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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싫지 않았어.”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싫지 않았다. 만약 싫다 좋다의 이지선다로 말하자면, 좋았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수아 같은 미소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데 내가 싫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정서적으로도 무척 가까운 친구 사이였으니까.

        

       같은 이유로, 하늘이나 소희의 키스도 좋았다. 기뻤다.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나는?

        

       너도 마찬가지지. 당연한 거 아냐?

        

       헤헤…….

        

       …….

        

       아무튼,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나는, 나는?”

        

       내 대답을 들은 소희가 얼른 물었다.

        

       “어?”

        

       “나랑 키스했을 때는 어땠어?”

        

       “…….”

        

       음, 영화나 이런저런 매체에서 보던 그런 것과는 다르긴 해도, 셋 중에서는 가장 진한 키스이기는 했다.

        

       ……역시, 좋냐 싫냐 단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좋다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차마 대답으로 하기는 뭣해서 고개를 끄덕이자, 소희가 얼굴에 더더욱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참, 지금 웃고 있는 이유만 아니었어도 소희에게 잘 어울리는 멋진 미소일 텐데.

        

       “나, 나는……?”

        

       그리고 들려온 세 번째 질문에, 나는 결국 이마에 손을 얹고 말았다.

        

       하늘아, 너마저.

        

       아니,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을 제일 처음 시작한 게 하늘이기는 했다. 제일 먼저 쉬고 있는 나를 찾아와서,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벽에 밀어놓고 입맞춤을 나눴으니까.

        

       “……싫지 않았어.”

        

       결국, 나는 반짝이는 하늘이의 시선에 져서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좋아하는 하늘이를 보고, 결국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얘네들, 지금 말이 통하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 대화 내용은 ‘어떻게 해야 공평한 키스를 하는가’였다.

        

       “그래, 그러니까 일단 소희는 한 번밖에 못 했다는 거네.”

        

       하늘이가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진지하게 나눌 이야기인가……?

        

       “그리고 내가 두 번 했고, 소희가 방금 것까지 총 두 번 했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수아가 한 번만 더 하면 그걸로 공평한 거지?”

        

       하늘이의 말에 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소희가 손을 척 들었다.

        

       “이의 있음.”

        

       “……어떤 이의?”

        

       하늘이의 질문에, 소희가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여기 이 세 명 중에서 제일 먼저 키스를 한 건 하늘이잖아.”

        

       “그렇……지?”

        

       소희의 말에 하늘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는 건 첫 키스를 하늘이가 가져갔다는 거잖아.”

        

       “…….”

        

       실로 적나라한 대화에, 나는 결국 얼굴에 손을 묻었다.

        

       도망갈까? 도망가도 되나? 왠지 가려고 해도 잡힐 것 같기는 하지만.

        

       “원래 첫 키스의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따질 수 없는 거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건 그냥 두 번으로 쳐 줄게.”

        

       “뭐?”

        

       “……그러네.”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낸 수아가, 소희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첫 키스를 그냥 키스로 치는 건 좀…….”

        

       “……저기, 얘들아.”

        

       결국 참다못한 내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거,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나눌 이야기야?”

        

       아니, 물론, 그래. 진지하다면 진지한 소재이기는 하다.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감정은 그렇게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키스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회의하듯 나눌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우리는 너를 보호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라고.”

        

       “……보호?”

        

       진지한 표정으로 나한테 별로 진지하게 들리지는 않는 소리를 하는 소희에게 그렇게 되물었더니,

        

       “너, 우리가 공평하게 선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봤어?”

        

       제일 선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소희가 그런 질문을 들려주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분명히 시간 날 때마다 멋대로 키스를 하려고 들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 이상은 너의 동의가 없으면 하지 않겠지만.”

        

       “…….”

        

       “그리고 다른 애들은 거기에 자극받아서, 어떻게든 너를 독차지해보려고 다시 덮치고, 그럼 다른 애는 또 거기에 자극받아서…… 이게 계속 반복될 테니까, 이렇게 선을 정해두는 거 아니야. 반드시 서로 똑같은 수의 키스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으면 적어도 함부로 하지는 못하겠지. 내가 키스하면 다른 애가 키스하는 것도 봐야 한다는 소리니까.”

        

       뭔가 대단히 정치적이고 똑똑한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그냥 핵전쟁 상호확증파괴에다가 키스를 덮어씌웠을 뿐인 헛소리였다.

        

       물론 그 헛소리를 진지한 표정으로 나누고 있는 것은 소희 한 명뿐만은 아니었다.

        

       “…….”

        

       내가 할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있으니, 소희가 이제야 알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그 의미 없는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쟤 뭐라는 거니?”

        

       “그러게.”

        

       *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건 사라에게 있어선 첫 키스가 아니었다니까?”

        

       “정신 속에서 자기 자신과 나눈 키스를 키스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바보 아냐? 그랬으면 세상에 처녀 총각이 어디 있어?”

        

       “사라는 특수하잖아. 제대로 인격이 둘로 나뉘어 있다고.”

        

       정신분석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개소리입니다.

        

       논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논쟁 중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의미 없는 논쟁이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안고 앉아서 멍하니 그 소모적인 논쟁을 바라보았다.

        

       “아니지, 잠깐만.”

        

       소희는 손을 들어서 잠깐 하늘이의 말을 멈췄다.

        

       “그러니까, 그래, ‘사라’와 사라가 다른 인물이라고 치고, 너가 한 키스는 사라의 첫 키스가 아니었다고 쳐 보자.”

        

       “그래.”

        

       소희의 말에 하늘이가 쓸데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는 ‘사라’랑도 키스한 거네?”

        

       “…….”

        

       하늘이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런 표현은 대화를 하다가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었을 때 쓰는 표현이고, 지금 하늘이가 지은 진지한 표정을 봤을 때, 이건 ‘의표를 찔렸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수아는 두 사람이 결론을 내리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나와 키스를 한 번밖에 나누지 않았던지라, 누가 이기건 반드시 한 번의 키스를 받아 갈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

        

       아까부터 은근슬쩍 소희 편을 드는 것을 보면 그 키스를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리고 싶은 모양이긴 하지만.

        

       “……팝콘이라도 줄까?”

        

       그리고 그 상황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보고 있는 손아름에게 그렇게 물었더니, 그녀는 얼른 고개를 젓고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아, 아냐, 괜찮아, 응.”

        

       분명히 처음에 소희가 나한테 키스하는 것을 봤을 때는 기겁을 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뭐, 인제 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만약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는 ‘사라’한테도 키스할 권리가 생기는 거야. 그렇지 않아?”

        

       “하, 하지만, 그래도 행위 자체는 한 번이었는데…….”

        

       오, 하늘이가 수세에 몰렸다.

        

       “조금 전에 말했잖아. 정신 안에서 다른 인격이랑 한 키스도 키스라고. 그렇다면 키스 도중에 인격이 바뀌면 그것도 두 번짜리 키스잖아. 그리고 너가 좋아하는 건 ‘사라’가 아니라 사라고. 내가 ‘사라’한테 키스할 권리가 생긴다고 해도 너는 손해 보는 게 아니잖아.”

        

       “…….”

        

       참고로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사라’와 사라의 단어 사이에는 발음이나 강세에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진지하게 다른 단어인 것처럼 혼용하는 것이 참 대단하다. 세 사람 모두 차이를 알아듣는 것 같고.

        

       아니 그보다, 소희가 이상하게 평소보다 똑똑해 보인다. 아니, 평소에 멍청했다는 소리는 아닌데……. 뭐랄까, 엄청 복잡한 소리를 진지하게 하고 있어서 그런가.

        

       쟤 뭐라니.

        

       어쩌다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키스하게 될 위기에 처한 사라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사라’가 ‘쟤 뭐라니’라는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가 사라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 소희의 고개가 내 쪽으로 휙 돌았다.

        

       “혹시, ‘사라’한테 내가 싫으냐고 물어봐 줄 수 있어?”

        

       싫어?

        

       당연히, 싫은 건 아니지. 친ㄱ—

        

       “싫지 않다네.”

        

       이미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나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그냥 그렇게 전해주었다.

        

       “그럼 됐네.”

        

       소희는 쿨하게 대답했다.

        

       야!

        

       사라가 성을 냈지만,

        

       왜, 뭐, 왜. 너도 시도 때도 없이 덮치는 건 마찬가지잖아. 나중에 한 번 당해 봐. 역지사지를 느껴보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

        

       하늘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사라’는 키스하면 기절하거든. 분명히 키스 와중에 사라의 인격으로 바뀔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랑 똑같이 두 번 한 셈이 되잖아.”

        

       “그렇게 되면 너희 둘한테도 공평하게 기회를 돌려줄게.”

        

       한 번이라도 키스를 더 하고 싶었는지, 소희는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다.

        

       으으…….

        

       본의 아니게 자신이 허접이라는 것을 들켜버린 사라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냈다.

        

       허접 아니야!

        

       그러십니까.

        

       이것 참,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니까 팝콘각이 따로 없네. 지금 손아름의 심정을 알겠다.

        

       그런데 이거 내 이야기잖아.

        

       “……하아.”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위지님, 후원 감사합니다!

    제가 쓴 소설에 영향을 받은 분이 계시다니 정말 놀랍네요! 저도 제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나 기쁩니다. 작가님 작품은 저도 선작해놨습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무언가 읽다가 쓰고 싶어져서 글을 쓰게 되는 법이죠. 저의 소설이 다른 작가분께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글 쓰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람찬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독자 여러분께서 기다려주시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저는 오늘도 힘이 납니다. 게다가, 그… 금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실례가 될지 모르겠는데, 요즘 정산금 2배 이벤트가 정말 엄청나게 크게 느껴집니다. 만약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아니었다면 저의 경제사정이 이렇게 나아질 수 없었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은 저의 은인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즐겁게 읽어주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헤엄치는새님, 후원 감사합니다!

    200화 후원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쓰다보니 벌써 이만큼을 쓰게 되었네요. 요즘에는 하루에 글 쓰는 양이 늘었는데도 이전에 글 쓰던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글은 쓰면 쓸수록 쓰는 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저의 글을 이렇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백 명 언저리만 읽어주셔도 감동할 거라고 생각하고 올린 글이, 이제는 몇 천분께서 읽어주시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저의 글을 선작해주신 한 분 한 분이,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추천을 눌러주시는 모든 분들이, 그리고 제 글에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저의 꿈을 이루어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런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 글을 끝까지 써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작가이지만,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서 제게 투자해주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가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 께서도 잠시나마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에리흐님, 후원 감사합니다!

    200화 축화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글을 얼마나 썼는지 기억해주시고, 제가 쓴 글의 내용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너무 기쁩니다. 작가는 언제나 자기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죠. 저도 오래 전부터 많은 분들께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글을 읽어주시고, 추천을 눌러주시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계시다는 것이, 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아직도 너무나 설렙니다.

    그리고 이건 모두 저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 덕분이겠죠. 저의 꿈을 이루어주신 것은 저의 글을 매일 읽어주시는 분들입니다. 언제나 그 사실을 잊지 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아무리 제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더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는 소설을 계속 붙잡고 쓰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제게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생각을 가지고,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 것은 반드시 지키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과 축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 여러분이 기다리지 않도록 꾸준히 같은 시간에 글을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읽으시면서 즐거움을 느껴주신다면 이 글을 쓰는 작가로서 더할나위 없는 보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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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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