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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9

        

       한바탕 소란이 진정되자…

         

       겨우 진정하신 장모님이 붉어진 얼굴로 말씀하셨다.

         

       “크흠… 사위 내가 못 볼걸 보였네.”

         

       “아… 아닙니다.”

         

       “그러면 약속은 꼭 지키게나.”

         

       계속 엉엉 우시는 장모님을 달래려고 테오도라의 남편으로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우시는 장모님.

         

       -이게 다 테라가 채찍을 휘두르니까 네가 테라를 여자를 안보는거잖아?! 흐어엉!

         

       아마도 테오도라는 그런 취향이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우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자… 장모님 고정하세요. 이렇게 우시면 제가 너무 난처합니다.

         

       실제로 제국의 어른이나 다름없는 장모님이 나와 대화하시다가 이렇게 목 놓아 우는 걸 누군가 볼까 두렵다.

         

       이전에 비해서 제국민의 여론이 조금 호의적인 상황에서 장모님이 나와 대화하다가 이렇게 울었다는 게 알려지면…

         

       최악의 경우 폭동이 일어나도 할 말이 없다.

         

       -이안! 르네에!

         

       거의 때 쓰듯이 이안이랑 르네라는 이름을 외치시며 통곡하는 장모님.

         

       이제는 거의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는 걸 보며 생각에 깊이 잠긴다.

         

       어떻게든 장모님의 울음을 멈출 방법은 한 가지.

         

       내가 결국 못 지킬 약속을 내뱉는다.

         

       -갖겠습니다! 아이 갖을게요! 그러니까 그만 우세요.

         

       내 말에 장모님이 눈물을 금방 그치시며. 나를 바라보며 푸른 눈을 깜빡깜빡하신다.

         

       -정말? 훌쩍… 정말 약속하는 거야?

         

       마치 내가 약속을 안 한다면 다시 울겠다는 듯한 장모님의 모습에 내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뭐… 어차피 마족 숭배자들이랑 결착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곧 어떻게든 되겠지?

         

       길어봐야 1년 짧으면 몇 달 정도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일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당한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장모님을 바라보자, 양손으로 다시 얼굴을 감싸시려는 걸 보며 내가 힘없이 대답한다.

         

       “이잉… 이안… 르네 훌쩍…”

         

       “네…”

         

       “후후. 고맙네. 사위.”

         

       환하게 웃는 장모님의 미소를 보며 나는 더욱더 난처하게 미소 지을 뿐이다.

         

         

         

       ***

         

         

         

       그날 밤.

         

       장모님께 보여주기식으로 오늘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신혼방으로 향한다.

         

       “어? 당신 오늘 일찍 왔네요?”

         

       얇은 가운을 입고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 테오도라.

         

       푸른색 가죽 커버가 인상적인 책을 보며 생각한다.

         

       오늘은 무슨 책을 보는 거지?

         

       그녀는 방에서 책을 자주 본다.

         

       이곳 세계가 내가 살던 한국에 비해 놀만한 컨텐츠가 적기 때문일까?

         

       귀족들은 책에 관심이 많다.

         

       “응, 오늘 피곤한 일이 있어서.”

         

       피곤한 일…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

         

       장모님이 오열 연기에 속아 넘어간 게 피곤한 일이지.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기에 넘어가서 괴상한 약속을 한 거 같다.

         

       테오도라와의 아이라니.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래요?”

         

       그녀가 책을 덮으며 나를 바라본다.

         

       “어떤 일이 당신을 피곤하게 한 거죠?”

         

       “응?”

         

       기분 탓일까? 묘하게 끈적거리는 목소리에 살짝 당혹감을 느끼며 오늘은 소파에서 자야 하나 생각이 들 때.

         

       다리를 꼬는 테오도라.

         

       가운이 짧아서 그런 걸까? 가운 안쪽으로 그녀의 흰 속옷이 살며시 보인다.

         

       “크흠… 일이 많아서?”

         

       속옷이 보이는지 모르나?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욕실로 향한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녹이며 생각한다.

         

       최근 막시밀리안의 실험 결과로 고무를 이용하기로 정했다.

         

       그 고무에 제삼자의 피를 담고 회담장 근처까지 간 뒤에 내 보호를 위한 목적이라고 말로 도청 마법을 제삼자에게 들려준 뒤 나 대신 계약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로커스트를 안심시킬 목적이다.

         

       우선 로커스트가 뭘 원할지는 잘 모르겠네? 교황청 폐지와 성기사단 폐지를 원하려나?

         

       마족을 상대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기관.

         

       두 곳 때문에 마족들이 활개 치고 다니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모든 교회를 통솔하는 교황청과 무력과 신성력을 겸비한 성기사단.

         

       이 두 곳이 마족 숭배자들의 사신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래 있어서인지 머리가 조금 어지러움을 느끼며 몸을 닦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욕실 밖으로 나오자 나온다.

         

       살며시 끈적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테오도라.

         

       그녀에게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테오도라, 나 오늘 침대에서 잘 거니까 가줄래?”

         

       그녀가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하? 당신 여기 앉아봐요.”

         

       -탁탁.

         

       그녀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톡톡 친다.

         

       “왜에? 또 무슨 일이야?”

         

       오늘 장모님께 시달린 생각이 나서 살짝 짜증을 담아 그녀의 옆에 앉자, 그녀가 나를 노려본다.

         

       “당신. 당신은 제 남편 아니에요? 제국의 국서로서 제국의 신하로서 후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어?”

         

       대 놓고 후계자 얘기를 꺼내는 테오도라.

         

       그녀를 보며 오늘 있었던 일을 되돌아본다.

         

       오후에는 장모님한테 불려 가서 세나 일로 혼나며 딸들의 괴상한 취향에 오열하는 장모님을 달래주다가 손주 손녀를 안겨드리겠다는 못 지킬 약속을 강요당했다.

         

       그렇게 낮에는 장모님께 시달리고… 밤에는 테오도라에게 시달리다니.

         

       이 얼마나 지옥 같은 날인가?

         

       하지만 최근 은근히 유혹하는 테오도라를 보며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했다.

         

       국서의 의무.

         

       정식 부인인 황제와 그렇고 그런 일을 하여 후계자를 만드는 의무.

         

       분명 그걸 트집 잡고 초야를 치르려 할지 모른다고 이미 예상했다.

         

       그리고 이런 날을 위해 필살기를 준비해 왔다.

         

       내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어허?! 어떻게 그런 음란한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그것도 여자가?”

         

       이곳에서 성욕을 밝히는 건 커다란 죄악으로 친다.

         

       물론 부부끼리 관계는 죄악으로 치지 않지만 어쨌든 너무 육체관계에 치중하는 건 장려하지 않는다.

         

       남자 같은 경우는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수준이지만 여자가 성욕을 밝히는 건 커다란 문제인 시대다.

         

       종교적인 교리도 문제고, 사회적 시선도 좋지 않다.

         

       남편에게 부부관계를 조르는 건 특히나 귀족적이지 않다.

         

       아마 작은 영지나 마을 같은 곳이면 멍석말이하기도 하니까.

         

       물론 황제를 멍석말이하는 건 말이 안 되니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내 말에 테오도라가 얼굴을 붉힌다.

         

       “뭐… 뭐라고요?”

         

       그녀의 붉은 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인다.

         

       “성욕은 신 앞에서 무의미한 것이거늘! 하물며 당신은 비록 황제이지만 그전에 여자인 당신이 이렇게 음란하고 야한 얘기를 꺼내다니!”

         

       “으윽…”

         

       테오도라가 얼굴을 붉히며 어깨를 떨기만 할 뿐 대답 못 하는 걸 보며 내가 그녀에 관한 소문을 얘기한다.

         

       “내가 최근에 무슨 얘기를 들은 줄 알아? 당신이 때리는 걸 좋아한다는 변태적인 취향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당신이 이렇게 음란하니까 그런 얘기가 황궁에 떠도는 거 아냐?!”

         

       “그런 건 없거든요?!”

         

       붉어진 얼굴로 답하는 테오도라.

         

       당연히 없겠지만 나는 일부러 그녀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그래야 연기인 게 티가 안 날 테니까.

         

       “분명 침대 밑에 채찍이 있겠지!”

         

       원래 세계에서도 SM이 있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 나름 빠삭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녀한테 그런 취향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내가 그렇게 믿고 있다고 그녀에게 착각을 주기 위함일 뿐.

         

       “왜 이래요?! 아무것도 없는데?”

         

       당연히 아무것도 없을 거지만 일부러 과장되게 행동해서 나는 네가 위험해 보인다는 걸 어필하기 위함일 뿐.

         

       그렇게 말하며 내가 침대로 다가가 밑을 뒤지자…

         

       “어?”

         

       손에 무언가 차가운 금속이 잡힌다.

         

       이게 뭐지?

         

       -찰랑… 찰랑.

         

       내 손에 걸린 무언가.

         

       찰랑찰랑 맑은 소리를 내는 그것이 호기심이 생겨 잡아당기자.

         

       채찍이 아니라 금속으로 된 수갑과 작은 약병이 나왔다.

         

       이게 뭐지?

         

       수면제라고 적힌 약병과 수갑을 보며 오한이 든다.

         

       “이… 이게 왜 진짜인데?”

         

       사실 대충 둘러대려고 이렇게 말한 건데. 수갑이 튀어나와 테오도라가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말한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다급히 달려들어 내 손에 들린 수갑을 가져가려는 그녀를 보며 내가 뒷걸음을 친다.

         

       “저… 정말이었어?”

         

       내가 당혹감을 느끼며 그녀로부터 살며시 거리를 둔다.

         

       이게 왜 진짜인데?

         

         

         

       ***

         

         

         

       (몇 시간 전.)

         

       최근에 흥미롭게 보던 소설의 다음 권이 나왔다.

         

       나와 데비앙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야하면서 재미있는 책.

         

       그 책이 내 집무실 한편에 올려진 걸 보고 조심스럽게 내 방에 가져와 읽는다.

         

       [도라가 수면제가 들어간 차를 마시자. 깊은 졸음이 오는게 느껴진다.]

         

       [그녀는 그 짧은 순간, 자신의 차에 약을 탄 사람이 누군지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살피자, 그녀의 남편 데앙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며 의식을 잃었다.]

         

       [도라가 잠든 걸 확인한 데앙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미리 준비한 수갑을 채우고 그녀의 손을 침대에 고정한다.]

         

       [그렇게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데앙.]

         

       [하지만 마나를 다루는 초인인 도라는 수면제에서 일찍 깨어난다.]

         

       [그녀가 잠든 지 기껏해야 오 분이나 지났을까?]

         

       [“당신…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도라는 떨림 반, 두려운 반인 심정으로 데앙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 데앙.]

         

       [그가 말했다.]

         

       [“후후,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 수갑을 차면 마나를 다룰 수 없을걸?”]

         

       [의기양양하게 그런 데앙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보며 도라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당신이 뭐할 수 있는데요?”]

         

       [데앙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는다.]

         

       [“이렇게 당신을 묶고 나는 잘 거야! 더 이상 밤마다 쥐어 짜이는 건 사절이거든!”]

         

       [그렇게 돌아누우며 자는 데앙을 보며 도라는 어이없다.]

         

       수갑과 수면제.

         

       그 두 가지가 머리에 스치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났다.

         

       내가 그이를 힘으로 제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 아무리 그이라도 수면제를 먹이고 마나 구속구를 채우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

         

       그런 생각에 당장 밖에 이파를 찾는다.

         

       “밖에 이파 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문 너머로 이파의 목소리가 들린다.

         

       -부르셨습니까?

         

       “잠깐 들어와 볼래?”

         

       이내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이파.

         

       그녀에게 내가 간단한 걸 부탁한다.

         

       “이파? 수면제랑 수갑을 가져올래? 마나를 못 다루게 만드는 수갑으로.”

         

       내 말에 이파가 의아한 얼굴이 되었는지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나간다.

         

       “후후… 오늘 한번 꼬셔보고 안되면…”

         

       그렇게 준비한 수갑과 수면제.

         

       “오늘은 평소와 완전히 다를 거야. 데비앙.”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그리고 낢늘보학생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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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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