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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8

       백우진을 구속하고 있던 노인의 기운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탓이었다.

         

       ‘전반부 구결만으로 천마신공의 핵심을 파악하다니….’

         

       역행(逆行).

         

       그것은 천마신공을 이루는 근간이자, 핵심이며 고금 제일의 무공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

         

       동시에 천마신공을 세상 그 어떤 무공보다 난해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늘에 솟은 물건이 땅으로 떨어지고,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세상의 이치.

         

       무공 또한 마찬가지다.

         

       추구하는 형태에 따라 거쳐 가는 길이 다를지언정, 흐르는 방향은 언제나 일정하다.

         

       머리부터 발끝.

         

       그 어떤 무공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인간의 신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억지로 반대로 돌리려 했다간 온몸의 피가 함께 역류하여 칠공에 피를 쏟아내며 죽는다.

         

       그렇기에 무림에서 가장 엄격하게 금하는 것이 역행이다.

         

       각 문파나 무가에서 운기행공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이러한 것이다.

         

       괜한 호기심에 흐름을 거스르려 했다가 주화입마가 찾아와 불구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고, 십중팔구 목숨을 잃게 되기에.

         

       천마신공이 난해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무림인들의 상식은 절대 역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임을 깊이 새겨 왔기에.

         

       그러니 천마신공의 구결을 아무리 읽어도 난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행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구결 또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으니까.

         

       ‘나 또한 천마신공을 받아들이는 데에 무려 5년이 걸렸거늘….’

         

       그마저도 역대 천마의 후계자들 중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칭송이 자자했지 않았던가.

         

       그런데 눈앞의 청년은 고작 며칠 만에 그것을 깨우쳤다.

         

       대체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유연한 사고를 지닌 천재라고 봐야 할지, 스승에게서 역행에 대해 가르침 받지 못한 것인지.

         

       그때 백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내 생각에 이 무공을 배운 사람들의 결말이 영 좋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 말이 노인의 심장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는 부릅뜬 눈으로 백우진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 그걸 어떻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천마신공을 완성한 초대 천마를 제외한 역대 천마는 모두 처참한 끝을 맞이했다.

         

       누군가는 연공 도중에 주화입마로 온몸이 굳어버렸고, 또 누군가는 광인이 되어 미쳐날뛰다 죽어버렸다.

         

       그 외에도 수많은 죽음이 존재했고, 그것은 하나 같이 원치 않는 방향의 죽음이었다.

         

       “결국 사람의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잖소. 온몸의 흐름이 반대로 흐르는 체질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탈이 날 수밖에 없겠지.”

       “으음…!”

         

       노인은 무심고 나올 뻔한 탄성을 겨우 삼켰다.

         

       눈앞의 청년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가 아니었다.

         

       ‘천재, 그것도 불세출의 천재로다!’

         

       그 정도의 천재가 아니라면 역행의 무공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전반부 구결만으로 이 모든 걸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 순간, 노인은 온몸의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백우진은 모든 걸 알고 있다.

         

       천마신공이 역행의 무공이라는 것도, 그 무공을 익힌 이들의 결말이 최악이었다는 것도.

         

       “네놈은 그걸 알면서도 천마신공을 배우겠다 자진해서 찾아왔단 말이냐…?”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말한다.

         

       천마는 신이고, 천마신공은 선택받은 인간을 신으로 만들어주는 무공이라고.

         

       허나 모든 진실을 알고 나면 그 모든 말이 개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괴력 면에서 보면 천마신공은 고금 제일의 무공이 맞다.

         

       그러나 동시에 고금 최악의 무공이며, 결함투성이의 무공이다.

         

       그렇기에 천마는 신이 아니다.

         

       결함을 알면서도 그것이 구도자의 길이라 여기며 꾸역꾸역 가시밭길을 걷는 머저리일 뿐.

         

       천마신교 내에 그런 머저리는 많다.

         

       그들은 오직 천마를 신으로 모시며 한평생 살아온 이들이니.

         

       허나 눈앞의 사내는 천마신교의 교인이 아님에도 머저리를 자처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이유로?’

         

       본인의 경지가 낮아 더욱 빨리 강해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그의 경지는 절대로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많이 쳐줘도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에 화경?

         

       고금을 통틀어 이십 대에 화경에 오른 고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이미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인데, 어찌하여 명을 재촉하는 행위를 하려 한단 말인가.

         

       “이유야 별거 있겠소.”

         

       백우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데 힘이 모자랄 뿐.”

         

       단지 그뿐이다.

         

       백우진이 천마신공을 원하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우연찮게 영감을 만나게 되었을 뿐이고.”

         

       필연인지, 우연인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으나, 백우진은 눈앞에 나타난 길을 걷고자 결심했을 뿐이다.

         

       최악이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은 길이라 할지라도.

         

       “영감.”

         

       백우진이 넌지시 그를 불렀다.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구린내 폴폴 풍기는 미소를 장착한 채로.

         

       노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냐.”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유가 아니오.”

       “허, 그럼 무엇이 중요하단 말이냐.”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묻는 노인을 향해 백우진이 답을 일러주었다.

         

       “중요한 건 내가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배울 의지가 충만하다는 거요.”

         

       그리고.

         

       “영감은 자신의 숙원을 이어 받아줄, 또는 함께 풀어나갈 동지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

       “……!”

       “그렇기에 우리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

         

       그것이 지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소.

         

       “으음…!”

         

       백우진의 요사스러운 혀가 노인의 정기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 * *

         

         

       “허억, 허억…!”

         

       달리고 또 달렸다.

         

       뒤에서 쫓아오는 것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였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휴식을 취하려 하면 어김없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벌써 며칠째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깨달았다.

         

       한평생 귀하게만 자라와 머릿속이 꽃밭인 그녀라고 해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쫓아오는 이들이 자신을 언제든 잡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도망가게 놔두고 있음을.

         

       ‘나를 욕보이려는 거야.’

         

       마치 도망갈 테면 원하는 만큼 가보라는 듯이, 추적의 끈을 조였다가 풀었다가 반복한다.

         

       그들은 그녀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가슴 한켠에 품은 일말의 희망 한 조각조차 산산이 부수고 말겠다는 것이겠지.

         

       그녀의 눈에 일생 처음으로 독기가 어렸다.

         

       ‘흥! 절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거야.’

         

       인생 첫 오기도 가슴에 품었다.

         

       자결하는 일이 있어도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꺾여주지는 않으리라.

         

       그녀는 그 일념 하나로 끊임없이 달렸다.

         

       동시에 끊임없이 후회했다.

         

       옛날에는 제 아비와 오라버니가 왜 그리 무공 수련에 몰두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끝이 다가와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키려 했던 거야.’

         

       언제 찾아올지 모를 암수, 흉수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리도 애썼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몰랐다.

         

       항상 오냐오냐 키워진 탓에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그녀의 머릿속에 없는 일이었으니.

         

       ‘난 바보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자신을 얼마나 끔찍이도 아껴주었는지를 말이다.

         

       ‘제발, 제발 살아있기를…!’

         

       뿔뿔이 흩어져 도망친 가족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길 바라며, 그녀는 악착같이 달렸다.

         

       사위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또 한 번의 밤이 찾아오고, 그녀는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다.

         

       ‘어차피 또 놓아줄 테니까….’

         

       그녀는 그리 속단했다.

         

       그들의 반복적인 행태에 길들여진 탓이었다.

         

       커다란 나무에 몸을 숨기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때.

         

       “……!”

         

       수많은 기척들이 그녀의 얕은 잠을 일깨웠다.

         

       ‘어, 어째서?’

         

       그녀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지근거리에 멈춰 서서 기척만 흘려대던 이들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이는 비로소 자신을 붙잡겠다 마음을 먹었다는 것일 터.

         

       ‘아, 안 돼!’

         

       그녀는 뺨을 두어 번 때려 정신을 수습한 뒤, 곧장 신법을 운용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 또한 제대로 마음을 먹은 듯했다.

         

       그녀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그들과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었다.

         

       ‘대체 왜?’

         

       이제 술래잡기는 지겨워진 걸까.

         

       ‘이 바보!’

         

       그들의 마음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음을 간과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거리를 쉽게 내어주지는 않았을 텐데.

         

       ‘절대로 붙잡히지 않겠어.’

         

       살아남을 것이다.

         

       아니, 살아남고 싶다.

         

       가족들 또한 그러할 테니, 자신 또한 살아남아서 다시 그들과 부둥켜안고 울고 싶다.

         

       뒤늦게 깨달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든 갚아주고 싶다.

         

       “하아, 하아…!”

         

       한참을 달려가던 그녀는 주변에 서서히 꺼림칙한 무언가가 서서히 휩싸이고 있음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자신을 쫓는 이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뭐지, 이 안개는…?’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안개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안개라고 보기엔 어려운 짙은 보랏빛 안개.

         

       “아…!”

         

       그녀는 뒤늦게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서책에서 읽은 적 있다.

         

       마교가 위치한 십만대산의 주변은 사시사철 보랏빛 안개로 둘러싸여 있음을.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가면 절대 살아 돌아오지 못해 마경이라 부른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가 마경 근처…?’

         

       그녀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들이 왜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꿔 먹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바로 마경 때문이다.

         

       자신이 도망치는 방향에 마경이 있으니까, 그 전에 붙잡으려 했던 것이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잡히고 말 거야.’

         

       그들의 속도는 그녀를 한참이나 웃돈다.

         

       더군다나 자신은 지칠대로 지친 상황.

         

       이대로 도망쳐봤자 붙잡힐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렇기에 그녀는 해보고자 한다.

         

       자신의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최악의 도박을.

         

       “저기 있다!”

       “잡아라!”

         

       사방에서 자신을 찾았다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듯,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척들이 이곳을 좁혀왔다.

         

       “흥!”

         

       그녀는 결심했다.

         

       적어도 그들의 손에 순순히 붙잡혀 죽어주지는 않으리라.

         

       멈춰 있던 발걸음을 재차 움직였다.

         

       발끝이 향하는 곳은 자욱한 안개가 드리운 괴이한 숲.

         

       마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도 한참 늦어 죄송합니다,,,

    낮과 밤에는 죽어도 글이 안써지다가 또 새벽이 되어서야 글이 써지네요…

    또 이번 편은 나름대로의 천마신공에 대한 개똥철학을 녹여내느라 이를 서술하는 데에 좀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느슨해진 무주정에 긴장감을 가져다 줄 인물이 나타날 타이밍이기도 해서요.

    과연 누구이고, 어떤 사연을 가졌을지는 차후에 풀도록 하겠읍니다.

    마치기 전에, 제 컴퓨터에 대해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0년지기 막역한 형에게서 샀고, 원래 견적을 내주시는 분이 아니라 부품을 납품하시는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또 같은 부품으로 인터넷에 최저가로 검색해 보았을 때보다 20~30만원 정도는 싸게 샀고요!

    신품인 것도 다 눈앞에서 확인했습니다, 하핳!

    심지어 모니터도 깨먹고 새로 사서 이대로 게임하면 참 재밌을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서 아직 한 번도 못했네요.

    언젠간 할 수 있겠죠…

    저는 다음 편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최대한 어떻게든 시간 관리를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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