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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캬!

        – 시원시원하게 패시넼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로 무쌍 찍으시는데?

        – ㅋㅋㅋㅋ

        – 라나님, 사실 초월자들 중에서도 엄청 강하신 것 아닌가요?

        – ㅋㅋㅋㅋㅋ

       

        “내가 강하다고?”

       

        시청자들의 말에 잠시 고민해 보았다.

        내 강함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 진짜임?

        – ㅋㅋㅋㅋㅋ

        – 아닠ㅋㅋ

        – 무슨 예스맨도 아니곸ㅋㅋㅋㅋ

        – 죄다 맞뎈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한다.

        어쩌다 보니 시청자들의 말에 계속 ‘맞다’라는 말만 하게 되었지만, 그게 맞는 것을 어찌하는가?

       

        내가 초월자들 중에서도 강한 편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초월자들 중에서도 정점에 서 있는 존재들 중 하나에게 직접 확인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일이지만, 차원을 건너다니던 중 만난 아주 강한 초월자에게서 들었지.”

       

        내가 가진 ‘멸천’의 힘이라면, 나는 강함으로만 따지자면 초월자들 중 5%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이다.

       

        – 헐

        – ㅎㄷㄷ

        – 대빵 쎄신 분이셨넼ㅋㅋㅋ

        – ㅋㅋㅋㅋㅋ

        – 와.

        – 라나님.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죠?

        – ㅋㅋㅋㅋㅋㅋㅋ

       

        “욘석들.”

       

        딱!

       

        시청자들이 장난을 섞은 진심을 보내오기에, 나는 손뼉을 치며 과장되도록 타일렀다.

        떽!

       

        – 그런데 그 정점이라는 초월자는 누구였나요?

        – 궁금궁금.

        – ㄹㅇㅋㅋ

       

        “나보다 강한 이였지. 아마 모든 차원의 초월자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열 명의 안에 들어갈 거란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훤하다.

        멸천의 힘을 깨우친 나조차도 감히 덤벼들 생각을 못 하도록, 힘을 봉인하고 있음에도, 나의 용금에 비견되는 봉인을 7개나 두르고 있음에도.

        그런데도 불구하고 감히 고개를 숙이게 되는 강자.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때보다 좀 더 강해진 지금의 나로서도, 그때의 그를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가 자비로운 존재였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뿐.

       

        – 와.

        – 그 정도라고요?

        – 누군데요?

       

        “그는 이곳과는 다른 차원의 신이었단다.”

       

        재해와 전쟁의 신격을 가진 신.

        하지만 전쟁을 싫어했던 신.

       

        “재해와 전쟁의 신, 자크라는 존재였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뭐,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지.”

       

        – 도대체 이 분의 썰은 얼마나 될까?

        – 내가 늙어 죽기 전까지 다 들을 수 있을까?

        – ㄹㅇㅋㅋ

        – 진짜 한 3세기 동안 썰 푸셔도 남아돌듯ㅋㅋㅋㅋ

        – 라나님 썰 다 적어서 후세에 물려 줘야겠다.

        – ㅋㅋㅋㅋㅋㅋㅋ

        – 아! 집안의 가보라곸ㅋㅋㅋ

       

        그런 걸 가보로 삼아도 되는 것이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물’이라는 것은 개체마다 다른 법이니까.

       

        “어쨌든 나는 그 차원의 지구를 점령한 범죄자들을 하나씩 물리쳤단다.”

       

        아무리 나보다 격이 높아도, 특이한 초월을 이루었어도,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누구도 나의 ‘멸천’의 초월을 어찌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단다.”

       

        내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내가 거기서 더 힘을 썼다간, 지구가 더욱 망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지.”

       

        – 엌ㅋㅋㅋㅋ

        – 그렇넼ㅋㅋㅋㅋ

        – 지구 지키려고 힘 쓰셨는데, 정작 지구 지켜야 해서 힘 더 못 쓰시는 라나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주객전도는 안 되죠. ㅋㅋㅋ

        – ㅋㅋㅋ

       

        “그렇지.”

       

        그렇기에, 그 순간부터 나의 이야기는 조금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            *            *

       

       

        콰직!

       

        문어를 닮은 촉수가 인상적이었던 거대한 범죄자의 시체를 물어뜯었다.

        그의 고기를 씹으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저것들은 어찌한다…….’

       

        겉으로 드러난 범죄자들은 전부 처리했다.

        하지만 그늘 속으로 숨어든 놈들은 어찌할 수 없었다.

       

        비록 내 ‘멸천’의 힘이 상대의 격을 무시한들, 어쨌든 남은 이들은 전부 나보다 격이 높은 이들이다.

        힘도, 경험도 나보다 더 많다는 소리다.

        그런 이들이 작정하고 숨어든 이상, 그들을 찾기 위해서는 나 역시 초월을 더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 지구는 끝장이다.’

       

        내가 가진 ‘멸천의 독’은 전염성과 오염성이 상당히 강하다.

        내 몸에 둘러진 남편의 황금마저도 ‘용금’이라는 특이한 금속으로 변질시켰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한 방울의 독이라도 지구에 흘러간 순간, 멸천의 독은 순식간에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며 모든 것들을 불태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빈대 잡자고 초가를 다 태우는 격’이라고 해야 할까?

       

        = 어렵군.

       

        = 키에에엑!

       

        콰드득!

       

        도망치려던 범죄자의 영혼을 붙잡는다.

        내 손에서 피어오른 멸천의 독이 놈의 영혼마저 불태우며 변질시킨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모든 범죄자들을 소탕한 이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숨어든 놈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연 그것을 우선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는 그것이 맞겠으나…….’

       

        내 천룡안이 지구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수많은 범죄자들의 초월에 의해 변질하고 망가져 버린 중간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처참한 몰골도.

       

        이제 내가 있는 이상 저들이 다시 범죄자들에 의해 직접 고통 받을 일은 없을 테지만, 저들은 이미 자생할 능력을 잃은 상태다.

        너무나 오랫동안 범죄자들에 의해 망가진 탓이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이 지구의 생명체는 절멸하고 말 것이다.

       

        = ……어쩔 수 없지.

       

        거기서 나는 범죄자들의 추적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멸천의 힘을 용금에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꿀렁꿀렁!

       

        나의 힘을 받아먹은 용금이 끝없이 늘어나며, 범죄자들의 힘으로 망가진 중간계를 뒤덮기 시작한다.

        용금은 중간계에 스며든 범죄자들의 초월을 씻어냈고, 갈라진 균열에 스며들어가 틈을 메꾸었다.

        광기가 스며든 생명체에게는 평온한 잠을, 지친 이들에겐 휴식을 내린다.

       

        = 내 영향이 없지는 않겠으나…… 이 정도는 어쩔 수 없겠지.

       

        나의 용금이 흘러내리는 지점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전 지구가 황금으로 뒤덮이고, 본래의 푸른색을 되찾는다.

        그리고 100년이 흘렀다.

       

       

        *            *            *

       

       

        – 갑자기 100년이요?

        – 와씨.

        – 시간 감각이 진짜 장난 없네.

        – ㅋㅋㅋㅋㅋ

        – 무쌍물에서 갑자기 천지창조인가요?

        – 이거 딱 그거 아님? 신화의 한 장면.

        – 신께서 내려오셨다!

        – 구원이다!!

       

        “쿡쿡쿡…….”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상상력이 참 풍부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때때로 그런 상상력은, 탁월한 추리가 되기도 한다.

       

        “잘 아는구나.”

       

        – ……이것도 진짜라고?

        – 아닠ㅋㅋㅋ

        – 이쯤 되면 아이단중에 예언 능력자 있는 것 아님?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제2의 러브 크래프트가 있다곸ㅋㅋㅋㅋ

       

        “아이단?”

       

        그게 무엇이냐?

        그런 나의 의문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라나님이 맨날 우리 ‘아이들아’라고 부르잖아요!

        – 그러니까 우리는 아이들!

        – 우리는 아이단입니다!

        – 우리는 아이다!

        – 응애!

        – 응애응애!

        – 응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아하. 그 이야기였구나.”

       

        딱히 의식한 적은 없었는데, 내가 생각보다 많이 시청자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른 모양이다. 이들이 자신을 ‘아이단’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아하니까 말이다.

        물론 장난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칭호였다.

        인터넷 방송 문화에서는, 각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각각 독특한 칭호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다만 나는 별생각이 없어서 굳이 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번에 시청자들이 그 이야기를 언급했을 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도 같은 의미였다.

        내가 별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나 몰래 시청자들이 자율적으로 한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물론 시청자들 중 ‘아이단’이라는 이름으로 사고를 친다면 문제가 되겠으나…….

       

        ‘그건 그때 해결해도 되겠지.’

       

        물론 그때는 내 방식대로 해결할지, 인간들의 법대로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들겠지만 말이다.

        그때는 그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잡설이 길었구나.”

       

        나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            *            *

       

       

        푸르른 빛을 되찾은 지구.

        자연은 본래의 먹이사슬을 회복했고, 생명체들은 본연의 모습으로 자연을 뛰어다닌다.

        그리고 그 자연의 한가운데에서,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낸 인간들.

       

        내연기관을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킨 인간들의 과학 기술과, 그들의 문화가 새롭게 꽃피운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인간의 지성과 문화.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만들어 낸 ‘황금수(晃金樹)’를 둘러싼 채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그 황금의 나무 아래에 누워 있는 나.

        그런 내 앞에서, 수많은 인간들이 예를 표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 …….

       

        저런 것 좀 하지 말라고 했건만.

        매번 빠지지 않는 인간들의 ‘상습 숭배’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 아닠ㅋㅋㅋ

        – 여기서 상습 숭배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저 숭배!

        – 그저 goat!

        – 앜ㅋㅋ ㄹㅇㅋㅋ만 치라곸ㅋㅋㅋ

        – ㄹㅇ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숨에 ‘ㅋㅋㅋ’로 채워지는 채팅창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반에 언급되었던 ‘재해와 전쟁의 신, 자크’는 제가 구상했던 소설 설정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나중에 소설 완결내고, 후속작으로 나올 수도 있겠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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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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