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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207 – 그녀가 잠든 사이>

     

    사다코 교수님의 중간고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공포의 집>이다.

     

    ━━━

    신입 메이드의 일지 1페이지

     

    오늘은 사다코하우스에서 근무하는 첫 번째 날이다.

    고용주는 메이드장 바실리테 님으로, 안경을 쓴 굉장히 깐깐하고 무섭게 보이는 분이시다.

    이번 달만 신입을 다섯 번째 고용한다는데 혼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저택의 <근무용 열쇠>를 1층 입구 왼쪽 첫 번째 방인 <수위실>에서 챙기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

     

    흐릿한 달빛에 비치는 수위실 방문패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사람이 없는 복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즈앙이 말했다.

     

    “가위바위보하자.”

    “그냥 내가 들어갈게! 다음엔 즈앙이 들어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뒤에서 “크읏, 이런 귀축같은…”이라는 푸념이 들린다.

    열쇠를 줍고 열리는 방을 하나씩 따보면 먼지로 뒤덮인 식당이나 빈 객실, 욕실에 숨은 좀비나 침대 맡에서 달그락달그락거리는 스켈레톤이 나왔다.

    솔직히 좀 재밌는데?

     

    “죄송해요죄송해요고급주택에서살고싶다고해서죄송해요파파좁은집에서도불평안하고착하게살게요…”

    “오크노디… 제발 티토소가 입 좀 다물게 해줘. 얘 때문에 더 무서워.”

    “음~ 마음이 진정 안 돼서 그런가보다! 사탕 먹을래?”

     

    티토소가의 중얼거림이 뚝 끊겼다.

     

    “아니, 그건 괜찮아.”

    “그래? 아쉽네…”

    “뭐, 뭐가 아쉬운데?”

    “티토소가는 어떤 사탕을 좋아하는지 궁금했거든!”

    “평범한 사탕이 좋아…”

     

    아항.

    리프가 ‘아가씨’ 대우를 하느라 너무 고급사탕으로 사놔서 부담되나보다.

    이번에 면회 오면 평범한 사탕으로 달라고 해야겠다.

     

    ━━━

    신입 메이드의 일지 7페이지

     

    사라진 신입메이드들의 피 묻은 옷이 벽난로에서 발견됐다.

    역시 그날 본 사다코 아가씨의 모습은 착각이나 환각 따위가 아니었어.

    아가씨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다!

    빨리 숨어야해.

    굴뚝 안.

    3층 다락방.

    지하실의 저장고.

    어디로든 서두르지 않으면 들키고 말 거야!

    ━━━

     

    교수님의 퀘스트라인을 따라 미로저택을 뺑뺑이 치고 있으려니 어느덧 일지도 막바지에 달했다.

    덜컹.

    멀리서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잔뜩 들린다.

     

    “셋이 하나씩 나눠서 숨어있을까?”

    “제발 같이 좀 있자…”

    “핑크색, 내가 제일 아끼는 핑크색 조명 쏴줄 테니까 버리고 가지 마아아! 힝잉잉!”

     

    하도 애걸복걸하며 매달리는 통에 누가 더 오래 살아남나 대결은 못하게 됐다.

    지하저장고 밑에 셋이 나란히 들어가서 숨죽이고 있으니 괴물들이 찰팍찰팍 땅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고 흘끗흘끗 발도 보이고 아주 스릴 넘친다.

    진짜로 출제범위 안에서 내긴 했네.

    근데 음에너지에 찌든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강의시간에는 본 적 없던 유령들이 음산한 기운을 쫓아 저택에 꼬였나보다.

    둥둥 허공을 떠다니는 유령들이 벽과 천장을 지들 맘대로 뚫고 다닌다.

     

    ‘즈앙이랑 린이 보면 까무러치겠네.’

     

    유령들 사이로 아카데미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구천을 떠도는 학생유령도 보인다.

    교복을 보아하니 1학년은 아닌 걸 봐서 자연사로 쳐도 되겠지만 1학년들 눈에는 몇 학년이 죽었든 전부 그게 그거다.

    이런 비좁은 곳에서 티토소가의 고해성사를 듣거나 즈앙이 찰싹 달라붙어서 어떻게 좀 해달라고 손으로 허리를 콕콕 찌르는 건 괴롭단 말이지.

    마법으로 쫓아낼까?

    그러다가 암흑마나의 기운을 감지하고 저택 안 괴물들이 모조리 몰려오면 어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름이 깊어지던 도중이었다.

     

    느릿…

     

    시야 한 구석.

    와인저장고 꼭대기에서 익숙한 유령이 보였다.

     

    ‘가짜 린?’

     

    천장에서 머리만 내밀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벽을 쳐다보는 유령을 향해 아주 천천히, 시야의 사각에서부터 접근한다.

    그 자세가 마치 담벼락 위에서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 거리는 참새를 노리는 고양이를 닮았다.

     

    ‘엑. 설마?’

     

    불길한 예감은 이럴 때마다 꼭 들어맞더라니.

    단숨에 달려든 가짜 린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유령의 머리를 손으로 덥썩 붙잡아 땅바닥으로 끌고 내려왔다.

     

     

    물리력은 없지만 바닥에 끌어내려진 유령이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하듯이 가짜 린을 돌아보았다.

    물론 버릇 나쁜 린은 머쓱해하며 시선을 피하거나 미안해하며 사과하지 않았다.

     

    아아앙

     

    크게 벌린 입으로 덥썩 삼켜버릴 뿐.

     

    “그런 거 먹으면 안 돼! 지지야 지지!”

    “으아앗!? 뭔데, 뭔데, 뭔데!”

    “티토소가. 사탕 먹었어?”

    “안 먹었어!”

    “그럼 사탕인줄 알고 돌 먹었구나?”

    “아무것도 안 먹었다니깐!”

     

    자기들 애긴줄 알고 화들짝 놀랐던 즈앙과 티토소가가 유령 한 마리를 포식하고 기운이 샘솟은 가짜 린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신입메이드의 유령?”

    “앗, 저거… 오크노디의 유령친구야!”

     

    아 맞다. 티토소가는 전에 헤스티아랑 같이 가짜 린을 본 적이 있었지?

     

    “아하. 저게 그 말로만 듣던?”

    “응. 오크노디의 방에 있는 그 식물이 된 아이의 영혼일 거야.”

    “이렇게 보니 유령도 별로 안 무섭네. 조금 귀엽기도 하고.”

     

    해칠 수 없는 존재는 무섭다는 지론에 따라 언데드&유령공포증을 앓던 즈앙.

    그녀의 공포증이 오늘 한 가지 줄어드는 걸까.

    즈앙이 조심조심 가짜 린에게 다가갔다.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가짜 린의 뺨에 손을 대본다.

    공포증이 치료되는 역사적인 순간.

     

    “?”

     

    뺨에 닿은 손에 고개를 갸웃하던 가짜 린이 입을 벌렸다.

    작게 벌어진 입 사이로 아직 영적소화가 끝나지 않은 손가락 하나가 아우성을 치다가 도로 입 속으로 쏙 들어갔다.

     

    “우와. 점핑거미인줄 알았어!”

    “오크노디. 나 방금 생각했어. 세상에 착한 유령은 없다고.”

     

    순식간에 5m 위의 와인저장고 꼭대기까지 점프해서 매달린 즈앙. 무서운 고양이를 피해 전력으로 도망치는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다.

    즈앙의 유령공포증 치료는 아쉽게도 대실패로 끝났다고 봐야겠지?

     

    “지지라니깐. 아무 잡령이나 주워 먹고 다니니깐 즈앙이 저렇게 놀라잖아!”

     

    꾸중해도 들은 척도 안하는 가짜 린.

    진짜 볼따구 잡고 쭈욱쭈욱 늘려서 혼내주기 마렵네.

     

     

    * *

     

     

    [친구들과 함께 <신입메이드의 빨간깃발>을 입수하고 공포의 저택에서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상황파악 경험치+10]

    [숨기 경험치+5]

    [사고력 경험치+5]

    [심리예측 경험치+5]

     

    [강의 <모험가의 야간행동> 중간고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1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끝마쳤습니다.]

    [2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겁먹은 즈앙의 모습이 그리도 재밌었던 걸까.

    린은 틈만 나면 즈앙의 시야가 닿는 곳에서 베에에 하고 입을 벌렸다.

    유령에게는 구현될 필요가 없는 선홍빛 혀가 훤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아하니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던 즈앙보단 세상 떠나라 비명을 지르던 티토소가를 참고했나보다.

     

    “자꾸 린답게 굴지 않으면 싱한테 이를 거야.”

    “!”

     

    자기 목숨이 싱에게 걸린 건 알고 있는 걸까.

    그렇게 말 안 듣던 가짜 린이 바로 눈치를 보다가 반지 속으로 쏙 들어왔다.

    딸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싱도 남자랍시고 바로 눈치부터 보는 것 좀 봐.

    얄미워 죽겠다.

     

    “오크노디. 시험은 잘 봤어?”

    “흐아암.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아요.”

    “많이 피곤했나보네. 들어가서 자.”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기숙사에 돌아와 복도에서 마주친 이사벨과 인사를 나누고는 훌훌 옷을 벗어던져 세탁바구니에 넣었다.

    자동세탁마법진에 올려놓으면 아침이 되면 세탁 건조 다림질까지 알아서 끝나서 옷걸이에 걸려있겠지.

    시체 썩은 내랑 몸에 묻은 흙 때문에 침대에 몸을 던지기 전에 샤워부터 마쳤다.

     

    위이잉

     

    드라이기의 바람을 쐬고 있으려니 벽에서 똑똑 소리가 들렸다.

     

    “아참. 고마워. 덕분에 시험 잘 봤어!”

    “…불쌍해서 봐준 거야.”

     

    대답하는 문도 참 착하다.

    호감도 낮다고 툴툴거릴 땐 언제고 시험문제는 잘 가르쳐준다니깐.

    덕분에 플라톤 교수님의 시험도 그렇고 여러 시험에서 꿀을 빨았다.

     

    “욕먹고 다니지 마… 욕해도 내가 욕해.”

    “그랭.”

     

    이것도 착한 이웃이라고 쳐야 하나?

    나중에 내키면 벽 밖으로 한 번 꺼내줘야겠다.

    처분하기 귀찮은 마족 나오면 대신 집어넣어야지.

     

    폴짝

     

    머리까지 말리고 이불 속으로 쏙 기어들어갔다.

    하루 종일 알차게 시험을 치러서 그런지 눈꺼풀이 금방 무거워진다.

     

    “꼬맹아. 자기 전에 나한테 보여달라고 한 것이 있지 않았냐?”

    “으므므… 나중에여…”

     

    기운을 차린 적성평가모자의 말에 힘겹게 대꾸하다가 스르륵 눈이 감겼다.

     

     

    * *

     

     

    오크노디가 잠든 사이.

    적성평가모자는 모자 안에 수납해둔 팔을 꺼내고 침대를 기어올라왔다.

     

    “아침에 봐달라고는 했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적성평가모자는 재단에서 수많은 장학생들의 재능을 감별해왔지만 오크노디만큼 뛰어난 재능을 감별한 적은 드물었다.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재회하기 전의 기준이지, 재회한 이래의 오크노디는 본 적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재능을 지녔다.

    그런 아이의 상태창과 기능창은 또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한 나머지, 오크노디의 머리맡까지 기어 올라와서 모자로 머리를 쏙 덮었다.

     

    [적성평가모자가 오크노디의 상태창을 열람합니다.]

    [적성평가모자가 오크노디의 기능창을 열람합니다.]

     

    모자 위에 달린 눈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게 11살의 스펙이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거 혼자만 보는 사악한 어둠의 적성평가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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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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