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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는, 아이가 만든 것 같은 홍보용 부스.

       인터넷 방송인인 양주민은 무언가의 컨셉인 줄로만 알았다.

       구석진 자리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한 그런 컨셉.

       

       헌데 알고 보니 진짜로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부스였다.

       그것도 여명 길드에서 가장 아낀다는 수인족 아이였다.

       

       ‘채팅창을 본 거 같은데.’

       

       아이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었지.

       무슨 채팅 내용이 오갔더라?

       양주민이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아이가 열심히 만든 부스를 조롱하는 채팅이 가득했다.

       

       수인족의 눈이 좋다고 하니, 채팅을 다 치켜봤을 확률이 높았다.

       

       ‘망했다!’

       

       양주민이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락을 감지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급격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나]

       [락]

       [락]

       [나]

       [락]

       [나]

       

       한글자씩 채팅 올라오는 속도가 상당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소문이 퍼졌는지, 실시간으로 시청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몰락하는 유명 방송인을 보러 온 이들이었다.

       

       “아, 아니, 형님들!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채팅창에서 그런 거지!”

       

       [너도 솔직히 방송각 뽑으려고 동조했잖아 ㅋㅋ]

       [ㅇㅈㅋㅋ]

       

       정확했다.

       욕을 하진 않았지만, 방송 각을 뽑기 위해 카메라를 아이의 부스 쪽으로 돌리긴 했다.

       덕분에 조롱섞인 채팅이 더 많이 올라왔다.

       

       “으아!”

       

       양주민이 겨울의 뒤를 쫓아 달렸다.

       뒤를 돌아본 겨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남성이 달려온다.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겨울이 겁에 질린 신음만 내뱉고 있으니, 유상아가 재빨리 겨울을 제 등뒤로 숨겼다.

       

       “멈추세요.”

       

       겨울은 처음으로 유상아의 성난 목소리를 들었다.

       안정감이 생기는 목소리에, 겨울이 유상아의 뒤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다급해 보이는 남성이 코앞에 있었다.

       

       화를 내려고 온 건가?

       겨울이 유상아의 옷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남성의 분노에 대비하려 했으나, 찾아온 것은 의외로 사죄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죄송합니다!”

       

       “네···?”

       

       거의 석고대죄를 하는 남성의 모습에 유상아가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 모르는 탓이었다.

       

       “그게, 아까···”

       

       양주민은 아이의 보호자로 보이는 이에게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면서.

       

       “아휴···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건데 말이죠.”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양주민은 유상아가 아닌 뒤쪽의 겨울을 보며 사과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에 축 처졌던 겨울의 꼬리가 기운을 되찾았다.

       

       “네, 네에···”

       

       머뭇거리던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나름 선방한 건가.

       하아, 한숨을 내쉰 양주민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의상 고양이 붕어빵을 몇 개 사갈 생각이었다.

       

       “겨울아, 이거 고양이 붕어빵 얼마야?”

       

       “어··· 이건 못 팔아요. 다 식었거든요.”

       

       “괜찮아, 나 식은 거 좋아하거든!”

       

       못 파는 물건이라니.

       양주민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재고 처리를 해 줌으로서 이미지를 챙겨갈 수 있었으니까.

       

       “식은 거 좋아하세요?”

       

       “응. 없어서 못 먹지.”

       

       “그러면 제가 반값에 드릴게요.”

       

       겨울이 집게를 이용해 고양이 붕어빵을 담았다.

       손이 작아서 그런지 봉투에 넣는 게 어설펐다.

       양주민은 가게를 홍보해 주기 위해 고양이 붕어빵 하나를 집어 먹었다.

       

       “오···?”

       

       이건 그냥 맛이 좋은데?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맛이었다.

       물론 홍보는 할 생각이었다.

       

       “형님들 여기 붕어빵 꼭 드세요! 뭐 하지 말고 무조건 여기로 와야 합니다!”

       

       양주민이 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흥미로운 사건 덕에 시청자 수가 만 명에 육박했다.

       

       방송 클립이 커뮤니티 등지로 퍼져 나가기도 할 테지.

       이 정도면 잘못을 만회했다고 볼 수 있었다.

       

       양주민은 안도의 한 숨 대신 붕어빵을 먹기로 했다.

       

       

       **

       

       

       인터넷 방송인이 떠나갔다.

       나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힘없이 어깨를 떨궜다.

       

       “왕아, 왜 그러냐?”

       

       한 손에는 당근, 한 손에는 붕어빵을 쥔 레비나스가 다가왔다.

       열심히 부스를 준비한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게, 우리 부스가 다른데에 비해서 조금 부족한가 봐···”

       

       솔직히 나도 알고 있었다.

       아이들과 만든 부스가 다른 곳과 비교하면 상당히 어설프다는 걸.

       그래도 열심히 만든 부스가 조롱당하고, 손님도 별로 없으니 상당히 허탈했다.

       

       레비나스도 실망했으려나.

       괜한 말을 꺼내버린 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레비나스를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그녀는 자신감에 차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왕아! 그러면 레비나스만 믿어라!”

       

       “레비나스만?”

       

       “응! 더 예쁘게 꾸미면 그만이다!”

       

       레비나스가 품속에서 마석을 꺼내 들었다.

       며칠 전 이웃 부스 사람에게서 받은 무언가를 쏘아내는 마석이었다.

       

       “그걸로 뭐 하게?”

       

       “이거를 이렇게 하면···!”

       

       보글보글.

       마석에서 비눗방울이 나오기 시작했다.

       초당 수백 개의 방울이 쉬지도 않고 계속 나왔다.

       

       “뭐,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모른다! 왕이 생각하니까 됐다!”

       

       킥킥.

       레비나스가 입을 가린 채 웃었다.

       힘든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레비나스가 대견스러웠다.

       

       “우와, 이러면 우리가 제일 예쁘네?”

       

       “응! 비눗방울 예쁘니까 손님 많이 올 거다!”

       

       “응. 엄청 많이··· 응?”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옆을 돌아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방송 봤는데, 여기 붕어빵이 엄청 맛있대요.”

       

       “그래요? 전 그냥 비눗방울 예뻐서 와본 건데. 하나 먹어봐야 겠네.”

       

       방송과 레비나스의 비눗방울을 보고 몰려든 건가.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나와 아이들의 역할은 포장과 서빙이었다.

       

       “새벽아, 새벽이가 차 좀 서빙해주라.”

       

       “으, 응···”

       

       비눗방울을 터트리며 놀던 새벽이가 억지로 발을 돌렸다.

       비눗방울을 잡고 싶어하는 고양이의 본능과 싸워서 이긴 것이었다.

       

       “레비나스는 붕어빵 포장해주고.”

       

       “응!”

       

       레비나스가 집게를 들고, 붕어빵 기계 옆으로 이동했다.

       타각타각, 집게를 잡는 레비나스를 보며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다.

       

       “여기 붕어빵 세 개만 포장해 주세요.”

       

       “알아따···!”

       

       레비나스가 봉투에 고양이 붕어빵을 집어넣었다.

       꽤나 신중한 모습이었다.

       

       “여기 붕어빵 맛있나요?”

       

       누군가 레비나스에게 장난스레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레비나스가 포장 중이던 붕어빵을 한입 물어뜯었다.

       

       “마싯따!”

       

       레비나스가 한 입 베어 문 붕어빵을 눈앞의 손님에게 내밀었다.

       무례했으나, 아이의 순수한 행동에 불쾌해하는 이는 없었다.

       

       “레비나스, 먹던 걸 손님한테 주면 안 돼.”

       

       “그, 그러냐?!”

       

       “응. 앞으로는 깨끗한 거만 주는 거다?”

       

       “응!”

       

       레비나스가 먹던 붕어빵을 뒤로 숨겼다.

       어째선지 손님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짜 붕어빵이 사라져서 그런 건가.

       서비스로 붕어빵을 하나 더 넣어주었다.

       헌데 어째선지 아쉬워하는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일단 열심히 장사를 하기로 했다.

       

       

       **

       

       

       밤이 찾아왔다.

       나와 아이들은 녹초가 되어 부스 근처 벤치에 드러누웠다.

       벤치가 너무 작아 셋이서 탑을 쌓듯 누워야 했다.

       

       새벽이가 제일 아래였고, 그 위에 가 나였다.

       레비나스가 제일 위에서 내 위에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으아···”

       

       힘들다.

       장사가 잘되길 바라긴 했으나,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하늘이 캄캄한데도 부스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쓰러진 우리를 보며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었다.

       

       “겨울아!”

       

       한여름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런 그녀의 곁에 채주연이 함께 있었다.

       

       “오셨어요?”

       

       “응! 언니가 오늘 두 번 이겼다? 다섯 번만 더 이기면 우승이야.”

       

       “우와.”

       

       하루에 두 번이나 싸운 건가.

       축제가 열리는 기간은 삼일인데 총 일곱 번을 싸우다니.

       이 세계 사람들의 체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언니가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줘야한다?”

       

       “네. 꼭 응원할게요. 경기 못봐서 죄송해요.”

       

       우리는 열심히 부스를 지켜야 했다.

       시간이 있긴 했지만, 레비나스가 많이 무서워해서 경기를 보긴 힘들었다.

       한여름도 이를 알고 있는지 가볍게 웃어줄 뿐이었다.

       

       “괜찮아. 경기 안 본다고 응원을 안 하는 게 아니니까.”

       

       “맞아요.”

       

       헤헤.

       흔들리는 꼬리를 느끼며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헌데 어째선지 옆에선 채주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스터, 무슨 일 있어요?”

       

       “아··· 별건 아니고, 예정보다 사람이 많이 와서 고민하고 있었어.”

       

       “예정된 수가 있나요?”

       

       “응. 길드마다 몇 명씩 오겠다고 사전에 공지를 받았거든? 근데 대부분의 길드들이 훨씬 초과해서 왔지 뭐야?”

       

       약속된 수를 어긴 건가.

       확실히 머리가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문제가 생겨요?”

       

       “잘 곳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지. 인원수보다 많게 숙박 시설을 매수했는데도 부족하네. 이러다가 밖에서 자야 할 판이야.”

       

       밖에서 자야 한다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면 그냥 밖에서 자면 되지 않나요?”

       

       “밖에서?”

       

       “네. 그냥 바닥에 상자 깔고 자면 되잖아요.”

       

       “아니, 그건···”

       

       물론 나도 밖에서 잔다는 게 심리적으로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해보면 의외로 할만한 게 노숙이었다.

       

       “이게 의외로 해보면 괜찮거든요. 숙박시설 부족하면 제가 밖에서 잘게요.”

       

       우리 부스에 남는 박스가 많았었지.

       나는 부스를 향해 달렸다.

       그런 내 뒤를 채주연과 한여름이 쫓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노숙의 천재 한겨울…!

    ───
    마이번냥님 11코인 5코인 4코인 총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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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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