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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전사자들의 축제>의 모든 시련이, 끝마치고 하루가 지났다.

         

       현재, 나는 호르만을 포함한 다른 전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강과 쾌는 없었다.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기에는 몇 년이 걸린다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대신, 환과 기.

       두 여성이 헤어짐을 대신해 주었다.

         

       “…하루만 더 머물 수는 없는가? 나에게 밤 시중을 들 기회를 줬으면 한다만…”

        “저, 저도…기, 기회를 줬으면 좋겠슴당.”

         

       ……물론, 둘은 여전히 나를 노리고 있었다.

         

       유부남이면 오히려 더 숙성되어서 맛난다는(?) 정신 나간 논리를 들먹이면서 말이다.

         

       다행히 문보라가 도끼눈으로 노려봐 조용히 물러섰다.

         

       마지막 인사는 호르만이 해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을 이끌어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래 보인다. 필시 쓰러트려야 할 강적이 있는 거겠지. 그것은 곧 지켜야 할 이들을 위해서일 거고.”

         

       호르만은 이해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의 시선이 환과 기.

       그리고…허공의 어딘가를 향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강과 쾌의 혼백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다섯은 눈빛으로 무언의 신호를 나누었다.

         

       나는 아직 ‘뭐가 남았나?’ 하고 의아해하였다.

         

       “이건 다른 전사들도 동의한 거다. 그러니 혹시라도 그날이 찾아오면 개의치 않아도 된다.”

       “…네?”

         

       호르만은 품을 뒤졌다.

         

       잡혀져 나온 것은 작은 ‘모루’.

         

       액세서리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모루에 문보라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 호르만 이거.”

       “역시 아는 눈치구나.”

         

       호르만은 빙그레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들겼다.

         

       “때가 되면 써라. 필시 힘이 되어줄 거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마치고 <전사자들의 축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 *

         

         

       타닥, 타닥…

         

       해는 진작에 저문 야심한 저녁.

         

       나는 매혹하듯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끝마치고 나온 것은 당연히 처음 입장하였던 <잊힌 전사들의 땅>이었다.

         

       조각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세하, 여기는 그럼…

       ―응,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거야.

         

       그래도 원칙상 <길드>에 보고는 해야 하기에, 음치미에게 전화.

         

       경악하며 호들갑 떠는 걸 대충 떠넘기고, 나와 문보라는 예약해 두었던 ‘산장’으로 향했다.

         

       던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산장은, 일이 이렇게 될걸 예측하고 이틀 통째로 세를 놓은 곳이었다.

         

       호로록.

         

       “…! 세하, 이거 맛있네요.”

       “입맛에 맞는 모양이네. 다행이다.”

         

       나는 귀여운 담요를 덮고 차를 호로록 마시는 문보라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이거 뭐로 달인 거라고 했죠?”

       “[룡천과]의 껍질. 덤으로……”

       “덤으로…?”

       “…아, 그. 싸, 싸게 샀다고 하하…”

         

       나의 말에 싱겁다는 듯 문보라는 작게 웃었다.

         

       나는 원래라면, ‘주나용도 맛있다고 했어.’라고 말하려 하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을 도로 삼켰다.

         

       스스로 생각해도 의아했다.

         

       옛날이었다면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말했을 텐데.

         

       흐으음?

         

       ‘이상하네.’

         

       나는 가슴팍에 손을 올려보았다.

       아주 미약하게 심장 박동이 조금 빨라진 걸 눈치챘다.

         

       마치, 며칠 전 주나용에게, ‘신빛가람 선배님이 선물한 거야.’라는 말을 숨긴 것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으음?’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간지러움이 몰려왔다.

         

       대충 무시하였다.

         

       지금은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현재, 내 눈앞에는 영롱하기 짝이 없는 7개의 무기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 중, [성자의 검], [칸의 미로]는 제외하였다.

         

       하나씩 살펴보았다.

         

       ‘[노퉁], [흑철], [굳센 바람], [적린], [쌍룡검].’

         

       양손 검, 동방 검, 곡도, 용 형태의 소검, 한국식 환도 2자루.

         

       전부 [성자의 검]과 같은 영웅(Hero) 등급의 무기로 각각 특수한 기능들이 담겨 있었다.

         

       ‘노퉁’의 경우 소유자의 근력을 올리고, 절삭력을 향상. 만약 상대가 ‘드래곤’ 타입이라면 2배의 피해를 주는 효과를.

         

       ‘흑철’은 소유자의 속도를 무려 10%나 올려주는 <신속> 버프가 내재 되어 있었다.

         

       지속시간이 짧고, 쿨타임이 꽤 길기에 자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 자체만으로도 강력하였다.

         

       ‘[굳센 바람]은 마력을 주입할 때, 환검의 경지와 숙련도에 맞추어 복제용 검들을 소환.’

         

       여기에 경지가 올라가면, 만들어 낸 검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나로서는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그저 압박하고 진로를 방해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할 듯싶었다.

         

       ‘적린’의 경우 소유자의 마력을 지속해서 잡아먹는 대신 모든 ‘방출’, ‘참격’, ‘속성’ 계통 스킬의 위력을 최대 30%까지 증폭시키는 강력한 버프를 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쓰일 것으로 추측되는 검이었다.

         

       ‘마지막으로 쌍룡검…’

         

       호르만이 했던 것처럼, 주위 일대의 존재들을 특정 결계에 가두는 능력.

         

       그리고 결계의 능력은 아직 ‘미정’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나의 심상에 맞추어 새로운 능력이 부여된다는 거겠지.’

         

       이건 추후, 훈련실에서 사용해 보기로 다짐하였다.

         

       ‘마지막으로 호르만이 건네준 모루.’

         

       나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모루를 살펴보았다.

         

         

       ―――――――――――――――

       <아이템 정보>

         

       ◉이름: 개진(開進)의 모루.

       ◉종류: 소모품.

       ◉등급: 에픽(Epic)

         

       ◉특수효과

       :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가 필요하다.

       :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공방이 필요하다.

       : 강, 쾌, 환, 기, 유가 사용하였던 검이 하나도 빠짐없이 필요하다. (성공)

       : 원주인, 5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공)

       : 발동 시, 5개의 검을 하나로 녹여 위대한 성전을 치르는 전사만을 위한 한 자루의 검을 만들 수 있다. 검의 효과는 소유자의 심상과 욕망에 따라 달라진다.

         

       ◉상세 정보

       : 과거, 위대한 전사 호르만의 어머니 칼리티아가 사용하였던 아티팩트.

       칼리티아는 친우 ‘이름없는 성자’의 도움 요청에 망설임 없이 이 아티팩트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 적룡왕의 등 뒤에 탄 성자 일행이 도착한 곳은 72 마왕이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던 신전이었다.

       ―――――――――――――――

         

         

       “……”

         

       ‘고스라’에서 아주 드물게 나오는 특수 이벤트 아이템.

         

       나는 침묵하다, 조심히 [슬라슬라]의 아공간안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다.

         

       ‘다음은 보물 창고에서 가져온 것들.’

         

       총 3개의 물품.

         

       첫 번째는 어중간한 크기를 가진 검으로, 우리 므냥이에게 줄 [헬룬의 이빨] 이었다.

         

       두 번째는 불에 휘감겨 활활 타오르지만, 전혀 뜨겁지 않은 건틀릿, [헬리오스의 심판].

         

       마지막은 굵은 나무줄기에 휘감겨 있는 막대기, [위그드라실의 지팡이]였다.

         

       세 개 모두 영웅(Hero) 등급의 장비로, 사실상 이 등급에서 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개는 나중에 만나면 주고…’

         

       나는 먼저, [위그드라실의 지팡이]를 문보라에게 건네주었다.

         

       문보라가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건지 잘 아는 얼굴이었다.

         

       “마음에 들어?”

         

       “마,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니에요. 이, 이거 시중에 아예 매물이 없는 물건이라고요. 조, 족히 수억. 아니 수십억도 호가하는…시, 심지어 귀속탬이라니. 이, 이리 귀한 걸 그냥 저한테 주셔도 돼요?”

         

       “애초에 너 주려고 고른 거야.”

         

       이 세상은 <가챠>가 없다.

         

       따라서 발로 뛰어 얻을 수 있는 무구들은 전부 챙겨야 했다.

         

       덤으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내가 열심히 싸운 만큼 그녀도 열심히 춤을 추었으니까.

         

       “…미안해. 나 때문에 부끄럽게 만들어서.”

       “아니에요…오히려 제가 룬을 함부로 먹은 탓인걸요.”

         

       나와 문보라는 힐끗 바라보았다.

         

       이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웃었다.

         

       쉽지 않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오길 잘했어.’

         

       그런 생각을 하였다.

         

       *

         

       문보라는 호로록 차를 마셨다.

         

       만족감에 미소 짓는 유세하를 홍조를 띤 채 바라보았다.

         

       품에 들린, [위그드라실의 지팡이]를 꼭 끌어안으며, 얼굴을 붉혔다.

         

       유세하가…

       자신만을 위해 챙겨준 물품.

         

       그, 사실이 두근거리며 심장에 아플 정도로 고동을 일으켰다.

         

       순간, 정보창이 울렸다.

         

       [당신의 집착은 곧 올바른 힘이 되어줍니다.]

       [대상: 유세하. 근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유세하에 대한 마음이 조금 더 깊어집니다.]

         

       <정보창>을 울리는 매체는 바로 목에 걸린 목걸이였다.

         

       붉은 기운을 머금은 목걸이는, 이전 푸르스름했던 색상은 온데간데없이 완전한 적색을 이루고 있었다.

         

       [인어 공주의 목소리].

         

       유세하가 처음으로 문보라에게 선물해 준 물건.

         

       지금 그것은 부분적으로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효과 또한 큰 변화가 일어난 상태였다.

         

       문보라는 잠시 리더 무희와 함께 전시장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였다.

         

       “…이, 이 목걸이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요?”

         

       ―맞습니다.

         

       무희는 혼령으로 이루어진 존재.

         

       낭인이나 호르만처럼 강한 영이 아니기에, 문보라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전하는 식으로 대화를 진행하였다.

         

       무희는 그것이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에 전해 내려져 다른 형태로 불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인어 공주의 목소리] 로…”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것은 미완성 상태라는 겁니다.

       “……!”

       

       무희는 전시장에 있던 보석을 꺼내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가 말하길, 지금 문보라가 끼고 있는 건 힘을 올려주는 대가로 정신을 갉아먹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원래라면 갉아먹는 정신력을 더욱 깊은 마음으로 변환시켜 잠재력을 해방해 주는 게 진정한 힘이라고 한다.

         

       [선대 무희가 당신의 손에 들린 무구를 강화해 주려고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부, 부디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지금 이리 변화를 마친 상태였다.

         

       ―――――――――――――――

       <아이템 정보>

         

       ◉이름: 아벤시아.

       ◉종류: 목걸이

       ◉등급: 유니크(Unique)

         

       ◉특수효과

       : 마력+9, 영구적으로 ‘물’, ‘빙결’ 속성에 대한 위력 증가.

       : 효율적인 마력 운용이 가능해진다. 스킬의 마력 소모를 크게 감소시킨다.

       : 소유자의 ‘집착’을 상승시킨다. ‘집착’은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하며 집착이 높아질수록 소유자의 능력치를 상승시킨다. 집착은 소유자의 정신 수치가 높을수록 저항도가 커진다.

       : 집착이 상승함에 따라 깎는 ‘정신’을 잠재력으로 변환시킨다. 집착하는 대상을 연모하면 연모할수록 더욱더 많은 잠재력을 개방할 수 있다.

         

       ◉상세정보

       : 사랑에 빠진 인어 공주의 목소리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설화가 담긴 목걸이. 실제로는 돌아오지 못한 전사의 슬픔에 호수에 투신한 여전사의 혼을 빗어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 여전사의 이름은 ‘아벤시아’였다고 한다.

       ―――――――――――――――

         

       “……”

         

       문보라는 말없이 [아벤시아]를 만지작거렸다.

         

       유세하에게 말하니, 엄청 기뻐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좋네! 설마 그런 설화가 있었을 줄이야. 잘했어 문보라!

         

       “……”

         

       [소유자의 집착이 상승합니다. 연모의 감정이 잠재력을 건드립니다.]

         

       문보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벤시아]만해도 어마어마한 기연인데…

         

       무희로서 춤을 추며 올라간 능력치에, 지팡이까지.

         

       이번 <전사자들의 축제>는 문보라에게도 많은 수확을 안겨주었다.

         

       문보라는 힐끗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현재 그는 <정보창>을 확인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확실한 건 유세하의 얼굴에는 기쁨이 걸려 있다는 거였다.

         

       ‘……헤헤.’

         

       문보라는 무릎을 끌어모으며 헤실거렸다.

       자신이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가 행복해하는 게 더욱 보기 좋았다.

         

         

       *

         

         

       다사다난했던 하루.

         

       모든 점검을 마친 둘은, 모닥불에 구워진 감자와 고구마, 말린 생선으로 늦은 식사를 하려 하였다.

         

       그러던 때였다.

         

       정말 예상외의 밤손님이 이 오두막을 찾아왔다.

         

       문보라도, 유세하도 놀란 얼굴로 손님을 바라보았다.

         

       “스, 스승님?”

       “오랜만이구나…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나.”

         

       흩날리는 백발.

         

       특유의 아름다운 백색 무복.

         

       여기에 아무리 높게 쳐줘도 중학생을 넘지 않는듯한 어리고, 예쁘장한 외견까지.

         

       <빙한설녀> 천미라.

       문보라의 스승이자, [음양의 이해]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

         

       정말 예상하지 못한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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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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