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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8


    ​
    아이리스는 망가진 길을 따라 리안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는 마치 이 세계가 멸망하지 않은 것처럼 평온한 얼굴로 반쯤 썩은 시체를 가볍게 넘고 부서진 길을 가뿐하게 이동했다.
    ​
    ​
    ‘이곳은 대체.. 뭐지?’
    ​
    ​
    리안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아이리스도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
    ​
    척, 척, 척, 척!
    ​
    ​
    일정한 소리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상체가 날아간 채 하체만 남은 시체가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
    ​
    길이 완전히 무너져 뛸 수 없을 땐, 자연스럽게 건물 외벽에 매달려 달렸다. 중력을 무시하는 것 같은 모습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따라갔다.
    ​
    ​
    또 얼마간 이동했을까, 거꾸로 세워진 가로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빛을 반짝거리는 가로등 주변으로 멍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
    ​
    고요한 침묵 속에서 멍하니 가로등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소름 끼치다 못해 괴이했다.
    ​
    ​
    기이한 불쾌감을 꾹꾹 누르며 리안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
    ​
    “가는 길에 젤리라도… 으음, 아니다. 빨리 가서 과제나 마무리하자.”
    ​
    ​
    리안은 주변의 괴이한 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그저 평온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
    ​
    엉망이 되어버린 폐허 속에 평온은 존재만으로도 괴이한 느낌을 주었다. 아이리스는 기묘한 불안감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
    그렇게 한참을 나아간 끝에 도착한 곳은 여기저기 핏물이 흘러내리거나 부서진 철책으로 둘러싸인 대학교였다. 리안은 익숙하게 교문 쪽으로 향했다.
    ​
    ​
    쿵! 쿵! 쿠웅! 쿵!
    ​
    ​
    얼굴이 녹아내리다 못해 검은 구멍이 생긴 여자가 허리를 앞으로 숙인 채 정수리를 끝없이 벽에 부딪쳤다. 대학교 이름이 적힌 명패는 반으로 쪼개진 채 알 수 없는 검은 액체로 더럽혀졌다.
    ​
    ​
    아이리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검을 쥐는 그녀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
    ​
    “안녕하세요!”
    ​
    ​
    오싹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은 경쾌한 인사가 울려 퍼졌다. 아이리스는 화들짝 놀라 리안을 바라보았다. 
    ​
    ​
    그는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듯,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휙!
    ​
    ​
    경쾌한 인사에 여자의 얼굴이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리안은 그녀에게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네곤 대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
    ​
    “읏차!”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진 건물 잔해를 가벼운 걸음으로 피했다.
    ​
    ​
    여자, 아니 괴이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몇 번 요동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벽에 쿵쿵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
    ​
    아이리스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연신 여자를 돌아보다가 이내 리안의 뒤를 따랐다.
    ​
    ​
    그로부터 1분도 지나기 전, 다시 한번 여자의 목이 반대로 뒤틀리더니 한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식량을 얻기 위해 거리를 나선 생존자 무리가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조잡한 무기를 든 채 서 있었다. 
    ​
    ​
    그들의 얼굴에는 미약한 희망이 깃들어있었다. 조금 전, 리안이 멀쩡한 모습으로 학교로 들어가는 걸 보았기에 눈앞에 있는 괴이가 온순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
    꾸르륵,
    ​
    ​
    그런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듯 괴이의 몸이 양옆으로 쩌억하고 갈라졌다. 마치 탈의 지퍼를 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사이로 다 소화되지 않은 살점과 핏물이 가득했다. 
    ​
    ​
    ​
    “아…아…”
    “안녕! 안녕하세요!”
    ​
    ​
    생존자들은 괴이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리안이 건넨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괴이에게서 살기 위한 규칙이라 생각했다.
    ​
    ​
    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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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이는 먹잇감이 먹어달라 소리치는 모습에 기꺼이 몸을 길게 늘여 앞에선 사람을 씹어 삼켰다. 눈앞에서 사람이 반토막이 난 상태로 피를 뿜어내자 살아남은 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소변을 지리거나, 멍한 얼굴로 괴이를 바라보았다.
    ​
    ​
    “안녕하세요! 안녕! 안녀어엉!!”
    ​
    ​
    눈물로 얼굴이 흥건하게 젖은 이가 살려달라는 투로 몇 번이고 “안녕”이란 말을 반복하다 그대로 짓이겨졌다. 
    ​
    ​
    괴이는 도망치는 이까지 전부 삼켜버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잡아먹었던 이들 중 한 명으로 몸이 변하더니, 옷이 꿈틀거리며 생겨났다. 
    ​
    ​
    “안녕! 안녀엉!”
    ​
    ​
    텅 빈 구멍만 존재하던 얼굴에 어느새 입만 정 중앙에 세로로 길쭉하게 생겨났다. 처음 잡아먹은 여자가 도망치다 벽에 머리를 박아, 그 행동을 반복했었던 것처럼 괴이는 자신이 잡아먹은 존재가 마지막까지 소리치던 말을 반복하며 도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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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슬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가? 꽃이 만개했네! 예쁘다!”
    ​
    ​
    리안이 가장 커다란 건물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아이리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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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 공격이라도 당한 걸까? 아니면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
    ​
    건물을 다 뒤덮을 정도로 자란 덩굴과 거대한 꽃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짓고 있는 리안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
    ​
    아이리스의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리안이 가장 큰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유리가 산산이 부서진 입구는 제대로 된 문이랄게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덩굴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
    ​
    리안은 익숙하게 덩굴로 다가가 노크하듯 두드렸다. 
    ​
    ​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가 많으시네요!”
    ​
    ​
    리안은 마치 경비 아저씨가 문을 지키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덩굴에 말을 걸더니 이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초콜릿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덩굴에 내밀었다.
    ​
   
   “별거 아니지만, 이거 드시고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
    ​
    그러자 인간을 녹여 먹는 괴이가 덩굴을 내밀어 리안에게 초콜릿을 받아 갔다.
    ​
    ​
    쩌어억.
    ​
    ​
    마치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듯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던 덩굴이 벌어졌다. 리안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
    ​
    아이리스는 리안의 뒤를 따르며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천천히 닫히기 시작한 덩굴 사이로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는 인간을 꿰뚫는 덩굴의 모습이 보였다.
    ​
    ​
    ‘…오빠에게만 유한 반응을 보이는 건가?’
    ​
    ​
    당장은 쥐어진 정보가 없어 제대로 된 추측이 어려웠다. 아이리스는 찝찝한 마음을 억누르며 리안의 뒤를 따라갔다.
    ​
    ​
    “오늘은 뭘 배울 수 있으려나?”
    ​
    ​
    아이리스는 리안의 혼잣말을 들으며 혼란에 잠겼다. 덩굴이 입구를 완전히 가리자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건물 내부가 완전히 어둠에 잠겼기 때문이다.
    ​
    ​
    리안은 홀로 눈앞이 훤히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바깥과 달리 건물 내부는 생각보다 망가지지 않아 성큼성큼 나아가는 리안의 뒤를 겨우 쫓을 수 있었다.
    ​
    ​
    칙.
    ​
    ​
    그때, 성냥불이 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빛이 나타났다. 
    ​
    ​
    “성냥 사실래요?”
    ​
    ​
    겨우 무릎 높이까지 올만큼 작은 키를 가진 여자아이가 맹한 얼굴로 성냥을 내밀고 있었다. 리안은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
    ​
    “좋은 아침! 오늘도 일찍 나왔네?”
    “성냥… 사실래요?”
    ​
    ​
    이 순간 아이리스는 확신했다.
    ​
    ​
    ‘역시 오빠에겐 이곳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거야.’
    ​
    ​
    확신과 함께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
    ​
    ‘그렇다면 지금까지 마주친 괴물들은 왜 오빠를 공격하지 않는거지?’
    ​
    ​
    잔혹한 현실을 믿지 못하고 환각 속에 빠지는 일은 다크 판타지 세계에선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무방비하기 짝이 없는 리안을 공격하지 않는 괴물들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
    ​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성냥팔이가 입을 양옆으로 찢으며 미소 지었다.
    ​
    ​
    총 세 번 성냥을 구매할 것이냐 물어본 후 사겠다고 하면 그에 맞는 대가(인간의 신체 일부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받고 성냥을 팔고, 사지 않겠다고 하면 어두운 밤에 찾아와 불태워 버리는 성냥팔이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
    ​
    “성냥 사실래요?”
    ​
    ​
    성냥팔이의 목이 옆으로 기울다 못해 뒤틀렸다. 세 번의 질문까지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으면 상대는 성냥이 되어버린다. 
    ​
    ​
    그런 사실을 놓고 본다면 리안의 상황은 절체절명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는 전혀 위기의식이 없는 듯 미소를 지으며 성냥팔이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 두드렸다.
    ​
    ​
    “이러다 수업 늦겠다. 같이 들어가자.”
    “…”
    ​
    ​
    성냥팔이는 소름이 끼치는 시선으로 리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렸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리안은 익숙하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 
    ​
    ​
    …아이리스는 반사적으로 아주 조금 많이 질투했다.
    ​
    ​
    리안은 그 상태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
    ​
    이후에 이어진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
    ​
    “좋은 아침! 오늘도 바쁘네?”
    ​
    ​
    이미 썩어버린 시체를 우적우적 삼키고 있는 괴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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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라? 치즈 언제 들어왔어? 만날 줄 알았으면 간식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네.”
    ​
    ​
    귀여운 얼굴로 반드시 사람의 몸을 반만 먹는 개 형태의 괴이가 배를 까고 애교를 부리는 것에 아쉬움을 토하고,
    ​
    ​
    “교수님 안녕하세요!”
    ​
    ​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괴이에게 교수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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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슬슬 완결이 가까워져 가는군요!

207화 요약 내용
=> 노아는 어린 리안을 제스는 학생 리안을 마주하게 됩니다. 노아는 리안이 학대를 제스는 리안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걸 보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무력감을 느낍니다. 학생 시점 리안은 굉장히 평온해 보였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3다음화 보기

아이리스는 망가진 길을 따라 리안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는 마치 이 세계가 멸망하지 않은 것처럼 평온한 얼굴로 반쯤 썩은 시체를 가볍게 넘고 부서진 길을 가뿐하게 이동했다.

‘이곳은 대체.. 뭐지?’

리안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아이리스도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척, 척, 척, 척!

일정한 소리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상체가 날아간 채 하체만 남은 시체가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길이 완전히 무너져 뛸 수 없을 땐, 자연스럽게 건물 외벽에 매달려 달렸다. 중력을 무시하는 것 같은 모습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따라갔다.

또 얼마간 이동했을까, 거꾸로 세워진 가로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빛을 반짝거리는 가로등 주변으로 멍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멍하니 가로등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소름 끼치다 못해 괴이했다.

기이한 불쾌감을 꾹꾹 누르며 리안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가는 길에 젤리라도… 으음, 아니다. 빨리 가서 과제나 마무리하자.”

리안은 주변의 괴이한 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그저 평온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엉망이 되어버린 폐허 속에 평온은 존재만으로도 괴이한 느낌을 주었다. 아이리스는 기묘한 불안감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간 끝에 도착한 곳은 여기저기 핏물이 흘러내리거나 부서진 철책으로 둘러싸인 대학교였다. 리안은 익숙하게 교문 쪽으로 향했다.

쿵! 쿵! 쿠웅! 쿵!

얼굴이 녹아내리다 못해 검은 구멍이 생긴 여자가 허리를 앞으로 숙인 채 정수리를 끝없이 벽에 부딪쳤다. 대학교 이름이 적힌 명패는 반으로 쪼개진 채 알 수 없는 검은 액체로 더럽혀졌다.

아이리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검을 쥐는 그녀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싹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은 경쾌한 인사가 울려 퍼졌다. 아이리스는 화들짝 놀라 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듯,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휙!

경쾌한 인사에 여자의 얼굴이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리안은 그녀에게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네곤 대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읏차!”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진 건물 잔해를 가벼운 걸음으로 피했다.

여자, 아니 괴이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몇 번 요동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벽에 쿵쿵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연신 여자를 돌아보다가 이내 리안의 뒤를 따랐다.

그로부터 1분도 지나기 전, 다시 한번 여자의 목이 반대로 뒤틀리더니 한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식량을 얻기 위해 거리를 나선 생존자 무리가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조잡한 무기를 든 채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약한 희망이 깃들어있었다. 조금 전, 리안이 멀쩡한 모습으로 학교로 들어가는 걸 보았기에 눈앞에 있는 괴이가 온순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꾸르륵,

그런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듯 괴이의 몸이 양옆으로 쩌억하고 갈라졌다. 마치 탈의 지퍼를 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사이로 다 소화되지 않은 살점과 핏물이 가득했다.

“아…아…”

“안녕! 안녕하세요!”

생존자들은 괴이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리안이 건넨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괴이에게서 살기 위한 규칙이라 생각했다.

우드득!

괴이는 먹잇감이 먹어달라 소리치는 모습에 기꺼이 몸을 길게 늘여 앞에선 사람을 씹어 삼켰다. 눈앞에서 사람이 반토막이 난 상태로 피를 뿜어내자 살아남은 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소변을 지리거나, 멍한 얼굴로 괴이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안녕! 안녀어엉!!”

눈물로 얼굴이 흥건하게 젖은 이가 살려달라는 투로 몇 번이고 “안녕”이란 말을 반복하다 그대로 짓이겨졌다.

괴이는 도망치는 이까지 전부 삼켜버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잡아먹었던 이들 중 한 명으로 몸이 변하더니, 옷이 꿈틀거리며 생겨났다.

“안녕! 안녀엉!”

텅 빈 구멍만 존재하던 얼굴에 어느새 입만 정 중앙에 세로로 길쭉하게 생겨났다. 처음 잡아먹은 여자가 도망치다 벽에 머리를 박아, 그 행동을 반복했었던 것처럼 괴이는 자신이 잡아먹은 존재가 마지막까지 소리치던 말을 반복하며 도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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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가? 꽃이 만개했네! 예쁘다!”

리안이 가장 커다란 건물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아이리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정신 공격이라도 당한 걸까? 아니면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건물을 다 뒤덮을 정도로 자란 덩굴과 거대한 꽃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짓고 있는 리안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아이리스의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리안이 가장 큰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유리가 산산이 부서진 입구는 제대로 된 문이랄게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덩굴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리안은 익숙하게 덩굴로 다가가 노크하듯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가 많으시네요!”

리안은 마치 경비 아저씨가 문을 지키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덩굴에 말을 걸더니 이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초콜릿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덩굴에 내밀었다.

“별거 아니지만, 이거 드시고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러자 인간을 녹여 먹는 괴이가 덩굴을 내밀어 리안에게 초콜릿을 받아 갔다.

쩌어억.

마치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듯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던 덩굴이 벌어졌다. 리안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이리스는 리안의 뒤를 따르며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천천히 닫히기 시작한 덩굴 사이로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는 인간을 꿰뚫는 덩굴의 모습이 보였다.

‘…오빠에게만 유한 반응을 보이는 건가?’

당장은 쥐어진 정보가 없어 제대로 된 추측이 어려웠다. 아이리스는 찝찝한 마음을 억누르며 리안의 뒤를 따라갔다.

“오늘은 뭘 배울 수 있으려나?”

아이리스는 리안의 혼잣말을 들으며 혼란에 잠겼다. 덩굴이 입구를 완전히 가리자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건물 내부가 완전히 어둠에 잠겼기 때문이다.

리안은 홀로 눈앞이 훤히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바깥과 달리 건물 내부는 생각보다 망가지지 않아 성큼성큼 나아가는 리안의 뒤를 겨우 쫓을 수 있었다.

칙.

그때, 성냥불이 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빛이 나타났다.

“성냥 사실래요?”

겨우 무릎 높이까지 올만큼 작은 키를 가진 여자아이가 맹한 얼굴로 성냥을 내밀고 있었다. 리안은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좋은 아침! 오늘도 일찍 나왔네?”

“성냥… 사실래요?”

이 순간 아이리스는 확신했다.

‘역시 오빠에겐 이곳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거야.’

확신과 함께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마주친 괴물들은 왜 오빠를 공격하지 않는거지?’

잔혹한 현실을 믿지 못하고 환각 속에 빠지는 일은 다크 판타지 세계에선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무방비하기 짝이 없는 리안을 공격하지 않는 괴물들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성냥팔이가 입을 양옆으로 찢으며 미소 지었다.

총 세 번 성냥을 구매할 것이냐 물어본 후 사겠다고 하면 그에 맞는 대가(인간의 신체 일부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받고 성냥을 팔고, 사지 않겠다고 하면 어두운 밤에 찾아와 불태워 버리는 성냥팔이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성냥 사실래요?”

성냥팔이의 목이 옆으로 기울다 못해 뒤틀렸다. 세 번의 질문까지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으면 상대는 성냥이 되어버린다.

그런 사실을 놓고 본다면 리안의 상황은 절체절명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는 전혀 위기의식이 없는 듯 미소를 지으며 성냥팔이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 두드렸다.

“이러다 수업 늦겠다. 같이 들어가자.”

“…”

성냥팔이는 소름이 끼치는 시선으로 리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렸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리안은 익숙하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

…아이리스는 반사적으로 아주 조금 많이 질투했다.

리안은 그 상태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이후에 이어진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좋은 아침! 오늘도 바쁘네?”

이미 썩어버린 시체를 우적우적 삼키고 있는 괴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어라? 치즈 언제 들어왔어? 만날 줄 알았으면 간식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네.”

귀여운 얼굴로 반드시 사람의 몸을 반만 먹는 개 형태의 괴이가 배를 까고 애교를 부리는 것에 아쉬움을 토하고,

“교수님 안녕하세요!”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괴이에게 교수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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