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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무언가 난관을 마주했을 때, 조급하게 달려들고 보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매사를 회피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정말로.

        

       세상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도 제법 있는 법이더라. 농사나 낚시처럼, 아무리 의욕과 능력이 있어도 결과를 얻으려면 결국 기다려야만 하는…….

        

       내 경험상으로는, 특히 낚시가 그러했다.

        

       미끼를 달아서 낚싯대를 드리워 놓았으면, 그때부터는 조급함과의 싸움이다. 자연스레 떡밥이 풀리고, 혼란에 빠진 물고기들이 바늘을 물 시간이 필요하니.

        

       결과를 닦달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해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빨리 물어달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봐야, 물고기가 다 도망갈 뿐인 고로.

        

       개인적인 취향은 배터리 들고 와서 다 지져버리는 쪽에 가깝……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으니까.

        

       아무튼.

        

       낚싯대 설치는 완료된 상태다. 과분한 프로페셔널이 2명이나 붙었고. 너무 과분해서 부담스러울 지경이야.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아직도 머릿속에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맴돌고 있는 탓에, 무엇 하나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은 기다릴 시간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다만, 마냥 손 놓고 기다릴 건 아닌 것이.

        

       “자. 그러면, 예고했듯이……타이머가 끝났으니까. 이제 시즌2를 위해, 방송 규칙 정하기로 넘어가볼까요.”

        

       미래에라도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테두리는 쳐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 전까지 남들이 고소당한다는 소식에 축제를 벌이던 채팅창은, 삽시간에 규칙에 관한 온갖 아이디어로 넘쳐나고 있었다. 타스 언급 밴처럼 흔한 요구부터, 비하 발언 밴이나, 욕설에 대한 제한 요구, 특정 이모티콘 금지까지…….

        

       이거, 시청자 의견으로 정할 일은 아니겠는데.

        

       저걸 다 수용했다간, 채팅을 칠 수 있는 사람이 누구 하나 남아나지 않는 광경이 눈 앞에 선했다. 당장 나부터 밴 당하게 생긴 규칙들이야.

        

       결국 이런 영역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겠지.

        

       방송 규칙…….

        

       물어볼 만한 사람이…….

        

       아.

        

       마침 잘 됐네.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무꾼님]

        

       발신자를 확인할 필요도 없는 메시지였다.

        

       레반, 시훈은 마침 방송 준비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참이었다. 얼마 전이었다면 저 알림을 보자마자 발끈해서 바로 답장했으리라.

        

       하지만, 자연재해에도 적응하는 게 인간 아닌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322님]

        

       차분하게, 지금 방송 중인지부터 체크하고- 오프라인, 확인.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카나리아님]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하여 다변화되고 있는 호칭은……아직, 미약하게나마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래도, 이젠 저것도 익숙-’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 🪓, 🪓?]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오셨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통역기 성능이 괜찮은가봐요]

        

       [레반: 댁이랑 대화 가능한 통역기면 제발 공유나 좀 해줘요]

       [레반: 그리고 사람을 이름으로 좀 불러]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도 저 이름으로 안 부르시잖아요]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레반: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고]

       [레반: 아이디로라도 부를 수 있잖아요]

       [레반: 설명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잖아]

       [레반: 본인이 생각해도 그럴 것 같은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저놈의 이모지는 대체 어디에서 공수해오는 건지. 시훈은 애써 찾았던 평정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흔들린데 이어, 다시 반대쪽으로 휘둘리는 감각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럴 땐, 차라리 빠른 포기 및 수긍이 답이었더랬다.

        

       [레반: 그래서]

       [레반: 암튼 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 궁금한게 있어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바쁘신가요]

        

       [레반: 이제 바빠질 예정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알았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번에 시위도 도와주셨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시간 내주시면 특별히 호칭 정하게 해드릴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뭔 이걸 이렇게 특별히 하사한다는 듯이…….’

        

       시훈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오나보다도 헛소리에 재능이 있는 것 아닐까. 최선을 다하여 진지하게 대응하려던 사람마저 말려들게 만들 정도니.

        

       시훈의 입술이 자괴감으로 살짝 비틀렸다. 저걸 혹시 무슨 일 있는 걸까 걱정한 내가 바보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그의 가슴 속에서 옅은 자괴감이 차오르는 진정한 이유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떠오른 여러 상상 때문이었으리라.

        

       저 이예나가 자신을 이런 호칭으로 부르거나, 혹은 저런 호칭을 속삭이는-

        

       그리 떠오른 호칭을, 농담으로라도 던지면 대체 뭐라고 반응할까. 단언컨대 정말로 무언가 특별한 방식으로 불릴 기대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이예나의 반응만큼은 궁금했더랬다.

        

       아무렴, 도검불침이라도 달성한 양 저리 방자하게 굴다가도 막상 쿡 찌르면……저 혼자 당황해서 한참 멀리 도망가고도 몇 걸음 더 달아나서는, 한동안 눈치를 살피는 사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선, 한번 찔러볼 가치가 있을 지도 모른다. 너무 심하게 찌르면 안 되겠지만. 조금, 조금 놀리는 정도는……그 정도는,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레반: 뭘 선심쓰듯이 말하고 있어]

       [레반: 남의 이름 가지고]

        

       머리가 온통 그러한 생각에 쏠린 와중에, 시훈의 손은 자동으로 움직이다시피 하고 있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정말 밑지는 장사예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골라보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개인적으로는 322가 상징성 있고 좋다는 의견이에요]

        

       [레반: 진짜 험한 말 나올 거 같네]

        

       무슨 호칭을 요구해야 가장 당황할지.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이런 저런 호칭들을 적었다가, 너무 과한가 싶어 지우고, 재미가 없나 싶어서 지우다가, 너무 선을 긋나 싶어서 지우는 시간.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자괴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작은 미소를 띄운 채, 고민하는 사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사실 억울하면 322등을 안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채팅이]

        

       등줄기에 소름이 올라오는 메시지가 화면에 떠올랐다.

        

       “이런, 미친…….”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새어 나온 건, 비단 개인방송을 하며 생긴 습관 때문 만은 아니었으리라.

        

       ‘방송? 방송 중이라고?’

        

       분명 메시지가 오자마자 방송 상태부터 확인했고……오프라인이었는데.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또 무슨 장난질을 쳤을지 모르니. 갑자기 부계정으로 방송을 시작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 아닌가.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라도 지금 방송 중인데, 저 인간 놀라는 반응가지고 조금 놀려 먹겠답시고 약간이라도 애정 표현스러운 호칭을 요구했더라면…….

        

       끔찍한 상상을 애써 떨쳐내며, 시훈은 키보드를 다급하게 두들겼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올라올 것 같아요]

       [레반: ???? 방송 중이었어요?]

        

       그와 동시에 한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트위트에 접속하여 ‘따뜻한’을 검색하는 순간. 이예나의 후속 메시지와 시훈의 당혹감 서린 질문이 순차적으로 화면에 떠올랐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니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하지만 제 감으로…… 만약 방송이 켜져있었다면, 그런 채팅이 올라왔을 거예요. 분명.]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채팅창을 축소해놓고 방송을 하다 보니 생긴 감인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자께서는 느껴본 적 없으신가 봐요]

        

       [레반: 너 진짜 일부러 이러지]

        

       의성어 하나 없이 웃음소리가 들리게 만들 수 있구나.

        

       시훈은 어쩐지, 무감각하게 늘어진 눈으로 입매만 움찔거리는 예나의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억울하네요]

        

       그런 와중에도, 아슬아슬하게 지킬 수 있는 선을 일부러 밟아대며 추가타를 넣어대는 꼴이…….

        

       여태까지는 몰라도, 이건 고의였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인간상성이라고 하던가.

        

       처음, 만나자마자 결투부터 했던 시절에 이미 느껴졌던- 상대하고 있자면 묘하게 페이스가 말리게 되는 상성 관계는, 나오나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아.

        

       시훈은 옅은 한숨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밖으로 흘려 보냈다. 놀리고……반응을 볼 기회는, 다시 있겠지.

        

       [레반: 그냥 이름부르거나 레반이라고 해요 제발]

       [레반: 이상한 별명 붙이니까 우결충들이 애칭이라고 억떡 굴리잖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게 진작에 우리 지니씨랑 우결 했으면 문제없었잖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무꾼 주제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1번도 제대로 안 찍고 포기하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무꾼 협회에서도 제명당했을 거라니까요]

        

       [레반: 이거 그대로 복붙해서 아크한테 보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뭐, 조금 당하면 어떤가.

        

       세상에 이런 사람도 한 명 정도 있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시훈은, 작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두 명은 절대 안 되겠지만.

        

       * * * *

        

       임시로 대여한 공유 오피스.

        

       2명의 변호사가 본래 근무하던,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사무실에 비하면 한참 허름한 공간이었으나- 노트북을 두들기는 이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평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진짜 괜찮겠어요? 1년에 휴가 며칠이나 쓸 수 있다고 이번에 이렇게까지……가뜩이나 최변호사님 얼굴이 썩었던데.”

        

       그러니 이예리가 던진 말은 진심 어린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상대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 건넨 형식적인 말이기도 했다.

        

       “네! 당연하죠! 진짜 벼르고 벼르던 일이에요! 거기에 1등상 상품도 너무 푸짐해서……아무튼, 진짜 저 쫓아내지 마세요. 일단 제가 모아둔 자료부터 싹 매크로 돌릴 거예요.”

        

       두 눈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후배가 이 일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기에.

        

       “아! 그리고, 제가 어제 밤에 더 생각해봤는데요. 랭킹 현황판 있으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한……50등까지. 하루에 3번 정도만 업데이트 되도록 해서, 오르락 내리락……지금 안전한지, 아닌지 애매하게 알 수 있게요. 어떤가요?”

        

       “……예나가 방송에서 얘기했나요?”

        

       “네? 아니요? 어, 생방 조금 놓치긴 했는데……아닐 걸요?”

        

       “……네. 아무튼, 구현 가능하면 좋습니다.”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님, 4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201화부터 206화까지의 표현 중 일부가 수정되었습니다. 최근 휴재와 연재 지연이 많아진 것에서 느껴지셨겠지만, 지난 열흘 간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시간에 정말 많이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면 결국은 퇴고 시간부터 깎여나가기 십상이기에…다시 읽어보면,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이나 표현이 툭툭 튀어나오곤 합니다.

    그나마 오늘 다행히 조금 시간이 난 덕에, 전체적으로 사포질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어요.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인 자기만족일 뿐 내용상 변경은 극히 미미하니 다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뭐가 바뀐 건지 모르실 가능성도 높습니다😅

    여담으로,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가 오늘 500만 조회수와 더불어, 잠시지만 실시간 랭킹 1등을 달성했습니다. 이 소설에 다시 없을 장면일 가능성이 높기에, 몰래 찍은 기념사진 한장을 소장해두었습니다. 기쁘네요.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찾아와주시고 즐겨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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