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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206 – 마지막 중간고사>

     

    긴장했던 것과 달리, 브론즈 교수님의 중간고사는 쉽게 출제되었다.

     

    “어디가 쉬워? 하나도 안 쉬웠는데. 오늘따라 진짜 꿀밤 마렵네.”

    “아앙. 때려놓고 말하지 마.”

     

    티토소가가 화내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안목키우기 강의 중간고사는 물품에 숨은 정보를 읽어내어 답안지를 제출하는 올바른 장소에 가는 것!

    해독레벨이 높을수록 보다 정확한 장소의 제출함에 답을 넣을 수 있으며, 티토소가는 7단계 해독에 성공해서 70점짜리 답안을 제출했다.

    나는?

    당연히 10단계에 제출했지!

    같이 답안을 제출하러 온 지젤이 싱긋 웃으며 굉장히 기분 좋게 돌아가던 모습이 인상 깊다.

     

    -누구한테 말하시면 안 됩니다?

    -이사벨한테도요?

    -공부한만큼 점수를 받는 것. 그게 공평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좋은 말이다.

    단체점수도 안 주는데 이런 건 혼자 먹어야지!

     

    “쯧. 90점인가.”

     

    우연히 근처에서 마주친 싱도 답안을 제출하고 나온 장소가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인상을 구기고 혀를 차며 지나갔다.

    티토소가는 높은 점수는 아니어도 낙제점도 아니니 그냥저냥 B학점을 받은 꼴이다.

    이사벨은 몇 점을 받았을까?

    꽤 늦게까지 고민하느라 지젤이나 내가 돌아갈 때도 답안지를 붙들고 고민하던데 부디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성적 떨어져서 상급반에서 내려가면 같이 붙어다닐 시간도 줄어들고 밥 해줄 시간도 줄어들잖아!

     

    ‘그때는 내가 이사벨한테 요리를 해줘야 하나?’

     

    이거 먹고 얼른 힘내서 상급반으로 돌아와!

    같은 느낌으로.

    나름 괜찮을 것 같다.

    소녀스럽기도 하고.

    여자력도 느껴지고.

    컨셉플레이를 하려면 이런 컨셉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이왕이면 평소에 수집하기 힘든 도감요리를 해주면 좋아하겠지?’

     

    아무리 내가 이사벨을 개인적으로 좋아해도 스펙이 부족하면 이렇게 오래 같이 다닐 수는 없다.

    손오천과 지젤.

    나름 심상찮은 상위권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스펙이 이사벨에게는 있다.

    그 스펙의 비결이 바로 식품도감 수집률이다.

    이사벨은 요리사다.

    심지어 각지를 모험해본 모험가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안 먹어본 음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온갖 음식을 다 먹어봤겠지.

    그녀에게 낯선 음식을 먹도록 도와주는 것은 이사벨의 개인적인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자부한다.

     

    ‘오랜만에 요리나 해볼까?’

     

    요리는 특기가 아니지만 나름 힘내봐야겠다.

     

     

    * *

     

     

    “므에에에에. 맛없어…”

    “…티토소가 미워.”

    “킥킥. 티토소가는 좋은 친구가 되긴 힘들겠네. 이럴 땐 맛이 없어도 정성이 듬뿍 들어간 맛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거야. 건강해지는 맛이 난다거나.”

     

    티토소가는 울상을 지었다.

     

    “즈앙은 안 먹어봤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야.”

    “맞아! 즈앙이 먹고 평가해줘. 내 요리는 저런 대접을 받을 요리가 아니라고!”

     

    즈앙은 웃는 얼굴로 그릇을 들여다보았다.

    보글보글…

    토독 톡톡 톡…

    톡톡 쏘는 기묘한 소리를 내는 물.

    그 안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네모반듯한 깍뚝썰기를 당한 내용물들.

    하얗고 노랗고 파란 네모 덩어리들이 서로 충돌하며 달라붙거나 이리저리 튕기며 혼란스러운 모양을 만들어나가는 광경을 본 감상은 실로 카오스Chaos.

    혼돈 그 자체였다.

     

    “티토소가가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하는데?”

    “즈아아아앙~!”

    “킥킥. 알았어. 한 스푼만이야.”

     

    어느 색깔 네모가 가장 덜 유해할까.

    고민해봤자 후회할 거라는 생각에 그냥 수저를 푹 담갔다가 꺼냈다.

    하양 세 개, 보라 한 개.

    보이지도 않았던 색깔의 네모가 하나 늘었다.

    밑바닥에 깔려 미처 보이지 않았던 재료였나보다.

    표면에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재료의 무게, 물의 비중이 높은 묵직한 재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맛도 깊고 오래가겠지.

    재료를 보는 즈앙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스으윽

     

    수저를 입가로 가져가자 뜻밖의 매콤한 향기가 콧속 깊이 스며들었다.

    인상과는 달리 나쁘지 않은 것이 흡사 갓 내려갔던 호감도가 복구되는 향기다.

     

    호로록

     

    국물과 함께 입 안에 넣고 나니 뜨거운 국물을 감당치 못한 입이 부지런히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혀와 국물을 옮겨댔다.

    열기가 식자 찾아오는 것은 강렬한 고통의 맛.

    과연 암살자의 음식답게 눈물이 찔끔 나오는 통각을 자극하는 맛이다.

    물론 뱉을 수는 없다.

    암살자의 자존심이 있다.

    이 정도로 먹기를 포기하는 것은 내성훈련이 부족했음을 증명하는, 암살자로서의 격이 떨어진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똑똑히 봐. 난 이걸 감당할 수 있어. 네 요리 따위 여유라고.’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읽어낸 육체가 턱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지 마.

    후회할 걸 알잖아.

    국물만으로도 이 정도라고.

    굳이 네모난 것들을 씹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나약한 속삭임과 함께 잘근 씹히는 재료들.

     

    “!”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

    전자는 보라색 덩어리요, 후자는 하얀색 덩어리였다.

    정말 나쁘지 않다.

    우물우물 마지막 파편 하나까지 꼭꼭 씹어 먹으니 얼굴이 환해진 기분마저 든다.

     

    “뭘로 만든 요리야?”

    “생선 하얀 살이랑 양배추랑 감자랑 블루베리에 고춧가루랑 소금으로 간을 맞췄어!”

    “흐응. 의외로 꽤 하네. 이름은?”

    “매운탕!”

    “제법이네. 이런 암살자스러운 음식, 싫지 않아. 생선에 가시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들고.”

    “생선뼈를 바르는 마법을 썼거든.”

    “이사벨이 그런 마법도 가르쳐줬어?”

    “비밀이야!”

     

    안 가르쳐줬구나.

    뭐어, 주방의 요리사들에게라도 배웠겠지.

    출처야 어쨌건 맛만 있으면 그만이다.

    단숨에 그릇을 비우는 즈앙의 모습에 티토소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배신감을 드러냈다.

     

    “암살자들은 이런 요리를 먹는 거야…?”

    “매운 맛이 힘들면 사탕이라도 줄까?”

    “됐어… 시험이 코앞인데 마음에 준비나 할래.”

     

    티토소가가 시험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식탁 앞에서 오가던 대화가 뚝 끊겼다.

    수저 뜨는 소리와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마저 멈칫할 정도!

    하아아.

    누가 먼저 내쉰 건지 모를 한숨에 두 개의 한숨이 뒤이어 늘어졌다.

    졸지에 오크노디의 음식시식회가 최후의 만찬처럼 변해버렸다.

    이 뒤로 기다리는 시험이 사다코 교수의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시험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 *

     

     

    이브닝슈터 교수님의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는 중간고사가 없었다.

    대신 기말고사에서 학점반영 70%의 높은 점수가 걸린 시험이 열린다.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에 심적으로 몰렸던 학생들에게는 퍽 반가운 소식이었다.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도 기말고사만 보면 참 좋을 텐데!”

    “오크노디. 넌 감당할 수 있겠어? 두 배나 더 무섭게 치르는 시험.”

    “딱히? 즈앙은 무서워?”

    “…딱히?”

    “티토소가는?”

    “엄청 무서워.”

     

    잡담으로 긴장을 풀며 시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렸다.

    덜그럭 덜그럭.

    뼈가 흔들리는 소리.

    본능적으로 무기를 들고 노려본 그곳에는 예의 <해골교관>이 서있었다.

     

    “교관님이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교수님의 부탁을 받고 왔단다.”

     

    애들을 나무 위에 올라가게 해놓고 나무 밑에 미끼를 잔뜩 뿌려 자이언트킹크랩을 모아 습격당하게 만들던 기가 막히는 교관.

    종래에는 학생들에게 육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깨닫게 하고 스켈레톤 종족이 되도록 만들 작정이었음을 당당히 밝혔던 괴짜.

    좋은 기억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교관의 등장에 우리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즈앙, 도망가면 시험에서 낙제 받아.”

    “이거 놔. 다음에도 사다코 교수님 대신 저 해골바가지가 보이면 바로 도망치겠다고 다짐했다고.”

    “시험에 떨어지면 다음 학기에 저런 교관을 또 만나야할걸? 다른 강의라고 저런 교관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겠어?”

     

    입을 우물거리던 즈앙이 마지못해 몸에 힘을 풀었다.

    근육의 움직임을 읽고 한발 먼저 잡아채길 망정이지, 정말로 시험에서 도망칠 작정이었나보다.

     

    “그래서 저희 시험은 어떻게 치르는데요?”

    “걱정 말렴. 너희가 배운 범위 내에서 시험을 출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나마 안심이다.

    대답하는 문이 플라톤 교수의 시험은 알려줘도 사다코 교수님의 시험은 모른다고 하던 참이다.

    난이도야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사다코 교수님의 시험은 편차가 심한 편이거든.

    의욕이 없을 땐 대충 날림으로.

    의욕이 넘칠 땐 살벌하기가 하늘을 찌르기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참 무시무시한 교수님이시다.

     

    “해골교관님? 방금 출제범위 내에서 시험 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었지.”

    “근데 이게 웬 던전이에요?”

     

    언제 지었는지 모를 흉물스러운 폐가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정문을 열었다 닫았다 난리를 친다.

     

    “무슨 던전이기는. 너희가 들어갈 던전이지. 별 거 없다. 가서 빨간깃발을 회수하고 몇 시간만 자고 나와라. 그러면 만점이다.”

    “힝잉잉! 무슨 시험이 이래요. 너무 무섭잖아요. 딱 봐도 귀신 나올 것처럼 생겼는데.”

     

    던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저택.

    심상치 않은 공포분위기에 티토소가가 울었다.

     

    “미로 속의 몬스터를 피해 탈출하고, 어둠 속에서 몬스터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잠들고, 무사히 살아서 귀환한다. 모두 출제범위 안의 내용이다만?”

     

    해골교관은 좋다고 겔겔겔 웃었다.

    저택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참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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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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