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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8

       

       게임 지식으로 알고 있던 부분이 점차 현실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검기는 권사의 발경과는 다른 형태의 경입니다. 검 안에 그 기가 갇혀 있지만, 그 덕분에 검이 타인의 신체에 닿았을 때 더욱더 치명적이고 날카로운 상해를 입히지요. 그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는데….음. 이 부분은 저 역시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온전히 깨달음의 영역이니까요.”

       

       깨달음의 영역이라. 

       

       “검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검에 기를 불어 넣어야 합니다. 검에 기를 불어 넣기 위해서는 신체와 같이 검을 이해해야 하지요. 모든 무의 기와 신체가 천차만별이듯이, 무인 개개인의 검이 이해 역시 각기 다릅니다. 자신이 마음 속에 그리는 검이 어떠한 것인지는 스스로만이 깨우칠 수 있습니다.”

       

       “…그렇구려.”

       

       “그러니 우선 은공께서는 발경을 목표로 수련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공이란 결코 요령이 통하지 않으니 단번에 두 계단 세 계단을 뛰어넘을 수 없는 법입니다.”

       

       여일예는 뒤에서 얼쩡거리는 흑묘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쩐지 흑묘 소저께서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군요. 은공과 오랜 시간 함께하신 분이기도 하고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신 분이니 뭔가 짚히는 점이 있는 모양입니다.”

       

       “…..음.”

       

       나와 여일예의 시선을 받은 흑묘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선배는 너무 둔감해요!”

       

       “….”

       

       “아하하하하! 확실히 그렇지요..! 후후후후!”

       

       빵 터진 여일예. 

       

       “선배의 성격이 둔감한 것과 별개로 선배는 너무 기감이 둔감해요!”

       

       “내 기감이 둔감하다고?”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수준인데 실전에만 들어가면 마치 기감이 끊긴 듯이 굴 때가 있어요. 내면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외부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죠.”

       

       “확실히 그건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와 검을 맞댈 때가 기억나십니까? 은공과 제 수준 차이를 떠나서 너무 무방비하게 제 내공의 침투를 허용하시더군요.”

       

       “…음. 어쩌면 선배의 내공 운용법에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요.”

       

       나선식에 문제가 있다라.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내 혈관에 낀 불순물들을 제어하기 위한 나만의 독특한 내공운용법. 생사의 기로에 선 상태였다고는 하나 결국 나선식은 찰나의 번뜩임에서 파생된 운용법.

       

       나쁘게 말하면 결국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운용법이라는 것이다.

       

       내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요.”

       

       스스스스. 

       

       여일예의 경력이 주변 공간을 장악했다. 그런 여일예의 기의 흐름을 느끼며 나는 나선식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평상시와 천원심법의 길을 바탕으로 기력을 회전시키며 전신에 기를 퍼트리는 순간. 

       

       “….아.”

       

       여일예의 경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여일예의 경력이 약해진 것이 아니겠지. 내 기감이 흐려진 것이다. 방금 전까지 멀쩡하게 느낄 수 있었던 여일예의 경력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이런 부작용이 있었나. 

       

       문제를 인식하고 나니 나선식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많았다.

       

       가장 결정적인 것이라면…팔둔현에서의 폐관 수련일까.

       

       팔둔현에서 나는 흑묘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대련을 거듭했다. 흑묘는 새로 익힌 수법을 시험해볼 상대가 필요했고 나 역시 흑묘와 대련을 하면서 내 성취를 점검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흑묘와 비무를 진행하며 흑묘의 경력을 느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백금대전에서 두 사람의 기운을 뚜렷하게 느끼며 감동까지 받았었던 점을 고려해보면…더 강한 흑묘의 경력을 여태동안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은 명백히 이상사태였다.

        

       내 표정을 본 흑묘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선배의 내공운용법부터 개선해야겠네요.”

       

       *** ***

       

       나선식. 

       

       천여미리환영진에서 깨달은 나만의 내공운영법. 

       

       나선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는 일류로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나선식을 깨닫기 전까지는 선사님들이 떼로 달라붙어도 일휘청운검의 초식을 제대로 풀어내지도 못했으니까. 

       

       결국 나선식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말이야. 

       

       나선식을 어떻게 뜯어 고쳐야 한다는거지?

       

       그런 고민을 품고 내면을 관조했다. 

       

       쿠르르르…

       

       부작용을 인지하니 어째서 나선식을 운용할 때 기감이 급속도로 줄어드는지 알 것 같았다. 

       

       나선식은 기맥의 불순물들을 회전시켜 기맥 중앙의 길을 여는 식의 내공 운용이다. 중앙에서 밀려난 불순물들이 외곽으로 몰리며 마치 격벽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맥의 내부와 외부가 격리되고 기감이 닫혀 버리는 셈.

       

       원인 분석까지야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해결책이었다. 

       

       중앙을 비웠기 때문에 내공이 몸을 달릴 수 있는데. 

       

       중앙을 비웠기 때문에 외곽이 막혀버리는 상황. 

       

       나는 이 상황을 타파해야만 한다. 

       

       

       불순물의 방해를 고려하면서도 내부의 흐름을 유지하고 동시에 외부와 이어지는 구조의 내공운용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해답은 분명 존재한다.

       

       독의 어르신이 칠요속성의 영약을 다 섭취하면  절정에 오를 수 있다고 예견하기도 했고 실제로 칠요속성을 다 섭취한 지금 내 한계경지는 절정으로 변경된 상태. 

       

       그래, 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부족한 탓이야. 

       

       시스템이 절정에 오를 수 있다고 보증해버렸으니 절정에 오르지 못하는 건 그냥 다 내 노력 부족이고 근성 부족 아니겠는가. 

       

       어휴.

       

       그렇게 투덜거리며 마음을 가다듬은 나는 기의 흐름부터 변경해 보기로 했다. 

       

       그래. 우선은….나선식과 정 반대의 흐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불순물을 중앙으로 몰아보자.

       

       그렇게 흐름을 바꾸고…

       

       성대하게 실패했다. 

       

       나선의 흐름을 만들기는 커녕 그런 흐름이 완성되기도 전에 기맥을 넘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마는 내공들. 막대한 내공을 그냥 허공으로 분출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역시 쉽지 않구만. 

        

       나선식의 해결법도 1 더하기 1처럼 간단한 것이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 것처럼…

       

       둘…

       

       그건 정말로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나선이라는 화두. 그리고 머릿속을 스쳐가는 둘이라는 생각. 

       

       나는 홀린듯이 내공의 흐름을 조정했다. 기맥에 흐르는 흐름이 하나가 아니라면, 기맥의 흐름은 과연 어떤 형태를 띌 것인가. 

       

       한 줄기 나선식의 흐름이 생겨났다. 어느 때와 같이 불순물을 휘저으며 중앙의 길을 뚫는 나선식. 그런 나선식의 흐름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에 어떻게 하나의 흐름을 더할 수 있을까.

       

       해답은 금방 떠올랐다.

       

       비틀면 된다. 

       

       나선의 구조를 크게 비틀면 또 하나의 흐름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생기겠지. 

       

       일자의 흐름을 유지하던 나선식이 점차 용수철처럼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봉은 들어갈 법하지만 두 개의 봉은 들어가지 못할 관. 그 좁은 관을 점유하고 있던 봉이 나선을 그리며 휘어지자 공간이 열린다. 

       

       다른 하나의 나선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쿠르르르르…

       

       본래의 나선식에 비하면 미약한 새로운 회전이 자리를 잡아간다. 아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새로운 회전을 바라보며 나는 필사적으로 나선식의 흐름을 조율했다. 

       

       기존의 나선식은 펄펄 날뛰었다. 기맥이라는 대로를 홀로 주유하며 거침없이 전진하던 녀석을 억누르며 배배 꼬아버렸으니 녀석이 가만히 있겠는가. 용수철과 같은 안정적인 나선을 그리기는 커녕 당장이라도 기맥을 찢어 발기기라도 할 양 날뛰고 있었다. 

       

       나선식은 마치 처음으로 고삐를 찬 말과 같았다. 난생 처음 맞이하는 속박에 있는 힘껏 저항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녀석에게 어떻게든 고삐를 채워야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날뛰는 녀석의 사이로 새로운 나선식을 끼워 넣기까지 해야 하는상황. 

       

       내부의 기맥이 찢어질 것만 같이 비명을 지르고. 

       

       나선식은 거칠게 날뛰고. 

       

       새로이 만들어진 나선식은 기존의 나선식에 당장이라도 흡수될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온 몸의 내공이 요동치니 당장이라도 내장이 꼬일 듯이 요동치고 목구멍에서는 토기가 올라왔다. 

       

       날뛰는 나선식의 흐름을 제어하며 생각했다. 

       

       포기해야 할까. 어쩌면 너무 성급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날뛰는 나선식의 흐름을 놓치는 순간 정말로 큰 대형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주화입마(走火入魔).

       

       완전히 내공의 흐름을 놓치고 이치를 벗어난 내공은 내 몸을 묵사발로 만들어 버리겠지. 

       

       한 순간의 번뜩임을 얻었으니 이 번뜩임을 잘 가공하고 때와 시기를 봐 도전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었다. 

       

       그래. 그게 분명 현명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를 악물고. 

       

       나선식의 고삐를 단단히 잡았다. 

       

       그렇게 현명한 선택이 결실을 거두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내공을 다루는 법을 더욱더 능숙하게 만들고 더욱더 몸을 단련하고 기맥을 보강한다면 그 시기는 과연 언제가 될까. 

       

       몇 개월? 몇 년?

       

       그 시간동안 일류고수에 머무른 채로 백금대전의 관객으로서 멍하니 비무대만을 올려보고 있겠지. 

       

       나는.

       

       절정의 경지에 오르고 싶었다. 

       

       오늘 내가 보았던 자소경과 다저용처럼 경력을 뿌리고. 

       

       여일예가 보여주었던 영롱하고도 푸른 검기를 내 검에도 피워 올리고 싶었다. 

       

       그렇기에 야생마처럼 날뛰는 나선식을 전력으로 제어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절정이 되고자 긴 여정을 거쳤다. 여름에는 화리를 키웠고 사천성의 황금가를 무너뜨렸다.

       

       점창파에 가 땀을 흘렸고 낙양에 방문하고 황궁에 입성하고 천상루에서 도박도 하고 금의위 훈련교관이 되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 내내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노력했다. 

       

       영약을 섭취하고 기운을 녹이고. 

       

       검을 휘두르고 백변을 이해하고.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나선식 이 자식아. 네가 아무리 날뛰고 지랄발광을 해도 소용없다. 절정이 되기 위해 노력해 온 지난 세월들, 개고생의 보상을 오늘 받아내기로 정했으니까. 

       

       나선식이 굽어진다. 굽어지며 생겨난 통로로 새로운 나선식이 파고든다. 이 기맥은 나 혼자 쓸 것이라는 듯이 요동치는 기존의 나선식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기존의 나선식을 굽히는 동안 새 나선식은 점차 안정된 하나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흐름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새 나선식이 자라날수록 기존의 나선식은 힘을 잃어갔으니까. 마치 개별적인 생명체인것처럼 말했지만 나선식을 구성하는 내공은 내 내공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개의 힘이 완전히 평형을 이루기 시작하자. 

       

       조금씩. 기감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회전하는 두 줄기의 나선식. 그 나선식의 흐름에 정렬된 불순물들은 두 나선식의 흐름에 이리 저리 회오리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외부와 내부. 양쪽과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의 이중 나선. 

       

       마치 지금까지의 난동은 그저 한순간의 연극에 불과했다는 듯이 안정된 그리는 두 줄기 곡선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침잠되어있던 의식을 일깨웠다. 

       

       그제야 온 몸이 축축해져 있음을 느꼈다. 목구멍에서 비릿한 쇠맛이 느껴지는 걸 봐서는 내상을 좀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호흡을 들이마시니 온 몸이 가늘게 떨렸다. 

       

       만전은 커녕 최악이라고 해야 할 몸상태. 

       

       그럼에도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내 호법을 서 주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는지 주변에서 누군가 흠칫하는 것이 느꼈지만 지금만큼은 그쪽에 시선과 집중을 할해할 여유가 없었다. 

       

       느껴진다. 

       

       천지에 흩뿌려진 기가. 그리고 내 몸안의 기맥을 휘도는 기가. 

       

       팔을 당긴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단 한번도 세상을 향해 경을 쏘아본 적이 없었지만 머릿속에서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단전에서 출발한 기운이 나선을 그리며 장심으로 모여든다. 

       

       나는 지금 이 흉푝하게 날뛰던 나선식을 굴복시켰으니까. 나의 내공을 나의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 

       

       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주먹을 뻗는다. 

       

       빈말로 힘차다 할 수 없는 맥없는 주먹질이었지만. 

       

       그 주먹질을 바라본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떨렸다. 

       

       경.

       

       내가 발출한 경이 허공을 수놓고 있었으니까. 

       

       이게 내 내공이고 내 내공의 색이었구나. 

       

       여일예의 푸른 빛. 그리고 흑묘의 검은 광택과는 다른 반짝이는 선홍빛 기운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그저 감격했다. 

       

       내가 발출한 경이 흩어지고 흩어져 내 기감에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아쉬움을 삼켰다. 몇 번이고 경을 내쏘며 그 영롱한 빛깔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만신창이나 마찬가지인 상태. 

       

       아쉬움이 가시고 나서야 나는 호법의 존재를 자각했다. 혹시나 내 여운을 방해할까봐 기척 없이 숨 죽이고 있는 누군가. 절정의 경지에 오르며 민감해진 기감이었지만 기척을 잔뜩 죽인 탓에 누구인지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없는 상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고맙소.”

       

       “성취를 축하합니다. 호 무사님.”

       

       그리고 그곳에는 미소 짓고 있는 당도연이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닷!

    쓰다보니 이 시간이 된 것입니닷!

    다음화에는…아시죠?

    *치명적인 오타;

    마지막 서 있는 사람이 당도경에서 당도연으로 수정되었습니다;

    끼에에엑;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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