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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8

       *

         

         

         이반의 긴 군역 중에, 칠용장의 왕거에 직접 침투해야 했던 작전은 세 차례였다. 투모르의 왕거, 패르니치의 왕거, 그리고 아비디타스의 왕거.

         

         이중 가장 끔찍했던 곳은 페르니치의 소굴, ‘우둔의 늪’이었다. 온갖 종류의 지독한 해충과 점액질 마물들이 잠복한 지역이었으며, 시계가 넓어 몸을 숨길 곳이 마땅치 않았던 고로.

         

         따라서 그가 우둔의 늪에서 생환해 돌아왔을 때, 그는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엉망이 된 것도 참 오랜만이군. 하며, 이반은 일어나자마자 힐링 포션의 뚜껑을 뜯었다.

         

         

         “그 저주받은 약물은 금지하겠습니다. 키릴츠 형제님.”

         “이건 힐링 포션이다.”

         “그리도 당당히 사제에게 거짓을 고하시다니. 정녕 형제님은 천벌이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성녀는 찌푸린 얼굴로 힐을 퍼붓고는 투덜거렸다.

         

         

         “여기서 기다리시지요. 어차피 엔리케 자매님과 저도 이번 전투엔 참가하지 않습니다.”

         “칠용장을 공략하는 데에 후위 없이 들어간다고?”

         “형제님께서 이 모양이 아닙니까.”

         

         

         성녀는 거의 걸레짝이 되어있는 이반을 부드럽게 타박했다.

         

         

         “누군가는 남아서 형제님을 지켜야지요.”

         “안일하군.”

         

         

         칼이 부러질까 두려워 휘두르지 않는 자들은 머저리들이다. 칠용장을 공략하기 위해 보낸 척후가 부상을 입었다고 정작 전투에 후위를 두고 가다니.

         

         이반은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이 덜덜 떨리지만,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돌리자 떨림이 멎었다. 그런다고 멀쩡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겉보기엔 충분했다.

         

         

         “가지. 더 늦기 전에.”

         “형제님. 더 누워 계시지요. 움직이실 상태가 아닙니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그런가요?”

         

         

         성녀는 대뜸 손끝으로 이반의 어깨를 쿡, 찔렀다. 절로 새어나오는 신음을 애써 참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니, 성녀가 엷게 웃었다.

         

         

         “제가 더 잘 아는 모양이지요.”

         “투모르를 이겼다고 칠용장을 상대할 때 방심하다니. 누구 하나가 죽기라도 하면 그 손실이 어떻겠나?”

         “방심이라고 해도 좋지만… 저는 차라리 신뢰라고 하고 싶군요.”

         

         

         성녀는 시선을 돌려, 우둔의 늪으로 향하는 음침한 평원을 응시했다. 지평선 너머에선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형제님을 두고 떠나서 형제님을 잃는 것보다는, 공략에 실패해서 퇴각해야 하는 상황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모두가요. 설령 실패한다 한들, 우리라면 피해 없이 철수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겁니다.”

         

         

         서로의 능력을 믿는다. 각자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알고 있으니.

         

         그런 의미다. 이반은 이 지긋지긋한 낙관론에 혀를 찼다. 이래서, 그는 용사 파티를 좋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미 떠난지 한참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가봐야 늦었지요.”

         “한 사람도 잃지 않겠다? 물론 숭고한 정신이지만, 파트리시아. 이번 작전에 동원되어 전선에서 시선을 끌다 죽어간 군인들의 수를 알고 있나? 작전이 지연되는 매일 하루마다 죽어가는 이들의 수를 알고 있나?”

         

         

         이반은 이를 꽉 깨물며 물었다.

         

         크라실로프에 대단한 충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목숨보다, 무관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이반은 멋쩍은 기색을 숨기기 위해 투덜거린 것에 가까웠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떨어진 이후 그를 위해 이토록 헌신한 사람을 만난 적이 손에 꼽았다.

         

         그러니 그의 말엔 독기가 없었다. 성녀 또한 이를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 아닌지라, 대신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에선 굉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부담을 안고 싸우느냐, 그리고 어떻게 싸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형제님.”

         

         

         지평선 끝에서 빛이 번쩍였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곧, 빛무리가 하늘까지 치솟아 저 먼 늪지를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성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작게 성호를 그었다.

         

         

         “어떤 부담을 이든, 어떤 고난 속에서 싸워 나가든.”

         

         

         지평선 끝에서 흐릿한 잔상이 일렁였다. 손톱보다 작은 실루엣들이 꾸물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끝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용사 파티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린 사람을 구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사람 대신 싸워야 하는 이들입니다. 우린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닌,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모인 살수들입니다.”

         

         

         가히 저속하지요. 성녀는 이반을 바라보며 웃었다.

         

         

         “숭고한 이상이 아니라 멸망 직전의 절박함에 모였으니 우리가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리가요. 따라서 누구도 우리를 구하지 못할 겁니다. 우린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켜내며 나아가야 합니다.”

         

         

         이반의 시야 속에서 다가오는 용사 파티가 점점 더 또렷하게 보였다.

         

         엉망진창이 된 꼴로 힘없이 터벅터벅 걸으면서도, 녀석들은 실실 웃고 있었다.

         

         괜히 근육을 뽐내며 박장대소하는 에이나르나, 퉁퉁 부은 얼굴로 자신의 부서진 방패를 가리키며 뻗대는 질 베르, 대꾸 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베올그린이 보였다.

         

         그들 가장 선두에서, 페르니치의 심장석을 긴 검에 꿰어 어깨에 이고 걸어오는 사내가 보였다.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는 모습에.

         

         

         “형제님뿐만 아니라 우리 중 누구든 오늘 같은 상황에선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누군가가 쓰러져 물러서야 한다면요. 연합의 모든 이들을 대표해 싸워야 하는 우리는.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이들은 우리들뿐이니까요.”

         

         

         형제님이 그리하셨듯이. 성녀는 웃으며 이반을 바라보았다.

         

         이반은 멋쩍은 표정을 감추기 위해 시선을 돌려야 했다. 그 또한 용사 파티의 누군가를 대신해 사지를 나아가야 한다면 고민 없이 앞장섰을 테니까. 그것이 척후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

         

         어둠이 갈라지고 그 아래로 일출이 보였다. 빛이 늪지대를 내리쬐기 시작했다. 마족령 깊은 곳에선 보기 드문 좋은 날이었다.

         

         그 사이를 걸어오는 용사가 이반을 발견하며 밝게 웃었다. 그의 곁에서 따라오던 질 베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반을 보고는 껄껄 웃으며 외쳤다.

         

         

         “더럽게 질기기는! 또 살아 남았군!”

         

         

         이반 또한, 질 베르의 미소를 보자마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더럽게 질기긴. 또 살아 돌아왔군.”

         

         

         그 광경을 보던 성녀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Ep34. 보편 공의회.

       

       

       

         

         

         “그때 생각이 나지 않습니까, 키릴츠 형제님?”

         “음.”

         

         

         십대였던 성녀와 이제 막 이십대에 접어들었던 척후병은 이제 없다. 이곳엔 어느덧 속세에 찌든 두 남녀가 앉아 있을 뿐이다.

         

         일정한 리듬으로 덜컹이는 차창을 바라보며, 성녀는 가만히 웃었다.

         

         

         “이렇게 형제님과 함께 가니 좋군요. 형제님도 그러시지요?”

         “그렇군.”

         “시일이 예상보다 급박해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 마음 푸시지요.”

         “괜찮다.”

         “하긴, 형제님보단 엘리제 자매님의 분노가 더 걱정이지만요.”

         

         

         성녀는 후후, 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좁은 객실에, 이반의 옆자리에 착 달라붙은 이자벨이 보였다.

         

         성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가, 이내 차츰 풀어졌다.

         

         

         “자매님은 왜 여기 계실까요?”

         “이번엔 제 차례거든요. 성녀님.”

         

         

         굶주린 고양이가 갸릉 거리는 것처럼 눈을 치켜뜬 이자벨이 제법 위협적으로 말했다.

         

         

         “앞으로 두 시간은 제 차례예요.”

         “…그렇군요.”

         

         

         궁금한 것이 참 많아지는 대답이었지만, 굳이 심연을 들추고 싶지는 않았다. 성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이자벨을 다독이고는 성경을 펼쳤다.

         

         

         “저도 점심에 그, 그거 해줘야 해요. 알겠죠?”

         “…너도 거식증이 있나?”

         “아뇨! 그래도 평등해야죠! 우린 다 같이 파티인데, 누구만 예뻐하고 그러면 균형? 음. 균형이 맞지 않잖아. 평등하게 다 같이 먹여주고 그래야지!!”

         “평등…?”

         “네! 자꾸 그 귀쟁… 엘피헤라한테만 그러니까, 나중에 막. 급한 전투가 일어나거나 할 때! 그럴 때 엘피헤라만 지켜준다거나, 그럴 수도 있으니까! 평소에도 골고루 다같이 으쌰으쌰, 아시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놔야 실전에서도 실수가 없는 거예요. 후, 훈련을 실전처럼, 실전을 훈련처럼!”

         

         

         이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평화로운 봄날의 초원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오전의 하늘이 맑았다.

         

         곁에서 이자벨이 떠드는 소리를 차창 너머에 흘려 초원과 함께 보냈다. 의식의 흐름대로, 되는대로 주워 섬기는 말들에 하나하나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 옛 시절 용사 파티도 그랬다. 사소한 것에 열을 올리며 경쟁을 하곤 했다. 그런 풍조가 유지된다고 볼 때, 파티는 정신적으로 아직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보아도 좋았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반은 이자벨의 말에 ‘음, 오, 아, 그렇군.’으로 대답하며 멍하니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 열차엔 이자벨을 포함해 엘피헤라와 에시디스, 루시아, 그리고 오스칼까지 동승해 있었다.

         

         결국 그때 당시 용사 파티 인선을 고스란히 데려온 셈이라서, 성녀는 이반과 이자벨을 힐끗 바라보며 쿡쿡 웃었다.

         

         

        *

         

         

         하루 전의 일이다.

         

         

        -잠깐 교황청에 다녀올 건데, 혹시 형제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반은 아침 일찍 성녀에게 받은 협조 공문을 확인하자마자 준비를 시작했다. 무장을 확인하고, 간편식과 여행 도구들을 챙겨야 했다.

         

         학기가 이제 막 시작한 시점, 언제 끝날 지 모를 해외 원정에 학생들을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성녀가 지목한 것은 이반 뿐이었으므로, 그는 홀로 여행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엥? 어디가요?”

         

         

         평소처럼 엘피헤라에게 아침을 먹이고 짐을 싸고 있자니, 쫄래쫄래 원장실까지 따라와서 인테리어에 대한 소감을 늘어놓던 엘피헤라가 물었다.

         

         

         “교황청.”

         “엑? 갑자기 그 먼데를? 누구랑요? 아니, 설마—.”

         

         

         엘피헤라의 눈이 날카롭게 뜨였다.

         

         

         “교황 성하 앞에서 예식이라도 치르겠다, 뭐 이런 거예요?”

         “성녀님과 간다.”

         “…??? 성녀님이랑 예식을…?”

         

         

         경악한 엘피헤라가 입을 마구 뻐끔거리더니, 이내 소파에 드러누워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 몰라. 안 돼. 못 가. 나 굶어. 나 계속 굶을 거야. 나 이대로 굶어 죽어. 나무가 될 거야!”

         

         

         만년궁이 사라졌으므로 엘프는 더 이상 나무가 되어 죽을 수 없다. 그 냉혹한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은 못할 짓이라, 이반은 그녀를 무시한 채 짐을 마저 챙겼다.

         

         

         “아빠, 흑흑, 보고 싶어요. 왜 절 혼자 버리고 떠나셨나요. 여긴 춥고 배고프고 인간들은 정이 없고, 야만적이고, 미개해요….”

         “…일이다.”

         “무슨 일인지도 말 안 해줘요. 아빠… 흑흑.”

         “성녀님께서 호위 업무를 요청하셨다.”

         “왜 이반 씨한테만요? 다 큰 남녀가 어딜 둘이서. 으흠. 흠. 그거 아주 못쓸 일이예요. 인간은 물론 문란하지만, 건전한 문화 엘프인 제가 있는 이상 그런 꼴은 결코 두고 볼 수 없죠. 상위 종족으로서 바른 길로 인도해줘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네요.”

         

         

         엘피헤라가 자세를 다잡으며 일어서서 말했다. 이반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법사가 있으면 나쁠 것 없긴 하지. 성녀가 힘을 잃은 이상, 후위가 부족하긴 했다. 위험 상황에서 대처할 만한 인력이 있으면 좋기도 하고.

         

         적어도 엘피헤라는 일인분은 하는 녀석이니까.

         

         그리고 그가 없는 기간 동안 저 녀석에게 누가 밥을 챙겨주겠는가. 억지로 먹이려 들면 모조리 게워낼텐데.

         

         

         “아싸!!”

         

         

         

        *

         

         

         같은 날 오전 수업이 끝났을 시점, 점심 시간의 일이다.

         

         

         “…래서 오늘 저녁은, 아니 잠깐. 너, 귀쟁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자꾸 히죽거리지?”

         “어머, 이젠 웃는 걸로도 시비를 거네. 인간이란 참.”

         “아니 자꾸 나랑 에시 보면서 히죽히죽 거리는 게 이상하잖아! 너 뭐 있지? 뭔데 또!”

         “아아, ‘낙오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너무…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휴… 어쩔 수 없나….”

         

         

         이반과 ‘신혼여행’으로 ‘교황청’에 가서 ‘교황 성하와 성녀님’의 축복을 받을 계획이다. 라는 말에 이자벨은 멍하니 엘피헤라를 바라보고 말았다.

         

         그녀로서는 모두 사실에 근거한 담담한 진술이었다고 하겠다. 엘프의 관점에서 결혼 전 ‘몇 년’정도나 결혼 후 ‘몇 년’ 정도는 아직 파릇파릇한 ‘신혼’이기도 했고.

         

         교황청에 가는 것도 사실이고, 성녀와 함께 가니 교황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기왕 교황까지 만나면 뭐, 기도 한 번만 들어도 인간 관점에선 ‘축복’에 해당하지 않겠는가.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

         “그렇게 믿고 싶겠지. 후후후….”

         “진짜 미친년인가봐!! 아빠 죄송해요! 오늘 아빠 친구 딸은 죽어요!”

         “내가 침묵 주문을 걸게, 벨라!!”

         

         

         오스칼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동아리실 구석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딴게 정말 용사 파티? 우리 아버지들도 이랬을까?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 한켠에서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시아가 손뼉을 칠 때까지 마법과 지휘봉과 장검의 합주가 이어졌다. 동아리실이 반파되기 직전에 루시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다 같이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뭐…?”

         “아니, 우리 사형 성격에 갑자기 뜬금없이 엘피랑 둘이서 식을 올리겠답시고 교황청에 가자는 건 아닐 거 아냐. 엘피. 교황청에 가는 건 맞아?”

         “맞아. 내가 왜 하등종족에게 거짓말을 하지?”

         “그건 사실이라고 치면, 그럼 저거 딱 봐도 사형이 어디서 또 무슨 작전 맡아서 간다는 거에 쟤가 얹혀 가는 거네.”

         

         

         루시아는 엘피헤라의 얼굴을 미심쩍게 바라보며 말했다. 훈련 받은 요원에게 추론과 취조는 기본 소양이며, 루시아는 모든 크라실로프 요원들의 대스승인 엔리케에게 직접 사사한 수제자였다.

         

         사실 파악이 끝난 이자벨은 잠시 숨을 고른 뒤에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용사 파티 출격?”

         “난 수업 듣고 싶은데. 얘들아 우리 지난 학기 통째로 빠졌어. 이번 학기까지 그러면 어떡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출동?”

         “아니, 무슨 작전인지 들었어? 그냥 이 나라랑 교황청 사이에 단순히 외교 업무로 가는 걸 수도 있고, 하다못해 성녀님 개인 사정에 이반 경이 따라간 걸 수도 있잖아. 두 분은 친하니까.”

         “파티는 한 몸인데? 넌 왼팔이 일할 때 오른팔이 쉬니?”

         “신학 시간에 통째로 잤구나? 원래 오른손이 한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는 거랬어.”

         “신학을 열심히 듣는 신실한 오스칼이 당연히 교황 성하를 대면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

         “진짜 돌겠네.

         

         

         오스칼은 마른 세수를 하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젓는 엘피헤라, 눈이 붉게 충혈된 이자벨,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에시디스를 한참 둘러보다가….

         

         

         “도와준다고 했잖니. 오스칼. 소꿉친구 버려? 틸레스 사람 배신해?”

         “내가 대체 뭘 하면 니들 사이에서 도움이 되는데.”

         “우리가 다 같이 가겠다고 하면 아저씨가 어떻게 거절하겠어.”

         “고작 그런 이유로…?”

         “너 없으면 아저씨 혼자 남자라 숙소를 일인실 따로 구하셔야 할 거 아냐.”

         “…?”

         

         

         이자벨은 오스칼의 귀에 다가가 아주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러니 너 포함 2인실 구해놓고 내가 신호 주면 넌 잠깐 나올 수도 있잖아. 도와주기로 했지? 우리?”

         “맙소사.”

         

         

         이 음침한 계획은 명백히 기사도에 어긋나는 짓이라, 오스칼은 짧게 성호를 그으며 타락한 틸레스 사람을 구해달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버지 유언이 저 계집애를 지켜내라는 것이었는데.

         

         오스칼이 참람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 그들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두 사람이 눈을 빛냈다.

         

         선천적으로 귀가 좋은 엘프와, 후천적으로 청각이 극도로 발달한 흡혈귀가 침묵 속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

         

         

         갑작스럽게 진정된 장내에서, 선천-후천적으로 청각이 그리 뛰어나지 못한 드로안 바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파티 결성 완료! 교황청으로 가자!”

         

         

         이자벨은 활기차게 박수를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즐거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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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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