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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푸른색의 불꽃으로 이루어진 갈기와 뼈로 된 몸체를 가진 2호.

   2호에는 한 가지 고유한 특성이 있었다.

     

   화르르륵!

     

   그리고 그 특성의 발현과 함께 2호의 갈기가 흑염의 색으로 뒤바뀌어 타올랐다.

     

   “히이이이이잉!”

     

   흑염이 타오르자 아까와는 다른 기세가 2호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흑염은 다름 아닌 크라슈의 흑염이었다.

     

   2호의 고유 특성.

   그것은 탑승자가 지닌 힘을 본인도 똑같이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 말은 즉.

     

   ‘엑셀.’

     

   2호와 크라슈의 인영이 동시에 흐트러졌다.

   그러자 그 자리에 역야성이 쏘아낸 별빛이 긋고 지나갔다.

     

   고열의 별빛은 닿는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파괴의 광선이었다.

   하지만 크라슈의 스킬, 엑셀을 똑같이 공유하게 된 2호는 손쉽게 회피했다.

     

   다그닥-

     

   말발굽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호는 크라슈의 힘을 공유받아 기분 좋은 듯이 투레질하고 있었다.

     

   “2호, 지금부터 회피는 모두 너한테 맡길게.”

   “푸릉.”

     

   2호가 투레질하여 대답했다.

   크라슈의 엑셀과 멸화침식이 있는 2호는 능히 역야성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크라슈는 2호에게 온전히 목숨을 맡겼다.

   대신 크라슈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크라슈가 집중 상태에 돌입한 것이었다.

     

   ‘멸천수라만으로는 역야성을 이길 수 없다.’

     

   첫 기습 공격 당시.

   멸천월화를 이용해 크라슈는 역야성의 날개 중 세 개를 떨어트렸다.

     

   그것은 분명 호재라고 할 수 있는 한 수였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 공격으로 크라슈는 확신할 수 있었다.

     

   멸천수라만으로는 역야성을 쓰러트릴 수 없다.

   역야성에게서 사계를 뽑아내려면 녀석을 확실히 쓰러트려야 놔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멸천수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별빛이 되어버린 역야성은 물리적인 공격에 강한 면역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피해도 반감될 터.

     

   ‘그러니 더 출력을 올려야만 한다.’

     

   크라슈의 입에서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녹스의 영향으로 그의 머리색이 다시금 먹물로 물들어 갔다.

     

   멸천수라는 멸화수라 상태에서 순간 강화 영약을 더해 한계선을 강제로 돌파시킨 기술이다.

     

   그렇다면 그 한계선을 한 번 더 뛰어넘어야만 했다.

     

   화륵-

     

   크라슈의 내면 깊숙한 곳.

   세계 침식을 태운 이그니스가 멸화침식으로 거세게 타올랐다.

     

   타오른 불길은 크라슈의 몸 내부로 채워 나가며 여기저기에 불을 지폈다.

   그 강렬한 불꽃은 이제 크라슈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가뜩이나 어두웠던 멈추지 않는 밤하늘 아래.

   크라슈의 밤은 더더욱 짙은 어둠을 뿌리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

   그러한 밤하늘 위에 하나둘 별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천살성이었다.

     

   이윽고, 일곱 개의 별들이 전부 하늘에 걸린 그 순간.

   일곱 개의 별들이 제각기 별빛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두근!

     

   그에 따라 크라슈의 출력은 또 한 번 올라갔다.

   천살성의 고유 힘이 세계 침식의 힘을 더더욱 끌어 올린 덕분이었다.

     

   크라슈의 이맛가에 식은땀이 맺혔다.

   타오르는 열기가 몸 바깥으로 방출되며 주위 온도를 급격히 올렸다.

     

   크라슈를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연기와 함께 크라슈가 이를 바득 부딪쳤다.

   동시에 크라슈의 몸에 또 다른 힘이 하나 더 더해지기 시작했다.

     

   엑셀.

   무엇이든 가속하는 스킬.

     

   그 스킬이 다름 아닌 크라슈의 몸 내부를 태우던 멸화침식에 더해졌다.

     

   가뜩이나 천살성과 세계 침식의 힘으로 타오르던 불길이었다.

   그러한 불길에 가속이 더해진 순간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으드드득!

     

   크라슈가 이를 부서져라 깨물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육체 내부를 두드리는 열기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멸화침식의 불길은 본래도 크라슈의 몸 여기저기를 지피기 위해 빠른 속도로 크라슈의 몸을 순환하고 있었다.

     

   그러한 순환에 엑셀이 더해진 순간.

   불길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크라슈의 몸을 지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불의 힘은 가속도를 붙은 듯 더더욱 강렬히 타올랐고, 크라슈의 육체를 달구어 나갔다.

     

   무쇠를 한 자루의 검날로 바꾸기 위해 수없이 많은 담금질을 하듯.

   크라슈의 육체가 끊임없이 담금질을 당하며 그 출력을 더더욱 거세게 끌어 올리고 있었다.

     

   주변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밤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역야성도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2호와 크라슈를 죽여 버리기 위해 별빛을 쏘아내던 역야성이었다.

     

   그런데 지금 역야성은 자신의 별빛이 이상함을 느꼈다.

   손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던 별빛들이 점차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폭풍이 일어나 그 중심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듯.

   역야성의 별빛 또한 서서히 어딘가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역야성이 이상 모를 기분을 느꼈다.

   역야성은 태어나서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이루는 별빛이 모두 사라져 끝내 자신의 존재마저 사라질 것 같은.

   이 기묘한 기분은 역야성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역야성의 별빛이 파박 하는 스파크를 튀었다.

   역야성의 눈동자가 2호에 위에 올라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소년에게 닿았다.

     

   주변을 일그러트리게 보이게 할 정도로 강렬한 열기.

   그 열기는 더더욱 거세져 가며 하나의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역야성은 그 빛을 보며 자신이 별빛을 뿌리던 이유를 떠올렸다.

     

   멈추지 않는 밤하늘 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그것을 보고자 밤하늘을 밝히기 위해 역야성은 계속해서 별빛을 흩뿌렸었다.

     

   그것은 아침이었다.

   밤을 깨우는 아침.

     

   역야성은 아침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밤하늘을 깨우고 있는 이가 있었다.

     

   자신은 낼 수 없는 거센 빛을 내뿜는 이가 말이다.

     

   오싹!

     

   역야성의 별빛이 한차례 흩날렸다.

   안 좋은 예감이 솟구친 그 순간 역야성의 별빛이 더더욱 강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

     

   소리를 내는 기관이 없기에 들리지 않는 괴성을 내지른 역야성의 별빛이 더욱더 거세게 2호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 별빛은 폭격과도 같았다.

   수천 갈래로 갈라진 별빛들이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초토화했기 때문이었다.

     

   별빛이 밤하늘 아래를 물들일 만큼 거센 폭격이 반복됐다.

     

   그러나 역야성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크라슈의 출력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2호 또한 똑같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전보다 훨씬 거세진 흑염을 내뿜은 2호가 엑셀과 함께 곡예를 벌였다.

     

   쏟아지는 빛무리 속에서 투레질과 함께 모든 빛을 고속으로 모조리 피해버린 것이다.

   그것은 가히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

     

   역야성이 더더욱 분노하며 2호를 향해 빛세레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2호 또한 오기를 부려 더더욱 그 속도를 올렸다.

     

   역야성의 공격과 2호의 도주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런 2호의 위에서.

   크라슈의 육체는 계속해서 한계선을 뛰어넘고 있었다.

     

   멸화침식의 열기는 어느덧 크라슈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삐끗하면 정신이 날아가 버릴 만큼 강렬한 열기 속.

     

   ‘더.’

     

   크라슈는 아직도 자신의 출력을 더더욱 끌어 올리고 있었다.

     

   ‘더!’

     

   한계에서 한계를 넘는다.

   오직 그것만이 크라슈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써야 했다.

   그 순간 크라슈의 몸 위에 새하얀 냉기가 흘러넘쳤다.

     

   저주 한설아귀였다.

     

   육체의 한계를 강제로 늘리고자.

   열기를 감당하게 하려면 한설아귀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 덕에 조금은 식혀진 육체의 내부 속.

   더더욱 강한 열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어느새 밤하늘 속에는 흑염만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폭풍과도 같은 흑염이 차오른 그 속.

     

   마지막 종지부를 찍듯.

     

   까득-

     

   크라슈의 입 안에서 순간 강화 영약이 깨부숴졌다.

     

   화륵!

     

   타오른 불길이 일순간 크라슈의 몸 전신을 덮어 나갔다.

     

   기어코, 한계선의 또 한계를 넘어 버린 크라슈의 육체가 완전히 다른 영역에 도달했다.

     

   멸천수라를 넘어선 그다음 영역.

     

   타오른 흑염 속.

     

   붉은색의 두 눈이 선명하게 빛났다.

     

     

   멸천나찰(滅天羅刹)

     

     

   악착같이 한계선을 돌파한 크라슈가 도달한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것을 마주한 역야성의 머릿속에 전에 없던 위기감이 강타했다.

   9성급 침식종조차 위기감에 빠트리게 할 정도로 크라슈가 도달한 영역은 터무니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9성급 침식종으로서 군림해온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역야성의 팔이 양측으로 벌려졌다.

     

   도망칠 수 없다면 상대를 죽인다.

     

   그 간단한 진리를 답파하기 위해 별빛으로 된 녀석의 팔과 몸의 일부분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소멸한 몸에 남은 별빛들이 한 개의 빛으로 몰려들었다.

     

   역야성의 앞.

   자그마한 별빛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별빛의 구체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주변 공간을 잡아먹기라도 하듯 끝도 없이 빛을 흡수해나가고 있는 별빛 구체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라슈의 우뢰성에는 번개로 된 검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검집 속에는 이제껏과는 비교할 수 없는 흑염의 힘이 담겨 나가고 있었다.

   검집 내부의 흑염조차 엑셀의 힘을 받아 가속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는 이 상태로 역야성에게 닿아 검을 내지를 자신이 없었다.

   지금 상태로는 한 발짝조차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호.”

     

   하지만 여기에는 그의 다리를 대신해줄 이가 있었다.

     

   역야성의 별빛 구체를 보고도 조금도 겁먹지 않은 2호가 몸을 틂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점차 가속도가 붙어 가며 바람을 휘날린 채 역야성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그에 따라 크라슈 또한 우뢰성을 꽈악 틀어쥐었다.

   팔과 전신의 근육이 덜덜 떨렸다.

     

   번개의 검집 속에 담긴 흑염의 힘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 금방이라도 우뢰성을 놓칠 것 같았다.

     

   크라슈의 손이 악착같이 우뢰성을 틀어쥐었다.

     

   “힘껏 보내줘라.”

     

   겨우 숨을 내쉬며 내뱉은 말과 함께 2호의 몸에 다시금 엑셀이 서렸다.

   흑염을 내뿌리며 질주한 2호의 몸이 일순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속했다.

     

   그러한 가속된 세계 속.

   역야성의 빛의 구체가 이윽고, 완성되었다.

     

   일순간 주위 모든 빛이 역야성에게 응축되었다.

   그리고 응축된 빛은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 보여주는 폭발과도 같았다.

     

   2호는 그러한 별빛의 폭발 앞에서도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갔다.

   온전히 크라슈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었다.

     

   에벨아스크가 신임하는 크라슈다.

   주인이 신임하는 자를 하인된 자가 의심할 리 없었다.

     

   폭발하는 별빛의 앞.

   크라슈는 왜인지 모든 소리마저 사라지고, 빛조차도 느릿하게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경치가 새하얗게 보였다.

     

   과부하를 일으킬 만큼 거세게 회전한 엑셀이 그의 사고마저 가속한 영향이었다.

     

   가속화된 사고 속, 고요한 호수 위.

   종지부를 찍어줄 물방울 하나가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떨어져 내린 물방울이 이윽고, 크라슈의 마음속 호수 위에 닿은 그 순간.

     

   퍼져나간 물결의 파문이 호수 전체로 뻗어나가고.

   파문의 중심에 끓어오른 물이 용솟음쳤다.

     

   용오름이 크라슈의 정신의 끝에 닿은 그때.

     

   파직!

     

   크라슈의 흑염을 가두었던 뇌기의 검집이 이윽고, 금이 가며 박살이 났다.

     

   화륵-

     

   뒤늦은 흑염의 소리가 주위를 메꾸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본 역야성은 크라슈의 머리 위에 붉은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 붉은 달은 너무나 환하게 빛나고 있어, 순간 역야성이 그토록 밤하늘을 피어줄 아침을 떠올리게 했다.

     

   “――――!”

     

   소리 없는 굉음이 역야성의 입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굉음을 포함해 별빛의 폭발까지 모든 걸 집어삼킨 흑염이 세상에 도래했다.

     

   뻗어져 나간 흑염은 별빛의 폭발을 찢어발기고, 끝내 역야성까지 닿은 그 순간.

   그 흑염의 불길을 뚫고 나온 2호와 크라슈가 역야성의 눈에 비췄다.

   

   

   

   

     

   역야성의 무기력감과 승리를 향한 크라슈의 집념이 동시에 교차했다.

     

   “쉬고 있어.”

     

   그리고 그 말 한마디와 함께 폭발하듯이 달아오른 검이 내질러졌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육식(六式)

   멸천나화(滅天羅火)

     

   나찰의 흑염이 역야성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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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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