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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8

       영상을 보냈느냐는 질문에 설아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떻게 아신 걸까부터 시작해서 무슨 말을 하러 오신 걸까. 까지.

       

       탈락 통보를 하러 오신 거라면 이렇게 찾아오시진 않았을 거 아냐.

       

       그럼 나 자그마한 희망을 가져 봐도 괜찮은 건가?

       

       설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령이 설아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야기 할 거리는 많다만 네게 편집을 맡기고 싶군.”

       “저…저한테요?”

       “일단은.”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설아는 무례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VR게임 속이라 통증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알싸한 고통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구나.

       

       나 정말로 화령님에게 편집자가 되어 달란 권유를 받은 거야!

       

       화령은 그런 설아의 모습을 떨떠름하게 지켜보다 말을 이었다.

       

       “지금 급한가?”

       “아뇨! 완전 여유 넘칩니다!”

       “그럼 일단 화산에 돌아가 있도록. 천천히 이야길 나눠보지.”

       

       *

       

       설아가 공간 이동 기능을 통해 떠나가는 것을 본 나는 곰방대를 입에다 물었다.

       

       여전히 내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린 것인지 모르겠군.

       

       엔리의 편집자가 제시해 준 열댓명의 인원은 분명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를 뽑더라도 좋은 영상을 만들어 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그 중에서 설아를 편집자로 두겠다 마음을 먹은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영상을 제일 잘 만들어서는 아니었다.

       

       본인이 영상의 편집이란 것에 무지하기는 하다만 대단함과 부족함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열댓의 사람 중에선 설아보다 더 대단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 몇몇이 있었지.

       

       허나 설아보다 무공의 이해도가 높은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개의 편집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을 중시했다.

       

       예컨대 본인이 하늘을 가를 때는 내질러지는 주먹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것만을 관심에 뒀다.

       

       검을 휘두를 땐 그로 인해 무언가가 베이는 것을 관심에 둘 뿐 어떤 이치를 통해 상대가 베였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쨌든 간에 영상만 잘 나오면 그만이라 하겠지만 본인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한 사람의 무인된 자로써.

       

       또한 이 세상에 이치를 퍼트리고 싶은 자로써.

       

       화려함에 눈이 머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으니.

       

       무공을 다루는 것을 보여줄 적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곧 그 자가 펼치는 이치거늘.

       

       펼쳐지는 것만을 보게 만든다면 현대인들이 동작을 쫓는 것을 부추길 뿐이지 않겠는가.

       

       이런 나의 바람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게 설아였다.

       

       그녀가 어떤 인간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간에 실 상황이 그러했던 것이다.

       

       “오랜만이군.”

       

       은인은 공터에서 하던 수련을 멈추고 이 쪽으로 다가왔다.

       

       그 얼굴은 분명 피로해 보였지만 눈만큼은 생기가 도는 것이 벽을 넘어섰단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떠십니까. 새로운 경지는?”

       “으음. 내가 이런 말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즐겁군. 무공을 다룬다는 것이 즐거워.”

       

       과거에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듯 했던 노인의 입가에 웃음이 새겨졌다.

       

       본래 살던 무림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잠을 자는 것조차 아까워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중이라네. 이 몸에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될지 모르잖은가.”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을 겁니다.”

       “왜지?”

       

       거기에서 경지를 더 드높인다면 환동을 경험하게 되실 터이니.

       

       이미 지나온 길이기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은인에게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요즘 말로 스포일러를 해버리면 그 때의 기쁨이 줄어들지 않는가.

       

       “비밀입니다.”

       “허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쩨쩨해졌구나.”

       

       지난번에 화산에 올 적에 본인이 살아온 인생을 대략 말씀해 드렸더니 그 후로부터 무슨 말만 하면 나이 이야기를 꺼내시는 군.

       

       무어. 지금의 내가 은인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것은 사실인지라.

       

       할 말이 마땅찮아 웃음을 짓고 있으려니 옆에서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당신이 여태 혼자인 거에요! 나이 이야기는 금물이라고요!”

       “뭐 어떠냐.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설마 나이 이야기에 찔려서 그런 것인가. 수백 년 먹은 할망구?”

       “이 사람이 진짜!”

       

       티격태격 거리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이미 두 사람이 화산에 잘 적응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거라.”

       “안녕히 가세요.”

       

       두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고 하늘을 밟아 화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니 화산의 입구에 정좌를 하고 앉아있는 설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냐?”

       “화령님께서 기다려 달라고 하셔서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헛웃음이 샜다.

       

       “나를 돌바닥에 앉힐 셈이냐?”

       “아니요!”

       “그럼 들어가자꾸나.”

       

       접객실로 들어가 책상을 두고서 마주 앉으니 설아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가 다급히 시선을 돌려서 바닥을 쳐다보다가 문 밖을 살피다가 다시금 내 얼굴을 보고.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만 이 녀석을 편집자로 선택을 한 게 잘 한 일일까 모르겠구나.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 한 일이다만 영 불안해.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하지 않을까.

       

       “설아야.”

       “네!”

       

       내 부름에 따라 설아가 번쩍 고개를 들고 그녀와 나의 시선이 마주했다.

       

       도의 길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본인은 사람을 볼 때에 도를 봄으로써 사람의 기분을 약간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엔리 같은 활발하고 착한 사람은 보기만 해도 활기가 맴도는 기운이 주변에 그려지고.

       

       버스의 안에서 인상을 찌푸린 채 소리치는 사람에게서는 삐죽거리는 기운이.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웃는 사람에게선 통통 튀는 기운이 보였다.

       

       바루에게 물어 이게 맞느냐 물었더니 적응이 빠르다며 감탄을 했었던 것으로 보아 본인의 판단이 옳은 듯 했다.

       

       그리고 지금 설아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여러 가지였다.

       

       너무도 많은 기분이 뒤섞여 있는 탓에 지금의 본인으로선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허나 단 하나 만큼은 판별을 내릴 수 있었다.

       

       설아의 심장 한 가운데에서 요동치고 있는 자그마한 붉은 색의 기운.

       

       그것의 존재는 너무도 희미하여 어떤 길을 그리는 지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허나 저를 본 순간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나도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작고 희미하고 허약하야 언제 사라질지 모름에도 선명한 그건 분명 본인의 그림자였다.

       

       나는 그를 애써 못 본 체 하며 설아에게 할 말을 이었다.

       

       “대우는 공고문에 적어 두었다만 보았느냐?”

       “네! 영상 편집 한 건당!,,,”

       “알고 있다면 되었다. 어쨌든 조건은 그러하다만 할 용의가 있느냐?”

       “당연하죠!”

       

       그래. 그대라면 그리 대답할 줄 알고 있었다.

       

       “엔리에게 이야길 들어보니 이런 고용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뭘하고 해야 할 것이 많다더구나. 그러니 현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만 언제 시간이 되는가?”

       “…현실에서요?”

       “그래.”

       

       현실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설아라는 사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느끼기엔 VR세상에서 만나는 거나 현실에서 만나는 거나 크게 다를 게 없을 터이다만.

       

       그대에겐 이게 그리도 충격적인 일인가?

       

       아. 혹시.

       

       “설마 바깥으로 나오지 못할 사정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찌할 수 없지.

       

       내 엔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세상에선 만나지 않아도 계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더구나.

       

       그녀의 도움을 받아 해결을 할 터이니.

       

       “아뇨. 없습니다! 시간도 언제라도 상관 없습니다! 지금 당장도 괜찮습니다!”

       

       지레 짐작을 하고 고갤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설아가 몸을 앞으로 들이밀며 그리 소리를 쳤다.

       

       그리고는 저 혼자 놀라선 뒤로 물러나더니 사과의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그게. 저.”

       “되었다. 어쨌든 요 근래 그대의 일정은 없다 보아도 무방하더냐?”

       “네에!”

       

       하기야 일정이 가득 차 있는 자라면 하루 종일 이 세상에서 살고 있을 수가 없겠지.

       

       “그럼 내 나중에 따로 연락을 하마.”

       “잘 부탁 드립니다!”

       

       *

       

       <하나로 불안하면 두 명을 고용하면 돼죠.>

       “그래도 되나요?”

       

       일단은 설아에게 편집을 부탁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저 녀석을 혼자 내버려두기엔 영 불안하여 엔리에게 상담을 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애초에 저는 편집자 세 명을 두는 걸 추천드렸는데요!>

       “피곤한 상태에서 헛소리 한 건 줄 알았죠.”

       <너무해요!>

       

       편집자 다수를 고용하는 것인가.

       

       그럼 설아가 무슨 일을 저지르더라도 발목을 걸어줄 수 있겠지.

       

       좋은 방법이긴 하다마는.

       

       “제가 여러 사람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고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는 소리이지않나.

       

       백호가 주었던 돈을 까먹으며 살 뿐인 본인이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편집자를 어깨에 올려둘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죠. 제가 이 업계에서 몇 년이나 굴렀는데요. 딱 보면 견적이 나와요.>

       “그런가요?”

       <네! 빠른 속도로 흑자가 될 거라 보증합니다! 만약 안 된다면 아라 씨가 손해 본 게 제가 다 드릴게요!>

       “그럴 필요는 없는데요.”

       

       흐음. 이 쪽 세상에서 잔뼈가 굶은 엔리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걸 보면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되겠구나.

       

       <아라 씨 방송에서 나오는 수익만 해도 세 사람 월급은 주고도 남으니까 월급 밀릴 걱정할 필요도 없고.>

       “제 수익이 그정도나 돼요?”

       <그걸 왜 저한테… 설마 아라 씨. 방송하고나서 수익 확인 한 번도 안 해 보셨어요?>

       “네.”

       

       당장 돈이 크게 필요할 일이 없으니 그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지 않으냐.

       

       그리 답을 했더니 엔리가 쓴웃음을 흘렸다.

       

       <방법은 아시죠?>

       “몰라요.”

       <알려드릴테니까 확인 해봐요. 터렛 사이트에 들어가서…>

       

       엔리가 시키는 대로 하니 내 방송의 통계를 확인하는 창이 열렸다.

       

       얼마나 모였으려나.

       

       사람 하나라도 감당할 수준만 되면 좋으련만.

       

       그리 생각을 하고서 확인을 해 본 나는 그 숫자를 믿을 수가 없어 눈을 끔뻑이다가 웃음을 흘렸다.

       

       엔리의 말이 옳았다.

       

       이 정도면 세 사람을 고용하는 건 그리 부담이 되는 사안이 아니었다.

       

       “많이 모였네요.”

       <그쵸?>

       “네. 더 사람을 모아도 괜찮겠어요.”

       

       나는 엔리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금 메일을 열었다.

       

       일단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설아를 제어해 줄 수 있는 사람 한 명을 구한다 치고.

       

       다른 한 사람은 무공에 대한 이해를 지닌 사람으로 구하고 싶은데.

       

       고민을 하던 나는 엔리의 편집자가 보지 않아도 된다 말했던 목록에 손을 댔다.

       

       저 중에 무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맨땅에서 무의 이해를 가르치는 것보다야 편집 기술을 가르치는 편이 더 편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맨 위에서부터 아래로. 또 아래로 내려가며 괜한 짓을 하고 있나하는 의심이 들 무렵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 왔다.

       

       이것은… 하린이지 않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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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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