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8

       꿈은 무의식으로부터 이루어지는 데이터 재구성이다. 

       

       그러니, 내가 여신으로부터 읽어 들인 부스러기 정보가 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윤곽이 잡히지 않은 막연한 불안과 예측이 예지몽의 형태로도 나타나는 것처럼.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을 자투리 정보들은 꿈의 애매모호함을 빌려 내 눈앞에 나타났다. 얼굴도 성별도 알 수 없는 마네킹 비슷한 사람이 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쩌면 혼잣말인지도 모른다.

       

       나는 관찰자가 되어서 한 발짝 떨어진 채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읽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정말로 진지하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그 누군가는 열변을 토한다.

       

       오가는 대화의 내용은 확실치가 않다. 롤케잌은 맛있었다느니, 모기가 정말 싫다느니, 이번 여름에는 바다로 놀러 가자느니.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뿐이다.

       

       꿈이니까, 내가 모르는 부분은 내 생각으로 공간을 채워 둔 모양이지. 그러니까 대충 흘려 넘겼다. 꿈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저런 게 아닐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3일은 기다린 것 같기도 했고, 찰나를 기다린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 찰나가 너무 지루해서 3일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꿈이라서 그런지 시간의 흐름을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자 이내 톡 튀는 문장이 나왔다. 드디어.

       

       “왕은 의무적으로 감정을 거세해야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이건 여신으로부터 뜯어낸 정보로군. 

       

       제법 파격적인 주장이다.

       

       그 누군가는 말한다. 사람의 머리 꼭대기 위에 서려는 자는 녹슬지 않는 철의 심장을 가져야 한다고. 이는 비정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영원히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의 감정과 비이성적인 판단에 매몰되어 세상을 도탄에 빠트린 왕들이 얼마나 많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왕이지만, 그 책임은 천하 만민이 나누어 진다.

       

       전쟁과 피, 흐르는 슬픔과 분노, 이 모든 참극이 고작 한 명의 사소한 감정으로부터 촉발되었으니 얼마나 무의미하고 애잔한가. 

       

       왕조차도 그럴진대.

       

       왕 중의 왕, 하늘과 땅을 굽어살피는 신이라면 어떻겠는가?

       

       “그러니 만민의 머리 위에서 군림할 존재는, 감정에 의한 기능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계장치의 신이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다짐으로 짧은 꿈은 끝났다.

       

       ===============================================================

       

       일은 대부분 깔끔하게 잘 풀렸다.

       

       소년은 자신의 누나를 구해내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기에 충분한 은화 자루 하나도 받았다. 불우한 사고만 겪지 않는다면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우리는 당초의 목적을 이뤘다. 여왕을 살리네 마네 하는 녀석들은 전부 색출했고, 영지 내에서 감지한 『여왕의 정보』도 전부 회수했다. 

       

       “⋯⋯양이 조금 모자란 것 같은데.”

       

       “신성력 빔에 타버렸으니까 당연히 모자라겠지.”

       

       악신쨩은 유리 플라스크에 모아 둔 액체를 보면서 미심쩍은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게 여신빔에 맞고도 소멸이 안 됐으면 서큐버스 퀸이 아니라 서큐버스 갓이었을 거다.

       

       엘메스트 영지에 떨어진 고밀도의 신성력 기둥은 제법 이슈가 되었다. 우리는 영주성에 불려가 사건 경위를 설명해야 했다.

       

       영주 집무실에는 서류의 산에 파묻힌 중년 남성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엘메스트에 파견된 임시 영지 관리인이었다. 그는 위장에 구멍이 두 개는 뚫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요.”

       

       나는 그게 흑마법사랑 맞장 뜨다 보니까, 여신님이 우리를 가엾게 여겨주셨는지 지원사격을 쏴 주셨다⋯⋯고 둘러댔다.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으니까.

       

       비밀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말해도 안 믿어줄 것 같다는 심정이 조금 더 컸다. 쭉 늘어놓으면 이상한 이야기가 된다.

       

       사실 내 머릿속에 이상한 게 있고, 그게 여신이랑 적대 관계인데. 머릿속의 불청객을 조금 떼서 물리력이 있는 홀로그램에 넣어 분리된 객체로 만들었고. 걔를 유기했더니.

       

       그 결과, 여신을 믿으면서 서큐버스 여왕을 섬기는 타락 사제가 그 녀석의 정보를 먹게 됐고. 그랬더니 여신이 신성빔을 쐈다⋯⋯.

       

       믿기지도 않고, 함부로 말해도 괜찮은 내용도 아니었다.

       

       이리드에게는 따로 경위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내기로 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숨기겠지만, 여신으로부터 얻어 낸 정보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담았다.

       

       여신 하니까 말인데, 내 왼팔은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열 광선에 팔을 통째로 넣고 지지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붕대를 둘둘 감은 채로 깁스를 둘러 고정 중이다.

       

       고통 감소 최면을 스스로 걸 수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밤에 잠도 못 잤을 것 같다. 여전히 화끈거리고 아프다.

       

       당연히 사제를 초빙해서 치료하려고 해 봤다. 엘메스트 영지의 여신교 교단은 박살이 난 상태라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교외의 어느 고아원에서 여사제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신성력이 안 들어요. 이상하네요⋯⋯?”

       

       “아이고.”

       

       『신벌』에는 신성력 차단 효과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그런 기능이 없다면 그 빛의 기둥 속에서 자힐로 버틸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자연회복이 될 때까지 꼼짝없이 왼팔을 못 쓰게 됐다. 내가 다른 마법사들마냥 수인을 맺고 하는 공정이 필요한 건 아니라서 전투력이 깎였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생기긴 했다⋯⋯.

       

       유나가 무척이나 화가 났다. 삐진 정도가 아니었다.

       

       분노한 그녀에게는 표정이랄 게 없었다. 기쁨이나 슬픔도 내비치지 않고, 감정을 잃어버린 인형과 같은 모습이다. 고요하다.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이 겹쳐져 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내게 원망의 시선을 보내오는, 또 하나의 유나다. 두 형상이 겹쳐 말한다.

       

       두 사람의 유나는 평소에도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여 구분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겹친 종이 두 장처럼.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저번에도 이번에도. 유나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는 분명하게 구분되었다. 우울한 쪽과 화가 난 쪽, 두 사람으로.

       

       유나는 두 상태를 오가다가, 화가 난 쪽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티가 튀자, 주변이 뾰족한 색으로 일렁인다.

       

       “왜 그랬어? 내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욕심이 나서요. 이번 기회에 정보를 얻으면 ‘그것’ 제거에 가속이 붙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실제로도 상당한 정보를 얻⋯⋯.”

       

       “나를 믿어주겠다고 했잖아. 내가 널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움직이려고 했어.”

       

       “⋯⋯⋯⋯.”

       

       내게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여신의 광선에 휘말려서 죽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보았다. 하지만.

       

       발이라도 헛디뎌서 광선 안쪽으로 말려들어 간다든가, 아니면 여신이 마무리를 위해 광선의 출력과 범위를 증대시켰다면, 이 정도로는 안 끝났겠지. 

       

       유나는 내가 위험을 감수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충격이었던 것 같다. 

       

       유나는 베네트 파티를 불구덩이로 밀어버릴지언정 나만큼은 지켜내려고 했다. 온갖 규정을 어기고 내 옆에 붙어있는 이유도, 나를 위해서겠지.

       

       그래서 더더욱 야속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나의 대마법사는.

       

       그녀는 커다란 눈동자를 살짝 아래로 내리깔며 말했다. 주변이 푸르고 축 처지는 색으로 물든다. 우울한 쪽이다.

       

       “혹시, 내가 네 ‘그것’을 적출하려다 실패해 버려서, 세션을 망쳐버려서. 이제 믿을 수 없게 됐어?”

       

       “⋯⋯그런 게 아니에요, 마탑주님.”

       

       “그럼, 왜 그렇게까지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거야?”

       

       “우리를 위해서였어요.”

       

       유일한 골칫거리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나는 나의 악성을 긍정했지만, ‘그것’에 집어삼켜져도 좋다는 말이 아니었으니까.

       

       유나를 사악한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 노력이, 그녀에게는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비쳤던 모양이다. 자신이 처음부터 잘했었더라면, 내가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잘해야 했는데.”

       

       유나는 노력했다. 실제로 도움도 되었다.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또, 호의를 베풀어 도와준 사람에게 보다 완벽을 요구하다니. 그건 파렴치하다.

       

       나를 위해 움직인 그녀가, 스스로를 헐뜯게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유나에게 무어라 말을 붙이려고 했지만──

       

       “⋯⋯잠깐 혼자 있을래, 미안해. 갑자기 화내서.”

       

       “기다려봐요, 마탑주님⋯⋯!”

       

       스르르륵.

       

       내가 유나의 손을 붙잡기도 전에, 그녀는 나비가 되어서 파라락 흩어졌다. 내 손은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그거, 크툴루 세션⋯⋯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나?

       

       어쩌지.

       

       팔짱을 끼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핑발레즈는 조용히 말했다.

       

       “목적을 위해서 팔 하나쯤은 날릴 수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긴 하더군요.”

       

       “⋯⋯혹시 내가 잘못한 거야?”

       

       “아뇨, 실리는 감정과 별개의 일이라는 겁니다. 귀중한 정보를 얻은 것,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느낀 아찔함은 배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교라도 해 보시죠.”

       

       “너한테는 안 해 핑발레즈야. 너는 여왕한테 혼자서 꼴아박은 전적 있으니까 1대1이잖아.”

       

       농담에 농담으로 대답은 했지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유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하면서도 적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남 속일 땐 잘만 굴러가던 머리가 왜 이러는지.

       

       ⋯⋯⋯⋯.

       

       연애고수 베네트를 만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내 연애 전선은 연애 전선이고 일은 일이다.

       

       팔까지 해 먹으면서 얻은 정보이니, 이참에 확실히 정리해서 매듭을 짓고 가야겠지. 나는 여관의 외벽을 타고 엉금엉금 기어올랐다.

       

       갑자기 기습 도둑질을 하려는 건 아니다. 악신쨩이 여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양이라도 되는 건지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습성이 있었다.

       

       저번에 나뭇가지 위에 누운 것도 그렇고 말이다.

       

       마력을 접착제처럼 써서 어떻게 기어오르니 악신쨩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개구리처럼 앉아서 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쪽 보라는 의미에서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악신쨩은 놀라지도 않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말을 꺼냈다.

       

       “채점 받으러 왔어?”

       

       “그래, 여신에 대한 내 추측이 맞는지 보려고⋯⋯.”

       

       “틀리면 실컷 비웃어 줄 테니까 말해 봐. 그땐 겸사겸사 바보 미마라고도 불러주지.”

       

       까불긴⋯⋯.

       

       그러면, 여신분석 시간이다.

       

       여신이란 무엇인가?

       

       대륙 전역에 퍼진 종교집단 여신교의 우상이며, 신성력이라는 강대한 힘의 원천이다. 교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특별히 폭력적이거나 급진적인 경향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것’과는 무척이나 사이가 나쁘며, 그 흔적을 말소하기 위해서 과잉 화력을 투자할 정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신의 이름에 걸맞은 강대한 존재다. 

       

       한편으로 여신은 기이하다. 선악을 구별하지 않으며, 입바른 믿음에도 신성력을 내려주는 한편, 대사제에게는 『신벌』을 내렸으며, 타라의 경우에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신성력을 박탈해 버렸다.

       

       이 부분이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사악한 데다가 배교까지 한 대사제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선량한 품성을 지닌 타라는 어째서 신성력을 몰수당했는가?

       

       타라의 신성력이 고장 난 것은 여신에게 의심을 품은 이후였다. 의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신성력의 공급량은 줄어, 이윽고 0이 되었다.

       

       나는 거창하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그만한 힘을 거머쥔 신이니까. 저 하늘 위에서부터 내려보는 위대한 존재니까.

       

       하지만 오히려 반대, 너무나도 단순했던 거라면 어떨까.

       

       그냥, 순수하게. 자신을 믿지 않아서 공급을 끊었다. 내려받은 신성력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일을 벌이는지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스위치를 끄듯이 툭 하고.

       

       무심하게.

       

       대사제에게 『신벌』을 쏴 버린 이유도, 그의 오만과 방종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 아니라⋯⋯ 인식해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것’의 데이터를 인식해 버려서라면.

       

       그렇다면, 여신은 도저히 인격체로는 보이지 않는다.

       

       조건만 만족되면 그저 행한다. 이는 언뜻 보면 바보같이도 보이지만, 때때로는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도 보인다. 나는 이러한 것을 뭐라고 부르는지 안다.

       

       알고리즘.

       

       “여신은 알고리즘이고, 시스템이야.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격체가 아니라, 무수한 메뉴얼의 집합이다. 그 집행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사감은 없지.”

       

       “정답이야, 미마.”

       

       세계안정화기구, 여신.

       

       많은 이들이 섬기는 여신의 살가죽 아래는, 무심하게 찰칵거리는 톱니바퀴로 가득 차 있다.

       

       악신쨩은 웃었다.

       

       “그리고⋯⋯?”

       

       “⋯⋯⋯⋯.”

       

       그리고.

       

       그래,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이 제우스 같은 난봉꾼이든, 누군가가 빼곡하고 정교하게 적어 둔 법전이든, 괜찮다. 오히려 기계장치와도 같은 여신이라면 더더욱 좋다.

       

       어떠한 메뉴얼이 있어서 그대로 이행하는 거라면. 조건에 따라 신성력을 부여하고 거두는 거라면. 나는 여신을 반드시 이용할 수 있다.

       

       실험을 거듭 반복해서 조건문을 찾아내면 된다. 그리고 조건에 따라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완벽하게는 조종할 수 없겠지. 그러나 도구로 쓰는 정도는 가능할 터다.

       

       하지만, 이런 희소식에도 내 입꼬리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세■■정화■구 손상률 24%⋯⋯]

       

       지금 이 커다란 기계가 기능 고장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무래도 여신을 이용하고 있는 놈들이 있나 봐. 그것도 시스템이 손상될 정도로 거칠게. 그렇지?”

       

       “푸하하하하! 그래, 원래는 진작 탄생해야 했을 『용사』였다고⋯⋯ 웃기지도 않는 선발대회를 열 게 아니라 말이야!”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 놈이, 이 긴긴 역사에 반드시 한 놈은 나왔을 거라는 사실이다.

       

       ===============================================================

       

       교단 심부.

       

       여신의 빛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성역, 그 사치스러울 정도로 신성한 홀에서.

       

       길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먹기 위해 모여 든 개미떼들처럼.

       

       어린 교황의 주변에 들러붙은 늙은 추기경들이, 체면도 잊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교황 성하, 저희는 용사 선발의 의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트럼펫홀에는 많은 이들이 올 테지요. 개중에는 흑심을 품은 비겁자 또한 존재할 것입니다.”

       

       “교황 성하, 저희에게는 『규율』이 필요합니다. 여신께서 이 트럼펫홀을 굽어살피시어, 비겁자들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하소서.”

       

       “교황 성하, 여신께 간청을 올려 주소서⋯⋯.”

       

       어린 교황은 그 강권에 못 이겨 여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신물에 손을 대었다. 여신께서는 자비로우셔서, 자신의 대리인이 진심으로 간언하면 그 청을 들어주신다.

       

       붉은 경고문이 점등한다.

       

       [경고 : 해당 규율은 기존 247개의 규율과 충돌합니다. 작업을 실행하시겠습니까?]

       

       그러나 그 신언(神言)의 의미를, 여섯 살의 교황은 이해하지 못하여.

       

       “간청합니다 여신님, 이 트럼펫홀에──”

       

       결국은 새로운 『규율』을 짜넣고야 말았던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5분 말고 10분 늦는다고 할 걸 그랬습니다⋯⋯ 이게 마지막 부분 쓰다가 어 이게 낫나 이렇게 할까 하다보니까 그만 늦어버렸네요.
    사죄의 물구나무서기를 하겠습니다 마이 프렌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또 찾아온 한 주의 시작입니다. 모기 조심하시고, 내일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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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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