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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207화. 귀환 ( 3 )

       

       

       

       

       

       카앙! 채챙!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두 남자 사이에는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불필요한 대화 대신 오가는 것은 치열하게 피어오르는 강철의 불꽃.

       

       챙챙챙! 촤아악! 콰앙!

       

       눈 한 번 깜빡이는 찰나에 오가는 수십 합의 공방.

       경지에 다다르지 못한 이라면 이들의 대련을 따라가기는커녕, 잔상조차 흐릿하게 보는 것이 전부였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작된 대련. 차마 말릴 틈이 없었다.

       그저 멀찍이 물러난 데이지는 두 손을 꼭 모으고 한스가 크게 다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쾅! 카가가각! 채챙! 차아악!

       

       이를 악문 한스와 변함없이 차가운 눈빛의 데모닉.

       두 남자 사이에서 수십 번의 검이 부딪혔다.

       

       콰ㅡ앙!

       

       한스의 검이 횡으로 공간을 양단한다. 일견 황소와도 같은 기세.

       검로를 따라 두 글자의 룬이 허공에 투박한 선을 그리며 춤추는 듯했다.

       

       카캉!

       

       데모닉이 침착하게 검의 옆면을 따라 한스의 공격을 받아내며 길게 흘렸다. 맞부딪힌 검에서 터져 오르듯 불똥이 솟아난다.

       

       ‘으음.’

       

       쩌릿.

       

       데모닉의 눈썹이 짧게 꿈틀거렸다. 어마어마한 괴력이다.

       

       대부분의 힘을 흘리고 비틀었음에도 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반동이 이 정도라니.

       가히 인간을 벗어난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아직까지는 데모닉의 기술로 흘려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ㅡ

       

       채앵! 카캉! 슈와악!

       

       문제는 한스의 검이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의 그 일격은 전력이 아니었단 말인가?

       

       밑에서 솟구치는 검을 쳐낸다.

       횡으로 베는 검은 튕겨내고, 곧장 들어오는 육탄전은 뒤로 피한다.

       

       한스의 검은 단순하고 투박했다. 검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정직하다.

       

       베고, 찌르고, 휘두른다.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 충실한 공격들. 검술을 배운 적 없는 한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검술.

       

       허나 극에 다다른 한스의 괴력은 이 기본적인 동작들 하나하나를 일격필살에 가까운 기술로 재탄생시켰다. 뛰어난 힘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예나 다름없는 것이다.

       

       ‘기술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그러던가!’

       

       과연 한스와 검을 겨루고 있자면, 그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압도적인 힘은 그 자체로 무기다.

       

       흘리면? 억지로 버텨낸다. 비틀어 내면 다시 돌아오고, 튕겨내면 되레 손목이 저려온다.

       

       카캉! 쿠웅! 챙챙챙!

       

       한스의 검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데모닉을 몰아붙였다. 집요하기가 마치 먹잇감을 쫓는 늑대와도 다를 바 없다.

       

       카가강!

       

       ‘거의 짐승이나 다름없는 수준이군!’

       

       칭찬이자 감탄이면서 동시에 욕이었다.

       들어오는 공격은 기가 막히게 막아낸다. 동시에 자신이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 무서울 정도로 잘 파악하고 있다.

       

       “차앗!”

       

       카가각! 캉, 카캉!

       

       이것이 그저 순수한 본능인지, 아니면 미친 듯한 반사신경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라도 굉장한 일이다.

       

       “후우ㅡ”

       

       동시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데모닉이 그동안 허투루 팔라딘을 맡아 온 것이 아니다.

       

       온갖 괴물과 악마, 끔찍한 것들과 싸우고 동시에 정화하여 살아남은 것이 데모닉이었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녀석들 또한 숱하게 겪어본바.

       

       파훼법을 모를 리가 없다.

       

       카앙ㅡ!

       

       “큿!”

       

       한스의 일격을 막아낸 데모닉의 검이 높게 솟구치며 작은 틈이 생겼다. 

       매우 미세한 빈틈이었지만, 바늘보다 얇은 찰나를 쪼개는 전투에서는 더없이 커다란 빈틈.

       

       ‘빈틈!’

       

       기회를 포착한 한스가 거의 본능적으로 데모닉의 빈틈을 향해 뛰어들었다.

       물론 이것은.

       

       ‘걸렸군.’

       

       데모닉이 의도적으로 빈틈을 노출하며 한스에게 심리전을 유도한 것이었다.

       검술에 무지하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하나같이 심리전에 약한 면모가 있었다.

       

       자신의 감각을 너무 신뢰한 까닭이리라.

       

       ‘이걸로ㅡ!’

       

       촤하악!

       

       한스의 사각에서 솟구치는 데모닉의 한 수.

       허리춤에서 튀어나온 은색의 단검이 곡예에 가까운 경로를 그리며 한스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완벽한 사각이다. 한스에게서 절대 보일 리가 없는 각도였다.

       그런데ㅡ

       

       샤악!

       

       “이런 미친!”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인지, 한스가 고개를 살짝 움직이며 데모닉의 단검을 피했다. 말도 안 되는 기행에 데모닉이 저도 모르게 욕설을 뱉었다.

       

       “후으ㅡ 후우…”

       

       단검이 스쳐 지나간 한스의 목에 가는 선이 생기더니 붉은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아슬아슬한 상처였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치명상을 피하지 못했으리라.

       

       격렬하게 몰아치던 한스의 공격이 우뚝 멈춰 섰다. 쉴 새 없이 피어나던 강철의 울음 소리도, 소리없는 아우성도 멈추고.

       

       고요한 침묵만이 두 남자의 사이에 가득했다.

       

       “하아, 하아… 제가, 이긴 겁니까?”

       “…”

       

       파르르 떨리는 한스의 검 끝이 데모닉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한스가 조금 더 깊이 찔렀다면 그대로 관통했을 수도 있던 상황.

       

       데모닉의 시린 눈빛이 한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인정할 건 인정했다.

       

       인간을 벗어난 괴력과 속도, 날카로운 감각.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투쟁심.

       

       원정대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스는 어느새 손에 꼽히는 강자가 되어 있었다.

       

       “인정… 하겠습니다. 한스 님께서는 굉장히 강해지셨고,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는군요.”

       

       그래도ㅡ

       

       쿡.

       

       “아.”

       “그래도 아직 많이 배우셔야 합니다.”

       

       한스의 배를 쿡 찌르는 날카로운 무언가.

       귀신처럼 은밀하게 다가온 데모닉의 검이 한스의 몸통 바로 앞에 멈춰 있었다.

       

       전투 중에 극한까지 벼려진 한스의 감각을 속이고 코 앞까지 다가온 치명적인 한 수.

       

       “하, 하아… 졌습니다…”

       “비긴 겁니다.”

       “휴우ㅡ 아뇨. 제가 졌습니다. 팔라딘 님의 마지막 공격은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으니까요.”

       

       데모닉은 비겼다고 말했지만, 한스는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했다.

       

       스스로의 단점은 한스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체계적인 검술의 부재.

       이를 극단적인 힘과 속도로 채우려 했고, 실제로 거의 가능했다.

       

       ‘…들어오는 공격은 보고 막는 것에 급급했지만, 거의 비등했어.’

       

       사각에서 튀어나온 단검은 보이지 않았지만, 예지에 가깝게 벼려진 감각으로 피할 수 있었다.

       허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데모닉의 검을 놓쳤고,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했다.

       

       자신의 가장 큰 무기가 힘과 속도였는데, 데모닉의 검을 놓쳤다?

       이 시점에 자신이 진 것이다.

       

       ‘물론 용기의 룬이나, 속도의 룬은 쓰지 않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데모닉도 신성력을 쓰지 않았으니, 피차 비슷한 제약을 안고 대련에 임했다.

       패배의 변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털썩.

       

       “으하, 아이고…”

       

       긴장이 탁 풀린 한스가 그대로 쓰러지듯 뒤로 누웠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 바람이 선선하니 기분 좋게 불어온다.

       

       탓, 타탓!

       

       “한스, 한스 님!!”

       

       한달음에 달려온 데이지가 한스의 곁에 자리 잡더니 목의 상처를 보며 기겁했다.

       

       “꺄아악! 피, 피! 한스 님! 목에서 피, 피가! 누가, 누가 사제님 좀 불러와 주세요!! 여기 목, 목에서 피가!!”

       “잠깐 데이지… 그냥 살짝 스친 거야. 그렇게 안 심하니까, 내가 가서 치료받으면 돼.”

       “아악! 한스 님은 움직이지 마세요! 상처가 벌어지잖아요! 누워! 누워요!”

       

       데이지가 자신의 옷을 과감하게 찢어서 지혈하ㅡ려다가 포기했다.

       그녀의 힘으로 옷을 찢기에는 옷이 너무 튼튼했다.

       

       대신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한스의 상처를 꾹 눌렀다.

       

       “한스 님… 아프진 않으세요? 피, 피가…”

       

       한스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무뚝뚝하고 항상 무표정에 가까운 아이였는데, 이제는 조금 스친 상처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다니.

       

       ‘아, 이거. 아직도 하고 있구나.’

       

       누워서 보고 있자니, 데이지의 팔목에 걸린 꽃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 마르고 비틀어진 꽃팔찌.

       

       꽃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이파리는 떨어졌지만.

       꽃팔찌의 줄기는 아슬아슬하게 남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스는 이것을 기억했다.

       

       “이 팔찌, 내가 만들어 준 거네?”

       “아앗, 이, 이건!”

       

       한스의 상처를 누르고 있던 데이지가 화들짝 놀라 팔목을 가렸다. 그래봤자 그녀의 작은 손으로는 꽃팔찌를 다 가릴 수 없었다.

       

       “아직도 하고 있었구나.”

       “…이니까요.”

       

       귓바퀴가 빨개진 데이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렸다.

       아마 다른 이라면 듣지 못했을 중얼거림. 허나 한스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이것 참…”

       

       그깟 꽃팔찌가 뭐라고 이렇게 애지중지 하는 것인지.

       말만 한다면 몇 개라도 다시 만들어 줄 텐데.

       

       “나중에 같이 소풍이나 가자. 또 꽃팔찌 만들어 줄게.”

       “…으읏. 네에…”

       

       슥슥.

       

       한스가 누운 채로 데이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마음씨가 고운 아이다.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처억.

       

       자리에서 일어나 툭툭 몸을 턴 데모닉이 한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스를 바라보는 데모닉의 눈에는 이전처럼 무조건적인 분노와 혐오가 다소 사그라든 모습이었다. 직접 검을 겨루어 보니 한스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줄어든 걸까.

       

       물끄러미 데모닉의 손을 바라보던 한스가 데모닉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저야말로. 팔라딘과 검을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두 사내의 치열한 대련, 그리고 뜨거운 악수!

       

       이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휘ㅡ익! 휘이익!”

       “멋지다! 뭐가 뭔지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멋졌어!”

       “나중에 형씨한테 내가 한 턱 쏠게! 꼭 같이 한 잔 먹자고! 휘ㅡ익!”

       

       주변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데모닉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피식 웃더니, 한스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제가 당신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

       

       날 이기기 전에는 어림도 없지.

       

       “기생오라비 녀석.”

       “…네?”

       

       대뜸 기생오라비라고 욕을 먹은 한스가 입을 멍청하게 벌렸다. 

       

       데모닉이 유유하게 연병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한스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기생오라비? 내가? 왜…?

       

       옆에서는 어쩐지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아니 내가 왜 여기서도…”

       

       기껏 고향을 떠났는데, 여기서도 기생오라비라고 불리다니…

       

       한스는 억울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끼얏호우, 드디어 금요일이군요! 독자님들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농민에서 시작한 한스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저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끼뇨오옷!!!

    – ‘익명의 독자’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록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지만…!! 저는 느껴집니다! 저를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 독자님의 시선이!! 무언의 응원이!!!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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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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