함께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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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분명히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개그 권능을 받았어. 영혼 상태에서 권능을 받은 것일 텐데 어째서 육체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권능이 약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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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필터의 힘이 충만할 때와 충만하지 않을 때… 내 정신 상태의 차이도 이상해. 아무리 내가 개그 세계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적응’한 것뿐이었어. 개그 주민들과 똑같은 생각의 흐름을 가지는 건 뭔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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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필터가 약해지기 무섭게 자각하게 된 권능도 이상해. 난 분명 그런 권능을 얻은 기억이 없는데…. 왜 그 권능이 익숙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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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권능으로부터 벗어남으로 인해 자각하게 된 온갖 사실들이 리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아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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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내 몸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일이 헤프닝처럼 흘러갈 거야. 그저 한 때의 장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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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진실을 마주하게 될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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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진실이 존재하는지, 아니 진짜 존재하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본능적으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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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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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진지한 얼굴로 그리 결론을 내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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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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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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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던 리안의 육체가 눈을 번쩍 뜨더니 리안의 손목을 붙잡았다. 공포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에 리안은 하얗게 질려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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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능적으로 개그 필터가 작동하여 리안은 가녀린 소녀처럼 몸을 움츠리며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얇고 가느다란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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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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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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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집어삼키는 듯한 아득한 감각에 몸이 얼어붙었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하고, 무력하며, 하찮은 존재인지 인지시키는 기운은 어딘가 매우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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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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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득한 격을 가진 외신, 그가 나타났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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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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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필터의 힘이 반으로 줄어든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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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 달리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에 리안의 얼굴 위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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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아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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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울리는 명령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중력이 몇 배로 강해진 것 같은 압박감에 아래로 처박혀있던 시선이 무언가에 강제로 이끌리듯 천천히 앞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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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침대에 누워있던 제 몸이 어느새 두 발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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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빛을 머금은 듯 찬란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시선으로 리안을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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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동자 속에 마치 우주가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고 경외감이 치밀었다. 속이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쏟아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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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어떠한 조치를 해보기도 전에 시야가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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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어지럽게 뒤집히고 보이지 않는 투명한 손이 머릿속을 헤집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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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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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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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빌려 사용하던 검은 머리의 몸도, 리안의 원래 몸도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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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신과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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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신의 힘이 리안의 정신을 엉망으로 만들다 못해 집어삼키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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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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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꽉 막힌 공간에 연약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쓰러진 리안의 몸을 중심으로 회색빛이 순식간에 퍼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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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져나간 빛은 그들의 공간을 넘어 주변의 땅까지 퍼져나가 주둔지는 물론 전장까지 집어삼켰다. 세상이 빛을 잃은 듯 흑백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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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오빠!”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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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이한 상황에 대다수의 사람은 당황했고, 리안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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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처를 지키던 이들이 천막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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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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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땅울림과 함께 거친 바람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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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읏!”
   “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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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위적인 바람은 한 치 앞도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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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처럼 거친 바람이 멎고, 불길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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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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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 제스, 아이리스 세 사람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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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두어번 다시 고치느라 지각지각..
두편 더 올라갑니다!다음화 보기

아이리스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숨을 삼켰다.

“흡,흐윽…”

“어,어어?”

리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뜬 채 바짝 굳어버렸다. 손은 습관적으로 떨리는 몸을 토닥였지만, 정신은 마치 꿈속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 당혹감이 가득했다.

따스한 아이리스의 온기에 천천히 정신을 차린 리안은 천천히 아이리스를 끌어안아 주었다. 그러자 아이리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수인들은 미리 제스에게 아이리스를 비롯한 그녀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둔 상태라 갑작스럽게 야영지 앞으로 침투한 아이리스를 막아서지 않았다.

미약한 경계를 하긴 했지만, 감동적인 가족 상봉을 보곤 눈치껏 슬슬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덕분에 아이리스는 마음 놓고 한껏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리스가 어느 정도 진정한 후.

그녀는 붉게 짓무른 얼굴로 리안의 옷자락을 꾹 잡은 채 졸졸 리안의 뒤를 따라다녔다. 겉모습이 달라졌음에도 자신을 오빠라 부르며 따르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리안은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녀가 수인들의 야영지에 머무르자 참모진 쪽에선 난리가 났다.

“짐승들이나 지내는 곳에 영애를 머물게 할 순 없습니다!”

“어서 이곳으로 모셔 와야 합니다.”

그저 입만 나불거릴 줄 아는 귀족들은 외모면 외모, 집안이면 집안 모든 게 빼어난 아이리스를 어떻게든 꼬셔보고자 눈을 번뜩였다.

어느 정도 머리가 있는 이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공녀가 이곳에 왔다는 건, 공작의 귀에 하얀 가면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거겠지.’

‘쯧, 아직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리안의 몸을 이용해 개수작을 준비하던 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그들이 준비한 굉장하고 엄청난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망해버렸기 때문에 원대한 계획은 서술되지도 못한 채 생략되었다.

리안을 두고 (본처 자리를)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고는 하나, 아이리스는 제스는 물론 노아까지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노아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 제국의 참모들은 말도 안 되는 말로 노아를 건드릴 수 없었다.

아이리스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놔.”

“하… 하지만..”

“내 오빠의 몸인데 하지만이 왜 나와?”

그녀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분위기가 워낙 서늘해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다크 판타지의 신이 세계를 떠남과 동시에 많은 힘을 잃은 신전은 세력도, 힘도 약해진 상태였다. 그 탓에 전장의 영웅이라 불리는 공작의 여식을 막아설 수 없었다.

얼떨떨할 정도로 쉽게 몸을 돌려받게 되자 제스는 진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권력… 권력이 중요해..”

위험하게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봐선, 이번 일이 그녀를 각성시킨 듯했다. 앞으로 제스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순진하고 귀여운 방향은 아닐 것 같았다. 좀 더 능글맞으면서 섹시한 -… 까지 생각을 이어가다 리안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의 귀가 옅게 붉어졌지만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쉽게 몸을 얻은 리안은 재차 제 몸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리안이 쉽게 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천막 안에는 그의 몸과 리안 단 둘 뿐이었다.

신관들이 어떠한 처리를 해둔 건지 그도 아니면 개그 필터 때문인지 리안의 몸은 여전히 조금 전에 쓰러진 것처럼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시체 특유의 사취조차 나지 않았다.

리안은 손을 내밀어 제 몸 위에 손을 얹었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거야. 마검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고, 개그 필터도 제대로 작동하게 되겠지.’

마땅한 해피엔딩이 눈앞에 놓였음에도 이상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영혼 상태로 검은 남자의 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몸이 멈칫 떨렸다.

마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손과 입술이 파르르 떨렸으며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인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왜 이러지? 분명…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모든 일이 더 쉽게 진행될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리안은 제 불안을 더듬어 혼란의 시작 지점을 찾기 시작했다.

‘…이대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뭔가를 잃게 될 것 같아.’

알 수 없는 직감과 함께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터져 나왔다.

‘난 분명히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개그 권능을 받았어. 영혼 상태에서 권능을 받은 것일 텐데 어째서 육체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권능이 약해지는 거지?’

‘개그 필터의 힘이 충만할 때와 충만하지 않을 때… 내 정신 상태의 차이도 이상해. 아무리 내가 개그 세계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적응’한 것뿐이었어. 개그 주민들과 똑같은 생각의 흐름을 가지는 건 뭔가 이상해.’

‘개그 필터가 약해지기 무섭게 자각하게 된 권능도 이상해. 난 분명 그런 권능을 얻은 기억이 없는데…. 왜 그 권능이 익숙한 거지?’

개그 권능으로부터 벗어남으로 인해 자각하게 된 온갖 사실들이 리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아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대로 내 몸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일이 헤프닝처럼 흘러갈 거야. 그저 한 때의 장난처럼.’

모든 진실을 마주하게 될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진실이 존재하는지, 아니 진짜 존재하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본능적으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자.’

리안이 진지한 얼굴로 그리 결론을 내린 순간,

덥석!

“…!”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던 리안의 육체가 눈을 번쩍 뜨더니 리안의 손목을 붙잡았다. 공포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에 리안은 하얗게 질려 굳어버렸다.

본능적으로 개그 필터가 작동하여 리안은 가녀린 소녀처럼 몸을 움츠리며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얇고 가느다란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쿠구궁!

“….!!”

영혼을 집어삼키는 듯한 아득한 감각에 몸이 얼어붙었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하고, 무력하며, 하찮은 존재인지 인지시키는 기운은 어딘가 매우 익숙했다.

‘이건…!’

아득한 격을 가진 외신, 그가 나타났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큿…!”

개그 필터의 힘이 반으로 줄어든 탓일까?

과거와 달리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에 리안의 얼굴 위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보아라. ]

“…!”

영혼을 울리는 명령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중력이 몇 배로 강해진 것 같은 압박감에 아래로 처박혀있던 시선이 무언가에 강제로 이끌리듯 천천히 앞을 향했다.

간이침대에 누워있던 제 몸이 어느새 두 발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의 빛을 머금은 듯 찬란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시선으로 리안을 직시했다.

눈동자 속에 마치 우주가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고 경외감이 치밀었다. 속이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쏟아낼 것만 같았다.

리안이 어떠한 조치를 해보기도 전에 시야가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지럽게 뒤집히고 보이지 않는 투명한 손이 머릿속을 헤집는 것만 같았다.

“우욱…”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시 빌려 사용하던 검은 머리의 몸도, 리안의 원래 몸도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마신과 다크 판타지 세계의 신.

두 신의 힘이 리안의 정신을 엉망으로 만들다 못해 집어삼키려는 순간.

스슷.

주변이 꽉 막힌 공간에 연약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쓰러진 리안의 몸을 중심으로 회색빛이 순식간에 퍼져 나왔다.

퍼져나간 빛은 그들의 공간을 넘어 주변의 땅까지 퍼져나가 주둔지는 물론 전장까지 집어삼켰다. 세상이 빛을 잃은 듯 흑백으로 물들었다.

“이게 무슨…!”

“오빠!”

“리안..!”

괴이한 상황에 대다수의 사람은 당황했고, 리안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내질렀다.

근처를 지키던 이들이 천막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쿠웅.

강한 땅울림과 함께 거친 바람이 휘몰아쳤다.

“으읏!”

“큿..!”

인위적인 바람은 한 치 앞도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몸을 웅크렸다.

거짓말처럼 거친 바람이 멎고, 불길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말도 안 돼…”

노아, 제스, 아이리스 세 사람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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