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떠올리고 싶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건 우리는 무사히 호숫가의 오두막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몇주 만에 보는 걸까.
내가 손수 지은 투박한 이 오두막이 이제는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두막 근처의 흙바닥은 여전히 나와 실비아가 함께한 훈련의 흔적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돌아왔네…”
거목이 된 녹색의 여인이 내려다보는 이 자그마한 호숫가엔 여전히 한 줌의 마기도 없었다.
나는 조금 전까지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편안한 호흡을 한숨에 섞어 내쉬었다.
바늘로 폐를 찌르는 듯한 흉통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수고했어, 고마워 피아.”
“… 응,”
피아는 쭈뼛거리며 내 눈을 피했다.
실비아는 그런 피아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실비아도… 고생 많았어.”
“그래.”
실비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한껏 치켜 올라간 그녀의 눈썹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성과 입을 맞추는 것이 기분 좋은 광경일 리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은 화를 내기도 뭐한 상황이었다.
오늘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동료를 추모하고,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간 사악한 적을 해치운 기념비적인 날이니까.
“… 후,”
나는 조심스럽게 앨리스 누나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뉘어 놓았다.
새삼 다시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귓가에서 맴돌았다.
“몰랐어… 전혀, 생각도 못 해봤어.”
앨리스 누나가 나를 좋아했다니.
이 숲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언젠가 그녀와 부부가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가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그냥 호감 있는 소꿉친구.
내가 그녀를 그렇게 여겼듯이, 그녀 역시 나를 그렇게 여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 그냥… 백작님께서 나를 아끼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당연히, 우리의 약혼도 그저 가까운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게 만든 앨리스 누나의 가냘픈 목소리가 내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지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희미한 숨소리 하나까지도 귓바퀴를 빠져나가지 못한 채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랑해 애쉬…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
앨리스 누나의 그 마지막 고백이 너무나 애틋해서,
그리고 지금의 나로는 결코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이었기에,
그런 그녀의 사랑이 너무나 가냘프고 연약해서 자꾸만 되돌아보고 싶어졌다.
“고생했어… 앨리스 누나…”
나는 마지막으로 앨리스 누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 후우.”
나는 천천히 앨리스 누나를 둔 채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마리아 누나는 앨리스 누나의 시신 옆에 꿇어앉은 채 그녀의 양손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아 놓았다.
죽은 이가 관에 누운 채 할법한 그 동작을 보자, 새삼스럽게 눈시울이 달아오른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소매로 눈가를 쓱쓱 훓고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는 지그시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계속 보기 불편했을 텐데도 끝까지 참아준 실비아에게 한번 눈웃음을 지어준 후, 나는 내 옆에서 앨리스 누나를 들여다보고 있던 마리아 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 응, 왜 그래?”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끔찍할 만큼 쓰라린 텁텁함이 입안에 번져나가는 것 같았다.
마리아 누나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말을 하게 될 줄도 몰랐다.
정말 입 밖으로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이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말해야만 한다.
마리아 누나 역시, 그녀의 가족이니까.
나는 눈을 감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라일라에게… 인사하러 가자.”
*
“… 라일라는 어땠어? 많이 귀여웠니?”
내가 손수 깎았던 라일라의 비석을 매만지며, 마리아 누나는 그렇게 물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겠지, 아가였을 때도 그렇게 귀여웠으니까…”
“자라면 골드필드 영지에서 가장 예쁜 여자였을 거야.”
누나는 죽었지만, 정령으로 부활했다.
나는 죽어가지만, 아직 살아있다.
세 남매 중 가장 어린아이인 라일라만이 완전히 죽어, 차가운 흙 속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어째선지 무척이나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걸까.
마기의 영향을 막아주기 위해 나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실비아는 쥐고 있던 손에 살짝 더 힘을 주었다.
나 역시 떨리는 손끝에 힘을 주어 실비아의 손을 꽉 붙들었다.
마리아 누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상한 기분이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라일라의 모습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가였는데… 이렇게 누워있다니.”
“… 그렇… 지.”
마리아 누나는 천천히 비석에서 손을 떼었다.
“고생했네. 우리 남동생.”
“… 내가?”
“비석을 깎으면서… 마음도 깎여나갔을 게 훤히 보이는걸…”
“아…”
마리아 누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무척이나 서글픈 희미한 미소였다.
“라일라도 그랬지만, 너도 내 기억 속에선 어리기만 한 꼬맹이였는데… 이렇게 의젓하게 자라났잖아… 죽었는데도 말이야…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야.”
“… 나도 누나를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뻤어.”
마리아 누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천천히, 무언가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쉬.”
“… 응?”
“골드필드로 돌아갈 거지?”
“… 응, 앨리스 누나를 고향에 묻어주고 싶어. 라일라의 유해도… 부모님 곁에 두고 싶고…”
“실비아랑 신혼 생활도 하고?”
“… 응,”
“좋네…”
나는 고개를 돌려 실비아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아직 저주는 풀리지 않았지만…”
“마기의 영향이 남은 탓이야. 마왕도 죽었으니 호숫가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곧 나을 거야.”
마리아 누나는 시원스레 대답해 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더니 다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애쉬.”
“응,”
“나는 여기 남을 거야.”
“응…?”
“나는 너를 따라가지 않고 여기 남을 생각이야. 애쉬.”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어째서…? 고향에 가고 싶지 않아? 부모님도…”
“먼저 죽은 불효녀로서 부모님을 뵐 낯이 없거든.”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숲이야.”
“뭐?”
마리아 누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은 녹색의 여인이 박힌 호숫가를 향하고 있었다.
“이 누운 나무 숲은 원래 그녀의 지배 아래 있었다며,”
“녹색의 여인을… 말하는 거야?”
“응, 녹색의 여인. 이 숲의 대 정령. 나도 정령이 되어보니 알겠어. 마기가 이렇게 들끓게 된 건 마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숲을 관리하는 정령이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는걸.”
“… 그래서, 누나가 녹색의 여인을 대신하려고?”
“응, 어째선지 이게 내 역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리아 누나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정령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 그녀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정령 술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초연한 태도가 너무나 단호하게 보였기 때문일까.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녹색의 여인이 맡고 있던 위치를 책임지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지?”
마리아 누나의 깜짝 발언에 넋이 나간 나를 대신해, 실비아는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왜, 마리아 네가 그래야 하는 거야? 다른 정령이 하면 안 돼?”
“실비아.”
“그야, 애쉬와 너는 가족이지만, 내게도 마리아 너는 소중한 친구야. 나도 너와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고…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 하하, 우리 같이 지내면 맨날 싸우잖아. 기억 안 나?”
“마리아, 장난치지 마.”
“그것 봐, 또 화내고 있네.”
마리아 누나는 빙그레 웃더니 천천히 감은 눈을 떴다.
그리고는 똑바로 나와 실비아의 눈을 번갈아 가며 맞추었다.
“둘 다 나를 봐. 똑바로 서서.”
“…?”
“나는 마리아가 아니야.”
“뭐?”
마리아 누나는 화들짝 놀라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저 마리아의 기억을 가진 정령일 뿐이야.”
“아니, 누나는 분명…!”
“애쉬. 물론 나도 너희를 기억하고, 너희와 함께한 추억을 평생 잊지 않을 테지만… 음…”
마리아 누나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곧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나는 사람이 아니야. 결코 두 번 다시 사람이 될 수 없어. 결국 아예 다른 존재라고.”
“… 사람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해. 너는 내 친구 마리아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는 둥 이상한 생각할 필요 없어.”
실비아는 마리아 누나의 말에 반박했다.
나 역시 실비아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리아 누나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쉬, 그 목걸이 꺼내 봐.”
“… 어?”
“목걸이 말이야. 나를 정령으로 만든 그 목걸이.”
나는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말 리스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앨리스 누나가 구해온 말리스의 상징적인 유물.
죽은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다는 전설을 듣고, 이 여정에서 누군가 죽을 경우를 대비해 앨리스 누나가 힘겹게 구해온 물건.
이 신비한 유물은 죽은 앨리스 누나를 살려내진 못했지만, 마리아 누나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마리아 누나의 마법이 마왕을 무찌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떠올려보면, 우리의 여정은 하나부터 열까지 앨리스 누나의 손끝에서부터 이루어졌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목걸이는 여전히 푸른 빛을 훤히 내뿜고 있었다.
“이 목걸이 이상하지 않아?”
“… 뭐가?”
“봐도 모르겠어?”
“…?”
실비아는 말했다.
“마리아… 몇번이나 말하지만 그렇게 괴롭히지 말고 그냥 말하라니까… 그리고 이것 봐, 이런 못된 버릇까지 전부 마리아 너잖아.”
“후후, 알았어. 그냥 말할게.”
마리아 누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목걸이. 일회용이야. 한번 사용하면 안에 영혼을 가두고 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어. 즉, 이 목걸이가 살릴 수 있는 사람은 한명뿐인 거야… 뭐, 정령으로 만든 게 살린 거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이해가 안 돼… 누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아, 애쉬… 이 바보 같으니,”
마리아 누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 리스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야.”
“…?”
“생각해 봐. 그 사람도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거야. 헤어지기 싫은 인연이 있었을 거야. 부정하고 싶은 죽음이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말리스는 사용하지 않았어. 왜 그럴까?”
“…”
이번엔 짓궂게 괴롭히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마리아 누나는 곧장 답을 전해주었다.
“이걸 사용해봤자, 그건 그 사람의 기억을 가진 정령일 뿐, 그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일 거야.”
“…”
“애쉬, 나는 네 마리아 누나가 아니야. 실제로,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만약 애쉬 네가 내게 같이 골드필드 영지로 가자고 명령을 내린다면, 나는 따를 수밖에 없겠지.”
“상관없어, 그럼…”
“하지만, 너는 그런 나를 마리아 누나라고 인정할 수 있어?”
“당연히 가…!”
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내 명령에 충실히 움직이는 마리아 누나.
그럼, 나는 마리아 누나를 꼭두각시처럼 이용하던 발더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마리아 누나는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그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나를 여전히 네 누나로, 네 친구로 봐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럼 더더욱 나를 여기 있게 해줘. 이게 내 선택이니까.”
“… 하,”
실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실비아…”
“역시 실비아는 이해해 줄 거라고 알고 있었어.‘
실비아는 마리아 누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얜 원래 이랬어. 애쉬. 넌 아카데미에서 마리아가 어떤 애였는지 모르겠지만, 늘 이런 식이었지. 혼자 남들보다 멀리까지 생각하고, 생각나면 그대로 움직이고, 고집은 더럽게 센…”
“웃기시네, 고집은 네가 더 세. 실비아.”
“어차피 정했으면, 할거잖아.”
“히히, 맞아. 이왕 정령이 된 거, 짱 한번 먹어봐야지.”
“… 하, 진짜.”
마리아 누나는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는 여기서 라일라가 누운 자리를 지키고 있을게.”
“…”
“그러니까, 애쉬. 부모님께… 잘 말해줘. 알았지?”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 알았어.”
*
나와 실비아, 그리고 마리아 누나는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나는 마리아 누나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천에 앨리스 누나를 정성스럽게 감쌌고, 실비아는 구덩이를 팠다.
어차피, 골드필드 영지에 돌아갈 때, 시신을 함께 가져갈 것이기에 그리 깊게 파지 않은 구덩이 속에 조심스럽게 앨리스 누나를 뉘이고 흙을 덮었다.
이로써 마왕이 사라진 첫날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이제서야 참을 수 없는 피로가 온몸을 감쌌다.
실비아 역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고되고 힘들 것이다.
나와 실비아가 호숫가에서 가볍게 몸을 씻는 동안, 마리아 누나는 피아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와 실비아 단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촉촉하게 젖은 실비아의 머리카락이 반짝거렸다.
나는 내 옆에 선 실비아의 팔을 얽듯이 감싸며 그의 손을 쥐었다.
실비아도 말없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이대로, 잠들 것만 같다.
이대로 그녀의 품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분명 실비아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손을 마주 잡은 채 천천히 오두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걸음마다 끼익 거리는 나무의 소리마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천천히 문을 열고, 그리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 그 순간.
“엇… !”
실비아는 순식간에 내 멱살을 잡고 밀어 넘어트렸다.
“크윽!”
“… 후우.”
“시, 실비아? 이게 무슨…”
“닥쳐.”
“… 실비아?”
창을 내지 않아 어두운 오두막 속에 실비아의 눈이 기이하게 번뜩거렸다.
욕망과 질투, 그리고 한계까지 틀어막은 색욕이 꿈틀거리는 붉은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향해 빛을 뿜어냈다.
실비아는 그 억센 손으로 내 턱을 움켜쥐더니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천천히 훓었다.
“…이건 내거야.”
“알지… 나는 실비아 거야.”
“그런데… 앨리스에 피아…”
맙소사.
“실비아… 잠, 잠깐, 우리 오늘 막…”
“닥치라니까.”
“기다려 봐… 나 진짜 너무 피곤한데…”
“못 기다려.”
실비아는 나를 번쩍 들어 이불 위에 내동댕이쳤다.
오랜 시간 오두막 속에서 방치된 이불에서 곰팡내가 나는 꿉꿉한 먼지가 크게 일어났다.
“이젠 안 기다릴 거야.”
한쌍의 빨간 불빛이 나를 향해 돌진했다.
내 시야를 그 새빨간 두 점이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축축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입술을 덮었다.
옷 속으로 거친 손가락이 훅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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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아보는 거금이라 깜짝 놀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모자란 작품에 모자란 작가이지만, 독자 여러분들 께서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다음화는 19회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